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에
       대한 그리움...
                               
                                        해피빈 6기 민보나
가을향기 짙은 이 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진한 그리움 속에 빠져본다
커피향기를 맡으며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아직도 내안에 사랑이
남아있다는 것이야
메마른 가슴을 부여안고
쓸쓸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네가 있어서 난 외롭지 않는다.



“더더더…, ”
세린씨가 조심스레 컵에 우유를 따르고 옆에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코치하는 엄경수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집중하느라 입술까지 뾰족하게 오무린 채 세린씨의 손에 들린 컵을 주시하고 있다.
“그만! 이정도면 충분해요.  스팀은 봉을 옆쪽으로 빼고 자 돌려보세요. ”

바짝 긴장한 채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는 세린씨 옆에 붙어 서서 함께 에스프레소머신의 스팀밸브를 돌린다.
선생님 또한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자칫 긴장을 놓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품이 생기면 담그세요. 용기를 만져보고… 따뜻해지고 있죠?”
긴장을 놓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세린씨를 확인한다.
 “뜨거워지면 스팀을 잠그세요.”

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선 2009년 5월부터 19세~25세 이하의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직무교육 및 취업지원프로그램인 ‘해피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피빈’은 매주 화/목 오후1시30분~4시30분까지 3시간씩 총 100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복지관 4층에 차려진 카페 ‘정가네’에서 약 2개월간의 카페 실습 훈련을 거친 후 취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기까지 30명의 교육생을 배출하였고 이중 8명이 취업에 성공 하였으며, 그 중 5명이 바리스타로 취업되었다.
현재 6기 교육생 7명이 2.5:1의 경쟁률을 뚫고 ‘해피빈’프로그램에 참여 하고 있다. 실습할 음료의 레시피 등의 이론수업을 진행한 후 교육생들과 카페 바(bar)에 둘러서서 선생님이 먼저 오늘의 음료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시범을 보여준다.

시범이 끝나면 교육생들이 직접 실습을 해 볼 차례이다.
일곱 명 이 한명씩 차례로 음료를 만들어 본다.  선생님의 시범까지 포함하면 똑같은 음료 만드는 방법을 여덟 번이나 반복 교육을 받는 셈이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카페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교육 중 조심스럽게 커피주문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오는 손님의 아메리카노 주문을 받고, 선생님은 교육생인 보나씨에게 손님께 나갈 커피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처음으로 손님께 나갈 커피를 만들며 보나씨는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님께 커피를 건네고 돌아오는 보나씨는 돈을 받는 것도 잊어버렸다.
“커피값도 받아와야지.” 선생님의 지적에 바알간 얼굴로 돈을 받으러 뛰어간다.

6기 후배들의 교육시간동안 ‘정가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형석씨는 2기 수료생으로 수료 후 2개월간 ‘정가네’에서 실습을 거쳐 ‘커피빈’으로 취업해 1년간 일을 하다 건강이 나빠져 ‘정가네’로 돌아왔다.  바리스타교육을 받고 있는 후배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형석씨는 “여러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이 일이 참 좋다”고 한다. “커피배달 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라고 천진하게 말하는 형석씨의 말에 옆에 있던 엄경수 사회복지사는 “가끔 옆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전화로 음료를 주문해 오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엄경수 사회복지사는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바리스타로의 취업욕구가 강해지는 것 같다.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 사진도 찍어가며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습으로 세린씨가 만든 ‘민트초코’한잔을 대접받았다. 취재 후 돌아오는 내내 시원한 민트향과 달콤한 핫초코의 따뜻함이 온종일 마음까지 상쾌한 따뜻함으로 행복한 여운을 남긴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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