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분과로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내 순번으로 정해진 책이다. 겉표지만 보고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인가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가난하여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고 욕심 없이 살다간 진정한 의사 이야기였다. 신앙심이 깊었고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무료 병원을 여는 등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정말 훌륭한 의사선생님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동의보감에서 보면 ‘심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의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늘 편안케 하는 인격을 지닌 인물로 병자가 그 의원의 눈빛만 보고도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경지에 있다. 그건 의원이 병자에 대해 진실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고서야 가능한 품격이다. 장기려 박사야말로 ‘한국의 슈바이처’ ‘사랑의 의사’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수많은 어려운 환자들을 돌봐주셨던 의사였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장기려 박사님의 미담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희생의 봉사 정신을 실천하는 박사님은 멋있고 존경스럽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을 힘들지 않았을까? 나 자신도 챙기고 내 가족도 챙겨가면서 주변 사람들도 챙겨주면 좋을 텐데 뭔가 가족들에게는 무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면서 조금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다. 
 의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필독서로 지정되어 읽고 뭔가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죽기 전까지 저런 마음으로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장기려 박사님이 남기신 시 한편과 좌우명도 공유한다. 

 

 

송도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장기려

수도꼭지엔 언제나 시원한 물이 나온다.
지난겨울엔 연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쌀독에 쌀은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세끼 밥을 먹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언제나 그리운 이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키울 수 있다.
그 놈이 새끼를 낳아도 걱정할 일이 못 된다.

보고 듣고 말함에 불편함이 없다.
슬프게 울고 기쁨에 웃을 수 있다.
사진첩에 추억이 있다.
기쁠 때 볼 사람이 있다.
슬플 때 볼 바다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 사랑이 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임선명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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