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이야기]


나는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고, 내 뱉어 본 적이 있다. 신이란 어떤 존재인가? 전지전능하며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존재. 하지만 그런 신을 대체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신성한 신에 빗대어 진 ‘엄마’라는 역할에 고귀함을 느끼는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엄마’로서 사는 것이 힘에 버거웠다. 첫째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꼬맹이였을 때 우연히 영재테스트를 했는데 결과치가 아주 좋다는 학습지선생님의 말에 학습지를 다섯 과목이나 시킨 적도 있었다. 도서관에 더 자주 데리고 가려고 이리저리 궁리한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 후 교육비를 줄여보겠다고 내가 직접 수학을 가르치다가 안한다는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며 문제집을 두 동강내어 던져버린 적도 있었고, 시장을 보고 요리를 일일이 다 해서 먹이고 신랑에게는 바깥일에만 매진 할 수 있게 집안일은 전혀 시키지 않았다. 어느 순간 아이와 가정 일에 집중 된 나의 삶에 우울감이 오는데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책에서는 ‘60점 엄마’가 ‘100점 엄마’보다 아이에게 더 좋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이를 끼고 살았던 시절에, 난 스스로 100점 엄마가 되려고 했었다. 처음엔 아이도 그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서로 부딪히는게 많아지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다. 아... 아이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주지 않는 게 당연한 것이구나. 난 나의 삶이 있는 거구나.
페미니즘이 이슈화 되면서 여성의 자립과 평등에 해한 관점이 급속도로 바뀐 것을 느낀다. 사회만 바뀐 것이 아니라 육아는 엄마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예전의 나와 아주 딴판의 말을 한다. “애는 좀 설렁설렁 키워야 서로 편해요, 옆집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워 봐요.”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나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든든한 지지자이다.

사실 작가는 정말 힘든 육아를 했다. 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많은 위기를 넘겨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엄마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 육아를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가 얼마만큼 열심히 하든, 아이는 제 운명대로 자랄 것이라’는 말이 엄마로서의 불안감과 죄책감 같은 원죄를 사하여 주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들렸다. 
경력단절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일하는 엄마가 된 지금 아이들은 내가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들과 더 사이좋게 놀고, 자유롭게 TV도 보고, 숙제도 나름 열심히 해간다. 이런 과정에서 혹시나 아이가 아프다 해도 그것은 엄마인 내가 옆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엄마인 내가 행복하고 어른으로서 자립해 있어야 아이들도 그러한 나를 보고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짧게 책의 내용을 남겨본다.

 - 엄마는 다만 가장 가까운 한 어른으로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면서 아이에게 ‘이런 삶도 있단다’를 보여 줄 수 있을 뿐이다.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이명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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