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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대강당에서는 2016년 주민참여예산을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가 개최돼 8억원 규모에 22개 사업을 선정했다. 금천구는 3월16일부터 6월30일까지 시 참여예산과 병행해서 사업을 58건에 대한 사업제안을 받았다.
9월1일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임시회를 개최하고 58개의 사업 중 부적정 사업 8개를 제외 해 50개 사업을 총회에 상정했다. 글고 9월10일에는 현장심사단을 구성해 제안된 사업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올해 처음 도입되 모바일 투표는 9월14일~24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1,136명이 투표를 진행했다. 선정방식은 참여예산위원 40명의 투표 50%와 구민 모바일 투표 50%의 합산에서 다득표 순으로 우선순위가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총회 자리에서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단순히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예산을 권한을 주민들에게 돌려줄수 있는가의 문제, 일정부분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본다.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오봉수 서울시의원도 “행정적으로 공무원들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사업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제안자나 구청 부서의 사업설명이 이어지면 참여예산위원들의 질의와 현장답사에 따른 의견들이 종합되면서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한 벽화사업에 대해서는 “답사에서 봤는데 담쟁이 넝쿨이 너무 예쁘게 되어 있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됐으며, 도서관의 독서지원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몇 해 동안 비슷한 사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수 있는 사업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업발표 후 투표로 8억원 규모로 경제산업 분야 6개 사업, 건설분야 2개 사업, 보건복지 분야 1개 사업, 환경분야 2개 사업, 교통주택 4개 사업, 공원분야 7개 사업 등을 선정됐다.
선정 사업 중 최대 금액은 5천만원으로 범죄 Zero 안전 Up 안전보행길 조성,우리동네 울퉁불퉁 누더기 골목길 정비, 횡단보도가 깜깜해 위험해요,별장길어린이공원 놀이터 바닥 탄성포장해주세요, 무아래어린이공원 위험한 조합놀이대 교체해주세요, 공구도서관 개설,유아숲 체험장은 가족의 힐링 캠프장 등의 사업이 같은 금액으로 선정됐다. 반대로 마을버스 정류장 유지보수를 통한 환경개선, 시흥1동 주민자치 프로그램 운영 노후장비 지원 개선사업은 각각 500만원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선정사업이 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무단투기잡는 CCTV 설치(상습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이루어지는 경고음성 기능이 있는 CCTV가 설치)’가 14개소 설치될 예정이며 ‘공구도서관 개설’도 진행된다. 공구 도서관은 평생학습관, 동 주민센터에 공구대여나 목공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공구 도서관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또 주변이 어두운 횡단보도나 학교 통학로 지점을 밝게만드는 조명도 설치된다. 공원분야도 ‘별장길어린이공원 놀이터 바닥 탄성포장’ 사업과 ‘무아래어린이공원 조합놀이대 교체’ 사업은 어린이공원의 위험한 조합놀이대 교체와 놀이바닥을 재포장하는 사업으로 각각 50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유아숲 체험장을 가족의 힐링 캠핑장’사업은 주무부서인 공원녹지과의 부적정 의견에도 불구하사고 사업이 선정되기도 했다. 제안자는 독산2동 베짱이 유아숲 체험장에서 숲탐험대와 목공교실, 문화에술 활동을 지원을 내용으로 제안했으나 공원녹지과는 주중, 주말오전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고 유아숲 체험장 조성
취지와 상충되는 면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참여예산위원들은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제안된 사업은 2016년 금천구 예산안에 편성되어 11월 금천구의회 예산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올해 주민참여예산 총회는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먼저,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의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오후 1시30분에 시작된 총회는 2시가 넘어서야 전체인원 40명 가운데 과반수인 21명이 참석했다. 총회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됐지만 왔다 나간 사람, 늦게 참석한 사람, 투표에만 참석한 사람 등 참여율이 저조했다. 차성수 구청장도 인사말에서 과반수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사업제안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업설명전시물이나 설명서 어디에도 제안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제안사업을 설명해야하는 총회조차도 참석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50개의 제안 사업 중 제안자가 참석한 것은 13개 사업뿐이고 나머지는 구청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대신 내용을 설명했다.
한 제안자는 “올 초 사업제안을 하고 나서 어제 처음 총회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사업에 대한 의견이나 의도, 세부사항에 대한 의견에 대한 전화가 없었다. 구청에서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모 주민참여예산위원은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의 경우 제안자를 중시한다. 제안자가 총회에 참석했는지도 매우 중요하게 측정하고 공무원들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은 사업은 제외시켜나갔다. 그런데 금천구 사업은 대부분의 사업이 행정부와 결합된 모습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달리 주민참여예산제는 사업제안자들이 자신들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에 필요한 사업을 구에 제안하는 것인데 참여자를 적극적으로 불러내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확인의 과정이 없다면 기존의 ‘구민아이디어공모’와 차이가 없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주민들은 ‘사업제안’과 이를 ‘주민들이 선택’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금천구의 현재 시스템은 주민들이 ‘제안’과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없다.
세 번째로 처음으로 시작한 모바일 투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투표가 진행된다는 안내는 많았지만 정작 투표를 하기 위해서 봐야하는 50개 사업에 대한 설명자료가 없었다. 직접 투표프로그램에 들어가서야 하나하나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구청 홈페이지에서도 사업에 대한 소개가 없었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다고 해도 조그만 화면으로 50개의 사업을 검토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업에 투표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투표 기간 중 확인한 담당자는 “총회자료집은 준비 중에 있고 인터넷 자료집은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제안 사업에서 행정부의 모습이 과도하게 보였다. 공원관련한 사업은 일괄적으로 5천만원이 제안됐다. 무아래 어린이 공원 조합놀이터 교체, 별장길 어린이 공원 바닥 탄성포장, 녹지확중사업, 송록어린이 공원 놀이시설, 다목적 관장 공원 화장실 개선, 유아숲 체험장 가족힐림캠프, 해태어린이공원 정비는 모두 5천만원의 사업예산이 신청됐다. 이 중 해태 어린이 공원 사업은 제안자가 8백만원으로 사업이 제안됐으나 5천만원으로 증액되어 총회자리에 올라왔다. 한 참여예산위원은 “공원관련 사업이 모두 5천만원으로 동일하게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 참여예산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자체들의 과도한 개입과 경쟁이 금천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취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고 진행된다면 애초의 장점을 사라지게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확인하고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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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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