표지와 시간상자라는 제목이 맘에 들었던 그림책이었다.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면지를 지나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그림책은 시작된다.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라 더 흥미로웠고, 글자가 없지만 글자가 있는 그림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소년이 파도에 떠내려 온 오랜 시간 바다에 잠겨 있었을 것 같은 수중카메라를 발견하면서 그림책은 시작된다. 
‘영화 주만지‘의 주인공 아이들이 그림책을 발견 하는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왠지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바다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은 환상 속에 점점 책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페이지 하나하나마다 숨겨져 있는 비밀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오랜 시간 페이지 구석구석에 머물게 했다. 읽고 났을 때는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나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팬이 되어 버렸다.
나에게도 시간 상자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어렵게 장만하셨던 카메라는 항상 나와 동생을 따라 다녔고, 소풍이나 나들이를 갈 때면 항상 아버지의 가슴에서 자랑스럽게 빛나곤 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핸드폰 액정이나 디지털화된 화면을 통해 바로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고,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면 사진인화를 통해 잘나온 사진, 이상한 사진들을 한꺼번에 받아서 잘나온 사진만 앨범에 꽂아두던 시절이었다. 읍내에 나가 사진을 찾아와서 함께 보고 내사진이 잘나왔네 못나왔네 웃고 장난치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까만색 투박한 시간 상자를 생각하면 아버지가 떠오르고 이제는 내 옆에 안 계시는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 싶다. 잦은 이사를 하며 앨범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때의 사진들을 지금은 볼 수 없어 많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때의 추억들은 내 가슴속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 상자를 만들고, 가끔씩은 꺼내보고 때로는 위로를 받는다. 어떤 이에게는 시간상자는 추억으로 소중함으로 기다림으로 그리움으로 간직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 상자를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윤 숙 

 

 

데이비드 위즈너 / 베틀북

 

강렬한 빨강색에 카메라 렌즈 같기도 하고 물고기의 눈 같기도 한 표지가 눈길을 끄는 데이비즈 위즈너의 <시간상자>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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