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다. 특히 생존권을 빼앗긴 노동자들에겐 더욱 혹독한 겨울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지난 주말에 함께 살자'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20번째 죽음을 막기 위한 2차 희망텐트촌 행사에 갔다.
그들은 희망으로 절망의 공장을 포위하자고 한다. 가장 절망적인 사람들이 가장 뜨거운 희망을 말하고 있다. 그들이야 말로 진흙탕속에서 피는 연꽃이다. 우리는 붕-붕(朋-朋) 바자회의 한 부분으로 8도 막걸리 마시기 코너를 맡았다.
전국의 각양각색의 막걸리들을 모아 맛을 보는 행사다. 전국에서 21종의 막걸 리가 기부됐다. 100% 쌀 막걸 리가 깔끔하고 밀가루가 섞이면 텁텁함을 알게 됐다. 무거운 맛, 경쾌한 맛, 시원한 맛, 진한 맛, 달달한 맛, 전통의 누룩 맛을 간직한 막걸리 정말 다 다른 맛을 보여 주었다.
그 와중에 재능지부 조합원이 암 투병 중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이 들렸다. 그 분의 장례식으로 가는 도중 지난 8일 분신을 했던 울산 현대자동차 엔진사업부는 신00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달됐다. 아! 죽음 많은 세상, 죽어가는 우리 노동자.... 너무 추웠다.

신00 노동자가 일을 하는 울산 현대자동차 엔진사업부는 현대차 내에서도 장시간노동으로 유명하다. 2010년 기준, 엔진 변속기 소재 부문의 노동시간은 연간 2,709시간으로 울산공장 의장(조립)부문 2,376시간보다 333시간, 현대차 평균노동시간 2,488시간보다 221시간이 더 많다.
현대차 각 사업부 중 엔진 변속기 부문보다 노동시간이 긴 곳은 전주공장(2,770시간)뿐이다.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 연간 1,749시간이다. 한국 평균 노동시간 2,193시간이다. 원래 주 5일제 도입은 연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하로 줄이자는 취지였는데…

신00 노동자가 분신 항거한 이유는 사측이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비정규직 확대, 임금삭감, 노동 강도 강화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첫째 목표가 바로 정규직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신00 노동자가 부닥친 문제는 휴일 특근에 대한 당사자들의 결정권을 관리자 결제를 받도록 하는 등 현장 통제를 강화하려 했고 이를 위해 노조 현장위원인 그이는 회사의 특별한 집중 관리로 다투었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정권과 언론 그리고 자본으로부터 귀족노동자로 취급받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 간부의 죽음이다. 비정규직의 고통만을 주시하던 우리에게 정규직이라고 다를 바 없는 지옥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지난주에 현대자동차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경 투쟁을 했다. 양재동 본사 앞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이행하라는 촉구 노숙 집회를 했다.

비정규직은 차별에 거리에서 얼어 죽어가고 있었고, 정규직은 회사의 노동 강도 강화와 노동통제 강화로 말라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는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안에 1,400여명 이상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고 3,599억 원의 시설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량이 부족하면 개인별로 휴가를 내거나 순환근무를 시키고, 회사 마음대로 휴일특근을 중단시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장기근속자 우선채용 요구안을 통해 ‘채용세습’ 논란을 일으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영구화하는 것이다. 한 편으로 비정규직 사내하청 40% 발탁채용을 통해 40:60의 분열을 조장하여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또 다시 억울함 죽음이 발생된 것이다.

야간 노동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세계보건기구가 밝혔다. 노동귀족이라 불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로 몇 십 년 일을 했다. 석면을 뒤집어쓰고, 수은 연기를 마시며 일을 한 것과 같다. 12시간 심야노동을 365일 하는 노동자가, 발암물질을 끼고 일하는 노동자가 귀족이면, 사용자들은 황족(皇族)이나 신족(神族)쯤 되나 보다.

결국 우리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사람 없는, 사람을 오직 비용으로 보는 경영아래서 죽음을 밟고 살고 있다. 굶어 죽거나 과로로 죽거나 차별과 통제에 말라 죽어가고 있다. 정말 노동지옥 자본 천국의 시대다.
지상 최대의 실적을 자랑하는 삼성과 지상 최대의 빈부격차에 신음하는 서민 사이에 우리는 울고 있다. 사람을 빈곤과 차별로 몰면서 지상 최대로 이득을 보며 살면 양심이 즐거울까? 그렇게 해서 잘 살면 인간적으로 무슨 재미가 있을까? 춥고 추운 가운데도 의문이 든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02-859-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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