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그 해 여름>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주인공 은실이는 동생 돌보고 집안 일을 돕는 것보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열두살 소녀이다. 큰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큰 언니 금실이와 가끔 비교되는 것이 속상하기는 하지만 가족들이 열심히 농사짓는 덕에 굶을 걱정은 없다.


그러나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은 충북의 깊은 산골 마을에도 예외없이 불어 닥치고 미군들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삶을 찾아 피난을 떠나지만 미군은 노근리 쌍굴에 피난민들을 밀어넣고 무차별 총질을 한다. 은실은 노근리 쌍굴에서 겨우 살아오지만 그 때의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고 죽은 엄마와 동생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있어 더 슬픔 삶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1999년 미국 AP통신에 의해 알려져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밀려오는 인민군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했던 사람들에게 ‘피난민들을 적군으로 대하라'라는 명령 한 마디에 미군들은 양민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야만 했던 가족들과 이웃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려야만 했고 이 때의 처참함에 대해 알려야했기 때문에 굴 속에 흐르는 핏물을 먹고 죽은 시체에 기어다니는 구더기를 먹으며 그들은 살아남아야 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일본의 식민지와 6.25전쟁, 민주주의를 향한 끝없는 항쟁으로 이루어진 슬픈 역사이지만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역사이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은실의 아버지처럼 그저 성실하게 나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세상이 공평하고 살만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고민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며 자신의 권력을 내려 놓지 않으려고 백성의 목숨도 쉽게 빼앗아갔다. 그러나 짓밟히는 백성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고 잡초가 되어 다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 문 주

총탄에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 <1945, 철원>을 읽고


   철원에 있다는 노동당사 이야기는 진작에 듣고 있었는데 책을 읽기 전, 작가가 그 노동당사를 보고 이 소설을 기획했을 것 같았다.

  사진으로 본 그 건물은, 경험하지도 않은 많은 일들을 느끼게 했다. 실제로 봤다면 더했겠지만 사진으로도 그것은 충분했다.

  2008년쯤, 여성문화유산해설사 강의를 들으며 꽤 오랜 시간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종강을 앞두고, 문화유산을 찾아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발표를 했는데 우리 조는 고려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공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귀한 집 부녀자까지도 끌려갔던 공녀는 경복궁을 거쳐 서대문과 독립문을 지나 원산까지 가고 다시 중국땅으로 가는 긴 여정을 마쳐야 했다. 우리 조는 그녀들의 행선지를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고, 독립문 근처에서 그녀들에 대한 예를 올리기로 하고 댕기와 버선을 준비했다.

  그녀들이 거쳐갔던 서대문과 독립문 근처를 왔다갔다하다가 그녀들의 소리를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녀들의 뒷모습을 봤다해야 할까, 아니면 두 가지를 다 듣고 봤을지도 모르겠다. 댕기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들이 걸어가고 있었고, 잠시지만 울음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그 곳에 가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철원의, 폭격에 온 몸을 맡긴 그 건물을 보니 또다시 어떤 이야기와 어떤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역사라는 것이 나와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님을 이제 알기 때문일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특히 이 땅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사상의 대립을 겪지 않았다 해도 결국 내 안에서 나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잘못 봤나 자꾸 앞 쪽을 보게 된다. 주인공 경애와 기수, 은혜들의 나이가 고작 열여섯이라니... 그 나이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고, 가족과 이념 사이에서 방황해야 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진작에 보았던 박완서의 소설에서도 열아홉의 어린 박완서가 겪었던 일은 그와 다르지 않았다. 전쟁은 그에게 하나의 숙제가 되어 대부분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박완서는 자신이 겪은 일이었겠지만 이 소설은 ‘철원노동당사가 본 것’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그 시절 있음직한 이야기로 씨실과 날실을 잘 엮었다.

  사상의 극단은 현실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시절 학교를 다닌 나는 아직도 전경들의 군화발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꿈을 꾸고, 깨어서도 땀을 흘린다. 내게 닥쳤던 현실은, 나름 암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극한의 사상들이 출연하고 대립한다. 술을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안이 가난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르조아지라며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던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졸업후 그 시절에 배웠던 인간다움을 위해 애썼던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을 차리고 참교육 따위는 아랑곳 안했고, 돈을 버는데 열을 올렸다. 사실 그걸 비난할 수도 없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공산주의 사상은 그간 눌리고 억압되었던 백성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연천댁이 그랬고, 경애도, 제영도 그랬다. 뭔가 빼앗기기만 한 사람들이 인간다움으로 대접받고 공평한 처우를 받고 무엇보다 생명같은 땅을 나누어주지 않았던가. 그 사상은 옳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상의 실천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사람살이는 그렇게 딱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권력의 맛을 들인 사람은 그것을 추구하게 되어 다시 비인간적인 상황을 만들곤 한다.

  우리 어머니는 신경줄이 얇아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는데, 그러다가 울먹이며 갑자기 전쟁 때 이야기를 한다. 노쇠해지면서 하는 이야기는 주로 지주이자 천주교신자였던 아버지가 숨어지내던 그 곳에 밥을 갖다주던 이야기다. 냉정하기만 한 아버지, 한번도 애썼다고 안아주지 않았던 아버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단발머리 아이는 산을 넘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피투성이인채로 구덩이에서 발견되었고, 다시 소녀 시절로 돌아간 어머니는 아버지,아버지 부르며 운다. 외할아버지는 최근, 순교한 것으로 인정받고 성인이 되었지만 어머니는 피로 가득찬 아버지의 고무신을 잊지 못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그게 누구의 잘못인가? 누구에게도 그건 너 때문이라고 속시원하게 말하지도 못한 세월이었다. 이 소설에서도 세월이 준 상처로 가족은 해체되고, 믿었던 이는 배신을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온갖 인물들이 나오는데 다소 극적인 면도 있지만 그럴 법한 이야기들이다.

  끝에 책을 좋아하는 경애가 미자를 데리고 예전 서화영의 서재로 데리고 가 책을 빌려주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하지만 이 때는 1947년으로 평화로운 시절은 그 이후에도 절대 오지 않았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경애가 들은 무심한 총성이 그 무지막지한 시대를 알리는 소리는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다시 또 철원의 노동당사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가 본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기둥에 선명한 총탄이 그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묻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민 경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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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강남미 그림, 출판사 보림 



온종일 방에 들어앉아 혼자 실없이 웃거나 끙끙대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기도하는 이덕무를 보고 사람들은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라 불러다 한다. 이 책은 본가의 적자가 아니니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하니 살림을 꾸려 갈 녹봉도 받지 못하고 온전한 양반들만의 세계에 끼워주지도 않았던 서자출신 이덕무와 그의 벗들(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명문가의 자제지만 생각이 깊었던 이서구, 스승이었던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등 역사속 인물들의 삶을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저 별 도리 없이 가난을 대물림 받아 가슴속에 품은 뜻을 세상에 펼쳐 볼 수 없었던 이덕무는 굶주린 때에, 날씨가 추울때에, 근심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기침병을 앓을 때에는 온종일 작은 방에 앉아 햇살을 따라 책상을 옮겨가면서 애써 돼내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한다.


 1766년 5월 백탑(원각사 십층석탑) 이 있는 대사동으로 이사를 하게되고 벗들과 스승을 만나게 됨으로써 이덕무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의 벗중에 박제가는 오랑캐의 신기한 것만을 좋아하며 쫓아 다닌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잘못된 것에는 눈을 부라리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뜻을 굽히는 법이 없이 그의 말은 언제나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의 눈을 백성들에게 닿아 있었기에 양반과 백성을 구분하고 백성들 사이에서도 농민과 수공업자 상인들의 순서를 매기는 것을 못마땅해 하였다. 

 쾌한 생명력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편안하게 해주는 독특한 기운이 있는 유득공또한 그의 벗이었다. 유득공은 늘 소매에 종이와 붓을 넣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색다른 것을 보면 글로 써두어 글 상자 속에 보관하였다. 조선의 역사. 조선의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눈여겨 보았으며 조선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그는 (이십일도회고시)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처남 매부지간이었던 백동수는 성미가 급하고 대대로 내려오는 무인 집안의 자손으로 할아버지에게 활 쏘는 법, 말 타는 법을 배우고 당시 최고 검객 김광택에게 검술을 배웠으며 의술과 단학도 아울러 익혔다. 


 가난에 찌든 선비였던 이덕무와 부족함이 없던 명문가의 자제였던 이서구가 벗이 될 수 있었던건 책을 통해서였다. 문턱이 닳도록 오고가며 책을 나누고 읽고 이야기하면서 서로가 너무 잘 맞았다. 

 이렇듯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사람으로써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마음에 맞는 벗들과 함께 백탑 아래에서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나이와 신분에 꺼리낌없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었다.

 탑과 벗들과의 사귐이 무르익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도 더 큰 세계와의 만남을 갖게해주는 스승을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보면 누가 중심이고 누가 변두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의 스스로가 중심인것을 가르쳐준 단헌 홍대용 선생과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은 새로운 활기라고는 없는 세상, 변화를 거부하는 낡은 것들로만 가득한 세상이라며 편견을 버리라고 가르쳤던 연암 박지원과의 만남이었다. 

 정신없이 벗들의 이야기까지 읽어내려갔을때 생각이 들었다. 누구와 어디와 많이 닮았다.  같이 보고픈 책을 정해 열심히 읽고 부족한 책을 줄서서 돌아가며 읽어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쌓아가는 은행나무도서관 역시 그들의 "청장서옥" 못지 않다는 것에 뿌듯했다. 

 서자 출신이라는 운명이 그들을 얽매일때 세상에 태어나 쓰일 때가 없다는 절망감에 고통스러울때 백성의 미래가 조선의 미래가 걱정스러울때 같이 분노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벗이 없었다면 어디에 마음을 둘 수 있었을까?


 이덕무는 나이 40이 다 되어 박제가, 유득공과 함꼐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의 수행원으로 가면서 넓은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다. 정조의 탕평책으로 규장각 검서관이된 그는 여러 서적의 편찬, 교정, 감수에 참여하였으며 많은 시편도 남긴다. 그 뒤로는 경기도 적성지방의 현감으로 내려가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 고을을 다스렸다. 그들이 후세에 남긴 많은 서적들을 다 읽어볼 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다하더라도 누군가 나의 마음속에 스며들어와 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때, 우리는 시간을 나눌 수 있다. 옛삶과 우리가, 우리와 먼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 되리라." 이 글귀 처럼 "책만 보는 바보" 한 권의 책으로도 책과 벗들을 그리고 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하는 벗이 될 수 있으리라 싶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정혜숙 ]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이전에 중반부까지 읽다가 몰입하기 힘들어 포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 번에 읽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읽고 나니 몰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이 책의 핵심 이야기이자 오늘날 어른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된다.

떠돌이 모모가 원형극장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또 그들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진정으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말을 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 공감을 한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순간들을 겪게 되는데,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나면 후련해지고 힘든 부분을 누군가가 이해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게 된다.

나에게 모모는 누굴까? 나도 누군가에게 모모가 돼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모모가 거기 살면서부터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모모는 그냥 거기 앉아서 같이 어울려 놀았을 뿐이다.”

청소부 베포, 관광안내원 기기와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사람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울려 신나게 놀고, 함께 책을 읽는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일상의 선입견은 사라지고, 우정이 쌓여간다는 점에서 모모와 도서관 사람들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색 신사들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발사 푸지 씨는 자기인생을 실패작이라 생각하며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때 회색신사가 다가와 시간을 아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손님에게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고 어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내며 애완동물을 팔아버리라는 등.....

 

대도시에는 푸지 씨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도시가 변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의 패턴도 함께 변해간다는 것을 말하는 부분으로 느껴졌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까지 바꾸는 것이 좋기만 할까!’하고 꼬집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지키고 살아야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어른들의 삶이 바빠지면서 아이들은 장난감,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요즘 아이들 삶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나 휴대폰이 생각난다.

시간 저축은행에서 나온 회색신사 영업사원의 정체를 알아낸 모모는 아이들과 함께 피켓 등을 준비하여 어른들을 초대하지만 실패로 끝난다. 모모는 카시오페이아를 따라 시간의 근원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호라 박사로 인해 자신만의 아름답고 위대한 시간을 보게 된 모모는 그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보낸 하루가 현실에서는 1년이 지났고 그 1년 동안 기기를 비롯해 모모를 아는 사람들은 회색신사들의 작전에 휘말려 여유 없고 힘든 생활에 젖어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아 주기 위해 모모는 시간도둑들의 소굴로 들어가 유리컵에 갇혀있는 시간들을 풀려나게 만든다.

 

처음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 빠져들지 못했지만, 다시 보니 시간도둑이야말로 현대인의 삶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도중에, 그리고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물음 몇 가지가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살고 있는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도둑맞은 때는 언제라고 생각되는가?”

내가 가진 시간을 행복하게 써 본적이 언제였나?”

나의 욕심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진실한 것들을 외면해버린 적은 없었는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은행나무어린이 도서관 양기순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슬픈 나막신의 시대적인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일제강점기의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보았지만, 이렇듯 일본 도쿄에서 살아가는 조선인,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보았다. 1970년대에 써진 이 작품에서 어떻게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가 약력을 찾아보니, 권정생 작가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쓰고, 일본의 교육을 받으며, 조선이라는 나라의 존재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본인도 아닌 채 이질적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의 아이들은, 아이들이기에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함께 어울려 놀았다. 서로 잘 놀다가도 놀리며 지냈다.


조선 사람 가엾다

어째서냐 말하면

어젯밤의 지진에

집이 모두 납작꽁

모두 모두 납작꽁


나도 모르게 운율에 맞춰 불러보았다. 납작꽁이라는 말이 어릴적 쓰던 때처럼 정감있고 재미있다. 과연 권정생 작가는 이 책에 나오는 아이 중 누구에 해당되는 아이였을까? 가난하지만, 따스한 가정의 준이였을까? 아마도 그럴 거 같다. 독립운동하는 큰 형과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작은 형이 있는 집에서 특별한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자랐을 것만 같다. 

일본인이건 조선인이건 혼마찌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비참하고 고단했다. 고아원에서 입양된 하나코, 병든 아버지를 챙겨야하는 에이코, 강아지 메리를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는 미쯔코, 동생에게 급식빵을 가져다주는 키누요처럼 일본인이지만 모두 힘겹게 살아갔다. 내선일체를 부르짖던 일본의 이중적인 모습이 카즈오네 식구들을 통해서 참 잘도 표현되었다. 카즈오와 용이가 싸우면, 조선인은 모두 나쁘다며 카즈오의 형 히로시는 무조건 용이를 때렸다.

개개인을 통해, 각 가정의 모습을 통해 꼭 그 때의 나라가 보이는 건 왜일까? 자식을 때리는 호남댁과 얻어맞는 분이의 모습이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아프고, 자식같은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조선말기의 모습인 듯 보여 화가 났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호남댁이 아닌, 청송댁이나 상주댁과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어머니이고 싶다. 청송댁 밑에서 자라는 걸이와 준이의 모습 역시 얼마나 바람직하고 듬직하던지......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일어나는 고철줍기와 폭격. 책이 끝에 가까와질수록 소년병으로 끌려간 걸이가 전쟁터에서 도망가지는 않을까? 곧 독립이 오겠지? 혼마찌의 조선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갈까? 그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책 내용과 함께 머릿속에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슬픈 나막신'이라는 제목에서 나온 나막신은 누구의 나막신일까?

일본에서 나막신을 신고 힘겹게 살아가는 조선 아이들일까?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야하는 일본과 조선, 그 모든 사람들일까?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선화

조경희/아이앤북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구마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동화입니다.

영조 임금때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이 ‘고귀마’ (원래이름)종자를 조선 땅으로 가져와 백성들에게 퍼뜨리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적혀있지요. 관리에게 있어 가장 귀한 것은 '백성' 이라는 조엄의 사명감과 애국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굶어죽는것이 예사롭지 않았던 그 시절 ‘가난은 그런거야 먹을 것이 없어서 풀뿌리를  먹거나

나무껍질 같은 것들을 벗겨먹고 똥구멍이 찢어지게 피똥을 누는...’

이야기 속의 고구마는 그냥 고구마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가져온 고구마입니다.

바다에 던져진 고구마종자 보자기를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홍경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요. 누군가의 조건없는 희생으로 얻어진  고구마가 새삼 소중해집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먹어야겠습니다

책 표지에 예쁜 고구마 꽃이 나옵니다. ‘고구마꽃이 핀다는건 날이 가물다는 뜻 일게다.  땅속에서 물을 끌어당기다가 지쳐서 피는 거란다. 한마디로 죽을 힘을 다해서 꽃을 피우는 거란다’ 부모님께서 고구마를 키우는 데도 고구마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참 예쁜꽃인데 잘 피지 않는다네요. 그래서 꽃말이 행운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의 시입니다. 이 글을 읽고 절로 손뼉이 쳐졌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관심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조선시대 출신과 서열을 엄격히 따지던 시대에 살던 조엄과 최홍경의 깊은우정을 보며 내 주위엔 누가 있나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노은정


이 이야기는 사춘기 아이와 엄마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엄마 버나뎃은 점점 지쳐가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어쩔 수 없이 아들 셋 중에 장남인 패트릭에게 동생들 돌보는 일과 집안일을 부탁하게 되고, 엄마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는 12살 사춘기 패트릭은 힘들어 하게 된다.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의 입장이 한장씩 교차되어 쓰여져 두 주인공의 상황과 맘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노트북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버나뎃은 휴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찾아간 죽은 어머니의 집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시고, 자신은 12살 어린시절로 돌아가 있음을 알게된다.

 당황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이 궁금하여 아들 패트릭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같이 다니면 얼마나 재미있고 스릴 넘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한편, 엄마가 사라진 집에서는 엄마대신 모든 집안일을 하게 된 패트릭은 점점 지쳐가게 된다.  왠지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대목이다. '엄마의 소중함을 가족들이 알게 되겠지'하는 대리만족감을 느꼈다.

힘들어 하고 있는 패트릭은 어느 날, 엄마에게서 이메일을 받는다. 엄마를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구스베리 나무와 5월 1일 전야의 불꽃을 이용해  영혼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것 등(이 방법은 아일랜드 전통의식이다.  버나뎃의 엄마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다.)의 이유로 엄마는 재료준비를 부탁한다.이해는 되지 않지만 엄마가 돌아올 수 있다는 하나의 희망으로 패트릭은 열심히 준비해 주고, 엄마는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일까? 만약 내가 사라지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들을 할까?..를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엉망인 집과 맨날 울면서 지낼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되면서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럴거라는, 아이들이 간절히 나를 원할 것이라는 나 혼자 만의 위로를 해 보았다.

이 책의 내용은 엄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된다.

버나뎃이 12살에서 현실로 돌아가게 될 때, 돌아가셨다 다시 돌아온 버나뎃의 엄마는 다시 사라지게 됨을 안 버나뎃은 갈등을 하게 된다.  그런 버나뎃을 안아주며 엄마가 하신 말씀은   "죽음이 딸과 엄마사이를 갈라 놓을 수 있을 것 같니?  네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속에 내가 있는거다" 왠지 찡하고 가슴 아픈 말이었다. 

나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으리라...내가 아이들에게 온갖 사랑을 쏟듯이...

새삼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며, 살아 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인공 패트릭의 갈등과 힘듦을 읽으면서, 요즘같이 할 일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많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보듬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박정남

김중혁, < 모든 게 노래>

마음산책 / 2013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제법 그럴듯한 음악을 잘 찾는 편인데, 가끔 내가 찾고도 스스로 감탄할 때가 있다. 우연에 대한 감사랄까?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지만 사실 난 음악을 잘 모른다.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도 않고, 많이 알지도 못한다. 노래도 잘 못 부른다. 그렇지만 노래를 알고 싶어는 한다. 

한때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어찌 그리 고상한 취미들을 가졌는지 세계에서 노래 좀 부른다는 가수들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줄줄이 꿰기 일쑤였다. 그러면 오디오는 커녕 변변한 카세트도 없는 나로서는 그 음악이 매우 궁금했다. 음악을 들어보려면 카세트 테잎이나 cd를 사야하는데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사려니 괜히 쑥스럽고 멋적어서 사는 것조차 불편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 어떤 노래가 좋다고 하면 바로 바로 들어본다. 가요부터 팝송, 클래식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수험생용 영문법 책에서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된 노래부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되는 노래는 물론 소설 속 카페에 흐르는 노래까지 찾아 듣는다.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냐면 그건 아니다. 그냥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웬만한 음악은 거의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다. 음악을 몰라 부끄럼을 느낄 지경인 내가 노래에 관한 책을 아무 꺼리낌없이 집어들 수 있는 이유도 스마트폰의 신기함으로 인한 자신감이다. 


이 책은 노래에 관한 책이다. 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해서 그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의 친구에게 자랑하듯이 음악에 대한 사랑을 자기 흥에 못 이겨 쓴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가 봄에는 김추자의 <봄비> 최고라면 그런가보다 하며 찾아 들어보고, 무심한 목소리가 좋다고 하면 어떤 목소리가 무심한 걸까 찾아서 들으며 천천히 오래 보았다. 그렇게 책을 읽는 건 

엄청 폼 잡는내 또래의 김천 촌놈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이런 식이다.


책을 읽다가 어떤 가수의 목소리가 좋다고 하면 나는 마음으로 받아친다.

"오승은? 그런 가수가 있어? 한번 들어보지. 일단 노래를 듣고 당신 얘기를 수긍하든 말든할게. " 

일단 책읽기를 멈추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답한다. 

"음, 좋군! 나랑 취향이 맞아. 친구(책을 읽다보니 작가 소개에는 없지만 나와 나이 같음)"

그는 노래에 관한 책을 써서 음악평론가인 줄 알았더니 소설가란다. 중학교 때 부모님을 졸라서 산 기타가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한다. 기타가 좋아서 공부를 좀 멀리하게 되었고, 혼자 노래를 부르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다보니 소설가가 되었다고 ‥ 그러면서 은근 음악을 업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좀 한다 소리는 듣는다고. 애매하고 어중간한 재능을 가졌다며 자기 자랑에 잘난 척, 가끔 글 끝에 그림이 있는데 그것도 자신이 그린 거란다. 그래, 너 잘났다 하며 읽는데 정말 재수없게시리 똑똑하기도 한 것 같다. 관계의 비밀까지 알고 있다고 할까?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참 의미심장하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내 목소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상대방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듣는 내 목소리를 정확한 내 목소리라고 보기도 힘들다. ‥ 우리가 사는 방식 역시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진짜 나는 어디쯤 있을까. ‥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 39쪽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진수정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우리는 매년 양력 2월14일을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과 꽃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데이로 기억하고 상술인 것을 알면서도 축제처럼 그 날을 기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2월14일은 또다른 의미로 기억되어야할 날이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우리나라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독립의 의지를 밝혔던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김흥식 작가가 쓴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체포된 뒤 1910년 2월 7일부터 2월 14일 마지막 사형선고를 받을 때까지의 일주일동안 있었던 재판정 모습을 재현한 책이다.
첫 번째 공판에서 여섯 번째 공판까지 재판정 안에서의 나눈 변론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안중근은 천석꾼의 양반집 아들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주어진 삶에 안주할 수도 있었으나 을사늑약, 정

미 7조약 체결로 인하여 나라가 일제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어 만주로 향한다.

  단지동맹을 통하여 독립의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연설 등을 통하여 사람들을 개몽하였으며 학교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을 떠나 만주를 순시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접한 안중근은 우덕순,조도선,유동하와 함께 거사를 준비하고 하얼빈역에서 그 뜻을 이루게 된다.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죽인 것은 한국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역에서 독립전쟁을 일으켜 이토를 죽인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살인이 아님을 밝히고 전쟁포로로서 정당한 재판을 받도록 해 줄 것을 주장하였으나 재판장과 검사 그리고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으로 구성된 재판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은 안중근 의사는 항소마저 포기하고 사형집행이 있는 그 날까지 뤼순 감옥에서 <안응칠역사>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여 하얼빈 의거의 정당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사형되었을 때의 그의 나이 서른 한 살,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그 꿈을 펼쳐야 할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자 한 그의 큰 뜻을 평범한 나로써는 도저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오늘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는 말을 떠올려 보며 오늘을 어떻게 살지 다시 생각해 본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문주

곤살로 모우레 글, 알리시아 바렐라 그림

이순영옮김, 도서출판 북극곰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가 생각나는 그림책. 어른들을 위한 글 없는 그림책으로 소개된 이 책엔 표지에서부터 빨간 물고기 한 마리가 등장한다.

단순하다못해 심드렁한 표지 분위기에 어울린 심심한 캐릭터로 생각되기도 하고, 눈에 띄었다 해도 제목이 물고기니 별 의미없이 지나칠 수 있는 존재로도 보인다.

공원을 헤엄치듯 날아다니는 물고기를 따라 책장을 펼치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원의 일상이 보인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공원이니 상상의 공원 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공원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또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림책. 그곳에 하나의 공원이라도 백 개, 천 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소녀와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사랑. 늙은 마그다와 마디의 재회, 그들의 추억을 따라가다 내 곁에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해보기도 한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 시인의 이야기, 그런 시인을 바라보며 마법 같은 순간을 느낀 꼬마 과학자를 보며 내 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밖에도 스웨터를 짜는 할머니, 공원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사진 작가, 공원에서 연주하는 플루티스트. 머리위에 먹구름이 따라다니는 여인, 물줄기가 계속 바뀌는 분수, 유기견과 고양이, 새, 두더지 등 여러 동물 들의 이야기로도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그저 스쳐지날 수 있는 공원의 일상인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그곳에 있다. 

혼자 유유히 사라지는 물고기처럼 오늘 내가 지나온 공원은 어디였을까. 따뜻하게 바라보고 웃음지으며 내 곁을 지나간 물고기는 누구였을까.



                                     2016.07-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조진영

* <뒷집 준범이> 



글 그림 이혜란 / 보림 출판사 


 어느 골목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풀어내며 추억을 곱씹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한때 인기였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 중에 소심한 성격으로 방안에 틀어박혀 바둑만 두던 ‘택’이라는 아이가 있었죠. 만약 먼저 손 내밀어주고 함께 해준 그 골목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택’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여기 작은 시장골목에 ‘준범이’라는 아이가 이사를 왔습니다. 앞집은 낮은 지붕아래에 시끌벅적 요란한 친구들이 쪼르르 붙어삽니다. 늘 예쁜 옷차림의 미장원집 공주, 슈퍼마켓 먹보 충원이와 동생 떼쟁이, 만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중국집 강희와 강우, 그리고 강아지 땡이까지. 일하러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준범이가 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TV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신나게 노는 아이들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게 되고, 그 ‘창’이 마음의 문이라도 되는 듯 서서히 크게 열리게 되지요. 외로운 준범이를 발견하고 함께 놀자며 손짓해주는 자장면집 딸 ‘강희’는 밝고 당당하며 고맙기까지 합니다. 친구들과 섞여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과 나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지켜야 하는 준범이의 미세한 갈등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안 돼...’ 힘없이 놀기를 포기하는 준범이,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 앞마당의 정적이 제 마음마저 쿵~ 내려앉힙니다. 그때 준범이네 문을 박차고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아이들, “노올~~자!!” 그제야 시커멓게 그려진 연필그림의 준범이 방에 색색의 환한 파스텔톤 희망이 물들어집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한바탕 신나게 놀지요.   


 <뒷집 준범이>는 부산에서 신흥반점 중국집 딸로 자랐던 이혜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이 담긴 두 번째 책이야기입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한 요즘에 과연 이런 동네가 있을까, 아이들이 이런 감정을 잘 이해할까 싶지만, 여전히 이런 골목이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고 굳이 이런 곳에 살지 않더라도 이 아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심심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집 아들들이 생각났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행여 아는 친구가 나올까 뚫어져라 쳐다보고, 누구 하나라도 나오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 너무 더워서 안 되고, 너무 추워서 안 되고,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안 되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놀 기회를 차단시켰던 제 모습을 반성했지요.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희처럼 준범이에게 스스럼없이 따스하게 손 내밀 수 있는 아이들인가?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인가? 이 시대 우리 주변에 있는 ‘나의 준범이’는 누구인가?...

 오늘은 나의 준범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2016.06-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윤미희  글

 <뒷집 준범이> 

글 그림 이혜란 / 보림 출판사 



 어느 골목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풀어내며 추억을 곱씹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한때 인기였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 중에 소심한 성격으로 방안에 틀어박혀 바둑만 두던 ‘택’이라는 아이가 있었죠. 만약 먼저 손 내밀어주고 함께 해준 그 골목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택’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여기 작은 시장골목에 ‘준범이’라는 아이가 이사를 왔습니다. 앞집은 낮은 지붕아래에 시끌벅적 요란한 친구들이 쪼르르 붙어삽니다. 늘 예쁜 옷차림의 미장원집 공주, 슈퍼마켓 먹보 충원이와 동생 떼쟁이, 만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중국집 강희와 강우, 그리고 강아지 땡이까지. 일하러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준범이가 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TV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신나게 노는 아이들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게 되고, 그 ‘창’이 마음의 문이라도 되는 듯 서서히 크게 열리게 되지요. 외로운 준범이를 발견하고 함께 놀자며 손짓해주는 자장면집 딸 ‘강희’는 밝고 당당하며 고맙기까지 합니다. 친구들과 섞여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과 나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지켜야 하는 준범이의 미세한 갈등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안 돼...’ 힘없이 놀기를 포기하는 준범이,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 앞마당의 정적이 제 마음마저 쿵~ 내려앉힙니다. 그때 준범이네 문을 박차고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아이들, “노올~~자!!” 그제야 시커멓게 그려진 연필그림의 준범이 방에 색색의 환한 파스텔톤 희망이 물들어집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한바탕 신나게 놀지요.   


 <뒷집 준범이>는 부산에서 신흥반점 중국집 딸로 자랐던 이혜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이 담긴 두 번째 책이야기입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한 요즘에 과연 이런 동네가 있을까, 아이들이 이런 감정을 잘 이해할까 싶지만, 여전히 이런 골목이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고 굳이 이런 곳에 살지 않더라도 이 아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심심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집 아들들이 생각났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행여 아는 친구가 나올까 뚫어져라 쳐다보고, 누구 하나라도 나오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 너무 더워서 안 되고, 너무 추워서 안 되고,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안 되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놀 기회를 차단시켰던 제 모습을 반성했지요.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희처럼 준범이에게 스스럼없이 따스하게 손 내밀 수 있는 아이들인가?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인가? 이 시대 우리 주변에 있는 ‘나의 준범이’는 누구인가?...

 오늘은 나의 준범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2016.06-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윤미희  글

[책소개]싸목싸목 보금아

크레용하우스 / 이은재 글 / 최효애 그림




‘싸목싸목’은 ‘천천히’라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일지 알 수가 없다. 보금이에게는 어떤 어떤 힘든 일이 일어났고, 그것을 천천히 극복해 나간다는 뜻일까? ‘싸목싸목 보금아’는 세도정치의 폐해가 극심하던 시절 탐관오리들과 지주들에게 수탈당하는 백성의 삶을 보금이네 가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소금을 팔던 보금이네가 피땀 흘려 가꾸던 소금밭에 모래를 퍼다 붓고 만덕골로 밤도망을 와야 했다. 하지만 겨우 얻은 돌멩이 투성이 밭에서 온 식구가 열심히 키워낸 보리와 감자까지도 빼앗기고 만다. 항의하다 끌려가서 두들겨 맞아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런 일은 보금이네만 겪었던 일은 아니다. 억울함이 일상이었던 백성들의 삶이 너무 비참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수확량의 70~80 퍼센트를 빼앗기고 나면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들다. (나는 아버지가 떠나면서 최부자네서 보리쌀을 꾸어 올 때, 뭔가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중이가 넋은 나간 상태에서도 복순이는 끔찍이 아끼는 걸 볼 때도 아무래도 복순이를 빼앗길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최부자 집을 쳐들어 가지만 최부자의 목숨은 살려주고 사람들은 정든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서문에서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이 보금이처럼 힘겨운 삶을 잘 견뎌 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는 훨씬 행복해졌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지금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아보는 지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나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마을을 떠난 사람들의 앞날이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을까? 

보금이네와 같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삼미자어른 같은 사람에게도 그 당시를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다. 부패한 관리들이 어떻게 지주들과 결탁해서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지 뻔히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또한 큰 고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힘겨운 삶을 벗어나는 것은 백성들 스스로가 깨우치고 힘을 모아 저항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백성들의 항거가 성공한 적이 있었나?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대한민국으로 바뀌었지만 요즘 인터넷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말과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그림이 떠돌고 있다. 

 ‘싸목싸목 보금아’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이것이 후기 조선에만 일어났었던 일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2016.06-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박수경  글

오늘 월요분과에서 < 우리 동네 미자 씨> 읽었는데, 미자씨 읽다가 다들 선화선배 생각난다고 했어요. 나는 미자씨가 좋은데 선배는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한번 읽어봐요."


나를 닮은 주인공이 있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도대체 미자씨가 어떤 여자기에 나와 닮았다며 여럿이 웃고 떠들었을까? 궁금했다. 여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굳이 내가 이야기 속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팥쥐엄마 정도랄까? 키는 구척장신에 얼굴은 검은 게 콩멍석 위에 구른듯이 얽었고 입술은 썰면 아홉접시가 나올 것 같이 생겼다고 한다. 6학년 때 친구에게 입술이 너무 두꺼워 토인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두꺼운 입술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거기에 붙어버리게 되어, 어쩌다 보니 나를 스스로 팥쥐엄마에게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다. 글쎄, 그럼 미자씨도 팥쥐엄마 스타일일까? 책을 검색해 보니 표지그림에 시꺼멓고 입이 함지박만한 미자씨가 있다. 일단 외모가 합격이다.


'미자씨는 혼자 살아요. 어쩌다 보니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빚을 잔뜩 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고 날품을 팔아서 버는 돈으로 가난하게 살아가죠. 찢어진 모기장도 바꾸지 못하고 해진 구두도 그냥 신고 다녀요.'

어라?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게 닮았나? 나와 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비슷했을까? 도대체 미자씨 어떤 구석이 나를 닮았는지 요리조리 뜯어보며 읽어간다. 

책 중간쯤 읽다보니 미자씨는 일단 어깨가 떡 벌어져 한 덩치하고, 별명이 천하장사다. 몸집과 별명이 일단 나와 같다. 방바닥에 누워 며칠이고 이리 저리 구르는 게 취미란다. 취미생활도 비슷하다. 누가 부탁을 하면 허드렛일도 마다않고 닥치는대로 잘해준다는 것도 닮았다. 게다가 그녀도 좀처럼 아픈 적이 없다. 어쩌다 아프면 약 먹을 생각은 전혀 않고 맛있는 거를 먹으면 나을 거라고 믿는 스타일이다. 나 같다. 그리고 그 맛있는 거라는 것도 아주 소박해서 '오뎅' 정도면 되는 것도 나 같다. 

그렇게 미자씨는 뭔가 엉성하고 모자란 것 같지만 가끔 잘하는 것도 있다. 고추가루도 없이 라면스프와 순대소금을 넣고 기가 막히게 맛있는 동태찌개를 끓일 줄도 아는 것이다. 요리천재가 따로 없다. 

옷 입는 스타일이나 외모도 솜씨도 그렇지만 사는 모양새도 나와 닮았다. 찌개 끓일 재료로 쌀뜨물이 있다고 다행이라고 말할 만큼 쌀도 없이 살아본 적이 있지만, 일단 그녀는 지나간 일에는 담담하다. 그리고 현실에 있어서는 남들이 미자씨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자신이 보통은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내가 사는 법과 닮았다. 성지는 말끝마다 아줌마가 말하는 보통은 보통이 아니라고 핀잔을 주지만 그런 성지에게 말한다.


"있잖아, 성지야, 내 보통이 보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게?"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 불행해져." (63쪽)


나도 몰랐는데 행복해지고 싶은 내 본능이 내가 보통이거나 보통 이상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자씨 덕분에 나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도 다시 미자씨의 사는 법을 가슴에 새긴다. '자신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불행해져.' 미자씨는 모자란 것 같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가끔 어른다운 얘기를 할 때도 있다. 나도 성지와 같은 아이를 만나면 그 정도 이야기를 꼭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자씨는 호기심도 많다. 일단 무언가를 배우면 꼭 실험을 해보는 성격이다. 차 장수 아저씨가 아픈 미자씨를 위해 준 동태를 요리하기 전에 일단 치약이 진짜 비린내를 없애주는지 실험부터 한다. 새로운 걸 들으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나와 닮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닮은 건 누군가를 금방 좋아하는 것이다. 아프다는 미자씨에게 동태 두 마리를 준 차 장수의 친절에 금방 사랑고백이라도 받은 듯 들뜨는 여자. 냉동실에 아껴두었던 동태를 차 장수에게 대접을 하겠다고 맘 먹고, 드디어 차장수가 오는 날을 잡아 고슬고슬 맛있게 밥 짓고 보통 정도가 아닌 시원하고 맛있는 찌개를 끓였는데... 차장수 총각은 이제 총각이 아니란다. 지난 달에 결혼을 했단다. 

결국 찌개 한 냄비를 혼자 다 닦아 먹고도 속이 허해서 어린 총각 성지에게 안아 달라고 떼를 쓴다. 성지를 안고 엉엉 우는 모습도 나와 닮았다.

몰래 좋아한던 남자는 이미 장가를 갔대고, 이제 다시 미자씨는 혼자가 됐다. 앞으로 미자씨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똑같은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난 그녀를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는 자신이 불쌍해지지 않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뻔뻔스러울지라도 스스로 누추해지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2016.05-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정선화  글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출판 24시] 

2013 / 김화영 외 / 새움 출판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늦게까지 대학을 다니며 용돈벌이를 할 때,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원고 교정’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교정’이라는 게 단순히 오탈자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고, 두어 번 보면 되겠지…… 게다가 남이 안 본 글을 먼저 본다는 호기심이 더해져 솔깃한 마음에 친구에게 덥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장장 한달 여간 300여장 되는 원고는 저를 참 많이도 괴롭혔습니다. 처음의 호기심과 설레임은 원고를 받는 순간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한 자라도 오탈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전을 뒤져가며(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 맞춤법 검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파일이 아닌 출력된 원고의 형태로 봐야 했으니, 순전히 사람의 손으로 오탈자를 찾아낼 수밖에요) 보고보고 또 보고 빨간 펜으로 잔뜩 고쳐서 친구에게 원고를 건냈습니다. 친구는 이 원고를 앞으로 두 번은 더 봐야 한다고 했고, 이왕 보는 거 문맥도 자연스럽게 손봐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총 4번에 걸쳐(불안한 제 마음이 한 번을 더 늘였습니다) 원고를 눈이 빠져라 봐야 했지요.


더 이상 오탈자가 안 나와 친구가 그만 봐도 된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혹시 인쇄되어 나왔는데, 나 때문에 잘못되지 않았을까?’ 싶어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책이 나왔어도 선뜻 열어볼 수 없었던 건 그 두려운 상상이 현실이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번역본-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번역만 한 것이었습니다-을 교정하기도 하며 몇 달간 출판사를 들락날락했습니다. 하지만 일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정신적으로 너무 압박이 강해(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다 맞았나? 문맥을 이상하게 고치지는 않았나?) 자면서도 꿈을 꿀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책을 책이 아닌 ‘원고’로 본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전혀 즐겁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더불어 책을 원고가 아닌 ‘책’으로, 내게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다시 읽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출판 24시]는 [책]을 [책]으로 보는 게 어려워진 출판사의 사람들과 작가에 대한, 실제 출판인들이 함께 쓴 특별한 소설입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팔리기까지 출판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소설인데, 실제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출판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실제 작가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소설이니만큼, 그 생생함은 남다릅니다.


한 권의 책, 읽고 싶은 책, 단순히 팔리기 위한 책이 아닌 좋은 책, 그러면서도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얼마나 분주하고 얼마나 치열할까요? 새삼, 책을 사.주.고 싶어졌습니. 정독보다 다독에 욕심이 많아 늘 도서관의 신간코너를 기웃대고, 누군가의 책에, 혹은 글에, 말에 언급된 책들은 보고 싶어 늘 조바심이 나 갈 때마다 가방이 터질 듯이 책을 빌려오는 저 같은 독자만 있다면 출판사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출판 24시]에서 말하는 출판계의 불황에 저도 한몫을 했는지 모릅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쏟은 그들의 노력과, 독자의 눈에 들기 위해 들인 무수한 고민들을 알게 된 지금은 책을 이제는 사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자신의 책장에 두고두고 볼 책이 20권이 되는가? 여러번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책은 20권이 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그만큼 좋은 책은 만들기도 어렵고, 나와 인연이 되어 만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밤을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책을 통해 알고 나니, 책장이 차고 넘칠지언정 책을 사.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과 고민도 같이 말입니다. 


이번 주에는 도서관이 아닌 서점으로 가야겠습니다.



                 2016.04-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안해나  글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책 이야기 118   <길고양이 방석>  박효미 장편동화/ 오승민 그림 사계절 출판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 숨을 쉰다

요즘 한가하여 집안에 있는 동전을 모두 모아 종이돈으로 바꿨다. 은행에 가면 아주 똑똑한 동전/지폐 교환기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오백원짜리, 백원짜리, 오십원짜리, 십원짜리 구분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단위별로 돈을 나누고 봉투에 각각 나눠 담는데 그 전에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아들이 알고 있는지 보려고 문제를 내본다. 십원짜리 17개를 펼쳐 놓으며 이 금액과 같은 금액인데 가장 적은 수의 동전으로 집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일단 백원을 집었다. 그리고 십원짜리 동전 7개를 집으려다가 옆에 오십원짜리를 슬쩍 보더니 이내 오십원짜리 한 개와 십원짜리 두 개를 집으며 맞게 집었는지 확인한다. 너무 잘했다며 칭찬해주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10개씩 쌓아 올렸던 동전을 단위별로 봉투에 담았다. 10원짜리를 담기 전에 또 물었다. 

 “십원짜리 동전 1묶음이 10개씩이지? 십원짜리 동전이 열 개면 백원이야. 이 묶음이 52개가 있어. 그럼 이 십원짜리 모두 합한 금액은 얼마지?”

 이렇게 말하고 10살난 딸과 7살난 아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이들은 맞추려고 눈동자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생각했다. 십원짜리를 만지작거려보기도 한다. 딸이 눈동자를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손가락으로도 이리저리 재보며 생각하는 사이 아들이 외친다. 

 “오천이백원이요!”

 “그래 맞아! 잘 아네. 우리 아들~”

 난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입이 방정. 나는 딸에게 이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넌 왜 몰라? 이거 진짜 몰라? 이게 얼만지? 십원짜리 10개씩 쌓아올린게 백원이잖아. 이 묶음이 52개면 얼마야~~ 오천이백원이잖아~ 아 왜 열 살인데 그것도 몰라 아직까지? 너 너무 모르는 거 아냐? 세상에...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 공부 아예 안하더니. 어휴- 너 공부 좀 해야지 안 되겠다 진짜.”

 내 말이 끝나자마자 딸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에는 눈물이 한 두 방울 맺힌다.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 얼른 수습하려고 봉투에 담아서 은행에 가서 바꿔보자고 했다. 딸아이가 느꼈을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고 그날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 오히려 불을 끄고 아이들과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딸에게 한마디 했다. 

 “내일부터 공부 좀 할래?”

 “어떤 공부요?”

 “수학이나 영어나 뭐 그런 거~”

 “영어는 싫어요.”

 “그래 그럼. 수학만 해 일단. 아... 피곤하다. 자자.”

이렇게 잠자리에 든 후 퇴근하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온 남편 덕분에 새벽 세시에 잠에서 깼다. 깊이 잔건지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 건지 한 번 잠에서 깨면 쉽게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뭘 할까 고민하다 며칠 전 빌려놨던 <길고양이 방석>을 집어 들었다. 중간쯤 읽는데 어제의 내가 나왔다. 공부 좀 하라고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 주며 내일부터는 공부시켜야지 안 되겠다고 다짐하던 내 모습이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지은이는 쉬는 시간에도 학습지를 푸는 공부벌레다. 물론 거의 반강제로 엄마가 시켜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부하지도 않는 지은이. 학교에서 주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쓴다고 친구들이 ‘상쓸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지은이의 짝꿍은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잠만 자는 잠꾸러기 민기. 지은이는 그런 민기를 보며 한심해한다. 어느 날 지은이네 반에 유리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는데 지은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다. 시간이 지나고 지은이와 유리는 친해지는데 그 때부터 지은이가 조금씩 달라진다. 아니 원래의 지은이로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은이가 지은이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 친구도 있고, 동생도 있지만 사실은 지은이가 스스로 무지 애쓰고 힘들게 버텨낸 과정들도 있다. 지은이가 지은이의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지은이의 삶 속에 어른의 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과정들이 더 힘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와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사교육을 지독히도 많이 시키는 부모 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그룹과외를 하고 피아노에 태권도, 미술, 수학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초등3학년인 지금은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려한다. 보통은, 초등 고학년이 되면 공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예체능은 초등 저 학년 때 열심히 해놔야 나중에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도 있겠지만 아이가 쉬고 싶어 해도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지은이의 엄마처럼 많이 시키지 않는데도 아니 오히려 이 반대로 가고 싶어 하는데도 날마다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후회 할텐데... 어른이 되어 재미 없을텐데... 지금 여유로울 때 배워놔야 나중에 잘했다 생각 될텐데... 그래도 적당히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게 하자. 쉬고 싶을 땐 잠깐 쉬어가게 하자.’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딸아이가 배우고 있는 것을 그만하겠다고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다 하기 싫다고 할 때는 난감해진다.

 작년 딸아이가 피아노 콩쿨에 나가고 연주회를 하며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무대에 서는 것도, 드레스를 입는 것도 너무 싫어했다. 공연은 이번까지만 하자며 구슬리고 있는데 딸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하든지요.” 기가 막혀 웃기면서도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억지로 시키는 어른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지은이가 얘기했다. “엄만, 엄마도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살면서.”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쯤 눈물 콧물 다 흘리고 훌쩍거리며 읽는 모습을 보더니 딸아이가 궁금해서 “엄마 왜 울어요?”하고 묻는다. 아빠가 퇴근하고 오자 딸아이는 그 책을 아빠에게 들고 가 읽어달라고 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더니 하는 말

 “이 엄마, 엄마랑 똑같아요.” 거기다 남편까지 거든다.

 “진짜 xx엄마랑 똑같다~~” 

 하아... 나 또 반성해야 된다. ‘그래... 숨 좀 쉬고 살게 하자. 좋은 추억이 있어야 커서도 행복한거지. 그래. 맞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2016.04-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조혜진  글



 ‘과자종합선물세트?  종합과자선물세트? 과자 선물 세트? 정확한 명칭이 뭐지? 고유 명사인가? 그럼, 띄어쓰기를 해? 말아?’  잠깐의 고민을 안겨주는 바로 그것.  검색 엔진을 가동 할까 하다 말았습니다.  이런 작은 유년의 추억까지 요즘 문명에 의지 하고 싶지 않은, 조금 지난 세대의 자존심이랄까요...아무튼 예전에 그런 게 있었지요.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 등등 특별한 날에나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크기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었던 커다란 과자상자 말입니다.

  부푼 기대감으로 포장을 뜯고 열어 보면 여러 가지 과자가 들어 있었어요.  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런 선물세트 같은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영국의 작가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입니다.  여러 동화를 모은 작품집인데요, 1955년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을 손수 골라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다양한 이야기 중에는 옛이야기의 구조를 착실하게 따르는 것도 있고 실소를 야기하거나 교훈을 담은 우화도 있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도 있습니다.  

상자 안에 선택 받지 못하고 계속 굴러다니는 과자가 있듯이 별다른 느낌이 없는 이야기도 물론 있을 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달을 갖고 싶어 하는 공주님>을 들려드리고 싶군요. 달이 갖고 싶어 궁전 굴뚝에서 눈물을 흘리는 공주님 때문에 온 나라가 한바탕 소동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공주님이 안 보이자 유모는 임금님에게 달려가지요. 그리고 말합니다. 은그릇 닦는 사내가 공주를 데려 갔을 거라고. 어떤 직접적인 단서도 없이 추측 만으로요. 임금님은 범인을 잡기위해 대장을 부르고 공주를 찾기 위해 탐정들을 고용합니다.  그런데 일이 좀 이상하게 진행 되어 가네요.  대장은 군대 소집 전에 병사들에게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며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자신은 서재에 틀어박혀 치밀한(?)작전을 구상합니다.  탐정들은 그 신분을 감추기 위해 무엇으로 변장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요.  그들은 서로 다르게 변장하려다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기도 합니다.  

강도로 변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 셋, 곰 인형으로 변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다섯이나 되었으니까요.  자, 드디어 탐정들이 그들의 본업, 공주님 찾기에 나서는군요.  음, 탐정들의 귀와 눈은 정말 예리한가 봅니다.  감옥에는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고 의심받아 잡혀온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갑니다. 

 게다가 그들은 사월 첫날까지 자신이 죄가 없음을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 목이 달아날 처지입니다. 임금님은 이 모든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대장과 탐정들은 유능해 보였고 용의자가 수천 명이니 4월 첫날이면 사건은 해결될게 분명하니까요.  한편,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 병사들 사이에서는 뭔가 큰일이 일어 날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이를테면 전쟁같은....그런데 다른 나라의 염탐꾼이 이 말을 엿듣게 됩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왕들은 병사들을 모아 놓고 사월 첫날 달을 갖고 싶어 하는 공주님의 나라로 쳐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전쟁이 정말 일어났을까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주님이 달을 갖게 되었을까요?  작가는 마치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것이 먼 나라의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세상과 비슷한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016.03-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박지선  글



<햇살도서관>  김혜연 글 / 최현묵 그림 / 비룡소


 2013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15기 신입회원(2016년 현재는 18기 모집 중)들과 함께 ‘한책보기’로 처음 만난 동화책으로 10년이 넘게 도서관 활동을 하던 나를 돌아보게 했던 햇살 책을 2016년 싹이 움트느라 지지게 펴는 봄날에 금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우리 작은도서관들의 상황과 위치, 그리고 그 속의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해준 ‘햇살도서관’은 우리에게 방향성을 다지게 한다. 

  평생 혼자 살던 김밥할머니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어려운 형편의 진숙씨 담임선생님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이룬다. 그 인연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사서가 되고 싶었던 진숙씨 꿈으로 이어진다. 김밥할머니의 나눔이 어린소녀들의 실질적 꿈을 이뤄주고 ‘이금례도서관’ 햇살도서관까지 연결되면서 따뜻한 햇살은 번지어 나간다. 

  코끼리 사서 진숙씨는 도서관 이용자들을 살피고 무엇을 도울지 찾아 슬쩍슬쩍 책 한 권씩을 건넨다. 책을 잘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사서가 할 수 있는 참 멋진 역할이기도 하다.  

진숙씨가 조용히 전한 책 ‘마틸다’는 외톨이 여섯 살 진주에게 용기가 되고. ‘박지성, 멈추지 않는 도전’은 키가 작아 걱정인 정호에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다시 꾸게 하고. 식구들이 몽땅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넉넉하지 못한 고독한 수정이에게 ‘몽실언니’는 가난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는 것과 자신의 존재감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빨간머리 앤’은 말더듬이 진주엄마 명혜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치유하게 한다. 

 또한 도서관에서 만난 ‘프레드릭’을 읽어주는 아줌마, 거기에 따듯하게 이끌리는 진주는 햇살을 모아 친구를 만나려는 희망과 용기를 갖는다. 말을 더듬는 엄마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또 엄마가 읽어주게도 한다. (엄마가 말을 더듬지 않는다. 말더듬이 엄마 명혜씨는 수다쟁이를 꿈꾼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도서관을 매개로 꿈을 갖게 되거나 꿈을 이루게 된다. 도서관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꿈꾸게 한다.

골목에서 늘 마주쳐도 인사조차 없이 살아갔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도서관을 매개로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 과정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세상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햇살도서관’은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금천의 도서관은 햇살 번지는 도서관이고 그 곳 도서관에 코끼리 아줌마 진숙씨가 있다.^^


                 2016.03-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시미선  글



Bradly Chalkers sat at his desk in the back of the room - last seat last row. No one sat at the desk next to him or at the one in front of him. He was an island. 


He was an island. 

이 이야기는 브레들리네 반에 제프라는 전학생이 온 날부터 시작됩니다. 전학 온 친구를 어디 앉힐까 고민하던 선생님, 결국 제프를 브레들리 옆 빈 자리에 앉게 하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브레들리 옆은 안된다고 말립니다. 브레들리 자신도 짝이 생기는 게 귀찮고 싫다는 듯이 '내 옆에 안 앉는 게 좋을 걸' 하며 제프를 노려봅니다. 하지만 제프는 무슨 상관이냐는듯 브레들리 옆자리에 앉고, 심지어 Hi 하며 인사를 건냅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브레들리는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겨우 한다는 말이 "너, 일 달러 내놔. 안 내놓으면 그냥 너한테 침을 뱉어 버릴테니까?" 하네요.

브레들리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가나요? 

관계가 서툴러 안스러운 것도 잠깐, 교실 맨 가엣 줄, 맨 뒤 구석에 앉아 수업시간에 낙서나 하고 공책을 찢고, 선생님께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문제아도 이런 문제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브레들리의 속마음은 친구도 만들고 싶고 선생님께 상도 받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마음과 반대로밖에 행동을 못하는 열한 살 소년, 

결국 담임 선생님은 브레들리의 엄마에게 전화해 브레들리의 상담을 제안합니다. 상담 선생님은 늙은 마녀 같을 거라고 상상하고 억지로 상담실에 갔는데, 상담 선생님이 젊고 예쁜데다 마침 전학온 제프도 상담 대상자입니다. 그런데 그 제프가 어느 날 실수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 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브레들리는 제프가 너무나 부럽습니다.


Actually, Bradly never had been inside a girls' bathroom. It was something he'd always wanted to do, but he'd never had the courage even peek into one. ? He was dying to know what they look like.

He imagined they were carpeted in gold, with pink wallpaper and red velvet toilet seats. ?They(toilets)'d probably be more like fountains, with colored water. (43p)


여자화장실은 금으로 된 카펫에 분홍벽지, 변기엔 벨벳 시트가 있고, 변기는 색색깔 물이 솟는 분수 같을 거라고 상상하는 브레들리, 그 또래의 친구들이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요. 여자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죽을지경(he was dying)인 브레들리는 과연 제프처럼 운 좋게 여자 화장실을 구경하게 될까요?


말썽꾼 브래들리가 상담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전혀 다른 새로운 브레들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결국 상담 선생님은 학교에 상담 선생님이 왜 필요하냐? 선생님 일년치 급여 정도의 인건비라면 전교 교실마다 컴퓨터를 놔줄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따라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슬픔마저도 이길 정도로 쑥 자란 브레들리.


그렇게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검색해보니 5학년용 도서고, 원서로 읽는 친구들이 많아 번역본보다 원서가 더 많이 팔리는 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서로 읽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영어로도 공감과 감동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쉽고 재미있는 원서 동화책을 읽고 싶어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못 믿겠다고?> 라는 제목으로 바람의 아이들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 있습니다.


                                                              

      2016.01-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결혼 초,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을 해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순종이란 단어가 조선시대 여자나 쓸 것 같은 말이기도 했고, 밭일이든 부엌일이든 금방 금방 척척 남자들처럼 시원하게 하시는 어머님과 순종이란 단어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아버님께 순종을 하면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시나? 그 뒤로 시어머니를 유심히 지켜보는데, 어머님은 정말 순종을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았고, 아버님이 화라도 내시면 비위를 거스를까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셨다. 내가 보기에 참 답답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조용히 사시는가 싶었는데 요사이 몇 년 어머님이 가끔 화가 나서 못 살겠다는 푸념을 하신다. 그 때마다 며느리, 딸이 모여 어머님에게 남편에게 사랑 받는 법이며, 편하게 사는 비결, 싸움의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나서는데, 어느 것 하나 별 효력이 없었는지 요즘 들어 어머님이 부쩍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다. 결국 아들, 딸들이 모여 두 분을 따로 계시게 하자는 가족회의를 할 지경까지 갔지만 그때마다 어머님은 그러면 너희들이 힘들어서 안 된다며 자식들의 제안을 거절하셨다. 그런 어머님께 감사하면서도 불쌍한 마음이 들어 어떻게 하면 어머님이 좀 편하게 사실까 고민을 했는데,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으니 자연스레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인공 작은 나무의 할머니 보니 비처럼 지혜로운 어머님과 주인공 할아버지 웨일즈처럼 고집스럽고 꽉 막힌 아버님, 두 분의 조합이 그들과 너무나 닮았는데, 두 분도 그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추석 연휴, 시댁에 갔더니 역시나 아버님에 대한 어머님의 푸념이 한 차례 이어졌다. 그리고 어머님 보다는 좀 낫게 사는 두 며느리의 마음 편해지기 비법 전수 시간이 돌아왔다. 둘째 며느리인 동서는 이제 아버님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씀 하시고, 놀러도 다니시고, 하고 싶은 일을 좀 해보시라고 한다. 만날 하는 뻔한 조언이고, 뻔히 되지 않을 일들인 줄 모두 안다. 드디어 내 차례다. 

  “어머님, 제가 드디어 사랑받고 사는 비결을 찾았어요.”

의기양양하게 큰소리를 치니 어머님도 솔깃해 하신다. 

  “어머님, 그러지 말고 그냥 아버님을 이해하세요.”

 그러자 어머님이 발끈하신다.

  “여태 내가 이해했으니께 지금까지 살았지, 이해 못했으면 이렇게 살겄어? 내가 그냥 죽겄어! 징글 징글 햐 ~ ”  

 “어머님, 그런 이해 말구요. 왜 화를 내시는지 물어 보고, 이야기를 들어 주시라고요. 피하지 마시구요. 이 비결은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가 가르쳐 준 건데 제가 공부도 많이 하고 책도 열심히 읽어서 알게 된 거예요. 이해를 해야 사랑할 수 있는 거래요. 그냥 혼자 참는 이해 말구요. 아버님이 화를 내시면 그냥 얼마나 몸이 괴로우면 저렇게 불퉁거릴까 걱정해 주시라고요. 어머님 만날 속으로 ‘당신만 아퍼, 나는 더 아퍼!’하시잖아요. 그러지  마시구요. 마음으로 진짜 이해하려고 해 보세요. 불쌍히 여기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려고 하면 아버님도 어머님 힘든 것 이해하시고 잘 해 주신다니까요.”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어머님은 그냥 내 이야기를 흘려버리는 눈치다. 책을 읽고 사랑하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에 백 배 공감을 하고, 자신을 반성해서 남편과의 오랜 불화와 갈등을 이겨낸 며느리가 생생한 경험담을 전수하건만 이번엔 시어머니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고 하면 안 돼 …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 너구리한테 뺏기지 …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26p)

 

  책을 읽는 내내 노부부의 사는 모습과 손자에 대한 가르침을 보며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의 철학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자연도 사람처럼 봄이면 출산의 진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체로키 인디언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 속에서 지혜를 얻고 그들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 자연에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삶만큼 고상하고 아름다운 삶을 어느 문학작품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 역시 이 소설에서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책장에 꽂힌 책의 제목만 보아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속삼임을 들으며 잠드는 작은 나무의 모습과 서로 사랑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어느 늦은 밤 할아버지가 “I kin ye, Bonnie Bee" 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나는 할아버지가 "I love you"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두 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69p)


  어머님과 아버님도 이들처럼 서로 kin하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이 갈수록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 톨스토이가 말했던 사랑, 불쌍히 여기는 마음 보다 훨씬 더 쉽고 상호작용이 확실한 사랑을 전수하건만 어머님은 이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어머님, 아까 그 책에서 그러는데 개든 사람이든 자기가 아무데도 쓸모없다고 느끼는 건 아주 안 좋대요. 이런 저런 모든 일 혼자 하지 마시고 아버님 하실 수 있는 일은 좀 맡기세요.”

하고 덧붙이려다 그냥 입을 닫았다. 대신 아버님께 기차역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 속에서 사시지만,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체로키 인디언들과 달리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분들에게 인디언의 지혜가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그저 용돈이 든 봉투를 드리면 저절로 두 분 모두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금방 기차역이다. 열차를 타러 승강장 출구로 나서는데 아버님이 5만원 지폐 한 장을 불쑥 내미신다.    

 “차비햐 ~ . 쪼금 밖에 못 줘.”

 “아휴, 됐어요. 요즘 며느리 돈 잘 벌어요. 다음에 제가 용돈 더 드릴게요.”

돈이 많네 적네 받네 못 받네 실랑이를 하고 돌아서는데 왈칵 눈물이 나려했다. 맞다. 몸이 사는 데 필요한 마음을 꾸리느라 나도 아버님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먹고 사는 핑계를 대며 한껏 쪼그라들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아버님, I kin ye, 제가 아버님을 kin할게요. 어머님 힘드시니 화 좀 내지 마세요.’


사람들은 모두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 몸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과 영혼의 마음.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해지면 영혼의 마음은 밤톨보다 작아진다. … (중략)…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죽지만 영혼의 마음은 그대로 남는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꾸는 비결은 오직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본문 104쪽) 



                                                               

      201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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