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고] 아빠가 쓰는 세남매 성장일기

세 아이의 아빠는 73년생 소띠이다. 동네를 쏘다니며 놀던 그 시절에는 서울도 서울같지가 않았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대림동은 어딜 가도 배추밭, 무밭이었고 비닐하우스 옆에는 또랑이 흐르던 시골이었다.

코흘리개 꼬마가 여덟살이 되어 입학한 ‘국민학교’는 신대방동에 지금도 건재한 문창국민학교!
진정한 ‘국민’이 되기 위해 손수건 하나씩 달고 운동장로 모여든 코흘리개의 수는 엄청나기만 했다. 1학년이 무려 24반까지 있었고 2부제도 모자라 지상도 아닌 지하에 있던 1학년 교실은 교육장소가 아니라 차라리 ‘수용시설’이었다.
파마머리를 했던 젊디젊은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 치여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국민으로서 그 옛날에 받았던 성적표는 '수우미양가' 로 과목별로 등급이 매겨져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바 오늘 아들이 건네준 성적표를 보니 많이 달라졌다.

학업성취도가 기록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과목별 수우미양가 는 없어지고 과목내의 단위별로 가급적 아이가 잘하는 것을 강조하고 부족한 점은 더욱 격려하여 채워나갈 수 있게 하는 점이 눈에 띤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녀석이 운동회에서 계주선수로 활약한 것도 언급되어 있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빠의 시선은 성적표 하단의 ‘종합의견’으로 쏠린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마음이 넓어 친구들의 신망이 높으며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며...”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외모부터 애비를 빼다박은 아들녀석..성격까지 유전되었군..ㅎㅎ..흠~ 맘에 듭니다. 네..
그런데, 성적표 제일 밑에 ‘과목별 종합의견’이라는 것이  가히 본 성적표의 화룡점정이라 할만한 멘트라 할만하다.
“글을 읽고 그 뜻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충고하는 말을 들었을 때 대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음”
국어과목의 평가의견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본다. 충고하는 말을 들었을 때 대답하는 방법'을.. 그것도 '잘' 알고 있다니....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들을 불렀다.
"아들아, 충고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대답하는 거냐..."
아들의 답은 간단했다.
"고맙다고 하면 돼!"
쿵! 그래 그거였구나... 그것이었구나...
사회에서 배워야 할 것을 이미 초등학교3학년때 다 배운 거였다. 다른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너는 하산해도 된다.. 얼른 돈벌어 와라..ㅋㅋ

독산1동 김희준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께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