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206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짜르의 장군 잘베스키는 이렇게 적었다. “일용노동자가 시장이 된다. 자물쇠 제조공이 공장주가 된다. 짐꾼이나 경비원이 갑자기 재판장이 된다. 병원의 조수가 병원장이 된다. 이발사가 관리가 된다. 상병이 총사령관이 된다. 누가 이 사실을 믿겠는가?” 
‘누가 이 사실을 믿겠는가?’ 귀족도 영주도 지주도 아닌 것들이 사회 정치 경제의 주역이 되는 세상을? 그러니깐 봉건전제가 민주공화제로 바뀌는 역사를 짜르의 장군은 상상도 못했다. 
우리는 21세기 서울에서 짜르 장군의 환생을 본다. 육군 대장 출신 박찬주다. 부모 갑질이라니, 상사 갑질이라니, 선생 갑질이라니, 그것은 세상을 지탱하는 등뼈이자 훈육의 고갱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이런 위계질서를 흔드는 것들은 당연히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하는 것이다. 
삼청교육대는 80년대 초반 전두환이 사회를 억압했던 두 가지 공포 “광주 학살”과 “삼청교육대와 백골단”의 상징이다. ‘감히 반대를 하려면 목숨을 걸어라, 까불면 다 죽는다.’는 협박의 흉기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느슨해진 심신을 다잡는 ‘극기 훈련’이라 한다. 그러니 그에게 갑질이란 말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일까? 수직적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니, 수평적 존중으로 조직이 굴러갈 수 있다니, 아랫것들 그러니깐 천한 것들이 가진 권리라니... 이 무슨 하늘과 땅이 거꾸로 서는 소리란 말인가? 
이렇게 노골적인 것은 사실 걱정도 되지 않는다. 왜냐면 보편과 상식의 눈에 그들의 낡아 썩어 문드러진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찬주라는 전형적인 괴물 꼰대로부터 황교안과 그의 주변, 광주학살이 구국의 결단이고, 삼청교육대가 극기 훈련이니, 고문은 아마 정신 교양 쯤 여기는 저들이 실은 친일 후예들일 뿐 아니라 독재자의 적자들임을 친절하게 되새기게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근데 여기 또 다른 낡음이 있다. 1973년 대구 태생으로 KAIST 전산학과를 나와, 게임개발사와 벤처투자사를 거쳐 스타트업을 한,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소탈하고 수평적 리더십의 소유자“로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장병규라는 분이다. “내일 당장 망할지 모르는데 벤처가 어떻게 52시간 지키나”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뺏는 거다.”(중앙일보) 이 정도면 박찬주가 전두환 시대에 산다면 이 젊은 개혁가는 박정희의 유신시대를 만들고 있다. 법과 관련된 인권적 의식은 한 200년 전쯤인데 그가 미래 혁신 혁명의 대표라니 정말 앞이 캄캄하다. 
기성의 택시에 비해 ‘타다’라는 것이 혁신인데 이를 낡은 법 의식이 가로막는다고 하고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것이 기존의 택시라면, ‘타다’는 승객이 차를 골라 타고, 원하는 대로 부릴 수 있어서 서비스의 혁신이라는 것이다. 자가용처럼 부리는 택시는 참 좋지만 그 편리함에 운전하는 노동자가 제거되어 있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새벽에 배송되는 택배의 신선함에 밤새 배달하는 노동자들의 피땀이 흥건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비자 중심의 사회, 생산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능멸, 이것이 바로 가장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옥화라는 것을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퇴행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군대장 출신 박찬주가 낡아 보이지만 이른바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성공, “포브스 선정 2019 한국 부자 순위 47위“ “자산 8억9000만 달러(1조 513억 원)”를 가지신 것도 모자라 청와대 핵심을 차지하신 이분이 나에게는 군내 악취가 더 난다. 과거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퇴행을 포장한 이 교활함에 치가 떨린다. 그래서 묻는다. ‘천박한 과거’ 박찬주 황교안과 ‘미래 팔이 과거’ 장병규 문재인, 지금 누가 더 낡았는가?  

문재훈 소장
남부노동상담센터

'탐방 기고 >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학의가 무죄라고?  (0) 2019.12.11
기부금-자비를 팔다  (0) 2019.12.11
폼생 폼사?  (0) 2019.12.02
국론(國論)분열? 국론이란 없다!  (0) 2019.10.15
삭발이 의미하는 것  (0) 2019.10.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