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194

 

전 한남상운, 현 신운운수는 6번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다. 마을버스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해고를 당하면서도 투쟁을 포기하지 않아 마을버스의 막장실태를 폭로하였고 작으나마 변화를 가져온 회사다.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금천구청에 낸 진정서를 봤다. 그리고 금천구청과 구청장에 대한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이 글을 쓴다. 
한남상운은 현실에 맞지 않는 배차로 기사들이 충분한 휴식은커녕 제대로 된 식사시간은 물론 대소변을 볼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그래서 무수한 탄압과 해고를 감수하면서 시민의 안전과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가 가능한 노동조건을 요구했고 그 중 하나로 배차 시간 조정이다. 긴 투쟁 끝에 요구가 받아들여져 1회당 60분이었던 운행을 65분으로 늘렸다. 그런데  2018년 8월에 회사가 갑자기 1회 운행시간을 53분으로 축소한다. 이전의 60분보다도 훨씬 줄어든 엄청난 개악이다. 항의하니 구청의 지침이란다. 이유를 들으니 버스 운행 기록을 통해 ‘실 운행 시간의 평균’을 낸 결과 53분이 나왔다며 버스회사에 통보를 했고 버스회사는 이것을 받아 개선 전의 조건보다 무려 7분이나 줄어든 운행 조건을 시행한 것이다. 기사들은 첫차 막차의 경우 40분 내외이고 가장 바쁜 시간인 출퇴근 시간에는 70분이 넘는데 이를 평균한 53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라는 것이 구청의 지침이다. 이런 막무가내 행정을 항의 하니 구청 교통행정과장 최상원씨는 “기계보다 더 정확한 것이 없다.”며 정당성을 강변했다. 그 결과 보장된 10분의 휴가시간이 사라졌고,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서, 밥이라도 체하지 않고 먹기 위해 신호위반 급출발정지 난폭운행, 붙어 다니고 밀고 다니는 편법운행이 만연되었고 사고는 늘고 대형화 됐다.  
통계를 내고 평균치를 설정하는 것은 기준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을 기계적으로 작용하면 그것은 사람의 일을 기계의 짓으로 만드는 바보다. 아주 유명한 우화다. 밤에 강을 건너 기습을 하려는 군대의 장군이 강의 깊이를 물었다. 강물의 수심은 평균 150cm, 병사들의 평균 키는 165cm라는 수치를 믿고 장군은 공격을 결정했고 병사들은 모두 익사했다. 평균이란 수치가 최소와 최대, 최저와 최고의 분포가 있고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모른 결과다. 이와 동일한 오류를 금천구청은 범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실사구시가 없는 탁상행정을 하거나, 행정 자체가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 즉 백성의 편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부자 강자들의 편,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행정만 하기 때문이다. 
통계와 수치가 통치의 수단이 될 때 ‘한 사람이 발은 화로위에 머리는 냉동실에 있어도 평균 온도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적정온도가 된다’는 멍텅구리 통계학에 빠진다. 그들이 수치로 적정온도를 선전할 때 일하는 사람들은 불타죽고 얼어 죽는다. 현 금천구청 교통행정과장 최상원씨가 단호하게 주장하는 이른바 기계의 과학은 금천구청의 행정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로 만든다. 사람에게 침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사람을 맞추어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폭력행정 말이다. 요리하는 사람이 행복한 요리가 먹는 사람에게 행복한 맛을 준다. 노예의 노동은 노예의 결과를 가져다 줄 뿐이다. 사람이 아니라 오직 이윤과 버스 운행의 형식적 관리만 유지하여 운전기사에겐 죽음을, 구민들에겐 사고의 위험을 주는 이 반민(反民)적 행정 앞에서 묻는다. 이런 입장은 유성훈 금천구청장의 행정 방침의 결과인가, 적폐적 관습에 찌든 일개 부서 관료의 독단인가? 이러고도 유성훈 구청장의 ‘동네방네 행복 금천’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구청장의 현답을 요구한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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