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이 키워요

 [동아리탐방- 아이러브쿡] 요리 수업 할 사람 여기 붙어라~!




매주 토요일 금천구 독산4동 주민센터 2층 너나들이방은 아침부터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거기에 더해 맛있는 음식 냄새까지 솔~솔 풍긴다.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은 신발을 어림짐작으로 세어 봐도 30~40여명의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도대체 그 공간에서는 무슨 벌어지고 있는 것 일까? 

누가, 무엇을, 왜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품고, 조용한 도서관의 한 공간을 흡사 파티의 공간으로 매주 변화시킨 주인공들을 찾아보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금천구의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 ‘아이러브쿡’의 아이들과 엄마들!

이번 금천인 동아리탐방에서는 매주 독산4동에서 ‘아이러브쿡’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백재원, 김민정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아이러브쿡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백재원이고 6살, 8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나 역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정이며 8살 아이의 엄마다.


Q. 아이러브쿡은 어떤 동아리인가?

A.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꾸려가는 요리 및 과학, 체육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동아리이다. 딱 부러지게 ‘어떤 동아리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의 오감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발달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활동을 매주 토요일 독산4동 주민센터에서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3~4시간 한다. 


Q. 아이러브쿡의 탄생?

A. 원래 엄마들끼리는 아는 사이였다. 1년 전 그 엄마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공간이 없다는 점에 모두들 아쉬워했고, 날씨에 영향 받지 않는 안정된 공간에서 아이들과 무언가를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 의기투합해 아이러브쿡을 만들었다. 다행히 독산4동 주민센터 너나들이 공간에서 요리 및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서 판을 벌려봤다. 엄마인 우리가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아이들 오감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요리 수업 위주로 계획을 짜고 가능한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토요일 오전으로 시간대를 정했다. 


Q. 아이러브쿡은 동아리 이름 때문에 요리활동 위주일 것 같다. 다른 활동도 많이 하나?

A. 사실 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요리 활동을 위주로 했다. 과자 집, 만두 만들기 등등... 하지만 매회 수업이 진행될수록 점점 소재나 수업 내용이 확장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요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요리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하고, 요리를 통해 과학 등 다른 영역을 배워보기도 한다. 또 평소에 집에서는 감히 엄두를 못 냈던 활동들, 이를테면 국수비 만들어 뿌려보기/딸기 손으로 으깨보기/대왕김밥 만들어보기 등 한계를 정하지 않고 수업을 이끌고 있다. 때로는 몸 놀이, 아이들이 직접 상인이 되어 물건을 팔아보는 벼룩시장체험 등 ‘아이러브쿡’의 ‘쿡’에서 벗어난 활동들도 자주 진행한다. 


Q. 수업의  계획과 진행은?

A. 현재 아이러브쿡 소속 엄마들이 21명이다. 그 엄마들이 2인1조로 교대로 수업의 기획 및 준비를 다하고 나머지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며 도우미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는 대체로 생활에서 얻는 편이고 주제가 정해지면 자연스레 엄마들끼리 조언을 주고받아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시작에는 그 날 주제에 관련된 책을 먼저 함께 읽고 탐색의 시간을 갖은 후 본격적으로 요리, 과학 등의 활동을 한다. 주로 5세~8세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며 평균 40여명이 참여한다.


Q. 아이러브쿡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아동과 학부모가 많다고 들었다. 언제든지 수강신청 가능한가?

A. 사실 공간의 한계 때문에 지금의 인원 이상을 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존 인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 SNS 공지를 통해 아이러브쿡 멤버나 당일 수강생을 수시로 모집한다.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해 준 동아리 멤버들께 감사하다. 

수강료는 한 달에 한 번 내는 공간 사용비 2만원에 매 주 수업재료비를 인원수에 맞게 나눈다. 매 수업 때 마다 평균 2~3천원이라 부담이 없다. 


Q.  아이들과 학부모의 반응은?

A. 아이들이 토요일은 ‘당연히 재밌게 놀면서 수업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온다.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언니, 오빠, 형들이 많아서 좋아하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체험한다는 것에 기대하고 즐거워한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많은 아이들로 인해 정신없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먼저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학부모들도 점차 자기의 역할을 갖게 되니 더 몰입하게 됐다. 더불어 엄마들끼리의 공유와 수다가 한 주간 풀린 스트레스도 풀게 해 줘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Q.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보람은?A. 즐거움 자체가 보람이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종종 아이러브쿡의 활동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인사를 받으면 더 없이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반면 애로사항은?

A. 동아리를 시작한 초반에는 역할분담이 불분명해서 어려운 점이 조금 있었지만, 애초에 지인들과 시작된 모임이었기에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새로 들어 온 동아리 멤버들은 초반에 많은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당혹감과 낯설음에 조금 어색한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작은 애로사항이라면 애로사항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당장 4월 29일 진행 될 ‘사생대회’가 있다. 흔히들 사생대회라 하면 일부만 상을 받는데 우리는 참가한 모든 아이들이 특별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상장과 메달을 만들고 있다. 그 이후의 계획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상황에 맞게 세울 것이다.


Q. 지난 1년을 되돌아 봤을 때 두 대표의 변화는?

A. 아이러브쿡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즐거울까,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하게 된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아리멤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받는 과정에서 전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된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초반 수업을 준비했을 때의 부담감은 어느덧 엄마들과의 역할 분담으로 없어지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같은 입장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돼 든든하다. 


Q. 아이러브쿡의 아이들이 점차 자란다. 그 아이들의 성장에 따른 계획은?

A. 맞다. 일 년 전만해도 초등학생이 없었다. 이 아이들이 커 갈수록 무언가를 ‘조물조물’ 만드는 것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싶다. 예를 들어 동생반/형님반을 나눠 따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형님반의 경우 도서관이라는 장점을 활용해서 독서 수업 같은 다른 수업을 진행한다거나 스스로 한 끼 정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주제로 수업을 하는 것 등 그 때의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된다. 아이러브쿡 활동을 하면서 때론 예상외의 상황으로 당황스러운 일이 참 많기도 했지만 매번 우리 멤버들의 기지와 재치로 잘 헤쳐 나갔다. 앞으로도 잘 해내리라 믿기 때문에 당장 큰 계획은 안 세울 것이다.(웃음)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정만이 아닌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을 전체의 노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러브쿡의 활동처럼 함께 공동육아를 실현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요즘의 세태에 좋은 귀감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더불어 부모도 성장하는 ‘아이러브 쿡’의 1주년을 축하하고 앞으로 더 멋진 행보를 기대해본다.


김혜희

gcinnews@gmail.com

퇴근을 한다. 현관문을 열면 가족들이 반겨주는 평온한 저녁나절의 풍경. 

막내는 '아빠빠..'를 외치며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이가 하나라면 퇴근하는 아빠를 독차지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가 않으니 둘째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동생 뒤에 서 있다. 물론 첫째인  아들녀석은 이제 안아주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는듯 아빠랑 하이파이브한번 하고 제 볼일 보러 간다.   

이제 만22개월이지만 우리 나이로는 '세살'이나 잡수신 막내는 아빠에게 껌딱지처럼 착 붙어 있다. 밥을 먹을 때도 아빠 무릎에 앉아 있어야 하고 책을 읽어줄 때는 물론 아빠가 서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아무 상관없이 아빠의 품을 언니에게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어린 것이 무슨 샘을 그리 내는지 지가 앉아 있는 아빠 무릎에 언니가 엉덩이 한짝이라도 걸치면 팔로 밀어내고 꼬집고 울음보를 터뜨리며 언니를 필사적으로 밀어낸다. 아직은 아기니까 할 수 없지 하며 둘째의 양해를 구하고 대충 시간을 때워 왔는데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눈이 내리던 12월 말의 어느 저녁, 막내딸은 자기 지정석인 아빠 무릎에 앉아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있다. 그런데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언니가 은근슬쩍 "나도 좀 앉자~" 하며 한쪽 무릎으로 파고드는 찰라. 막내는 두팔과 양발로 버둥버둥대며 언니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니도 오늘은 양보안할 기세인듯.

'나 여기 이쪽에만 앉아 있을게..응?" 동생에게 그렇게 얘기하며 엉덩이로 자리를 확보하기 시작하는데, 막내의 울음보가 '앙~'하고 터져 버린다.  이때 나의 상황판단력이 오판을 한 듯하다. 순간 짜증이 밀려들어 둘째의 어깨를 잡고 확 밀어 버렸다.

"넌 저기 가있어. 동생 울잖아 엉?"
아이들의 작은 몸뚱이에게 아빠의 손은 크기만 하고 힘은 세기만 하다. 살짝 들어간 힘도 아이를 단번에 밀쳐내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아빠의 품에서 '방출'된 둘째는 방구석에 홀로 서서 씩씩댄다. 

이내 눈망울에 울음이 맺힌다. 그리고 외친다. 
"나도 아직 어리단 말야!"
"나도 아직 다섯 살밖에 안먹었다고!"
"나는 왜 안돌봐 주는데? 이 바보아빠야! 엉엉~"
 그리고 가만히 서서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아빠를 원망으로 쳐다본다.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에...

막내를 내려 놓는다. 물론 이녀석도 울음보가 터지고 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 최소한 지금은.
둘째를 서둘러 안아준다. 눈물을 닦아주며 꼭 안고 말해준다.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아빠가 널 사랑한다고... 그렇게 아이는 한동안 아빠에게 안겨있었다. 그래.. 넌 아직 어리지. 다섯살밖에 안먹었지. 맞아맞아.. 
 그날 밤, 둘째에게 팔베게를 해주며 재워 주었다.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만지며 잠이 들었다

김희준(독산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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