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요, 금천구만 모르는 전국에서 유명한 아이들이에요. ”

지금으로부터 약 4년전 금천문화체육센터 실내체육관에 ‘어린이 인라인 강좌’가 개설되었다.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헬로키티 인라인을 신고 아파트단지며 놀이터 등에서 덜그덕 거리며 인라인을 타던 일곱 살 자영이를 지켜보던 김정순(47, 시흥4동)씨는 가끔씩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딸아이가 불안불안하다.
“이왕 타는 거 폼 나게 제대로 탔으면 좋겠단 생각에 어린이 인라인 강좌가 있어 가르치게 되었어요. ”
김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들도 비슷한 계기로 아이에게 인라인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던 아이들이 중급반으로 올라가면서 실내체육관이 비좁게 느껴졌다. 중급반 아이들과 부모들은 조금 더 넓은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찾아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키즈팝인라인스쿨이란 명칭의 모임을 창단한다.
추운 겨울에는 ‘성남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훈련을 받고,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구로구 오금교 밑 안양천변에 위치한 인라인트랙에서 훈련을 받는다.
연습장을 옮긴 후 1개월 만에 키즈팝인라인스쿨 이상현(43)강사는 인라인 트랙대회에 아이들을 출전시킨다.
아직 중급딱지도 못 뗀 아이들은 당연하게도 전 부문 꼴찌를 기록한다.
전 부문 꼴찌라는 타이틀에 자극을 받았을까? 5개월 후에 열린 대회에서는 전 부문 입상을 하게된다. 그것을 계기로 이후 아이들의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한다.
이후 열리는 전국대회, 또는 월드컵 등에서 입상은 물론 우승을 하는 등 상위권을 다투는 전국에서 인라인 잘 타는 아이들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인라인을 시작해서 6학년부터 서울시 대표 상비군이 되었다는  김한얼(중2)양은 초등부로서 마지막 대회에 참가했던 춘천인라인마라톤대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부 11km 에 참가했었는데 700m 부근에서 발에 쥐가 났었어요. 초등부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였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끝까지 완주를 하고 쓰러졌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한얼이의 어깨를 안아주던 김정순씨가 말을 보탰다. “그때 구급차가 어찌나 늦게 오는지 아이가 죽는 줄만 알았어요”
웬만한 어른도 발에 쥐가 나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겨우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았던 아이가 겪었을 아픔과 고독이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비록 순위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완주를 해 낸 아이가 대견하다.
아이들의 인라인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슬슬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애들이랑 같이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라고 말하며 정성원(47, 시흥4동)씨는 “마침 다른 학부모님들도 같은 생각이신지 우리도 함께 배워보자고 누군가 제안을 하여 부모들도 인라인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인라인을 배우게 된 동기를 밝혔다.
“아이가 인라인 기술을 배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것도 못하나 하고 답답했던 적도 있었는데 막상 배우니까 그게 왜 쉽게 안 되는지 이해가 가더라구요. 아이와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도 많아졌어요.”라고 덧붙였다.
“인라인이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감기에도 안걸리고, 비뚤어진 골반을 잡아준데요. 체형교정도 되고, 시야도 넓어지고, 시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좋아 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이수정(42, 시흥4동)씨는 인라인 전도사가 다 됐다. “오늘 비가와서 오금교 인라인 트랙에 올까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이젠 친한 친구가 된 부모들 얼굴이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서 키즈팝인라인스쿨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현 강사는 “아이들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는 것 보다 인성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라인은 정신과 적으로 ADHD 운동치료로도 활용될 만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짜증이 많고, 끈기가 없던 아이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덧붙였다.
강습이 끝나고 아이들 4명씩 두 개의 팀을 짜서 계주경기가 벌어졌다. 바람을 가르고 트랙위를 달리며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모습이 꼭 쇼트트랙 계주경기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코너를 돌며 자리다툼을 하는 모습이 꽤나 치열하다.
마지막 주자가 결승점에 들어오고 경기가 끝났다.
진 팀의 한 아이가 연습경기임에도 진 것이 분한 듯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진지한 승부욕에 부러움이 솟아난다. 강습 후 몰려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인라인이 재미있어서 탄다고 말한다. 넘어져서 깨지고 다쳐도, 마라톤에서 쥐가 나 구급차에 실려 갈 정도로 아프고 힘들어도, 인라인을 오늘도 내일도 타는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이다.

남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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