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5단지 테니스 클럽

 

지난 11일 토요일 오후 5시 벽산5단지 아파트 503동 앞에 위치한 벽산5단지 테니스클럽(이하 벽오클럽)을 찾았다. 계단식으로 붙어있는 두 개의 테니스코트 에서는 각각 4명의 회원들이 복식경기를 하고 있다. 땀 흘리며 공을 치는 모습이 무더운 여름 날 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쾌해 보인다. 그들 뒤로 관악산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어 청량감을 더 한다.

 

코트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 사무실은 한쪽 벽면에 통유리로 된 커다란 창이 있어 두 개의 테니스코트에서 펼치는 경기를 모두 관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운동을 막 마치고 들어온 한 회원은 시원한 물을 마시며 의자에 앉아 창 밖으로 다른 회원의 경기를 관전한다.

 

창 위에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있다. 그 사진들이 벽오클럽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 벽오클럽은 2002년 월드컵이 있던 해 9월 입주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 졌다. 이강국 고문은 “벽산5단지에는 테니스코트가 3개가 있다. 그중 2개가 503동 앞에, 금동초등학교와 524동 사이에 1개 있다. 테니스코트가 있으니 자연히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모임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사무실 한쪽 귀퉁이 캐비넷 위로 트로피 및 상패 등이 눈에 띠었다. 이 고문은 거기서 한 트로피를 꺼내며 오랜 먼지를 털어냈다. 2004년 000대회 단체부문 2위 트로피이다. 트로피를 내 보이며 0 고문은 “벽오클럽에서 처녀 출전한 대회에서 받은 단체전 준우승 트로피” 라고 설명한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그것도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받은 상이라 다른 그 어떠한 상 보다 의미가 남 다른 상이다. 트로피 뒷면에 검정색 매직으로 이강국, 장종범, 김종배, 이호연, 김호실, 박정규 라고 당시 출전했던 영광의 주인공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2002년 20여명의 회원이 지금은 68명이 되었다. 이 고문에 따르면 벽오클럽은 관내 테니스 클럽 20여개 중 가장 많은 회원이 활동하는 가장 활성화 된 클럽이라고 한다. 회원들의 연령은 26세에서 75세로 연령층이 다양하며, 특히 부부회원이 전체 회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테니스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운동임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이 고문은 “벽오클럽 테니스장은 테니스 하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그 이유로 “벽산아파트가 해발 190m에 자리하고 있으며, 관악산이 보이고, 아래 시흥5동과의 기온차가 2도가 더 낮게 나온다.”고 말 하며 또 “3시 이후 해가 너머가 그늘 가에서 운동 할 수 있다. ”고 설명한다.

 

오늘의 벽오클럽이 있기까지 주민들의 반발도 많았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파이팅! 소리 등이 소음이 되었고, 또 경기장을 밝히는 조명도 문제가 되었다. 벽오클럽 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 클럽들이 이러한 주민과의 갈등으로 없어진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벽오클럽은 주민들에게 코트 하나를 개방하여 테니스 이외의 베드민턴이나 걷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명절 때마다 단지 내 노인정 등을 챙기는 등 테니스장의 존재이유를 설득키 위해 3~4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다음 달인 9월 벽오클럽은 10주년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이 고문은 “지난 10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회장과 고문단 중심으로 회원들이 일심단결하여 오늘의 벽오클럽이 있는 것”이라며 “나에게 벽오클럽은 휴식처이다. 언제든 마음 편하고 내 건강을 지켜 주는 곳이며, 힘들 때 평온함을 주는 곳”이라고 말 하며 조금은 귀엽게(?) “벽오클럽 forever”라고 덧붙였다.

또 최인식 부회장은 “벽오클럽에 들어온지 5년이 됐다.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올 해 1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 있다. 클럽이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행복하고 건강한 체력을 갖출 수 있는 한해, 웃음 만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회장님을 대신해서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진심이 전해졌다.

남현숙 기자

 

지난 11일 시흥2동 벽산5단지 아파트 503동 앞에 위치한 테니스 코트에서 벽산5단지 클럽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복식경기를 하고 있는 벽오클럽 회원의 모습

복식경기를 하고 있는 벽오클럽 회원의 모습

일탈예술 그리고 도전이 공존하는
그 속에서 행복한 우리가 바로 금천미세스다!

금천미세스에게 물었다. “당신들에게 금천미세스란 무엇입니까?”

차성녀(41)씨는 “일탈”이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집 밖을 떠나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니까요.” 옆에 있던 오정미(44)씨는 “예술이요”라고 말하며 조금은 수줍은 듯 “우리가 다 예술이니까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김경희(42)씨는 도전이라고 말한다. “안 해본 것을 (여기 와서) 해 봤으니까”

  7월10일 오후7시 장맛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금천미세스를 만나기 위해 찾은 금천예술공장은 독산동의 한 인쇄공장을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창고 동 지붕위에 늠름하게 서있는 태권브이를 닮은 거대한 로봇이 가장 먼저 낮선 방문자를 반겨준다. 본관 2층에 위치한 임흥순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금천미세스와 임 작가를 만났다.

예술공장 옆 진도아파트에 산다는 신숙희(61)씨가 가지튀김과 탕수육 소스를 가져왔다. 누군가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 신선한 토마토를 내놓고, 임 작가님을 돕는 일명 작은 작가님들(이은선, 이경화)이 직접 커피콩을 갈아 핸드드립한 커피를 내오자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금천미세스는 지난 2010년 금천예술공장 2기 입주 작가인 임 작가의 기획으로 진행된 지역연계 미술워크숍<00수다스러운>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예술창작모임이다.

금천미세스와 임 작가는 이후 ‘사적인 박물관’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수세미 등의 재료를 가지고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했다. 또한 ‘명작 스캔들(KBS 1TV)'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지역주민과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인 ’예술공장 스캔들‘은 임 작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금천미세스가 작가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타공인 금천미세스 최고의 수혜자라고 꼽는 차 씨는 “00수다 프로그램을 통해 내 안의 깊은 상처, 아픔들을 치유하고,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차 씨의 아버지는 차 씨가 어렸을 때부터 지긋지긋하게 봐 왔을 정도로 술을 즐기시는 분 이셨다. 그 모습이 차 씨에겐 성년이 되어서도 상처로 남았다. 00수다 프로그램을 통해 차 씨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걸리병으로 트로피를 만들어 드렸다.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들춰내서 싫어 할 줄 알았는데 전시회장에 와주시고, 말씀은 안하셨지만, 네가 이랬었구나. 하고 이해하시는 것 같아 감사했어요.”라며 그날의 소감을 밝힌 차 씨는 “전시회가 끝나고 아버지와 술 한 잔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00수다가 저를 아주 빵빵하게 만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금천미세스의 맏언니 신숙희(61)씨는 “2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입학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냥 여자들끼리 수다떨며 재밌게 노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전문적으로 갈 줄은 몰랐어”라며 “특별히 예술이라는 것이 딱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힘들었던 세월을 돌이켜 보면 예술 속에서 행복했고, 불행했다는 것을 여기와서 깨우쳤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초기에는 금천미세스가 수혜자였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도 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방법을 모색하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금천미세스가 금천예술공장과 지역주민들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에게 금천미세스란? 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집사람이죠(농담, 00수다 프로그램을 [집사람]이란 책으로 펼쳐냈다.). 그건 농담이구요. 모시는 큰 누님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서 알콩달콩한 금천미세스와의 관계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금천미세스와 임 작가는 오는 7월16일부터 관내 주부 15명을 대상으로 영화워크숍<금천블루스>를 진행 할 예정이다. <금천블루스>는 ▲가리베스와 금천 ▲구로와 금천 사이 ▲노동과 여성, 미술과 여성 ▲영화 속의 여성, 시나리오 작성법 ▲시나리오 작성 ▲콘티 작성과 연출법 ▲1~2차 영화만들기(촬영) ▲3차 영화 만들기(편집) ▲작품 시사회 등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며, 이후 <금천블루스>를 함께한 관내 주부들은 금천미세스 2기로서 활동 하게 된다.

남현숙 기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갈등 수다로 풀어보세요~

한우리 다문화가정 자조모임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이 늘고있다. 지난 19일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한해 다문화가정의 이혼은 1만1천5백건으로 전년보다 3.7%증가했다. 이중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이혼은 8천3백건으로 다문화가정 전체 이혼의 72%를 차지한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상담사례를 보면 부부와 가족간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센터에서 지난 3월 6일 발표한 이주여성상담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1월 ~ 2011년 6월까지의 상담 추이 중 통역과 기타를 제외하면, 부부갈등과 가족갈등이 23.23%, 그 다음으로 생활문제가 20.88%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정 부부와 가족간의 갈등을 해소코자 당사자들이 직접 나섰다. 매월 1회씩 금천구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는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자조모임인 ‘한우리 다문화가정 자조모임’이 열린다. 자조모임 김진호(39, 일본)총무는 “남편들의 수다모임이다. 부인에 대한 불만과 이해 못했던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통한 조언으로 문화적 차이에 따른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는 모임”이라고 말하며“2009년 8명의 남편들이 자조모임을 준비하고 2010년 4월 발대식을 가졌다. 약 2년이 넘는 기간동안 회원은 22명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자조모임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일이 있다면 언제인가? 라는 질문에 김한식(48, 중국)회장과 정용민(53, 베트남)씨는 재작년 연말파티를 꼽았다. 가족에게 비밀로 한 채 부인들의 나라 중 다수를 차지하는 베트남, 중국, 일본어로 남편들이 합창을 한 것이다. 김회장은 “처음으로 노래를 불러줬다. 앞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아이들이 박수치고 난리부르쓰였다. 우리아빠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부인도 남편의 다른 모습을 봤다며 잘했다고 칭찬했을 때 마음이 뿌듯했다.” 또 정씨는 “부인의 눈물에 감동 받았다. 아내가 참 착하구나. 아내의 순수한 마음을 느꼈다. 앞으로 더 잘 해줘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으며 가끔 이런 이벤트도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동안 모임을 유지하는 데에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역할도 컸다. 자조모임을 위한 공간마련과, 가족을 위한 간식만들기, 부부미술치료 및 상담, 아내나라 문화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꾸준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금천구다문화지원센터는 자조모임을 구성한 목적으로 금천구 다문화가족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정보공유와 금천구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건강한 관계형성 및 지지 그리고 금천구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정체성 및 관계갈등에서의 회복과 치유라고 밝혔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다문화가족 남편 자조모임 회원들이 가족을 위한 간식만들기를 하고있다.  사진출처 : 금천구다문화지원센터]

[직장을 마치고 참석한 다문화가족 남편자조모임의 회원들이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를 하고있다.  사진출처 : 금천구다문화지원센터]


“우리 아이들은요, 금천구만 모르는 전국에서 유명한 아이들이에요. ”

지금으로부터 약 4년전 금천문화체육센터 실내체육관에 ‘어린이 인라인 강좌’가 개설되었다.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헬로키티 인라인을 신고 아파트단지며 놀이터 등에서 덜그덕 거리며 인라인을 타던 일곱 살 자영이를 지켜보던 김정순(47, 시흥4동)씨는 가끔씩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딸아이가 불안불안하다.
“이왕 타는 거 폼 나게 제대로 탔으면 좋겠단 생각에 어린이 인라인 강좌가 있어 가르치게 되었어요. ”
김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모들도 비슷한 계기로 아이에게 인라인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던 아이들이 중급반으로 올라가면서 실내체육관이 비좁게 느껴졌다. 중급반 아이들과 부모들은 조금 더 넓은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찾아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키즈팝인라인스쿨이란 명칭의 모임을 창단한다.
추운 겨울에는 ‘성남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훈련을 받고,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구로구 오금교 밑 안양천변에 위치한 인라인트랙에서 훈련을 받는다.
연습장을 옮긴 후 1개월 만에 키즈팝인라인스쿨 이상현(43)강사는 인라인 트랙대회에 아이들을 출전시킨다.
아직 중급딱지도 못 뗀 아이들은 당연하게도 전 부문 꼴찌를 기록한다.
전 부문 꼴찌라는 타이틀에 자극을 받았을까? 5개월 후에 열린 대회에서는 전 부문 입상을 하게된다. 그것을 계기로 이후 아이들의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한다.
이후 열리는 전국대회, 또는 월드컵 등에서 입상은 물론 우승을 하는 등 상위권을 다투는 전국에서 인라인 잘 타는 아이들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인라인을 시작해서 6학년부터 서울시 대표 상비군이 되었다는  김한얼(중2)양은 초등부로서 마지막 대회에 참가했던 춘천인라인마라톤대회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부 11km 에 참가했었는데 700m 부근에서 발에 쥐가 났었어요. 초등부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였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끝까지 완주를 하고 쓰러졌어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한얼이의 어깨를 안아주던 김정순씨가 말을 보탰다. “그때 구급차가 어찌나 늦게 오는지 아이가 죽는 줄만 알았어요”
웬만한 어른도 발에 쥐가 나면 포기했을 것 같은데 겨우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았던 아이가 겪었을 아픔과 고독이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비록 순위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완주를 해 낸 아이가 대견하다.
아이들의 인라인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슬슬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애들이랑 같이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라고 말하며 정성원(47, 시흥4동)씨는 “마침 다른 학부모님들도 같은 생각이신지 우리도 함께 배워보자고 누군가 제안을 하여 부모들도 인라인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인라인을 배우게 된 동기를 밝혔다.
“아이가 인라인 기술을 배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것도 못하나 하고 답답했던 적도 있었는데 막상 배우니까 그게 왜 쉽게 안 되는지 이해가 가더라구요. 아이와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도 많아졌어요.”라고 덧붙였다.
“인라인이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감기에도 안걸리고, 비뚤어진 골반을 잡아준데요. 체형교정도 되고, 시야도 넓어지고, 시력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좋아 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이수정(42, 시흥4동)씨는 인라인 전도사가 다 됐다. “오늘 비가와서 오금교 인라인 트랙에 올까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이젠 친한 친구가 된 부모들 얼굴이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서 키즈팝인라인스쿨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현 강사는 “아이들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는 것 보다 인성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라인은 정신과 적으로 ADHD 운동치료로도 활용될 만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짜증이 많고, 끈기가 없던 아이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덧붙였다.
강습이 끝나고 아이들 4명씩 두 개의 팀을 짜서 계주경기가 벌어졌다. 바람을 가르고 트랙위를 달리며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모습이 꼭 쇼트트랙 계주경기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코너를 돌며 자리다툼을 하는 모습이 꽤나 치열하다.
마지막 주자가 결승점에 들어오고 경기가 끝났다.
진 팀의 한 아이가 연습경기임에도 진 것이 분한 듯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진지한 승부욕에 부러움이 솟아난다. 강습 후 몰려온 아이들은 하나같이 인라인이 재미있어서 탄다고 말한다. 넘어져서 깨지고 다쳐도, 마라톤에서 쥐가 나 구급차에 실려 갈 정도로 아프고 힘들어도, 인라인을 오늘도 내일도 타는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이다.

남현숙 기자


 

또 하나의 주민자치 풀뿌리 자치연구모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금천구에 살면서 당시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던 청년 4명이 매 주 아침마다 모임을 가졌다. ‘지역을 알자’는 것이 이들 모임의 취지였다.
‘민주노동당’ 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이들은 1년 동안 금천구민들의 노동현장을 방문하고,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경기도 부천 토목공무원이었다. 그의 말로 공무원 생활에 ‘젖어들기’ 전에 해고되어 공무원노조에서 일했다. 곡절이 많았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010년으로 넘어갈 즈음, 그는 공무원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났다. 함께 ‘금천구 예산연구모임’을 꾸리기로 하였다. 지방선거 후 금천구에는 민선5기 구청장이 취임했다. 이들은 ‘예산연구모임’을 공식화하고 2010년 10월, 총 4강의 예산학교를 개최한다. 금천 지역의 각 정당 및 관심 있는 지역주민들 20명이 모인 것에서 금천구의 가능성을 보았다.

때맞춰 강구덕 구의원이 10월 6일 주민참여예산에 관한 입법을 예고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입법 예고안은 실질적인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형식적인 주민참여예산제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구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구의회에서 진행하는 두 번의 주민참여예산 토론회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주민참여예산 주민이 20명이었던 원안을 수정해 80명으로 증원하는 첫 열매를 맺었다.

이들의 공감코드는 ‘주민자치’와 ‘금천구’이다.
사전에서는 주민자치(住民自治)를 ‘<정치> 지방 행정을 지방 주민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으로 처리하는 일’로 정의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관료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지방자치를 배제하고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상식적이면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관료중심의 정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주민들은 ‘정치’ 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한 단어는 ‘풀뿌리’였다. 위키백과는 ‘풀뿌리 민주주의란 평범한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자발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라고 정의한다. 2011년 초 회원을 모집하며 ‘풀뿌리연구모임’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주민참여원론을 공부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더불어 구정회의록을 보며 감시(모니터링)하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시흥4동 ‘기동대이전과 중학교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알게 되었다.

“시흥동 중학교 유치에 관해 강구덕 구의원이 질의하는데 교육담당관의 답변이 이해되지 않았다. 구청장, 구의회, 주민들 모두 원하는데 왜 안 되는 걸까? 결국 경찰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주민이 나서야 할 문제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풀뿌리연구모임의 활동가 민상호 씨는 말한다.

기동대 이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주민들을 만났다. 기동대 신축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간이 없었다. 급하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표 5명과 16명의 대책위원들이 함께 움직여 주민 1만3천∼4천 명의 서명을 받아 국정감사를 통해 ‘경찰청을 신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주민자치의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기동대이전 문제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10%는 행정력이 마무리 할 문제다. 지금은 추이를 관망하면서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 고 민씨는 이후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기동대 이전 주민대책위 상임대표를 맡은 김대성 씨는 금천구청 공무원을 정년퇴직한 지역주민이다. 그는 금천구청 명예감사관으로서 주민참여예산학교에 참여하면서 풀뿌리연구모임 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집은 시흥4동 기동대 바로 옆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기동대 이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이다. 지역에 오래 거주하면서 덕망도 쌓았고 그 힘으로 주민 1만 명의 서명을 연결할 수 있었다. 금천구청 등 관(官)과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면서 대책위의 버팀목이 되었다.

“시흥4동에서 오래 살다보니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미리 추진되었어야 할 일이 31년 걸렸다.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으나 결과가 좋으니 우리 동네의 삶의 터전이 개선된 것에 대해 일조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좋다. 구에서도 명예감사관, 주민참여예산 등 주민자치의 시대로 가고 있다. 풀뿌리 모임이 이런 흐름에 발맞춰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성격의 모임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전했다.

기동대 문제가 일단락되자마자 또 다시 바빠졌다. 2012년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민상호 활동가는 업무추진비 등 과다하게 책정되어있는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지역운동 역량이 중앙을 감시하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치구는 감시의 사각지대였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주민참여보다 예산이나 제도의 구정을 감시하는 쪽으로 활동하고 싶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울시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할 것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주민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민선5기에 대해서 “금천구청이 자신의 실적만 챙기지 말고 주민단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만남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 당부하는 민씨는 인터뷰가 끝나자 다음 일정을 위해 종종걸음을 쳤다.

현재 풀뿌리연구모임은 초기 멤버인 정당관련자들의 참여가 뜸하고 새로운 지역주민들로 채워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풀뿌리 모임을 통해 금천구 주민의 삶의 질과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사람은 다름 아닌 금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김수진 기자

풀뿌리 자치연구 모임 활동가 민상호 씨.
그는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발판삼아 구정예산과 제도를  감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동호회 탐방-     2011 금천구 사회복지 한마당 표창받은  헨켈 케어팀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금천구청 앞마당에서는 '행복나눔 대축제'가 열렸다. 지역사회복지 발전에 기여한 기관과 개인에 대한 표창을 했다. 그 중에 ‘헨켈’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다. ‘헨켈’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마침 한마당 당일에도 봉사를 나온 ‘헨켈’의 케어팀을 만났다. 인터뷰 하는 내내 헨켈 케어팀은 한마당에서 나눠줄 떡을 담기 위한 종이 박스를 불꽃같은 속도로 접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수다스럽게 인터뷰가 진행됐다.
헨켈은 독일계 기업으로 1876년에 창립된 오래된 기업이다.  전세계 125개국 4만 8천명의 직원이 있고 한국에는 600여명이 있으며 가산동 헨켈 테크놀러지에는 12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홈메트, 홈키파나 세제 퍼실(persil)을 떠올리면 쉽다.

헨켈의 대부분의 봉사는 ‘케어팀’에서 기획한다. 가산복지관과의 연계도 케어팀의 작품이다. 가산복지관에서 어느 한 부분을 맡아서 하지는 않는다. 복지관에서 봉사요청이 있을 때 회사는 업무조정을 통해 되도록 많은 직원이 참여할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처음에는 급식봉사도 하고, 오늘 같이 행사가 있을때 도와주는 것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지난 4월 가산종합사회복지관의 요청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행 봉사를 한적 있었는데,  어느 분이 쌈짓돈을 모아 내밀었다. 순간 너무 가슴이 뭉클했다. 당연히 돈은 받지 않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이런 활동외에도 사랑의 집짓기, 김장 김치담기등을 찾아서 한다. 

대외적인 봉사뿐 아니라 회사내의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활동도 큰 몫을 차지한다.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복날 행사나 직원 생일, 연말 파티등을 기획한다.
케어팀은 회사내 직원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케어팀을 통해서 봉사를 처음 겪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에 대한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의 이유가 뭘까?  “우리 회사가 금천구에 있기 때문이다. 헨켈의 기본 생각은 지역사회와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 간단했다.
높은 곳에서 떠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딛고 있는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실천을 해내고 있는 헨켈 케어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문화가 아닐까 싶다.
케어팀의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복지한마당의 행사장을 비추는 가을 햇살보다 더욱 빛나보였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동호회 탐방- 부뚜막 봉사단


 지면에 게제되었던 문의전화 번호가 오타로 인하여   017-350-2581로 수정합니다.


지난 7월 27일 기록적인 폭우로 금천구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재해현장을 다니며 취재를 하던 중 시흥초등학교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사람이 ‘부뚜막  자원봉사단’이었다.
폭우 당일인 27일 저녁 9시가 넘어 임시대피소에 도착했을때는 폭우가 다시 쏟아지고 있었다. 그 폭우 속에서 수해민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설거지를 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던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루종일 온 관내가 마비된 것 같은 것을 경험한 기자로서는 어떻게 나온 사람들일까 궁금했지만  “순수 민간 봉사단체”라는 말만 듣고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몇 일이 지나 장인수 회장과 임원들을 만났다. 우선 수해 당일 저녁식사 봉사를 하게 되었는지부터 물었다. 정순옥 총무는 “회장님이 번개봉사 문자를 보냈고 마침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바로 장봤던 내 물건은 다 빼고 저녁 식사봉사 물품으로 채웠다.  저녁에 시흥초등학교에 도착했을 때 전기도, 가스도, 천막도 아무것도 없어 모두 우리가 조달했다”고 답했다. 회원들 중에 수해를 입은 사람도 있었고 친정이 수해를 당한 분도 있지만 나와서 함께 봉사를 했다고 한다.
지난 6월 1일에 발대식을 했다는 신생단체 ‘부뚜막 자원봉사단’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독거노인등 어르신들의 식사가 평일에는 센터나 기관에서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일요일에는 별로 없다고 이현미 총무는 설명한다. 그래서 일요일에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해드리자는 취지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제안했고 그 뜻에 몇몇 사람이 모였다. 

사실 발대식도 준비된 것이 아니었다. 모여서 서로 인사하고 식사나 한번 하자고 했는데 모인 김에 다음 주부터 봉사를 시작하자, 그럼 오늘 발대식을 하자는 식으로 논의가 되어 발대식을 진행했다. 발대식 후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점심봉사를 하고 있다. 시흥2동의 청소년수련관의  식당시설을 지원받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수련관의 위치가 높아 오기 힘들다는점을 감안해서 차량봉사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금빛공원, 은행나무 공원등 4곳에서  11시30분부터 10분간격으로 차량이 출발한다.

정은숙 홍보팀장은 처음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안내할 때 많이 어려웠다고 한다. 어르신들을 찾아가 무료급식이 있으니 오시라고 하면 “그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냐? 어떤 물건을 사면 되냐?”고 의심했다. 그런 분이 한번 와보시고는 주변에 알아서 알려주시고 할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현재 약 50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무료급식봉사의 모든 비용은 후원해주는 분들과 자비로 하고 있다. 
15명의 청소년 봉사단도 있다. 청소년들도 큰 역할을 한다고 귀뜸한다. 차량봉사대의 정류장 위치 안내 표지판을 두 시간동안 꼬박 들고 서 있는 것도 청소년 봉사대의 몫이다.

부뚜막의 대부분의 회원들은 각기 다른 봉사단체에서 활동을 해왔던 분들이다. 차이를 물으니 대뜸 “더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순옥 총무는 “다른 곳도 열심히 하지만 가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밥 퍼주고 오면 끝이다. 그런데 부뚜막은 회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감정이 크다보니 보람도 더 크다”고 설명한다.
매번 봉사가 마무리되면 모두 모여 그날의 잘된 점, 부족한 점을 함께 평가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좀 남다르다고 덧붙인다.

정은숙 홍보팀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한 남자회원이 “기업을 하다보니 접대등으로 아내와 자식들에게 매일 술먹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부뚜막 봉사단을 하면서 일요일에 나갈 때 아들이 어디가냐는 물음에  “봉사하러 간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 소감을 전했다.
하루 차량봉사에 금천구를 몇바퀴를 돌아도 기름값한번 주지 못하고, 휴일인 일요일 더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모두 해놓고  봉사하러 오는 열정,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수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바로 달려갈수 있는 신바람은 어디서 나는 힘일까?

장인수 회장은 장난스럽게 “젊음”이라고 한다. 평균나이 40세를 훌쩍 넘겼지만 그 말이 빈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렵지만 ‘봉사’라는 말을 가장 아름답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부뚜막 봉사단’이 아닐까싶다.
언제 어디서든 금천주민들이 어려울 때 부뚜막 봉사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봉사 참여는 017-350-2581로 문의하면 된다.

<시흥초등학교 대피소에 설치된 천막. 강한 빗줄기로 빗물이 들어와 수리하고 있다>

<2011년 6.1일 발대식 풍경. 현수막도 발대식으로 하자는 의견에 급하게 가서 뽑아왔다고 한다.>

<식기를 닦고 있는 청소년 봉사단>

<부뚜막 회원들>

<시흥초등학교 임시대피소 배식 풍경>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금천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7월18일 오전, 시흥동에 있는 문일고 체육관으로 향하였다. 금천구의 자랑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체육관이 가까워오자 운동장에서부터 이들의 연습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속공을 주고받는 앳된 얼굴의 키 큰 학생들과 이들을 관찰하는 감독님, 공과 선수들의 활기찬 소리와  선수들의 땀방울들이 넓은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7월 26일부터 열리는 대통령배고교배구대회를 대비해서 종합실전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목표는 우승. 이들의 전적 상 우승은 남의 떡이 아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각 여섯명의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선다. 긴 서브로 경기가 시작되고 상대편이 여유있게 공을 받는다(리시브). 그 공을 세터가 센터에게 토스해주고 센터는 먹잇감을 가로채듯 받아 사력을 다해 속공을 날린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무서운 속도의 공을 미끄러지면서도 용케 받아낸다. 어렵게 살려낸 공을 이쪽편 세터가 센터에게 넘겨주고 이쪽에서도 속공을 날려보지만 상대편의 블로킹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긴 쪽은 환호성을, 진 쪽은 서로에 대한 격려를...마치 프로 배구시합을 보는 듯 하다.

이 장면은 어떤가? 예닐곱번 이상 공이 왔다갔다하다가 끝내 재치있는 선수가 빈틈으로 공을 밀어내어 마무리되는 경기는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편,  한 쪽 벽면에서는 한 학생이 벽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받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배구를 하기로 결정한 늦깍이 선수지망생이라고 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시작했다." 며 간단명료하게 배구입문의 이유를 밝힌 주장 권영익 학생은 운동선수답게 '쿨'한 성격을 드러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지만 확실하게 진로를 정한 건 고2때였다. 배구는 운동중에서 기술이 가장 어려운 고급운동이라는 게 매력적이다. 신진식선수를 초등학교 때부터 모델로 생각해왔다. 배구선수치고는 키가 작은데도 열심히하고 잘 하기 때문이다." 며 "무조건 우승이다"는 앞둔 경기에 대한 주장의 각오를 밝혔다.

 
배구부의 막내 1학년 홍은기 학생은 탤런트 이민정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부모님이 배구선수여서 쉽게 시작했는데 허리가 약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지 고민이다. 일단 대학교 까지 진학한 후 체육교사가 될 수도 있다"며 진로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배구국가대표를 꿈꾸는 손창오 학생은 명지대에 이미 합격되었다. 그의 포지션은 리베로. 그는 배구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했지만 귀찮아서 열심히 안했다. 고2때부터 정신차리고 개인운동도 시작하고 열심히 했는데 그 동안 버린 시간들이 아깝다. 후배들은 빨리 배구를 알고 연습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두시간의 연습이 끝나고 기숙사로 가는 길. 평상시에는 집에서 통학하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기숙사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기숙사 앞 난간에는 장마 후 간만의 볕을 반기는 이불이 널려져 있었다. 한여름 운동이 힘들었던지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큰소리 없이 씻고 점심밥 먹으러 갈 준비를 한다.




 올 10월에 열릴 전국체전 서울대표로 나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올해 3학년 5명 모두 대학진학이 확정되었고, 이선교 선수 등 문일고를 졸업한 현역선수도 많아 대한민국 배구선수의 대표 관문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들의 등대가 되어준 이호철 감독선생님은 "학교 이사장님이 배구부에 관심이 많아 지원해주시고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것이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선수들의 반 이상이 부모님이 안계시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이 가정의 뒷받침이 안되어 꿈을 꺾어야 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였다.
"금천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일고 배구부 학생들에게 고마움과 파이팅의 박수를 보낸다.

금천구의 생태환경 단체 ‘숲지기강지기’ 안에 있는 동아리를 만나보기로 했다.
만남 장소는 금천구청 평생학습관이다.  5월부터 진행한 ‘유쾌한 원예생활 통쾌한 원예치료’ 수업이 있다고 한다.
시작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을 때는 이끼 볼(이끼로 감싸서 만드는 것. 실내 원예 할 때 누구나 손 쉽게 만들수 있는 가벼운 소품) 을 만드는 실습에 열중이었다.

“화분을 볼 때 그냥 화분이었는데 지금은 예뻐 보인다. 산에 가서도 식물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이 생겨서 좋다.” 유미애 수강생 (시흥1동) 
“스카프도 만들어 보고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니 좋다.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애정이 더욱 커진다.” 박영숙 수강생 (시흥1동 51세)

수강생들의 평가가 좋다. 이런 수업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
‘숲지기강지기’에는 숲지기, 강지기, 생활실천팀의 모임이 있다. ‘민들레 리사이클 공방(이하 민들레공방)’은 2010년부터 새롭게 구성한 팀이다. 원예치료 수업을 마친 후 수강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작년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생활 디자이너가 되자’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를 발전시켜 ‘민들레 공방’으로 만들었다.“주부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리폼하자는 것이다. 취미가 특기가 되고 수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여성은 취미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자리는 찾기가 힘들다. 그럼 여성들이 강한 부분이 어디일까. 바로 규방이고 공방이라고 생각했다. 민들레 공방은 환경의 문제, 여성의 문제, 다문화의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김혜숙 대표는 원예치료과정 등의 양성과정을 통하여 민들레 공방을 독립시킬 예정이다.
“우리는 살리는 운동을 합니다. 환경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적절한 시기와 사람이 되면 독자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캐릭터 상품사업도 진행해 판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7월1일부터 구청 로비에서 원예치료교실의 작품들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청에 가면 주민들이 만든 것이 있다’는 인식을 심고 싶다고 한다. 주민요구와 환경의 요구를 함께 담아내 서로를 살릴 수  있는 ‘민들레 리사이클 공방’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문의 숲지기강지기    02-815-3379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동호회 탐방- 한번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먹고 싶은 만큼 넣으세요.” “와, 멋지게 잘했네.” 정심어린이집 6세반 아이들이 사이에 초록색 머리 수건을 두른 엄마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밀 빵에 각종 유기농 재료들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왁자지껄 재미난다. 

  한살림 생협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은 지역별로 소모임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천구에는 벽산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시흥동 모임과 ‘한꼬마 요리교실’(이하 한꼬마)이라 부르는 독산동 모임이 있다. 
  ‘한꼬마’은 작년가을 정심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0명의 구성원이 있는데 모두 어린이집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뭘 먹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한살림 생협 조합원이 된 아이 엄마들이었다.

“모여서 나물요리를 해보거나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각자 반찬을 조금씩 만들어 와서 나누어 먹기도 하지요. 한 살림에 새로운 물품이 나오면 시식도 하구요.”

탁트인 성격에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한꼬마’의 리더 조정옥씨는 아이를 넷이나 둔 다둥이 엄마다.
첫눈에 보기에도 화통한 성격에 무슨 일이든 망설임 없이 해낼 것 같은 여장부 스타일이다.

“한살림에서는 지역 자주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서울 남서지부의 지원 사업에 공모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끼리만 모임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먹거리 교육을 하게 된거예요.”
‘한꼬마’는 계속해서 여러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교육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두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상대로 여성들의 모임이 거의 그렇듯 터져 나오는 대화가 끝이 있을까 싶다.

“언니, 오늘 설명 진짜 잘 하드라.” “나 집에서 우리 은성이 데리고 연습했잖아. 5분짜리로 준비했는데 3분밖에 얘기 못한 것 같애.” “그래도 저번에 미리 가서 어떻게 하는지 봐두길 잘했어.”

이날 교육은 고수민씨가 맡았다. 수다 떨듯 회의 아닌 회의가 진행된다.

“토요일 광명모임에 누가 갈 수 있어?” “쿠키를 구울 수 있을까?” 인터뷰를 따로 길게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와 오고가는 말속에 모든 것이 묻어나 있다. 
   “애들하고 같이 모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자 도시락 싸와서 나눠먹으면서 놀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혼자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힘든데 한번 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아요.”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여한 조숙형씨는 모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야말로 생활의 활력소예요. 저희끼리는 자주 모여요. 엄마들은 아이 키우면서 엄마들에게 이런 모임은 큰 도움을 주죠.”

김선희씨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히 말한다.   

“지난번엔 도자기체험도 함께 가서 했구요, 가끔씩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엄마들끼리 놀러가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재미있어요.”

지방에서 살다가 이사 온 김은정씨는 아는 사람 없이 지내다 만난 벗들이 반갑고 고마운 존재라고 한다. 낯선 환경이 주는 고독함… 아마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번에 영어 언제 하기로 했지?”
학원을 운영하는 김서진씨는 비교적 한가한 오전시간을 활용해 모임에 합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일종의 품앗이죠. 제가 영어 학원을 하니까 우리 아이들 모아서 놀이 겸 영어수업 해보고 있어요.”

엄마들은 함께 모여 노는 것만으로도 품앗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들이 쏟아지겠는가? 생각만 해도 신이난다.

처녀시절 잠시 잡지사의 편집기자였다는 고수민씨는 오히려 인터뷰하러 간 나에게 질문세례를 한다. “어떤 취지의 신문이예요? 운영은 어떻게 하시는데요?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있는 분인 것 같다. 새삼 물어봐주니 고맙기도 하고… 갑자기 인터뷰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한꼬마’는 아이 엄마가 아니 여도 되고, 한 살림 조합원이 아니 어도 함께 활동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해서 좋으면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모임이다.

에너지를 충전 받고 싶은 독산동 주민이여 모이시라!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어린이날 금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친구야, 노올자!’ 행사에서 오색팽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뮤제이온 회원들을 만났다.  “정작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날인데도 집에 있어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이렇게 모이니 우린 이미 ‘가포’ 들이죠. 가정을 포기한 사람들 말이예요.” “우리가 왜 이러고 다니는 건지 우리도 모르겠다니까요.” 모두들 웃음보가 터진다. 더군다나 박물관 체험은 대부분 놀토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을 거의 반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매달 정기모임을 하고 행사를 준비할 때는 거의 매일 모여야 한다니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박물관 한번 가기위해서 적어도 3~5번 이상 답사를 가고 수차례 모임을 통해 내용을 다듬어서 준비해요.” 대체 이들의 이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뮤제이온은 김현애(탑동초), 강수미(흥일초), 배옥영(정심초), 신은희(세곡초), 양은희(문교초), 양혜경(탑동초), 박순정(남사초)씨 등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동아리모임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진행한 박물관교육 연수를 통해 맺어진 인연으로 박물관의 어원을 딴 ‘뮤제이온’이란 이름으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체험학습으로 박물관에 갔는데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알려줄 수가 없었어요. 학교 선생님이 직접 박물관 역사체험을 진행하면 사전수업을 미리 진행할 수도 있고, 다녀와서 사후 교육과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아주 좋아요.”
진지하게 설명하는 눈빛에서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좀 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평범한 교사들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한다.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앞둔 스승들은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정작 선생님들은 무덤덤한 것 같아요. 내가 스승이라는 생각보다는 나의 스승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찾아뵙기 힘들어도 문자라도 하면 좋아하실 텐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실까,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닌가, 하다가 놓치고 말죠. 10년 전 제자의 어머님이 지금까지 스승의 날이면 문자를 꼭 주시는데 문자 한통이지만 진심이 느껴져 기분이 참 좋드라구요.” 이 말 한마디가 주는 여운이 참으로 깊다.

5년째 모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저력에 대해 모두 ‘서로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얻어가려고 묻고 토론하는 일상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뮤제이온’은 평교사들의 아름다운 행보로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정기자
gcinnews@gmail.com

시월애는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수채화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이 서로 작품에 대한 품평회도 하고, 다양한 정보교환도 하고, 전시회도 함께하는 수채화 동아리모임이다.
주로 청소년수련관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이미 강사로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11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출산이나 이사 등으로 쉬고 있는 분들이 있지만 현재 7명의 고정 회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을 전공했지만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 화가들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전문 화가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나름 수준 있는 소모임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다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울해지곤 했어요. 이렇게 작게라도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위치를 떠나 나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이 있어 좋아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살림하면서 가졌던 스트레스나 우울함,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 다스려지는 것을 느껴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실력이 아주 훌륭한 전문가들이 아니라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욕구를 감추고만 있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공모전이란 공모전은 다 찾아다녔어요. 여성미술대전에 작품을 냈는데 모두 우수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재작년은 구리시 평생학습 축제에서 수상을 했고, 작년에는 서울교육청에서 진행한 평생학습 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시월애’는 가슴속 뜨거운 열정을 세상밖으로 내뿜고 있었다.   
작년에 처음 ‘시월애’라는 이름으로 정기전을 치렀고, 올해 4월 다시 한번 양천구에 있는 도서관 갤러리에서 2차 정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몇 군데 무료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전시회를 하기에는 너무 공간이나 외장시설이 노후 되어 있고 비좁아요. 좀 괜찮다고 하는 곳은 실력 있는 화가들이 선점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매번 밀려나죠.” 개인전을 하려면 1주일 대관료만 150만원에서 200만원이 넘게 든다. 아마추어이고 주부들인 입장에서 이런 거금을 들여 전시회를 하기란 아주 벅차기 때문에 무료 전시관을 찾는데 1년 전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돈 안 되는일 한다고 구박하던 남편도 어깨너머 키운 안목으로 평가도 해주구요, 전시회할 땐 가족들 모두 와서 축하해줬어요."

시월애는 매주 모임을 진행한다. 화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그려온 그림을 보고 품평회도 하고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한다. 70보, 80보 크기의 큰 그림을 옮길 때는 버스도 안태워주고 택시는 좁아서 탈 수 없으니 결국 3만원을 주고 택배로 운송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림 둘 곳이 없어서 베란다나 장롱 위, 집안 곳곳의 틈이란 틈은 그림으로 가득 메워져있어요. 그래서 신랑들이 싫어해요. 글쎄 우리 신랑은 아~ 이래서 화가들이 화실을 따로 둬야 하는구나~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니까요.” 모두 이구동성으로 집에 있는 그림들을 설명한다. 햇볕을 받으면 변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폼 나게 걸어놓는 일은 웬만한 집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일 좀 저질렀으면 좋겠어요. 개인 화실 하나만 열면 우리 모두의 것이  될 테니까요.(다같이 웃음)”

그래서 ‘시월애’는 청소년 수련관에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해주는 대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금천구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청소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이 피아노나 미술을 접하는 마지막 한계점인 것 같아요. 입시 때문에 아이들의 재능이 묻혀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라며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혼자보다는 이렇게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조언해 주니까 긴장도 되고 은근히 비교도 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남편에겐 인정받는 아내, 아이들에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다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해도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10년 금천구 평생학습 동아리 최우수상에 빛나는 ‘시월애’의 열정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서 진한 메아리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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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y 국가대표를 꿈꾸는 `한손버티기 크루'

함성과 열기가 가득한 이곳.
아이돌공연장  못지않다. 여기는 청소년동아리축제 현장이다.
그중 현란한 댄스로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은 남학생들에 눈길이 간다. 그들은 금천구 유일의 비보이댄스팀
`한손버티기 크루'다.



4년전 한동네 사는 아이들이 시흥중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시작했다.
졸업후엔 각자가 다른학교에 진학했지만, 청소년수련관 연습실을 무료로 대여해 현재까지 팀을 꾸려왔다. 
`한손버티기크루'의 맏형인 안재동(21)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시간씩 연습하고, 주말엔 각자 자유연습을 한다.”고 한다. 팀원은 7명이며 안재동씨 빼고는 모두 18~19살의 고등학생이다.

후배들은 안키우냐는 질문에 청소년수련관 관계자한테 문의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끈질기게 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아주 많은 연습과 힘이 들어 요즘 어린친구들은 쉽게 포기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무래도 대다수가 고3이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을 거 같고 부모님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다.
리더인 안재동씨는 합기도 사범 일을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를 통해 각종 대회나 행사에서 공연을 한다. 안씨는 2009년에는 시애틀 비보이 섹션 심사위원에 위촉될 정도로 실력을 갖춘 프로다. 부모님들은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꾸준히 하는 것 보시고 지금은 이해해주신다고 한다.

비보이 팀이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닌 실력을 갖춘 프로팀이 금천구에 있다는 게 놀랍고 또 놀라웠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연습실이 없다. 지금 사용하는 청소년수련관 연습실은 9시까지만 열려있어 조금 늦게 모이면 연습 할 시간이 부족하다.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금천구내에 있었음 좋겠다고 한다.

“구로청소년수련관이나 노원청소년수련관은 연습실 뿐 만 아니라, 매달 한번씩 비보이 배틀 경연이 있을 정도로 많은 무대를 만들어준다. 금천의 청소년들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수 있도록 열린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손버티기 크루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일에 유명한 비보이대회가 있는데 국내 예선에서 1등을 해야만 대회출전이 가능하다고, 열심히 연습해서 꼭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4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브라질 공연에서 현지 비보이들을 만났는데, 말은 안 통했지만 춤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고, 그때는 정말 춤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한다.

비보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어른들은 비보이를 머리로 바닥이나 청소하는 짓으로 안다. 비보이하는 애들은 불량청소년으로 보는데,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비보이들이 한국에 많다. 비보이들도 한류스타인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았음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금천구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니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돈 걱정 같은 거 미리 하지 말고, 학생이니까 뭐든 지금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보이는 연습 한두번 하는걸로 되는것도 아닌데 많은 친구들이 너무 쉽게들 포기한다. 힘들어도 꾸준히 노력해야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열정과 패기로 무장된 “한손버티기 크루” 조만간 세계대회정상을 차지할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 아이들이 금천구 구석구석에 있다고 생각하니 몇 년 후의 금천구가 기대 된다.

김진숙. 김선정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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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4일 금나래아트홀에서 열린 2010년 청담노인대학 작품발표회에서 청담실버극단이 노인대학 및 동아리를 소개하는 퍼포먼스공연을 선보였다.]

② 청담종합사회복지관 / 실버연극동아리

 

단장 : 수르야 (극단 하얀코끼리 대표)

연극지도 선생님 : 김선혜 (연극배우), 박진원 (연극배우)

단원 : 박만선, 송정자, 문수자, 이진아, 박성애, 조명희, 강인순, 서복희

 

 

       청춘은 말없이 흘러흘러 갔구나

      담담하게 말없이 살아온 내 인생

   실수나 안할지

     버거운 마음으로 찾아온 실버 극단

      극락이 따로 없네

     단비가 내리네


 

우리마을 어르신들께서 지난 10월 연극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청담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실버극단이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는 4층 세미나실 문밖으로 쿵짝쿵짝 빠른 비트의 음악이 세어 나온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책걸상들을 양쪽 벽으로 붙여 가운데에 간이무대를 만들고 아직 미처 다 외지 못한 대본을 들고 이틀 앞둔 2010년 청담노인대학 작품발표회에 선보일 퍼포먼스 연습에 한창인 모습이다.

 

퍼포먼스의 시작은 박성애(65)씨의 간드러지는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노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전에 노래를 하셨느냐는 질문에 그냥 평소에 즐겨 부를 뿐이지 뭐 그렇게 잘 부르는 것도 아니야라며 수줍게 대답하신다. 현재 간암으로 투병중이란 말씀에 기자를 깜짝 놀라게 하셨다.

더군다나 혈액암을 어렵게 이겨내시고 찾아온 간암 이라 몸과 마음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은데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박성애씨의 아름다운 얼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삶의 즐거움을 찾아 실버극단을 찾게 되었다는 박성애씨는 극단 활동뿐만 아니라 아침에는 일도 하시고,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도 하신다.

 

친구 따라 강남 왔다는 이진아(65)씨는 박성애씨와 봉사활동과 실버극단에서 연극을 함께 하신다. “친구가 재미있는 거 있다고 가자고 해서 쫓아 왔는데 내가 연극을 할게 될 거란 건 꿈에도 생각 못했어, 근데 이게 참 재미있네~ “라며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극단의 맡언니 서복희(75)씨는 코스프레를하는 학생에게 물어 가발과 학생복을 직접 준비해 오셨다. 공연에 사용될 소품까지 직접 챙기시는 모습이 모두들 맡언니 맡형 같으실 것 같은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맡언니, 막내등의 역할이 있는가 보다. “대학생 때 중대 숙대 합동공연으로 차범석 연출 [깨어진 항아리]란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선적이 있었지, 그때가 너무 그리웠는데 마침 실버극단 모집소식을 접하고 바로 들어왔어라고 말하며 생기발랄한 20대 초 청춘을 회상하시는 서복희씨의 두뺨은 여대생 아가씨로 돌아간 듯 수줍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청담노인대학에는 이렇게 연극동아리도 있지만, 사진동아리, 댄스동아리를 비롯해서 컴퓨터, 영어등을 배울 수 있는 노인학습프로그램들이 많아, 다늙어서 주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제 배워서 어디다 써먹겠어 라고 생각히는 이들도 많은데 아직 살아갈 날들이 10~30년은 더 남았는데 남은 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어? 우리 마을 노인네들한테 많이들 알려서 같이 남은 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셨다.

 

실버극단 자칭 꽃미남 청일점 박만선(65)씨는 학생시절 연극을 해 보고 싶었어, 그런데 공부 하느라 기회가 되지 않더라고,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 먹여 살릴라면 돈도 벌어야 하고 그러다 꿈도 멀어져 가고, 어느새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을 했지, 갑지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도는거야. 인생은 60부터라고 인생 제 2막을 그냥 흘려 보내버리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어, 꿈으로만 간직했던 연극은 기본이고, 웃음치료사 1급자격증, 레크레이션 지도사 2, 언제 쓰러질지 모를 노인들을 위해서 심폐뇌 소생술 자격증 등을 취득했지, 그리고 이번에 금천아카데미 기자학교에도 나가는 걸~ 행복은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야, 스스로 찾아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지박만선씨는 실버극단의 단장인 수르야씨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르야단장님은 젊은 분인데도 자상하게 연기지도도 잘 해주시고 열심히 노력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갖게 해줘,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 하는게 아니라 풍부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노인들이 쉽게 이해 하고 배울 수 있게 가르치시는 것 같아수르야단장님이 실버극단은 처음 이라는 기자의 말에 박만선씨는 깜짝 놀라셨다. “노인들 대하고 이해 하는걸 보면 다른데서도 실버극단을 가르킨적이 있는 분 같았지 뭐야

 

현재 극단 하얀코끼리 대표이자 장애청소년 연극동아리에서 연극 지도를 하고있는 수르야(예명)단장님은 하얀코끼리에서 배우로 활동중인 김선혜씨와 박진원씨와 함께 실버극단을 지도하고 있다. “제가 혹시라도 빠지는 일이 있어도 어르신들 연기지도를 김선혜, 박진원선생님이 계속 하실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청소년들과 달리 삶의 경험이 풍부해서 대사를 외는데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내용적 이해도는 훨씬 빠르세요. 자발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시려고 노력하시고, 연기수업 중 집중력도 높으세요. 다만 많은 대사와 다치실 수 있으니 극한 움직임은 자제하고, 대본의 프린트 글자크기를 크게 하는 등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라는 수르야단장님의 말에서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9
월 말에 실버극단을 준비했고 10월에 창단 했어요. 아직 정식 극단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죠.  그래서 이번엔 실버극단을 알릴 수 있는 짧은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직접 청담실버극단으로 6행시를 지으셨는데 그게 또 너무 잘 지으셨어요. 어르신들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였습니다. 그 육행시도 퍼포먼스에서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엔 시간이 촉박하여 짧은 퍼포먼스밖에 준비 하지 못했지만 내년 가을 즈음엔 꼭 연극공연을 올릴 계획입니다. “ 라고 말해 내년에 선보일 실버극단의 인생 제 2의 진짜 무대위에서의 서막이 올라갈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청담종합사회복지관 4층 세미나실에서 실버극단은 2010년 청담노인대학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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