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97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한 권을 읽었다’기 보다 성인 동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기분이다. 위기의 순간도 있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책 전반에 흐르고 선한 마음, 따뜻한 마음, 착실함으로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동화적 판타지 감성이 피어오르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책이 만들어져 판매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설명, 책 블로그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인 부분도 있어서 도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흥미롭게 읽혀졌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백화점 대형서점에서 일하는 잇세이는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조용하고 성실한 청년이다. 
어느 날 잇세이는 책을 훔친 아이를 뒤쫓았고 도망가던 아이는 차에 치이는 사고가 난다. 이 일로 아이를 뒤쫓은 잇세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결국 서점을 그만 두게 된다. 10년 동안 일해 온 서점을 그만둔 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잇세이는 작은 시골마을의 ‘오후도 서점’을 찾아간다.
오후도 서점의 주인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오후도 블로그’ 주인.
오후도 블로그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병으로 입원상태이고 어린 손자가 책방을 지키고는 있으나 운영은 어려운 상태. 오후도 주인 할아버지는 잇세이에게 서점운영을 부탁하게 되고 잇세이는 고심 끝에 수락한다.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을 맡으면서 서점에는 활기가 띄기 시작하고 잇세이 또한 삶의 기운을 다시 느낀다. 다니던 서점에서 기획 중이던 신간 책을 오후도 서점에 들여놓은 과정에서 옛사람들과 인연도 다시 이어지고 잇세이는 진정으로 살아있는 행복감을 느낀다.
다소 진부한 줄거리이긴 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오: 벚나무 앵, 후: 바람 풍)처럼 벚꽃 날리는 봄밤 같은 편안함과 책이 있는 공간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여서 물 흐르듯 읽어진다.
올 초 구로구에 있는 ‘인공위성’이라는 이색 서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건축설계사가 대표인 이 서점은 콘크리트 벽, 검정 철재 선반, 기다란 원목 테이블, 간접 조명들과 커피, 차를 만드는 공간까지 서점이라기보다 카페 분위기에 가까웠고, 판매 도서들의 선정도 특별했다.
기증자들에게 받은 책만을 판매하는 이 서점은 기증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만들고 흰색의 새 덮개에 그 질문으로 해시태그(#)를 달아 도서를 판매 한다. 일종의 해시태그북이라고 해야 하나...이렇게 만들어진 질문들엔 누군가의 번뇌가, 또 누군가의 희망이 담겨 인공위성에서 쏘아 올려지는 것인가...본 책과 함께 인터뷰 책자도 함께 판매하는 이 서점은 도서를 판매한다기보다  사람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판매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후도 서점이야기를 보면서 이 ‘인공위성’서점 생각이 계속 났던 건 왜일까?언제부턴가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대형 서점, 국공립도서관의 큰 규모에서 작은 규모인 작은 도서관으로, 이젠 더 작은 공간인 서점과 책방으로  각각의 색깔과 개성을 가지고 생겨나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일인 듯 싶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가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문득 나도 나만의 색깔의 분위기의 책방이 하나 갖고 싶어진다.
아직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숙제이긴 하지만...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이혜숙

 

무라야마 사키 지음 / 류순미 옮김 / 출판사 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