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6시에는  어린이식당 ‘튼튼’으로 변신, 건강한 밥상 제공

 

지난 9월27일 금천구에서 ‘동네부엌 활짝’이 문을 열었다. 건강한농부사회적협동조합(이하 건농)이 만든 동네부엌 ‘활짝’은 낮에는 케이터링으로 음식주문을 소화하고, 오후 5시~6시에는 어린이식당 ‘튼튼’을 운영한다. 그리고 밤에는 조합원들이나 지역 단체의 소소한 술자리를 예약제로 운영한다. 
스스로도 고생문을 ‘활짝’ 열었다고 하는 김선정 건강한농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취지를 들어봤다.

동네부엌 활짝. 직거래장터에서 한 발 나아가야
3년간 소농의 직거래 장터를 매주 화요일 마다 ‘화들장’을 열어 소농의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전해줬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을부엌을 통해 직거래 농산물을 음식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더 많은 소농들의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다.

어린이 식당 튼튼
10월부터 월-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5~6시에 어린이 식당을 운영한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는 2천원의 건강한 밥상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초등학생으로 한정한 것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종일 돌봄이 가능한데 초등학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선 50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려고 한다. 때문에 활동가나 자원봉사자, 기부와 후원을 받을 생각이지만 우선은 건농 매출의 일부를 출현해서 운영할 예정이다. 
기부와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이후 후원이 늘어나면 더 많은 아이들을 먹이거나, 가격을 1천원으로 낮추는데 쓰일 예정이다. 기본으로는 건농의 사업 수익구조로 부엌을 지탱하려 한다. 
그 이유는 지속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많은 어린이 식당, 마을 부엌을 보면 예산지원으로 실행하는 구조가 많은데 지원이 빠지면 멈추게 된다. 어찌 보면 사람들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했을 때 들어가고 빠지는,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사업이었던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매출 수익의 일부를 출연할 것이다. 후원이나 농산물 기부할 의사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사실 후원 물품리스트를 관리하고 어떻게 쓰였는지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다.

시작한 계기
일반 음식점처럼 음식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케이터링, 도시락, 반찬, 급식을 하는 방향으로 일을 확보하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주민들이 반찬을 사거나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남는 시간에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 식당을 하는 생각한 이유는 ‘건강한 밥상’을 위해서다. 화들장에서 점심을 준비할 때 5천원의 비용을 받았는데 1주일에 한번이지만 자연식을 마음껏 먹는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큰 혜택이었고, 만족했다. 이것이 사라지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게 민간차원에서 복지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몇몇의 어려운 분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내 형편에 맞게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보편적인 복지, 민(民)의 복지라고 본다. 
어린이 식당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어린이식당 사례에서는 채소가게에서 일주일에 한번 팔고 남은 야채들로 밥을 해서 나눠준 것이 시작이다. 자기 가게의 남는 시간을 이용했고 1천 엔을 받았다. 식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낼 수 있는 만큼 후원하고, 먹는 사람도 낼 수 있는 만큼 내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에 맞게 공간과 물품을 십시일반으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해보자는 것이다.
개인적인 동기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공동육아를 했음에도 저녁밥이 제일 큰 문제였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상태는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로 너무 힘들어 한다. 부모가 해결할 일은 많고 무게는 너무 무겁다. 돌이켜보면 나도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내 아이가 성인이 됐고, 조금의 여유가 있으니 지금 부모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싶다. 도시생활의 육아에서도 십시일반이 되지 않겠나?

소농들과의 연계는?
화들장의 농산물을 구입해 이용한다. 그리고 언니네텃밭(홍천과 횡성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 편집자주)과도 밀접하게 논의하고 있다. 언니네텃밭도 마을부엌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금 급식체계에서 보면 공공급식센터에서 학교나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에 식자재를 공급한다. 그런데 부엌이 없는 곳은 공공급식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일반식품을 사먹는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활짝에서 공공급식센터의 식자재를 받아 음식을 만들어 납품하는 방식이고, 그보다 발전적인 것은 언니네텃밭과 같은 소농과 유통하는 것이다.
어린이 식당을 열었다고 해도 초등학생들이 스스로 걸어올 수 있는 거리의 아이들만 이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동별로 한 개씩은 어린이 식당이 생겨야 아이들이 와 먹을 수 있다. 이런 어린이식당이 확대되면 소농공동체들과 협약을 통해 서로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언니네텃밭과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농들의 농산물을 사용하는데 있어 우선 단가와의 싸움도 있지만, 원하는 만큼 양이 나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안정된 공급을 받으려면 저장창고 등의 시설이 있어야하고 그런 부문을 뚫어야한다.

도시농업과의 연계
화들장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같다. 도시농부들이 처음에는 채소를 키우는데 몰입을 한다. 그런데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음식을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많은 농산물들이 음식이 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또 반대의 입장인데 화들장 점심을 할 때 반찬을 10가지 정도 만든다. 이 때 “이건 질기긴 한데 오늘 텃밭에서 수확해 만든 거예요.”라고 소개해주면 다른 작물보다 더 빨리 동이 난다. 그 가치를 아는 것이다. 잘 키웠지만 버려지는 것들을 음식으로 만들어 놓으면 달라진다. 농산물은 진짜 식탁에 올랐을 때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게다가 도시농부들은 채소가 어느 시점에 자라고 나오는지 그 흐름을 잘 안다. 이 시기에 무엇이 맛있고, 질겨지고, 단물이 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요리에 적용할 수 있어 도시농업의 효과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 결국 도시농부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도시농부들에게 
개소식에서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고 인사를 했다. 많은 분들이 고생스러운 일 벌였다고 많은 걱정을 해주는데 걱정이 되긴 하지만 꼭 시도해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힘으로 버텨야 하지 않겠나 싶다. 도시농부들이 텃밭교육부터 경작하고 밥상에 올리는 먹거리까지, 도시민의 식생활과 먹거리 생태계 전반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서울에서도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에 뿌리 내린 도시농부들이 어떻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고민해야한다. 도시농업활동영역에서 먹거리 쪽으로 비중을 확대해야한다. 그래야 도시농업의 가치들이 더 확산되고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상자텃밭 만들고, 학교 교육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텃밭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생겨야한다고 본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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