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 지음
양경희 그림
바람의 아이들 출판
도서관에 좀 뜸하게 가다가 요즘은 비교적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늘 청소년 쪽을 어슬렁거리게 되지요. 새 책이 있나, 안 본 책은 왜 이리 많나 … 중얼거리며 책장을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전에는 없던(아니면 안 보였던) 책이 두 권이나 나란히 꽂혀 있는 겁니다. 제목은 <오래된 미래> 지은이는 헬레나 호지, 책은 두툼한 편이나 무지하게 가볍고 겉표지에는 눈이 예쁜 아기와 인상 좋은 할머니가 웃고 있습니다.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미래가 오래되다니…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됩니다.라다크는 인도에 속한 작은 왕국입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지은이는 라다크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주 세세하게 알려 줍니다.
책의 처음에서는 처음 지은이가 라다크에 갔을 때 라다크인들이 보여주었던 삶의 지혜를 찬찬히 풀어놓습니다. 거기에는 대가족의 이로움과 갈등을 해소 하는 방법들,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이 나오지요. 책의 중간에서는 이러한 라다크인들의 지혜로운 삶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황폐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처음 지은이가 라다크에 갔을 때와 개발 이후에 방문했을 때 너무도 달라지죠. “여긴 가난 같은 건 없어요” -체왕 팔조르 1975년“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체왕 팔조르 1983년이렇게 변한 라다크를 지은이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반개발’이라는 개념으로 라다크의 변신을 다시 한 번 노리고 있습니다.
반개발은 개발의 무분별함과 폭력성에 반대하면서 대안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헬레나 호지
가 서울에 왔습니다. 자신이 책을 내는 것도 모두 이 프로그램에 쓰기 위한 것이라 하고 자신의 책을 선전하러 서울에 왔다고 합니다.
<오래된 미래>는 사실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반개발의 뜻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다크인들 스스로가 추진해 가는 계획이라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보면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이 우리가 할머니께 듣거나 직접 본 내용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 사람이 중심이지만 다른 생명체에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마음… 이런 것들은 옛 우리 조상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린 친구들은 읽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고등학생이면 좋을 것 같고 부모님이 읽으시면 더 좋겠습니다. 지금의 우리 삶이 뭔가를 자꾸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셔요!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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