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날 수줍음 가득 미소를 가진 여인이 도서관에 들어오며 ‘염소 시즈카’ 그림책이 있는지 묻는다. 처음으로 우리도서관을 방문 하셨다고 한다. 시즈카(しずか)- 일본 말로 ‘조용함,- 다시마 세이조 책을 소개 받았고, 함께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을 소개 받으셨다고 한다. 수줍음 가진 여인은 ‘시즈카 그림이 참 좋네요’ 그림책을 보며 좋아하신다. 다시마 세이조의 순수한 그림과 자연 사랑을 닮은듯한 이분은 책을 빌려 본인의 화원(꽃과 생활)에  그림책을 전시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염소 시즈카’ 그림책은 학교에서 책읽어주기 활동을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책이 되었다. 200페이지나 되는 긴 그림책인데도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 쏙 빠져 들어온다. 노랑 바탕의 표지에 가느다란 다리로 커다란 몸을 무겁게 지탱하고 있는 염소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여워 아이들은 책장을 쉽게 넘기곤 한다. 또한  글이 세로쓰기로 쓰여 있어 옛 책처럼 책장을 반대방향으로 넘기는 느낌은 아이들에게 더욱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단순한 그림과 다양한 각도로 바라 본 자연스러움의 조화, 역동적인 이미지와 천진함이 어우러진 표현은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듯 빠져들게 한다. 한숨 돌려 다음 시간에 읽어주겠다 하면 아이들은 ‘지금요 지금요’을 외친다. 시즈카의 그 다음 사건이 너무도 궁금하다고 한다.

 아기 염소 시즈카의 봄부터 겨울, 다시 봄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그리며 엄마 염소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나호코 가족과 시즈카가 친해지는 이야기, 말썽을 피우며 자라고,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새끼를 낳고, 스스로 선 새끼를 본인처럼 홀로 떠나보내는 이야기, 가족의 양식이 되는 시즈카 젖을 짜는 아빠이야기, 다시 말썽을 피우는 시즈카 이야기 -일곱 편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다. 

 어린 시절에는 들판에서 풀을 뜯던 염소들을 무섭게만 여겼었는데 시즈카 이야기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한다. 
 ‘염소 시즈카’ 책을 알게 해준 여인, 지금은 도서관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여 책을 읽고 있다. 그분께 ‘염소 시즈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만남부터 하고도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마음을 나누어야겠다. 조용히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시미선 

 

다시마 세이조 지음 / 보림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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