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번째 이야기-유치원 보내기, 정답은 어디?

2006년 2월생인 둘째는 지금 독산1동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태어나서 집에서 키우다가 돈벌러 나가야 하는 엄마아빠의 숙명으로 어쩔 수 없이 보육기관의 손길에 맡긴지도 어느새 5년이 흘렀다. 다행히 그 시간동안 아이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우리 세 아이들을 모두 맡아 키워준 어린이집에 새삼 감사를 드린다. 장남이 네 살 때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와 만난 선생님이 이제 막 네 살이 된 우리 막내딸도 맡아 키워주시니 보통 인연은 아닌 듯 싶다. 둘째인 딸아이가 올해 일곱 살이 되었다.
작년 가을인가 싶다. 오빠가 가방들고 다니며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얼른 학교 다니고 싶다며 줄기차게 졸라대는데 2월생인 만큼 정 원한다면 학교야 보낼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정답인가 싶어 엄마아빠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주변 선배 엄마아빠들에게 물어도 보고 아이한테 몇 번이고 다시 의사를 확인해보는 번뇌의 나날이 무작정 흐르던 지난 가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내어 충청도 어딘가에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사무실 동료가족과 시간을 맞추어 두 가족이 함께 떠나 숲속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요한 것은 사무실 동료의 아내님이 바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는 것. 바로 우리 부부의 고민을 털어넣고 자문을 청해 본다.
아이의 뛰어노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던 선생님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답을 주신다. “지금 보내는 것보다는 나이가 돼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유도 달아 주신다. “재은이가 또래보다 키도 크고 성격이 활달해서 리더십도 있지만 그 때 아이들의 한 살 차이란 것이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어요” 밥을 먹어도 한 그릇을 더 먹은 연륜의 차이가 그 맘 때 아이들에게는 심리적 성장의 측면에서 보이지 않게 드러난 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은이가 제 나이때 학교에 가면 2월생이고 그 성격에 또래 아이들의 대장 노릇을 하며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데 굳이 한 해 먼저 보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요지였다. 결론은 그렇게 났다. 때가 되면 보내는 것으로.
아이에게도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 수긍하는 눈치여서 근심은 덜해졌는데 새롭게 부상한 문제가 있다.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또래 여자아이가 없다는 것인데 그게 별 문제인가 싶은 것이 아빠의 마음이라면 엄마의 걱정은 그렇지가 않다. 아무래도 또래 여자아이들과의 교류가 없는 것이 맘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상한 해결방안은 유치원에 한번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 가면 또래들도 많고 나중에 학교에 입학하더라도 계속 만나던 친구들이 있으니 적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인데 물론 아빠인 나도 그렇게만 된다면야 나쁠 것은 없지 뭐.. 하며 동의를 하였다.
그러나 갈만한 유치원을 찾기 위해 막상 동네를 살펴보니 막막하기만 하였다. 현재 살고 있는 독산1동이 안양천을 경계로 서울권과 분리되어 있는지라 실질적인 생활권은 광명시인데  우리 집에서 가까운 몇몇 광명시 유치원에서는 광명시민이 아니라고 홀대(?)받아 입학이 안되고 같은 금천구에 있는 유치원은 이미 정원이 꽉 차버린 상태여서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답이 안나온다.
행정구역이 우선일까 생활권이 우선일까. 맥주 한캔 사러 갈 때도 길 건너 ‘경기도’에 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족의 일상생활인데 지척에 둔 유치원 입학이 단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안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무슨 왕도 아니고 어쩌겠는가. 그래서 아이는 아직도 또래친구가 없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올 한 해만 버티면 학교에 갈거니 그 정도로 만족해야만 할까 아빠의 고민은 그저 깊어지기만 한다.
누가 좀 해결해줘요!!!
                             독산1동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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