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셋이다. 아빠는 하나다.
아이에게는 나만의 아빠지만 아빠에겐 이놈도 저놈도 다 내 자식이다. 부모의 손길과 사랑에 아직은 항상 배가 고픈 아이들.
퇴근 후 현관을 열고 나타나는 아빠에게 달려가는 순서조차도 그들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의 순간일 뿐이다.
이제 세 살을 잡수신 막내는 행여나 언니에게 뒤쳐질 새라 현관 키를 누르는 소리만 나도 꽥꽥 괴성을 지르며 현관으로 달려온다. 혹시나 언니가 앞을 가로막으면 바로 주저앉아 대성통곡이다.
막내가 이렇게 어리니 첫째도 둘째도 양보하지만 길지도 않은 퇴근 후 저녁시간을 막내만 챙기고 있노라면 다른 집에서는 막내 대접을 받으며 어리광피워야 할 여섯 살 둘째 딸은 소파에 홀로 앉아 동화책만 보기 일쑤다.
장남은? 그 나름의 방법이 있다. 막내가 아빠에게서 관심을 잠시 끊은 사이에 학교에서 받아온 시험지를 펼쳐들고 자기가 틀린 문제를 왜 틀려야 했는지 억울하다며 하소연한다. 아들의 말은 자기에게도 아빠의 관심을 주라는 의견이겠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했다고 격려해주며 다음 축구수업 일정을 물어본다.
그렇다. 아들은 아들이라서,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본 아기라서 애틋하고 막내는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써야 하고 이래저래 둘째에게 돌아갈 관심의 몫이 제일 적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점을 그동안 신경쓰지도 않았고 문제의식도 없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전해준 말을 듣고 나서야 아둔한 아빠를 자책하게 되었다.
아빠는 밖에 있었고 가족들은 집에 있던 어느 날 저녁. 안부를 전하는 전화를 건 아빠는 장남부터 찾았고 그 담엔 막내의 건강을 물었고 그리곤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왜 아빠는 나를 바꿔달라고 안해? 그렇게 둘째는 엄마에게 물었다. 대답은 아빠의 몫인걸. 그렇다. 나도 인정하기 싫지만 둘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아빠랑 있으면 달려들지 않고 데면데면 혼자서 책만 봤던 거였니..
아, 미안타!. 야근하는 어느 밤. 작정을 하고 집으로 전화를 건다. 둘째부터 찾는다. ‘뭐하고 있었어?~’ 말투까지 나긋하게 음성변조까지 해가며 안부를 묻는다.
이 정도면 될까? 안될까?
미심쩍기는 하지만 시작이 중요한 법.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앞으로가 중요하다.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마음속에 자리만 잡고 있었던 것인가. 아빠는 다짐해 본다. 끄집어 내서 아프도록 깨물어 줘야겠다고. 앞으로도 쭈~~욱!

독산1동 김희준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께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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