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치와 돈

여럿이 함께 운영하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바로 그 이유로 세상의 칭찬을 많이 듣는다. 한 가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운영위를 거쳐야 하고, 결정에는 모두가 책임을 진다. 함께 만든 도서관이기에 소박한 일에도 가치를 두고 열심히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의 칭찬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참 이 일이 기분 좋은 일임을 알면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돈’ 문제이다.

아름다운 탄생과 세간의 칭송이 우리의 동력이 되는 건 사실이나 돈 문제는 늘 만만치 않게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큰 성과 없는 토론거리를 낳기도 했다. 여럿이라는 개인이(말은 이상하지만 여기에서는 관과 대별되는 뜻으로) 나라의 도움도, 제삼자의 도움도 받지 않고 도서관을 꾸리기란 정말 어렵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한동안 모두의 생각은 아니지만, 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기업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다. ‘기업이 좋은 일에 돈을 좀 쓰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오히려 우리가 자기들을 돕는 셈 아닌가?’ 하며 ‘왜 우리는 도움을 받으면 안 되는가? 도대체 왜?’ 이러고는 머리를 쥐어뜯을 때 하늘에서 한 권의 책이 떨어졌다.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대답할 것이 있을 것이다. 우정이나 사랑, 우리 같은 작은 도서관의 가치들... 그런데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점차 시장의 지배논리에 침식당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제는 주에서 공원을 후원해 줄 기업을 찾고, 기업은 후원 대신 공원 안에서 해당 기업의 음료수만 팔 수 있도록 요구한다. 어떤 소설가는 특정 기업의 물건을 소설 속에서 12번 언급하기로 하고 돈을 받았다. 우리가 먹는 달콤한 사과에도, 계란껍질에도 광고가 붙어있다. 심지어 돈이 급했던 싱글맘은 자신의 이마에 도박사이트를 영구 문신하고 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합당한 대가를 받으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기업에도 좋은 일이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센델은 이것에 대해 시장에 의해 성행하는 이런 거래들이 과연 자발적인 거래인지 묻고 있다. 돈의 억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런 행위는 자발적이 아니라 매우 억압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마에 새긴 문신은 개인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학교에까지 침투한 상업화는 결국 욕망을 제어하도록 하는 학교 교육의 원래 목표를 퇴색시킨다. 욕망에 충실한 인간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안일했던 내 머리를 후려치는 책이었다. ‘시장이 제자리로 가게 하려면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에 대해 평가하고 생각하라. 그러지 않으면 시장이라는 괴물이 그것을 결정할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결정을 어떤 방법으로 내려야 하는가, 이런 생각은 우리의 몫이다. 이런 생각과 비판에 게을러질 때 상업의 논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겨울이 깊어가고 도서관 곳곳 돈 들어갈 데는 많아진다. 돈 들어갈 데를 두고 걱정하는 것보다 서로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고 우리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우리는 상위권 모범생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는 결코 팔 수 없는 진한 가치가 분명 있다.

돈으로 둘러싸인 세상이 짜증 나고 싫증 나지만 돈 때문에 귀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은 정말 무엇으로 살까? 생각해 보니 밥으로도 살고, 관심으로도 살고, 가족 때문에 살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사실은 '태어났으니까' 살기도 합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구두수선공 시몬이 오랜만에 외상값도 받고 그 돈으로 외투를 사기로 한 날에 벌어진 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너무 가난해서 외투를 부인과 공용으로 입는 시몬은 이 날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외상값은 받지 못하고 낡은 장화 수선을 부탁받습니다. 술을 한 잔 걸치고 집으로 가는데 알몸으로 떨고 있는 미하엘을 만나 낡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장화를 신겨 집으로 데려옵니다. 안 봐도 뻔하죠?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트료나는 이들을 내쫓으려하다가 시몬이 <신의 사랑>을 말하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저녁을 줍니다. 이후 6년을 미하엘은 이들과 함께 구두를 수선하며 살죠.  사실 미하엘은 천사였습니다. 그가 모든 것이 끝난 후 하늘로 올라갈 때 신이 가르쳐 준 세 가지를 일러줍니다.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또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천사는 이 모든 것을 깨닫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 읽은 후에는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찾아봐도 좋겠죠.

미하엘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사람의 세계에 내려와 내가 살아갈 것을 염려해서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벌거벗은 나를 불쌍히 여겼던 가난한 구두수선공과 그의 아내가 나를 불쌍히 여겼기에 살았고 어머니를 잃은 쌍둥이 역시 그들이 스스로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한 여인의 사랑에 의해 자랄 수 있었다. 장화를 주문한 부자는 자신의 앞날을 알지 못했다."

개인적인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내가 내 능력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제게는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고 할까요? 신의 사랑이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대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톨스토이는

사람에게 신의 사랑이 있고 그것을 발현하는 것이 정말 '종교적'인 인간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주의 입장이었지만 가난한 러시아의 농민들을 사랑하고 그들 편에 섰던 위대한 문호, '톨스토이주의'라는 사상을 전파시킨 사상가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이 한 작품으로, 멍 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뒤통수를 탁 치는, 그래서 다시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그에게는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이 심각해지기 시작하는 중 2 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마고'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동물생활백서 <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책 맨 위에는 빨간 색으로 <2007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라는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동물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도 중학생이 되면 관심을 딱 끊게 되고 그에 관계된 책은 거의 안 읽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덕분에 이 책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도서관 한쪽 구석에 쓸쓸히 꽂혀있습니다.

작가 비투스 드뢰셔는 독일의 동물학자이고 심리학자라 합니다. 이 사람이 쓴 책의 제목이<휴머니즘의 동물학>이니 어떤 정신으로 동물을 관찰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게다가 책을 읽어보니 그저 동물의 관찰자로서만 책을 쓴 것이 아니고 지구를 채우고 있는 생명체의 하나로 동물을 인정하고 동물의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머리말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종합적으로 들려주면서 인간들에게 동물을 바라보는 눈을 다시 뜰 것을 요구합니다.

이 책에서는 갖가지 종류의 동물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자식을 기르는지, 어떤 평화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간략한 예를 들면서 보여줍니다. 제목의 주인공인 하이에나는 우리가 알기로는 치사하고 남의 것을 탐내는 동물로 알고 있지만 새끼를 두고 먼 곳까지 가서 먹이를 먹고는 먼 거리를 달려와 새끼에게 젖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은 치열하게 사냥을 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하이에나의 먹이인 누 라는 동물의 방랑 시기와 자신들의 출산, 양육 시기를 맞추어 최적의 양육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수백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있는 바다표범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 우두머리 바다표범은 늘 암컷을 빼앗기지 않으려, 또 자신의 자리를 탐내는 무리들을 견제하느라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그늘에 있는 암컷들은 사실 우두머리 이외 다른 수컷들과 몰래 로맨스를 즐긴다고 하니..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이들을 관찰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지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기 코끼리 이야기입니다. 아기 코끼리가 사람을 해치고 사람이 탄 차를 휴지조각처럼 구겨 놓았던 사건이 계속 벌어지자 학자들이 조사에 나셨습니다. 코끼리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이들의 개체수가 많아져 사람들이 아기 코끼리의 부모들을 죽였고 그 울음소리를 함께 들은 아기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동을 헬리콥터로 하게 되었는데 그 엄청난 소음 때문에 아기 코끼리들은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차라리 세상을 돌고래에게 맡기는 게 어떠냐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하는 짓 보다는 돌고래가 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들이 하늘이 원래적으로 준 것들이고 그들은 그것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요?

하지만 사실 인간만이 이 세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지요. 인간 말고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에 존재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 꾀부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자연을 대상화하듯이 <자연보호>를 주장하는 속이 빈 구호, 동물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으면서 멸종을 우려해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영혼 없는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단순하면서도 큰 뜻을 알게 해 주는 책입니다. 단, 그림이 만화 같아서 실제 동물 사진을 넣었으면 어떨까 생각했으나...그러면 너무 백과사전같이 따분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책 두께 때문에 읽기를 시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만 

짧은 단락이 많으니 긴 숨으로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너끈히 읽을 수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르베르의 작품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말입니다. 저는 <개미>를 읽으면서 감탄도 했지만 뭔가 즐겁지 않은 기분, 불쾌함 같은 것이 남아있어 이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나무>에 대해서는 그 표지가 주는 신비함과 <나무>라는 제목이 주는 감성적인 느낌으로 보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열 개가 넘는 단편이 담긴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보태서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말을 하고 우리의 행동이나 생활을 간섭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왼손이 반란을 일으켜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면?

미래로 여행을 갔는데 그 미래가 주는 것이 끔찍한 냄새와 지저분한 거리, 비인간적인 모습들 뿐이고 그 와중에도 자기네 보험을 팔려는 사람이 계속 미래까지 따라와 강요한다면?

장기나 뇌가 모두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속일 수 있을까요?  거리에 엄청나게 냄새나는 물건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이 물건을  없애버려 하지만 너무나 크고 무거운 바윗덩이 같아서 역부족이었죠. 결국 사람들은 그것을 유리로 막아 냄새를 없애는데 성공을 합니다.

그런데 잠시후, 외계의 한 생명체는 그것을 집어들어 보석상에 팔고 이 작은 생명체(인간)들 덕분에 자기는 보석을 갖게 되었다고 좋아하지요. 앞으로는 더 냄새나는 물건을 던져놓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파브르가 곤충기를 썼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생명체가

인간을 관찰해서 쓴 내용도 있습니다. 한참을 웃다가 좀 심각해집니다. 거북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미래의 과학 발달 이야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베르베르는 결국 우리의 현실을 이렇게 괴상한 이야기로 다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것도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이여, 진정 너는 영혼이 있는가?”  첫 이야기에서 나오는 이 말을 어린 신들이 나오는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물론 속으로- 우리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청소년은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3학년 이상이 좋을 듯합니다. 자신에게 되묻기가 가능하다면 누구나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베르베르가 왜 인기 있는 작가인지 조금은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글/그림 :  에즈라 잭 키츠    출판 : 시공주니어>

에즈라 잭 키즈의 글 그림인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에 번역, 출판되었는데, 1974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1916년생인 작가의 나이로 보면, 노년에 발표한 작품인데도, 어쩜 그렇게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제 막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잘 공감되도록 그렸다고 느껴집니다.

 자기들의 밥그릇 같은, 그러나 네 마리가 다 들어가는 얕은 그릇 속에 눈 색깔, 털 색깔이 각기 다른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앉아서 한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앞표지 입니다. 궁금해서 표지를 활짝 피면, 뒤표지에 검은 무늬가 듬성듬성한 강아지, 특히 눈에 검은 털 무늬로 팬더인가 싶은 강아지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서로 낯설고 어색하겠다. 어떻게 이 상황들을 풀어갈까? 궁금해집니다. 

강아지도 그릇 한 곁에 들어오고, 고양이들은 반대편으로 몰리고 그릇은 고양이들이 있는 쪽이 올라갑니다.

다음 그림은 강아지가 가운데 자리하고 함께 어울립니다. 이제 그릇을 벗어나 뛰고 놉니다. 같이 먹고 따라하고, 서로 다른 소리로 짖고, 뛰기에 서툰 친구가 다치자 핥아주며 위로합니다. 다가온 생쥐를 같이 쫒아가고, 강아지가 서툴게 또 벽에 부딪힙니다.

같이 놀려다 쫒기는 신세가 된 생쥐가 쥐구멍에서 얼굴을 내밀고 강아지에게 "미안" 합니다. 엄마 개가 찾아오고 다음엔 강아지 놀이를 하자고 약속합니다.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서로를 대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흔한 소재일 수도 있는데, 구체적인 동작들이 공감이 많이 되었고 재미있었습니다. 세상과 친구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유아들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작가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그리기도 했지만, 삶의 연륜으로 동심을 표현하고 세상에 이렇게 순수하게도 살 수 있다, 혹은 이렇게 순수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권하고 있는 건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글 : 김혜연
그림 : 최현묵
출판 : 비룡소


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다시피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은 참 작다. 만들고 가꾸는 마음들이야 크지만 요즘들어 많이 생기고 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어린이도서관들에 비하면 작고, 조금 불편하고, 춥기까지해서 이래서야 되겠나 싶을 때도 많다. 지킴이 자리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던 어느 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마음 복잡한 일도 많았던 연말과 언제 왔나 싶게 다가 온 새해를 맞이하고 보내면서 계속 하고 있는 물음이다.
도서관을 만들 때에는 아이들이 언제든 와서 쉬거나 물을 먹고 뒹굴 수 있는 그런 도서관이길 바랐다. 아이들이 책을 본다면 더욱 좋겠지만 도서관은 마을에서 그저 그늘같은 존재여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달라진다. 도서관에 오는 이들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 엄마들이 이기적인 모습으로 내 아이만 챙길 때, 시끄럽게 떠들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들을 볼 때, 책에 낙서를 하고 찢을 때, 오래도록 반납을 안 하고 어렵게 한 독촉 전화를 그냥 끊을 때... 속을 끓여대면서 내가 뭐 할 일이 없어서 이러구 있는 줄 아냐, 내 책이 저기저기 다 보이는데 내가 이런 거 만들 때 왜 협조했을까, 고마워하지도 않는데...아니 자기네들이 오히려 당당하게 굴면서 내 책을 빌려가고 있잖아...이러면서도 떠나지도 적극 사랑하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애매하게 지내고 있었던 어느 날...<코끼리 아줌마의 햇살도서관>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늘 외국책을 즐겨보던 취향이었는데 지킴이를 하던 날, 우리동화책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때가 묻지 않는 것 같아 일단 한 권을 읽어보자 마음먹고 뽑아든 책이다.
작가는 <가족입니까>를 쓴 네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괜히 아는 사람 같아 더 반가웠다. 이야기는 다섯명의 인물이 단락이 되어 각각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진주, 정호, 진숙이 아줌마, 그리고 수정이와 말더듬이 명혜씨들이 주인공이다. 김밥을 팔아 번 돈으로 이금례 할머니가 <이금례 도서관>을 만들고 진숙씨는 할머니의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졸업한 인물이다. 이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각 인물들이 도서관을 드나들게 되고, 만남을 갖게 되는데 모두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될 수 있을 정도로 관계를 맺고 있다. 말더듬이 명혜씨는 진주 엄마이고, 진숙씨와는 친구가 된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박지성의 책을 보기위해 도서관에 오는 정호는 수정이를 짝사랑하고 수정이는 집이 가난해서 자기 방이 없어 도서관에 온다. 진숙씨는 코끼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고, 아이들에게도 비호감이다.
주인공인 이들은 <이금례 도서관>에서 만나고 책을 읽으면서, 혹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에 대해 더욱 눈을 뜨게 된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자기의 꿈을 키워간다.
도서관은 책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프레드릭’을 읽던 명혜씨는 자기가 책을 읽을 때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명혜씨는 수다쟁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도서관 문을 열고 진숙씨와 친구가 된다.
그러고보니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망울을 오랜 시간 잊고 지낸듯하다. 내가 우연히 건넨 한 마디의 말과 책이 작은 희망의 싹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외로운 그들에게 삶의 힘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하루 글 
배현주 그림
국민서관

호야는 이제 초등학생이 됩니다.
내일은 학교에 처음 가는 날.
학교 갈 걱정에 호야는 잠이 오지 않아요.
다음 날 호야는 학교에 잘 다녀올 수 있을지.. 입학을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아이의 두려움이 잘 그려진 책입니다.
새 학교와 새 친구들과 잘 어울려 가는 호야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세요.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주니어랜덤

2학년이 된 경지는 새 짝이 된 준수가 맘에 들지 않아요.
지저분하고 시끄럽기만 한 준수 때문에 학교에도 가고 싶지 않고 정말 속상해요.
그런데 준수에게도 사정이 있나 봐요.  
싫기만 했던 준수의 사정을 듣고 경지는 준수를 자기의 짝꿍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외모만 보고 친구를 보다가 속사정을 알고 나서 변해가는 경지의 모습이 예쁘기만 합니다. 




글 : 토어 세이들러
그림 : 프레드 마르셀리노
출판 : 논장



웨인스콧 족제비는 토어 세이들러 작품으로 연애를 하는 여성적인 섬세한 정서가 인상적이었다. 
예쁜 족제비 웬디는 미모로 춤을 잘 추는 악동 지크의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웬디는 영웅의 아들 애꾸눈 베글리에게 관심이 있다. 베글리는 예쁜 물고기 브리짓을 좋아한다. 하지만 물고기와는 대화도 안되고, 함께 있을 수도 없다.
배경이 되는 웨인스콧은 호수와 바다가 있고 아름다운 언덕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영웅 베글리가 닭 농장에 '더블 비'라는 굴을 파, 매일 집집마다 달걀을 날라다가 족제비들이 풍족하게 살고 있는 곳이다.  족제비들은 새들의 노래 소리에 맞추어 댄스파티를 연다.  웬디는 물고기를 좋아하는 베글리 때문에 고민하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지크와는 오직 춤만 추고 대화가 없는 것이 답답하다. 거기다 춤도 지크만 리드하는 것도 속상하다.
이런 섬세한 묘사들이 감칠맛이 난다. 점점 지크를 길들여 가는 웬디는 나중에는 지크가 청혼을 못하는 것에 짜증이 난다.  이렇게 연애의 상세한 표현은 작가가 여성임을 느끼게 한다.  항상 혼자 지내는 영웅의 아들 베글리는 물고기 브리짓이 알을 품은 것을 알고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많이 실망하지만, 귀여운 아기 물고기들을 보고 사랑스러워 한다.  물수리가 브리짓의 식구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기에, 물수리의 둥지를 다른 호수로 옮기는 모험을 감행하는 모습은 가히 영웅적이었다. 가뭄이 지나고 안전해진 호수에서 브리짓을 다시 만난 베글리는 물고기가 육지 동물과는 다른 결혼식을 알게 되고, 브리짓은 위험한 물수리를 딴 곳으로 보낸 베글리의 보호에 감사하며 뽀뽀를 해준다. 
웬디와 지크는 행복한 결혼식을 치룬다.

글/그림 : 김지연 
출판 : 느림보


깊은 밤, 꽃구름이 달을 나뭇가지에 내려 놓자 깜짝 놀라며 부적들이 깨어난다.
부적 속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삼신할머니, 귀신 쫒는 삽사리, 호랑이, 말 안 듣는 아이와 잠 안자는 아이 잡아간다는 망태 할아버지, 하늘 땅을 두루 살피는 삼두조, 하늘을 부르는 수탁이다
요란한 소리에 잠자던 연이와 오빠까지 덩덜아 깨어 잔치에 쓸 떡을 구하러 옥토끼가 있는 달에 간다.
이때 연이와 오빠가 잠을 안자서인지 망태 할아버지가 쫓아 오는 바람에 여러 부적의 도움을 받아 떡을 구해온다.  선굵은 판화그림과 노랑색, 붉은색, 검정색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색깔이 우리의 토속신앙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삽사리나 호랑이도 우리 조상들에겐 수호신이었음을 알려주고 말로만 듣던 망태할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나중에 연이가 호랑이를 무서워 하는 망태 할아버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재우는 장면은 해학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아이들의 천진함이 느껴져 보는 사람 맘도 훈훈하게 한다

글 : 임사라
그림 : 박현주 
출판 : 나무생

제목과 표지만 보면 엄마가 조기치매가 왔나?
머리를 다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겨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엄마가 엄마가 된 나이와 은비의 나이가 같습니다. 그래서 동갑인것이지요.
엄마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만 느껴지고 처음부터 강하신분 같이 느껴지는데 은비 할머니는 엄마도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고, 바퀴벌레도 싫어하고, 울보라고 합니다. 은비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지요. 엄마도 은비랑 같다는 것을. 참 가슴을 따듯하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딸아이가 시집갈 때 선물해 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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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혜 지음
양경희 그림
바람의 아이들  출판


도서관에 좀 뜸하게 가다가 요즘은 비교적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늘 청소년 쪽을 어슬렁거리게 되지요. 새 책이 있나, 안 본 책은 왜 이리 많나 … 중얼거리며 책장을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전에는 없던(아니면 안 보였던) 책이 두 권이나 나란히 꽂혀 있는 겁니다. 제목은 <오래된 미래> 지은이는 헬레나 호지, 책은 두툼한 편이나  무지하게 가볍고 겉표지에는 눈이 예쁜 아기와 인상 좋은 할머니가 웃고 있습니다.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미래가 오래되다니…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됩니다.라다크는 인도에 속한 작은 왕국입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지은이는 라다크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주 세세하게 알려 줍니다.

책의 처음에서는 처음 지은이가 라다크에 갔을 때 라다크인들이 보여주었던 삶의 지혜를 찬찬히 풀어놓습니다. 거기에는 대가족의 이로움과 갈등을 해소 하는 방법들,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이 나오지요. 책의 중간에서는 이러한 라다크인들의 지혜로운 삶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황폐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처음 지은이가 라다크에 갔을 때와 개발 이후에 방문했을 때 너무도 달라지죠. “여긴 가난 같은 건 없어요”  -체왕 팔조르 1975년“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체왕 팔조르 1983년이렇게 변한 라다크를 지은이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반개발’이라는 개념으로 라다크의 변신을 다시 한 번 노리고 있습니다.

반개발은 개발의 무분별함과 폭력성에 반대하면서 대안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헬레나 호지
가 서울에 왔습니다. 자신이 책을 내는 것도 모두 이 프로그램에 쓰기 위한 것이라 하고 자신의 책을 선전하러 서울에 왔다고 합니다.

<오래된 미래>는 사실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반개발의 뜻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다크인들 스스로가 추진해 가는 계획이라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보면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이 우리가 할머니께 듣거나 직접 본 내용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 사람이 중심이지만 다른 생명체에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마음… 이런 것들은 옛 우리 조상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린 친구들은 읽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고등학생이면 좋을 것 같고 부모님이 읽으시면 더 좋겠습니다.  지금의 우리 삶이 뭔가를 자꾸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셔요!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저자 : 사이토 류스케
번역 : 김영애
출판 : 주니어랜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어린 친구에게

구야, 너를 이렇게 불러본다. 나는 분명 어른이지만 너와 늘 친구가 되고 싶었지. 노는 것이 소원이라는 너를 보고 처음에는 이상했다. 아이들은 다 놀면서 크는 건데, 자기 소원이 노는 것이라니? 그런데 너의 하루 일과와 일주일의 생활을 들으면서 정말 놀 틈도 쉴 틈도, 생각할 틈도 없구나 싶었다. 그러니 책을 읽을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없겠지.
가끔 보는 너의 창백한 얼굴, 피곤한 목소리와 생기 없는 표정은 정말 네가 10살짜리 아이인가 의아했다. 너를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지만 그것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너구나. 내가 어른이고 내가 너를 만남으로써 또 너를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어 마음이 아팠단다. 언제쯤 나는 너를 불편한 마음 없이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어릴 때는 이런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었지. 그저 학교나 다녀오면 책가방은 집어던지고 소심한 내 성격대로 각종 놀이를 자분자분하고 상상도 하고, 책도 마음껏 읽었단다. 놀이를 하면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 내가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나는 책 중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북유럽이야기>같은 책을 좋아했는데 나도 꼭 건초침대에서 자 보고 산양젖으로 아침을 먹고 싶었지. 이런 이야기가 참 미안하다. 너는 밤 11시까지 숙제를 하느라 하품을 참고 있을텐데 말이야.

<모치모치나무>에 나오는 마메타는 너보다 훨씬 어리지. 이 아이는 겁이 많아 무서운 것도 많았어. 집 앞의 큰 나무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지만 밤이면 무서워했지. 할아버지가 편찮으시자 마메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의사를 불러왔고 할아버지를 살렸지. 그 날 그 아이가 본 모치모치나무는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어. 눈이 왔고 달이 떠서라고 했지만 그것은 마메타가 앞으로 살아갈 힘을 스스로 갖게 된 바로 그 날 마메타의 새로운 깨달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이 그림을 참 좋아하는 나는 자주 이 그림책을 읽는단다. 그러면서 너를 생각했어. 네가 만든 현실이 아닌데도 너는 그걸 견디고 있지. 그렇다면 네가 현실을 만들어갈 때 쯤에는 네가 살아갈 힘을 스스로 갖고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치모치나무를 볼 수 있기를. 마메타의 할아버지 말씀대로 사람은 누구나 고운 마음을 갖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을 꼭 해낼 수 있으니까.

내가 힘은 없지만 네 안의 ‘고운 마음’을 발견하고 그 ‘고운 마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너와 함께 할게, 나의 어린 친구야. 너의 모치모치나무를 상상해보기 바라며 나이 먹은 네 친구가 쓴다. 

 

 맛있는 구름 콩

임정진 글. 윤정주 그림. 국민서관

밭에서 자란 노란 콩들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부러워해요. 구름이 여행하듯이 콩도 여행을 하는데요. 콩이 두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여행처럼 그렸어요. 말풍선과 함께 익살스런 그림이 책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구름 콩을 상상하며 두부를 먹으면 아이들이 두부를 더 맛있게 먹지 않을까요?

 

 너 그거 아니?

권영이 지음.  대교출판

엄마 아빠 없이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민이의 이야기에요. 엄마가 혹시 집에 왔을까 학교에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던 민이는 신발장에서 엄마의 슬리퍼를 발견하고는 엄마에게 하듯이 자기의 이야기를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몸의 변화와 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커가는 민이가 짠하지만 대견합니다. 일기형식이라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4학년이상 성장기 아이들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지은 <오이대왕>, 이 작품으로 작가는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합니다. 게다가 <학교 가기 싫어>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와 같이 우리 도서관에 있는 친숙한 책을 지은 사람입니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 여자인게지요. 개인적으로는 <오이대왕>과 함께 <깡통소년>을 참 좋아합니다.
이 사람의 작품에는 유머가 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가볍게 웃음으로 버무려 마음마저도 가볍게 만드는 그런 힘이죠. 게다가 내용에는 가벼움 속에 보이는 자신의 확고한 생각들이 나타납니다.

어느 날 볼프강의 집에 나타난 오이대왕은 참 가진 것도 없으면서 이것 저것 권위를 부리면 집안을 평정하려듭니다.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군림해 오던 아버지는 그런 오이대왕에게 복종하게 되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심한 저항감을 느끼게 됩니다... 라고 이 이야기를 요약해 버리면 되게 심각한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 오이대왕은 거의 물컹한 오이처럼 생겼고 먹는 것은 썩은 감자며 별다른 생각도 없는 멍청한 자칭 대왕인 것입니다.

게다가 자기 발톱에 페티큐어를 칠하라고 명령을 하는데 더 웃긴 것은 그 명령을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이대왕은 가족들이 자기를 싫어하자 가족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전을 핍니다. 엄마의 비싼 옷 영수증, 볼프강의 아버지 싸인 흉내낸 종이.. 이런 것들을 몰래 꺼내오고 눈에 띄라고 아무데나 놓고 좋아합니다.

오이대왕의 출현으로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은 더 강화되었고 가족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크게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이대왕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 서로 하나가 되면서 서로의 도움 속에 차츰 하나씩 각자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볼프강의 경우는 누나의 도움으로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하슬링거 선생님과도 오해를 풀게 되지요. 가족이 합심하여 오이대왕이 없애려 했던 지하실의 구미-오리들을 구해내기도 하구요. 결국 오이대왕을 믿었던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입니다.

가족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고, 가족의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도 이 이야기는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나누어줍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 가족의 '오이대왕' 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은 잘난 것도 없이 권위를 부리려 하고 이간질도 시키지요. 그 놈이 있다면 한 번 소탕 작전을 펼쳐보세요.

한글, 세종대왕
그리고  연꽃학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창작과 비평  출판


10월은 늘 정신없이 지나간다. 각종 행사에 바깥 나들이도 많고 기념일도 유난히 많다.
아이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고 어른들도 그저 무심히 지나가는 한글날…
어릴 적 기억에도 한글날에 했던 특별한 행사가 없고 요즘에 와서도 신문 한 귀퉁이의 작은 관련 기사를 보고서야 그래 한글날.. 하게 된다.
수십년을 스쳐지나간 한글날이 큰 의미를 주지 않았지만 우연히 아는 분께 받은 책 한 권은 그 속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고뇌와 아픔 그리고 소통을 보여주면서 비로소 박제된 한글날에서 벗어나게 한다.
세종과 세조는 갖고 있는 병이 많았다고 한다. 세종은 당뇨와 안질환이 있었고 세조는 피부병이 심했다 한다. 이들이 자주 찾던 곳이 충북 청원의 초정리 약수터인데 오늘 소개할 책의 배경이기도 하다.
장원이는 아버지,누나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간다. 석수장이인 아버지는 몸이 아프고 누나는 약값 때문에 멀리 팔려간다.
장원이는 13살인데 초정리에서 약수를 떠다 주는 것으로 간신히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초정리의 한 정자에서 만난 토끼눈 할아버지는 근심이 많아 보인다.
장원이는 할아버지에게서 새로 만들어졌다는 글자를 배우고 그것으로 할아버지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장원이는 글자를 익혀 누나와 친구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이것을 통해 이들은 아주 중요한 소통을 하게 된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다소 교훈적인 내용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다른 부분이 드러난다. 바로 세종대왕의 ‘고민’이다. 세종은 한글 반포를 했으나 많은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를 고민했을 것이다.
또한 한글이 어떻게 퍼져 나갈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가 아닐수 없었을 것이고, 과연 이 글자로 소통이 가능할지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장원은 글자를 쉽게 익혀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들간의 중요한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이런 장원의 역할은 세종의 뜻과 진실이 그 힘을 발휘한 것으로 세종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주었을 것이다. 석수장이를 꿈꾸는 장원도 자신이 만든 연꽃확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을 고민할 때 다시 만난 세종이 그것을 물이 흘러나가는 자리로 하라는 말을 해주자 뭔가를 깨달은 듯 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종 자신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다.
책의 두께가 있으나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가끔은 중학생 권장도서에 포함되어 있으나 초등 6학년이면 무리없이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책이 갖고 있는 무게는 존재한다.
그것은 ‘소통’을 말하기도 한다. 소통의 중요성과 그것의 실체, 또 세종에 반대를 했던 신하들과 자신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묵직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각종 네트워크와 소통도구들이 범람하고 있는 지금, 장원이가 흙바닥에 썼던 서툰 편지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담긴 투박하지만 따뜻한 진실 때문일 것이다.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내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조지는 강아지입니다. 엄마 개는 조지에게 짖어보라 하죠. ‘이상하네? 왜 강아지에게 짖어보라 할까?’ 의문이 생깁니다. 그런데 조지는 “야옹” 하는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엄마는 실망을 하고 다시 짖어보라 하는데 조지가 이번에는 “꽥꽥” 하며 오리 소리를 냅니다. 엄마는 머리를 감싸고 힘들어 합니다. 마치 학교 들어갈 아이에게 1 더하기 1을 물었는데 “1이요” 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조지는 계속 돼지와 소의 소리를 냅니다. 글쎄요, 조지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렇게 소리를 내면 안 되는구나 하는 죄책감도 없어 보입니다. 조지는 그저 열심히 ‘짖고’ 있을 뿐입니다. 병원에 간 조지는 처방을 받았고 결국 자기의 멍멍 소리를 찾았는데.. 마지막에 가서 사람들 속을 지나가던 조지는 다시 다른 소리로 ‘짖고’ 맙니다.
그림책의 색이 참 예쁩니다. 파스텔톤의 그림에 표정들이 단순하지만 전달력이 있어 어떤 생각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엄마가 조지 때문에 괴로워하는 장면은 개의 모습이긴 해도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됨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정답을 말하지 못한 내 아이에게 자꾸 닦달하던 그런 자신을 말이지요.조지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평온하게 ‘짖고’있습니다. 조지의 얼굴을 보면 조지의 속마음이 살짝 궁금하기도 합니다.
조지는 왜 그렇게 여러 동물들의 목소리로 짖었을까요?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조지와 엄마의 노력을 말하는구나 생각하다가도 엄마가 정답이라 생각한 것과 조지의 그것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조지에게는 여러 가지 동물로 표현한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것도 소리는 다르지만 분명 조지의 소리일 것입니다.
어쩌면 조지는 고양이, 오리, 돼지, 그리고 소와 사귀면서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진짜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내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두 눈 바로 뜨고 볼 수 있는 그 용기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참 중요한 일이겠습니다.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백승남  지음 / 한겨레 틴틴  출판   루케미아 루미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이름이 참 리드미컬하다, 예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을 읽어보니 그것은 ‘백혈병’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백혈병이라면 티비에서 머리를 민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슬픈 눈을 하거나 오히려 밝게 웃음짓는 그런 것만 상상할 수 있는 무식스러운 내 수준에 루케미아 라는 병명은 생소하고 그러기 때문에 죽음의 냄새는 전혀 맡을 수 없었습니다.

루미는 이 책에 나오는 백혈병에 걸린 여자 아이 이름입니다. 황루미. 엄마가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루미는 재생불량성빈혈에 시달리는 ‘강’이가 관찰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책에서는 강이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루미가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그들이 왜 함께 주인공 역할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어느 정도 풀어지기도 했습니다. 루미는 강이보다 더 가벼운 증세로 시작했지만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습니다.
강이는 루미가 까탈스럽게 굴 때 미운 생각도 들지만 루미를 데리고 병원을 나와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두루미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밉다는 루미에게 우리 몸 속의 루미솜과 루미놀에 대해 이야기 해 줍니다.
루미는 머리가 둘 달린 쌍학을 강이에게 배우기 직전에 죽고 맙니다. 루미는 흙으로 새를 만들고 학 접기를 잘하고 하늘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머리가 둘 달린 쌍학의 전설은 우리에게 뭔가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오빠가 동생을 지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루미가 죽고 루미 엄마, 강이, 강이 엄마는 모두 루미를 느낍니다. 잠시 보인 루미의 모습은 날개가 하얀 새의 모습과 겹치고, 강이는 병이 재발했다는 통보를 받고 괴로워합니다.
방황하던 강이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루미에게 오빠를 지켜 봐달라고 말하는데 하늘 높이 날아가는 눈부신 새 한 마리를 봅니다.

강이는 루미에게 오빠로서 또 병의 선배로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지만 떠난 루미의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루미에게 다시 힘을 얻습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이들은 이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나 봅니다.
작가의 <늑대왕 핫산>에서도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루케미아 루미>에서도 우리가 죽음을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단지 살아있는 우리를 위로하고자 함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떠난 이를 더 가슴 깊이 간직해두는 일이기도 하기에 “잘 가..” 라고 말하는 것이 어렵지만 필요한 일인 것입니다.

작가는 금천구에서 함께 동화 공부를 했던 이입니다. 제목에 강이를 쓰지 않고 작가의 아들이름인 ‘완이’를 쓴 것은 완이가 겪은 일이 단지 가슴 아파서라기 보다는 앞으로 겪을 일이 조금 더 아픔을 주더라도 ‘우리가 응원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극적이고 작은 응원이 완이의 역경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완이가 참된 삶의 의미를 먼저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을 계속 나누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믿어봅니다. (초등 6학년부터)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는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동화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지리, 세상을 날다    (전국지리교사 모임 지음, 서해문집)

 내 머리맡에는 항상 스무 권 남짓한 책들이 있다. 읽다만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 다 읽은 책, 책,책,책. 마음만 앞서 책 탑을 쌓았다 허물었다하며 이 책 저 책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뭔가 할 말이 많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쉽지 않고 그런데 그 많은 책 중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리, 세상을 날다. 아마도 내게 항상 어디로 떠나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생활에 쫓기는 삶에서 여행을 그저 꿈일 뿐이니 책으로나마 세상을 날고 싶었나보다
  안방에 누워 책장을 넘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지구촌 곳곳의 도시와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의 청계천과 한강에서 3-40년 전 한강 변을 바라보다 500년 전의 서울을 그려보고 다시 아파트 숲들로 빽빽한 서울로 돌아온다. 개발이라는 대의 아래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고 또 한 편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거만한 빌딩이 보인다.
회색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따라 독일을 슈투트가르트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로, 평양으로 대구로 간다. 땅과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깊은 반성과 후회들. 그리고 땅과 어울리려는 노력들을 만난다.
입시를 위해 외웠던 플랜테이션 농업, 신문에 하루가 멀다 나오는 4대강 사업, 친숙한 것 같지만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만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전 세계적인 기호품이면서 노동력 착취의 대표적 농산물이라는 것,
커피뿐 아니라 축구공, 초콜릿, 설탕이 생산자들에게는 노예의 배고픔과 설움을 주고 기업가나 유통업자만  부와 자유를 준다고 한다. 다행히 생산자들에게 이익이 갈 수 있도록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확대되고 있다는 희망을 메시지도 전달 받는다. 휴~
돌아서니 이번엔 지구촌 곳곳에 굶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홍수 때문에 자연환경이 너무나 안 좋아서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단다.
전 세계 식량 공급량이 세계 인구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단다. 다만 일부 세력이 식량을 독점하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공급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기아사태가 벌어지고 있단다. 무기를 사기 위해, 혹은 지독히 이기적인 정권유지를 위해 수출용 상품작물에 주력하느라 정작 생계에 필요한 곡물은 자족이 되지 않아 비싼 돈을 주고 사야하는 현실 때문이란다. 답답하고 분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행? 그저 세계의 유명한 사적과 문물, 도시를 눈으로 구경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경험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이제 이 지리책을 읽으며 여행이 반드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꼭 어딘가를 가야하는 것이란 생각을 버린다. 여행은 그저  어느 공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며 그들과의 공감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할머니 집에서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보림

도시아이 솔이가 주말마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가서 일어나는 생활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도 재미있고 그림일기 형식이라 아이들이 더 좋아 하겠네요. 그림도 아기자기하니 예쁜 책입니다.




버스 놓친 날
장 뤽 루시아니 글.  청어람주니어

어느 날 식구들이 모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 가는 버스를 놓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편집강박장애를 가진 주인공 벵자멩이 혼자서 세상을주고 싶은 책입니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유치원생 꼬마 남자아이들에게 "너 이 다음에 커서 뭐 될래?"하고 물으면 "소방관 될래요"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꽤 된다.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을 끄는 모습은 어른이 내가 봐도 멋있다. 그럼 아이들이 꿈꾸는 소방관 아저씨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그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세종대왕 때 도적들이 지른 불이 도성 안에 번져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죽게 된다.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은 이 사건을 근거로 하여 조선시대 소방관이었던 멸화군의 활약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불귀신이다" 도성에 나타난 불귀신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성 안을 휘젖고 다니는 통에 백성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급기야 나라님은 불귀신을 잡는 군졸인 멸화군을 모집하는 방을 붙인다.

어중이 떠중이 모여든 사람들 중에 고르고 골라 멸화군을 만드는데 불귀신을 잡기는커녕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된다.
정신 바짝 차린 멸화군은 훈련도 열심히 하고 불귀신을 잡는 일뿐만 아니라 화재를 미리 예방하는 일에도 힘쓴다.
 입말로 쓰여 있어 옛이야기를 듣는 듯하고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그림을 통해 읽는 캐릭터들의 성격 읽기도 재미있다.

화재를 막기 위해 사용했던 기구들도 볼 수 있어 좋다.

 

리버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번역 다산책방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손녀인 제스가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이 절절하게 전해져 오는 책입니다.
가족과 떠나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쓴 내용으로 여행지의 경관을 묘사 한 글이 너무도 인상 깊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지리, 세상을 날다
 전국지리교사모임, 서해문집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 경제발전, 무역, 인구변화, 도시화, 환경문제 등을 다루는 책이다. 6학년 사회교과서 정도의 책이다. 그러나 교과서가 머리로 읽는 사회책이라면 이 책은 가슴으로 읽히는 책이다. 교과서가 외우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단순히 나열했다면 이 책은 어떻게 왜 변해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손 끝의 힘, 분노의 힘, 세상을 바꾸는 바로 그 힘"  요술 손가락(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사냥을 좋아하던 그레그씨.
아들들까지 동원해 오리들을 사냥합니다. 주인공 소녀는 화가 나거나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손 끝에서 전기 같기도 하고 광선 같기도 한 것이 그야말로 “빠지직” 소리를 내며 나오고, 그 다음 일은 .. 아무도 모르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부당하게 야단만 치는 답답한 선생님은 갑자기 콧수염이 자라나기도 하는 그런 우스운 일도 벌어지게 하지요.
사냥을 지나치게 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레그씨네 가족은 주인공 소녀의 초능력으로 자기들이 숱하게 죽인 오리로 변하고 맙니다. 오해는 마셔요. 소녀는 그레그씨네가 오리로 변하길 바란 건 아닙니다. 그저 분노를 한 것이지요. 
“빠지직” 이런 소리 뒤에 하늘을 날던 오리는 집 안으로 들어오고 그레그씨네는 잠을 자기 위해 둥지를 만들어야 하는 신세가 되지요. 오리들은 손이 달려 전화도 받고 총도 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레그씨는 날개가 달린 몸이라 날 수는 있지만 뭔가를 집어서 먹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요.
그레그씨네는 결국 오리들에게 총으로 위협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마틸다>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작품입니다. 글쎄요.. 환경이다 동물 보호다 생명 존중이다 이런 거창한 구호없이도 짧은 이야기 하나로 모든 걸 평정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러한 결말 이전에 항상 필요한 것은 ‘분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분노할 줄 아는’삶의 태도를 잊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니면 나와 관계된 것이 아니니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손해볼까봐 이런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정당한 분노들은 늘 필요하고 그 분노들이 어쩌면 세상사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능력이 있다면 무엇에 먼저 분노하게 될까요? 함께 생각해보셔요.  (초등 저학년부터)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손도끼/ 게리 폴슨 저/ 사계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여름방학에 아빠에게 가다가 조종사의 심장마비로 브라이언은 무인도와 똑같이 아무도 없는 캐나다 삼림 속에 불시착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엄마는 브라이언에게 손도끼를 선물하는데 받을 땐 무미건조하게, 아니 오히려 창피하다고 생각 하는 듯 했지만 그 손도끼가 브라이언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브라이언의 나이는 이제 13살, 이 책의 작가 게리폴슨도 14세 때부터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열심히 세상을 배워나갔습니다. 어쩌면 게리폴슨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브라이언은 두 달 가까이 아무것도 없이 생활하다가 호수에 빠진 비행기에 있는 생존가방을 꺼내오지만 오히려 그 가방속의 물건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합니다. 생존가방을 찾아 비상송신기를 누르게 되고 아주 허무하게 구출이 됩니다.

  정말 구출 장면은 허무했는데 브라이언은 구출이 될 때 두 달 동안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던 자기 자신의 외향을 생각하며 창피해 합니다. 구출되어서 기쁜 것이 아니라 창피한 것이 먼저였다니.... 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작가는 어쩌면 이리도 인간의 심리를 딱 꼬집어 잘 써놓았는지 마지막 부분에서
브라이언이 살아서 돌아오자, ‘브라이언의 부모님은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인 채 진짜로 다시 부부가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든 상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라고 마무리를 했는데 우리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제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 때는 “유민아 제발 살아만 다오. 공부 못해도 좋고 엄마 말 안 들어도 좋아. 무조건 살아만 다오.” 했었는데 퇴원하고 열흘정도 지나니 “유민아, 다른 애들 따라가려면 학원이라도 좀 다닐까?” 하고, 아직 회복도 안 되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애를 붙들고 숙제 시키고 시험 본다고 하니 공부시키고.... 참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왜 그 때 병원에 있을 때 간절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지금 내 앞에 무엇이든 못하는 모습으로 있는 아들만 보이는지.... 아마도 브라이언의 부모도 브라이언이 돌아오기 전 저처럼 “살아서 돌아와만 다오. 그럼 우리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보자”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외면할 수 없었겠죠.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의 책들은 이렇게 큰일을 주인공이 겪었다면 주변의 인물들이 달라졌지만 이 책은 딱 일주일만 달라지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참 현실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눈앞에 대령이 되고 돈만 있으면 해결되었던 곳에서 멀어져 단지 먹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살기위해서 먹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수레바퀴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 민음사

유명한 책이지요? 다시 읽으니,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기개발에 매진하며,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소년의 힘들고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성장 모습이 내내 조마조마해보였다.  

 한편 주위 어른 중에 역할 모델이 있었나? 이끌어주는 이가 있었나? 계속 기억을 되살리며 읽었었지만  끝까지 없었다. (읽어 가면서 처음 읽듯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의 아버지는 돈이 좀 있는 권위적이고 통속적인 아버지로 아들이 총명하다는 주목을 받고 주위의 칭찬을 받자 아들을 자신의 자랑으로 여긴다. 
신학교 입학의 가능성을 추천받은 소년은 즐거운 일상과 이별하고, 꽉 짜여진 하루의 일상에 맞추어 얼굴이 헬쑥하도록 공부에 열중하며, 자신이 주위의 친구들과 다르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키워간다 

 어릴 때부터 예뻐해주던 구둣방 아저씨는 헬쑥해지는 소년을 걱정하며 햇볕도 보고 산책도 하는게 좋겠다며 걱정하지만 소년은 무시한다. 
 신학교에 입학한 소년은 다시 학업을 위해 필요한 공부에 매진하며 휴식을 잃어버린다. 입학 후에 생활은 소년들의 심한 장난기나 끼리끼리 모이고 속임이 난무하는 학교 생활에 지쳐가며, 학업에 흥미를 잃는다. 

우연히 친하게 된 친구는 신학교를 비판하고 우습게 여기며, 자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소년은 신학공부에 뜻이 사라지고 학업은 더욱 게을리해, 학교에서 경고를 받고 병을 얻게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몸이 회복된 소년은 낚시에 전념을 하던 중, 자식을 이해못하는 아버지는 소년을 기계공이 되도록하고, 거역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은 자신의 그간 건방졌으미 부끄럽고, 삶의 방향을 잃은 소년은 친구들과 어울려 주말을 보낸 후 강물에 빠진채 발견된다. 

어린 소년이 어른들의 몰이해 속에 그의 성향을 제대로 이해받지도 못하고 무심한 어른들의 부추김대로, 자신의 성향도 모른채 총명하다는 이유로 자신에 맞지않는 부분을 선택했다가 몰락하는 모습이 많이 안타깝고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게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이었다. 전적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작품을 본 느낌이다.


초강력 아빠 팬티
타이- 마르크 르탄 글. 바루 그림
‘우리 아빠는 날마다 팬티만 입고 다닙니다. 아빠는 프로레슬링 선수거든요.’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영웅 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다보면 따뜻한 웃음이 나오는 책이에요. 물질이 아니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어떤 것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글. 율리아 프리제그림 
엄마오리를 잡아먹으려다 얼떨결에 오리알에서 깨어난 아기오리의 아빠가 된 배고픈 여우 콘라트와 아기오리 로렌츠가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오리를 보살피는 콘라트를 보다 보면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손도끼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양쪽 부모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살게 된 브라이언이 아빠에게 가던 중 경비행기가 깊은 숲 속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엄마한테 받은 손도끼를 가지고 원시생활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입니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우리 누나>  오카 슈조 지음/ 웅진책마을

<우리 누나>
 오카 슈조 지음/ 웅진책마을

이 책에는 6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건 <장애>라는 것을 저 쪽에 두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이야기 하는 형식이 아닌 바로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장애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흔히 그동안 보았던 장애 관련 책들은 모든 걸 초월한 영웅들의 감동 스토리 아니면 장애를 가졌지만 마음이 착한(?) 아이들 같은 틀에 박힌 인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늘 불쌍하게 바라보고 늘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그들과 실제 친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 되고 말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다 착한 건 아닙니다. 그건 장애를 갖지 않은 아이들이다 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의 장애 뿐이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의 장애도 갖고 있습니다. 쓰라린 일이 많기 때문이죠.

 이 책은 이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그저 평범한 아이로 봐주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죠. 사실 어떻게 평범하게 보겠습니까? 작가와 편집자는 그 이야기를 뒤에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그렇다는 것은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잇자국>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던 <그 녀석>은 달리 성격이 까칠하거나 똘똘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지키고, 자기를 세상의 중심에 놓는 당연한 마음이었기에 상대방을 물고 거짓을 밝히는 일을 한 것입니다. 슬프게도 그의 이런 행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장애인이건 아니건 중요한 일입니다.
방송이나 신문기사, 그리고 몇몇 책에서 보게 되는 <훌륭한> 장애인들을 그만 생각하고 우리 이웃에 있는 평범한(?) 장애인들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고 도와줄 것인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에서 또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훌륭한 책이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 (우리말)
우리누리 글/ 심심스쿨 그림/ 길벗스쿨/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쓰는 낱말들의 뜻과  생겨난 이야기를 네 칸 만화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하나씩 읽다 보면 우리 아이들의 어휘도 부쩍 자라지 않을까?
 

 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 글 /  살림어린이

하늘의 별이 너무 아름다워 별을 훔친 아이. 하지만 마음이 자꾸 불편해진다. 그래서 결국 물 속에 놓아 준다. 좋은 것만 가지려 하고 나 혼자만 가지려 하는 우리들 마음을 꼬집는 그림책이다.

 

 

 생각의 좌표
 홍세화 / 한겨레출판

 우리 사회가 자유롭고 평등한, 건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개인들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인식해야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찾게 해주는 책이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책읽기
 책읽는어른 '함박웃음' 13기 신입회원 모집
4월 11(월)에 기본 교육 첫강이 실시됩니다.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분 누구나 참여 할수 있습니다. 참여 신청은 은행나무 도서관으로 해주세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892-7894


 

이순원의 <나무>는 할아버지 밤나무가 손자 밤나무와 부엌 뒤 마당가에 나란히 서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야기다. 백 살 남짓 살아온 할아버지는 이제 여덟 살이 되어 꽃을 피우고 씨앗열매를 만들 수 있게 된 손자를 보며 이제 자신이 떠날 때임을 안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시나무인 자신이 어떻게 집안에 심겼는지, 아들이 어쩌다 죽었는지. 그리고 나무를 심은 사람과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또 철없고 멋모르는 고집쟁이 손자를 혼내고 타이르기도 하며 앞으로 나무로 살아가는 법을 유언처럼 알려준다.
   손자가 처음 맺은 열매를 잃고 아픔을 겪을 때 "애야, 첫해의 꽃으로 열매 맺는 나무는 없다. 그건 나무가 아니라 한 해를 살다 가는 풀들의 세상에나 있는 일이란다." 라고 위로해준다.

또 눈 속에 파묻혀 두려워하는 손자에게 너는 나무의 일생 중 가장 가볍고 탄력이 좋을 때이니 걱정 말라고, 너는 스스로 싹을 틔운 강한 나무라고 격려해 준다. 눈 속에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가 잘난 척 한다고 흉을 보자 눈과 추위가 나무를 얼마나 단련시키는지 아냐고. 시련이 없으면 열매도 없다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나무로 사는 법은 이 것 뿐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잎을 준비하고 꽃을 준비하고 열매를 준비하는지,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바람과 추위같은 시련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어느덧 읽는 이도 손자가 되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고집과 독선만 키우는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는 살살 타이르신다. 

 "이제 너는 여덟 살이다. 아직 어리다해도 일생의 첫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해야 할 나이가 된 게야. 그런 만큼 세상 보는 눈도 전보다 더 깊고 따뜻해야지."  이제 막 자라는 청소년이나 성숙하지 못한 부모세대나 모두 깊게 새겨들을 일일 게다 .



학교에 간 사자
 필리파 피어스 글 /논장

8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펼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책 속에서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가위와, 무엇이든 붙일 수 있는 풀과 학교가기 싫어하는 소녀와 학교에 가서 소녀를 괴롭히는 아이를 무섭게 겁을 주는 사자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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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자전거 배우기
고대영 글.김영진 그림 길벗어린이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과 두발자전거 같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까지.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잘 표현 되어있다. 든든히 뒤를 잡아주는 아빠의 멋진 모습도 미소짓게 한다. 주말엔 가족과 함께 자전거 타러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책읽기  책읽는 어른 '함박웃음' 13기 신입회원 모집
4월 11(월)에 기본 교육 첫강이 실시됩니다.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분 누구나 참여 할수 있습니다. 참여 신청은 은행나무 도서관으로 해주세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892-7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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