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파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가 정신차려 주위를 돌아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훌쩍 커 있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오늘의 주인공은 올해 여섯 살인 둘째 딸이다. 며칠 전부터 아이의 앞니가 흔들린다는 제보를 받아 앉혀놓고 살펴보니 이빨이 흔들리며 밑에서 새로운 치아가 올라오는 것이 이미 한 발 늦은 것 같다. 아차 싶었다.
첫째인 아들의 흔들거리는 앞니에 실을 걸어주며 ‘얍’하며 뽑아주던 게 며칠 전인 것 같은데 벌써 둘째의 차례란 말인가. 세월은 탱크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아이는 이미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평소에는 천하의 말괄량이로 거실 소파에서 점프하며 마구 뛰어다니며 호랑이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하룻강아지처럼 엄마를 힘들게 하던 둘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성통곡할 준비를 갖춘 채 아빠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이빨을 안 빼면 말이지, 미워진단 말이야.. 하나도 안 아파 알겠지?”
아이의 마음을 그렇게 안심시키고 실을 조그맣게 매듭을 지어 문제의 이빨에 걸어본다. 아이의 이빨은 정말 작기만 하다. 아빠의 손가락은 마치 야구 방망이처럼 굵어 보인다.
조심조심 매듭을 지어 이빨에 걸어 살짝 잡아당겨 고정을 시키고 아이의 눈치를 살핀다. 눈망울에 고인 눈물이 한 대야 가득이다. 톡 건드려만 주면 터져 나올 기세다.
이럴 땐 말을 계속 걸어줘야 한다. “이빨은 뽑아서 옥상에 던져줘야 한데, 왜냐면 그래야 새 이빨이 예쁘게 나온단 말이지? 근데 오늘 간식은 뭐 먹었어?”
아이는 ‘으,으~’ 하며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아이가 이빨에 대해서 잠시 집중하지 않는 틈을 타 ‘탁’하며 실을 잡아 당겼다.
이런.. 실만 쏙 빠져 나온다. 다시 묶어야겠군. 또 한번의 시도에서도 역시 실만 쏙 빠져나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이빨을 손으로 흔들어 보니 이미 99% 빠진 상태이다.
어떻게든 오늘 승부를 내야 한다. 다시 용맹정진의 마음으로 실을 튼실하게 묶어 본다.
그리고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외치며 잡아 당긴 순간. 뭔가 ‘툭’ 하며 빠져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의 눈물보는 터져 버렸다. ‘엉~엉’ 하며 우는 아이를 안아주며 괜찮아, 아프지도 않잖아, 이제 끝났어.. 그렇게 얘기해주며 살펴보니 제대로 빠졌다. 나오고 있는 새 치아의 자리만 잡아주면 될 것 같은데.. 그 옆에 있는 이빨도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조만간 또 한 번의 승부를 벌여야 할 듯 하다.
하여간 오늘의 이벤트는 끝!
아이는 천하의 말괄량이이자 하룻강아지로 복귀하여 사방팔방 뛰어 다니고 있다. 저 녀석을 잡아서 얼른 씻기고 재워야지. 아빠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독산1동 김희준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께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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