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대문구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동을 폭행하는 장면이 발견되고, 금천구립 가산어린이집에서도 화장실에 아동을 방임했다는 의혹이 중앙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CCTV 설치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CCTV 설치를 지금보다 더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과, 보다 근원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CCTV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폭행이 끊이지 않는 현상은 이것 또한 근원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게다가 동대문구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IPTV업체가 문제가 되는 자료를 수집했다가 사업 확대를 위해 폭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CCTV 원래의 목적을 떠나 돈벌이로 악용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어린이집 사건. 본 지는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총3회에 걸쳐 보육현장과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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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부모와 교사 사이
➁ 아이들의 인권
➂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돌봄’이 이루어지는 보육현장.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돌봄을 받는 아이들이 돌보는 대상을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이와 교사의 믿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교사와 부모와의 믿음이다. 아이를 돌보는 주체가 부모에서 교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현장에 CCTV가 등장했다. 부모는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교사를 감시하고, 교사는 카메라 앞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아이들을 돌본다.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아이가 하루종일 어떻게 지내는 지, 혹시 교사에게 밉보인 건 아닌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이나 당하지 않는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다.
특히 한 번씩 어린이집 폭력, 꿀꿀이죽 등의 얘기가 들려오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보육시설은 괜찮을까?’ 의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때 아이를 맡기는 보육시설에 대한 어렴풋한 믿음으로 계속 보내지만 찝찝한 마음은 금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독산동 새터어린이집 김진숙 원장은 “수업참관, 급식모니터링 등 어린이집이 부모에게 개방을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보육환경을 모르고 교사들이 어떻게 내 아이를 다루는 지 끊임없이 궁금해한다.”며 교사와 어린이집 간의 소통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영희 정심어린이집 원장도 “믿음의 문제이다.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어떤 사안이 생길 때, 부모님들이 이리저리 쏠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고 하였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심지어 어린이집의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차 부모는 제 삼자가 된다. 실제로 금번 가산어린이집 아동 방임 의혹이 불거졌을 때, 구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위탁업체 변경과 보육 교사 사직 등의 과정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이 진행상황을 알 수 없었고, 구청에서 마련한 자리는 결정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는 것이었다. 맡기는 자녀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서조차 부모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결정사항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금천구 내에 교사와 부모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는 보육시설이 있어 주목된다.
독산동에 소재하고 있는 새터어린이집은 20년 이상 같은 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이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부모로부터 믿음을 받고 있는 비결은 바로 부모회의 등 부모와 교사가 교류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그것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등원하면 보통 현관에서 부모와 헤어져야 하는 여느 어린이집과는 달리, 이곳은 보육실까지 부모가 들어와 손수 아이들의 겉옷을 벗겨준 다음 헤어진다. 정규 보육활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이와 놀아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아이의 컨디션에 대해 부모에게 질문하고 부모는 아이와 집에서 있었던 특별한 일 등을 교사에게 알리며 교사와 교류한다. 3년 동안 이 곳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김현정 씨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가 당연히 잘 지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확신 하였다. 믿음의 근거를 묻자 “처음 입소문을 들어서 입학하기도 했고 교사와 얘기하는 기회가 많다. 보육실에 항상 들어갈 수 있고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오면 교사와 충분히 얘기 나눌 수 있다. 오늘도 아들이랑 싸운 얘기를 하며 컨디션이 안 좋을 거라 했다. 이런 얘기들을 이모(여기서는 교사를 이모라 부름)가 들어주고 대응해준다.”고 하였다.
새터어린이집 김진숙 원장은 “부모가 아침에 보육실에 들어오는 것은 교사 입장에서 부담되는 일일 수 있지만 정착이 되고 나면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산만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부모와 헤어지니 아이들도 안정감이 생기고, 부모가 오가며 자유롭게 아이들이 지내는 모습과 교사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참관할 수 있다. ”며 이 제도의 좋은 점을 전하였다.
비단 이러한 제도 뿐 아니다. 이곳에서는 부모회의, 적응기간(입학 초기 일주일 동안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육실에서 지내며 아이의 적응을 도움) 제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립 정심어린이집도 부모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이집 중 하나이다. 그 중 한 달에 두 번 부모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의 급식을 참관하는 급식모니터링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엄마들이 실제로 식재료를 눈으로 보면서 아이들의 먹거리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뿌듯해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원장선생님과 함께 인형을 만들며 어린이집의 운영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수시로 있고, 얼마 전 엄마들의 욕구를 알기 위한 설문도 실시하였다. 설문을 분석하며 김영희 원장은 “원에서 많이 공개한다고 노력하는데도 엄마들은 더 많이 궁금해하고 귀가할 때 교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였다.
교사와 부모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보건복지부 평가항목에도 ‘보육시설에서의 부모참여’의 기준이 있고, 서울형어린이집 모니터링 항목에도 ‘부모개방성’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현실성 있게 운영하고, 일상에서 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드는가이다. 공개수업이 있지만 ‘보여주기’의 성격이 강하고, ‘보육실을 언제나 개방한다’는 문구가 어린이집 입구에 걸려 있지만, 부모가 발 벗고 들어가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와 교사 사이에, CCTV와 일상에서 부모와 교사가 소통할 수 있는 장치 중 어떤 것이 자리해야 할 지는 분명해보인다.
김수진 기자
어린이집에서 한 학부모가 아이를 등원시키며 보육실에서 교사와 아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새터어린이집에서는 등원 시 부모가 보육실에 들어와서 옷을 벗겨주고 교사와 얘기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