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처럼 아름다워... 이라크만큼 슬프다.
시리아처럼 죽음으로 지치다 예멘처럼 파괴되었지.
리비아처럼 상처 곪다가 팔레스타인처럼 잊혀지지.

다른 사람들에게 좋고 나쁨을 날 것으로 들어내는 것에는 아주 오래된 역사와 구조의 비참이 놓여있다. 우리는 백인에겐 관대하고 유색인에게 인색하다. 서구 제국주의 문명, 무엇보다 미국 문명이 지배적 영향을 받은 결과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비참의 또 한 장면을 보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연관된 ‘중국혐오’다. 바이러스가 만든 혐오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된 혐오가 신종 폐렴을 빙자하여 창궐한 증상이다. 이 현상을 파고들면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민낯을 만난다. 미국의 눈으로 보는 단색의 세상 말이다. 중국혐오 전에 우리는 아랍 이슬람 혐오에 빠졌다. 그 전에는 반공반북의 혐오다. 혐오의 공통점은 미국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언저리 주변으로 찍힌 대상이다. 

미대통령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세기의 거래’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 거래가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이스라엘은 1967년부터 불법 점령해온 팔레스타인 지역을 병합한다. 요르단 밸리, 동예루살렘, 매년 야금야금 늘려온 불법 유대인 정착촌 등 유엔이 불법 침략으로 규정한 것을 한꺼번에 차지하게 된다. 이스라엘은 국제 알 박기에 성공하고 2천년을 산 땅에서 추방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영토에 둘러싸인 일련의 폐쇄 도시 구역에 갇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국경과 이민, 안보, 영공, 대수층 및 전자기파를 통제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하나였던 악명 높은 반투스탄(흑인 거주 구역 설치)이 부활하는 것이다. 이것은 ‘거래’라 아니라 강도 사기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이메이는 평한다. “그 계획은 첫째 어리석고, 둘째 사악함의 신호이며 셋째 실행 첫날부터 그들에게 해로울 것이다.. 미국의 그 공작은 트럼프보다 먼저 사망할 것이다”

미국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지배의 룰은 오직 미국의 이해관계다. 아니면 세상은 결국 힘이고 억울하면 힘을 가져라 는 야만의 세상이다. 우리는 올해 들어 이른바 한미 주둔군 방위비 논란에서 그 일방적 폭력성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평화 인권 존중 공존을 원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세상은 오직 ‘저항만이 의무’가 된다. 왜 그런가하면 트럼프의 정책이란 것이 미국의 이상(異常)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본심이 날 것으로 들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트럼프의 ‘세기의 거래’를 세기의 사기로 규탄하지만 오바마도 클린턴도 이스라엘의 침략 지배에 대해 묵인 동조해 왔다. 양아치나 조폭이나 서민들에겐 그저 상종 못할 폭력일 뿐이란 말이다. 그래서 미국과 친하면 핵을 가져도 남의 나라를 침략해도 그것을 인종적으로 지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악한 상징이 바로 이스라엘의 존재다. 

인간의 사악함은 종종 자기의 경험을 극단화하고 단절하는 데에서 파생된다. 이스라엘은 히틀러에게 인종 청소를 당한 나찌의 희생자로서 명백하게 폭력의 피해자지만 2천년을 넘게 살아온 팔레스탄인 2천만명을 추방하고 점령하며 청소 중인 가해자다. 하지만 자기들의 오래전 피해는 극단으로 현실화하고 명백한 현실은 눈 감는다. 내가 입은 상처를 이유로 다른 이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범죄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상처는 혐오와 비참의 흉기가 된다. ‘비판과 성찰’조차 자기가 받은 상처를 키우는 것으로 본다. 친 팔레스타인이 미국과 유럽에서 반유대주의가 되는 순간이다. 이 무지와 맹목의 사슬에 갇혀 버리면 세상은 혐오하지 않으면 혐오 당하는 지옥이 된다. 이 지옥의 다른 이름이 이기, 경쟁, 탐욕, 배타, 배제, 유대의 파괴가 사회구성의 근본인 자본주의적 체제의 폭력적 완성인 제국주의다. 모두가 모두에게 제국주의자가 되고 싶은 이 참혹함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현실 인간 존재들, 자본주의형 인간들의 근본적 비극이다. 

 

그래서 오늘도 팔레스타인의 한 청년은 말한다. 
우리는 남아 있을 거야 당신들의 가슴에 담벼락처럼,
그리고 당신의 목에 유리 조각처럼, 선인장 가시처럼, 
그리고 당신의 눈에서 불의 폭풍으로.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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