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이야기 204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덕을 보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손안의 인터넷서점이 그것이다. 오랜만에 문학 장르로 들어가서 무슨 책이 신간으로 나왔는지, 인기가 있는지 쭉 보다가 도서관 독서모임을 갖는 요일과 같은 ‘화요일’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알고 보니 거의 20년 가까이 중·고등학생 추천도서에 있을 만큼 권장되고 있는 책이었다. 책의 겉표지를 리뉴얼해서 다시 출판할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출판사마다 평범한 사람의 죽어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는 열한 번째 출판사에서 출판계약을 맺게 되었고 지금 이 책은 수 십 개국에 출판되어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여러 모임, 장례식장, 교회 등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읽혀지고 있었다. 
나는 화요일 날 독서모임을 갖는데, 작가 미치 앨봄은 몇 달 동안의 화요일동안 작가의 대학시절 교수님과 죽어가는 것의 의미를 토론하는 모임을 갖는다. 그 내용에서도 엄청난 파격과 무게가 느껴지는 이유는 삶과 죽음은 동시에 있고 우리 곁에서 멀지않음에도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멀찌감치 밀어놓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수님은 60세가 넘으면서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즉 루게릭병에 걸린다. 내 생전에 영어로 더 쉽고 익숙한 병으로 유일하다. 얼마 전 하늘의 별이 된 앨빈 토플러도 이 병에 걸렸었다. 그래서인지 루게릭병은 천재에게나 걸리는 희귀하고 어쩌면 미화된 기억으로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 보니 몸이 아래부터 위로 녹아내려 몸 안에 몸이 갇히고 통증은 그대로 느껴진다니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그 무시무시한 병에 걸린 모리교수가 ‘생명이 있는 나를 참을성 있게 연구하시오’라고 말하니 그는 죽음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담대할 수 있었을까.
사람은 태어나면 동시에 한번 죽음을 약속한 것과 다름없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조차 죽음은 환상으로 아련하게 꾸며진 이미지 일뿐 전혀 현실감이 없다. 하지만 죽음의 그 순간을 알아내려고 생각에 빠지는 것은 우매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신만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마지막이 있는 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내는냐에 집중해야한다. 그 과정이 가치가 있다면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처럼 해냈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 이해가된다. 교수는 우리가 달성하려는 많은 것들은 가치가 없는 것이 많다고 한다. 내가 오늘을 달리게 하는 그것은 결국에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배가 목표 없이 항해하면 비바람에 휩쓸려 외딴 무인도에 다다를 수도 있는 것처럼 인생의 항해자인 나는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목표를 점검해야겠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것이 인생의 최우선순위가 되면 결국 끝없는 사막을 걷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삶이라는 여정에는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웅덩이도 패여 있지만 부드러운 잔디밭도 있는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겨도 그러려니 하고 기쁜 일이 생기면 반갑고 감사하게 맞이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내 인생여정의 의미 있는 하루이길...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이명신

미치 앨봄(작가) 지음 ㅣ 공경희(번역가) 옮김 ㅣ 살림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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