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197

 

민주노총은 노동자 민중의 염원을 담은 조직이다. 한국전 이후 분단 증오 세상에서 그 싹마저 잘린 상태에서 민주와 평등의 꿈을 부활시킨 불씨, 전태일 열사 이후 구로공단의 박영진 열사를 비롯해 무수한 열사들의 한과 꿈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다. 반독재 민주화의 상징인 1987년 6월 항쟁이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고 그 힘이 그나마 우리를 이만큼 살게 했다. 민주화가 형식이 아니라 민중이 행복한 실질적 민주화가 되기 위해 평등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역사의 물길이 흐르는 곳이 바로 민주노총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과거가 천국인 자유한국당식 수구’나 ‘현재가 천국인 민주당식 보수정치’, 현실 유지, 지금의 안정이 최선인 권력과 돈을 쥔 세력에게 가장 아프고 거북하고 거추장스러운 대상이다. 

민주노총은 2000만 노동자의 대표조직이다. 그 대표성은 역사 속에서 투쟁으로 쟁취한 피 묻은 산물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언제나 정권의 편에서 빛 속에서만 사는 가장 지독한 기회주의 적폐인 한국노총이, 그 한국노총의 손을 잡은 1번이든 2번이든 어떤 정권의 힘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그래서 1991년 전노협 출범에서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지독한 정치적 물리적 탄압과 사회적 수난, 언론 등에 의해 온갖 오물과 욕설을 들어도 새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민주노총인 것이다.    

그 민주노총이 구속됐다. 현 정권과 끊임없이 대화를 원했고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손을 잡고 만나던 김명환위원장이 구속이 됐다. 검찰은 국회 앞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김명환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자발적 출두를 반대했다. 하지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불명예를 받지 않겠다고 출두한 민주노총 위원장은 바로 그 이유로 구속됐다. 불법 파견으로 인신매매를 하고 있는 현대기아 정몽구나 정의선 부자는 멀쩡하고, 구속된 들 풀려나 권력의 품에서 빛이 된 삼성 이재용과 구속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이 선명한 비교는 우리사회 법과 질서와 정치의 불의(不義)함을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민주당 정부 하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김대중 정권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취임 약 3년 만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등을 이유로 당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민주노총 조직쟁의실 간부 3명을 구속했다. 민주노총 간부 ‘줄 구속’은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건의 정도를 보면 2015년 민중총궐기는 전면적 저항으로 이번의 구속사건에 비하면 그 엄중함이 ‘새 발의 피’다. 민주노총에 대한 현 정권의 ‘적대감과 참을성’이 박근혜정권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말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위원장 비롯해 8명에 달하는 민주노총 임원과 간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광범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유례없는 노동을 대상으로 한 공안정국의 조성이자 혹독한 탄압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언제 탄압을 받을까? 현대중공업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익이 아니라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을 더욱 절망으로 모는(노동법 개악)타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귀족노조 이기적 노조라고 맨날 욕을 먹지만 민주노총이 구속되고 탄압받을 때는 언제나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나설 때였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민주노총이 권력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자, 문재인 정권이 더 본격적으로 돈의 입장에서 권력의 단맛을 추구하겠다는 선포다. 

새로 청와대 경제 정책을 책임 쥘 자가 서슴없이 ‘앞으로 기업이 괴로울 일이 없다.’며 삼성 이재용을 만날 것이라 한다. 삼성 이재용은 풀어주고 민주노총 김명환은 잡아넣는 지금의 장면만큼 한국적 정치의 적폐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문재인 정권도 명심할게 있다. 김대중정권도 공기업 민영화와 손배 가압류로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인 노무현도 민주노총으로 대표하는 우리 사회 미래와 적대하는 순간 정치적 폐족의 길을 걸어갔음을 말이다. 

문재훈 소장
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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