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208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이란 24살 젊은이가 일하다 목이 잘리고 몸통이 짓이겨져 죽은 지 벌써 1년,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진상이 조사되고 불행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권고했지만 단 하나도 변하지 않는 시간 1년입니다. 외려 정부와 국회는 죽음의 노동을 강화하는 노동법 개악에 애를 쓰고 있습니다.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는 가정만 잘 지키면 우리 가족 행복할 줄 알았는데 우리 이웃을 지키지 못하면 가족도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아들이 죽고서야 알았다고 눈물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노동에 맞서 ‘우리가 김용균이다.’다고 외치자 이 산 김용균들을 위해 현실이 주는 절망에 지지 않겠다고 외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한 우주의 죽음입니다. 단지 하나의 무심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것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공화제의 전제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의 조국과 박근혜가 아니라 김용균의 죽음을 보는 우리의 자세와 의지가 보여 줍니다. 그 의지가 생생한 시 한수룰 우리 구로공단의 시인 송경동이 1주기 추모집회에서 낭송한 시로 대신합니다.   문재훈 소장(남부노동상담센터)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1주기에 부쳐
시인 송경동

물론 우리가 개돼지보다
나은 대접이란 건 안다
지난 돼지열병 때
기껏 십 수 마리가 발병으로 죽자
산돼지 25만 마리가 도살당했다
2011년 구제역 때는 128만 마리
조류인풀루엔자 때는 닭 41만 마리가
생매장 당했다. 죽을 위험이 있다고
그 모두를 죽여 버리는 잔인한 세상

물론 우리도 개돼지만한
처우라는 것도 잘 안다
하루 여섯 명씩 일수 붇듯
착실히 년 2500명이 죽어가는
무자비한 산재살인세상이 수십 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어떤 예방 활동도 조치도 하지 않았다
원인인 자본가들의 불의와
관료정치인들의 협잡은 격리 차단되지 않았다
백신이 되어야 할
법과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김용균은 오늘도 죽었다
내일도 모레도 착실하게 죽을 것이다
오늘은 머리가 깨지고 내일은 롤러에 말리고
모레는 터져죽고 치어죽고 깔려죽을 것이다
살처분 당하기 전에 알아서 생을 묻는 이들로
OECD 자살공화국 1위가 된 지는 오래

그 사이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해마다 50조씩 공손히 쌓여
2019년 950조가 되었다
시중에 금괴는 없어서 못 팔고
부동산 가격은 2000조가 뛰었단다.

그 사이
일 잘하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확대로 조삼모사
52시간제는 탄력근로제 확대로 누더기
산업재해보상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ILO협약비준과 지소미아 핑계로
박근혜도 못한 노동3권 개악

그 사이
수구보수는 다시 복권되어 널뛰고
다시 실력과 유능이 된 특권과 불공정
제국주의 미국과 대재벌 삼성과
손잡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사냐는 협박
민주당이 20년은 집권해야 민주화되니
그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폭력

이런 세상에서
또 다른 김용균이 오늘도 죽고
내일도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들이 우리를 개돼지
닭 보듯 않게 하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잃었던 분노를 다시 새겨라
유보했던 저항의 뇌관을 터트려라
새로운 국가는 새로운 인민들이 만드는 법
오직 우리가 진정한 역사의 주인으로 설 때
모든 적폐가 뿌리 뽑히고
해방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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