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 시장의 사람냄새



김산복님은 오랫동안 현대시장 근처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시면서 마을과 큰 인연을 갖고 계시다가 은퇴하셨습니다. 여전히 주변을 챙기시고 자주 외국 친구들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나기도 하십니다. 안성구님과 결혼하여 신혼집을 삼림빵 근처에서 마련하신 이후 금천에서 3녀1남을 키워 분가시킨 우리 동네 어르신입니다.


이 글은  마을잡지 ‘닮다‘에 기고된 글입니다.



70년대는 격랑의 시대였다. 날마다 땅값이 요동쳤고, 개발이 회오리바람처럼 급속도로 진행되었던 시대였다. 그 때 독산동도 개발되어 지금의 주택지가 형성되었고, 이곳 시흥동도 20m 위쪽으로 그 무렵에 새로 들어선 주택단지들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대 시장과 시흥 초등학교를 중심한 지금의 시흥 1동은 오랜 역사를 간직해 온 곳이다. 경기도 시흥시 일부가 우리 동네에 속해 있었으나 인구의 팽창으로 시흥이란 이름을 갖고 경기도로 편입되었고, 우리 시흥동은 서울 시흥동으로 그 고유한 이름을 간직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가 깊은 곳에 당연히 대명시장이 금천구의 대표 시장으로 불릴 만큼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20m위로 주택단지들이 들어서면서 현대 시장의 골목에 많은 유동 인구가 오가게 되면서 부터 가게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여 오늘의 현대 시장이 되었다. 행정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시장으로 세운 곳은 대명시장이고 이 곳 현대 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곳이다. '현대' 라는 이름도 오랫동안 역사를 간직한 대명시장에 비교되는 어감으로 새로 형성되어가니까 '현대'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불렸다. 그래서 시흥의 대명시장과는 달리 시흥 사거리입구에서부터 20m 도로까지 길게 골목으로 형성 되어 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가게 주인들이 처음부터 물건을 싸게 팔았다. 그런 이유로 나중에는 현대 시장에 가면 상품이 싸고 좋다는 입소문이 주위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안양, 광명, 독산동과 다른 먼 곳에서까지 이곳으로 시장을 보러 온다. 그렇기에 현대 시장이 비록 골목 시장이긴 하지만 활력이 넘치고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일반적으로 계획된 시장들은 4각형으로 되어 있어서 물건을 사려면 이곳저곳을 찾아 다녀야 하는 데 현대시장은 하나의 골목이어서 입구서부터 끝까지 골목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의류, 채소류, 과일, 식품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 갖추어져 있어서 쇼핑하기에 너무나 좋다.


 현대시장은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시장 특유의 생동감과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사람 냄새'가 나는 정겨움을 만끽하게 되는 곳이다. 굳이 쇼핑을 안 하더라도  퇴근길에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다른 곳 사람들이 와서도 논스톱으로 한 번 쭉 올라갔다가 내려만 와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다른 곳은 쇼핑이 목적이어서 가는 곳이라면 현대 시장은 쇼핑도 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러 가기에 좋은 곳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서울 시내에서 이런 형태의 시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자형 골목시장. 자연적으로 형성 된 시장. 물건 값이 싸고 좋은 시장. 사람물결이 출렁이는 시장. 가게 주인들이 친절하고 정이 많은 시장.

이런 특징이 있어 주위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분산되도 현대 시장은 항상 시장특유의 열기로 넘쳐난다. 날마다 삶의 뜨거움이 응집되어 솟구치는 이곳의 열기는 도시를 살리는 기폭제다.




김산복 

수필가, 여행가.

글을 잘 써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글은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기사는 마을잡지 ‘닮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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