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삶이 보이는 창>에서 나온 이 책은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시아 인권문화연대의 대표인 이란주씨가 5년 동안 진보생활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에 썼던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노동력이 필요할 때는 불러들이고 경제가 나빠지니 찬밥 신세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가까이서 만났던 소위 다문화가정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등록이든 미등록이든(불법이라는 말을 가능하면 쓰지 마셔요. 사람이 존재하는 건 법으로 따질 일이 아니지요) 이들은 우리 경제의 최전방에서 어려운 온갖 일은 다 하면서도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가정을 지키는 것 조차 힘겨울 뿐 아니라 멸시와 천대를 온 몸으로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노동'만을 강요했을 뿐 인간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못 본 척하고 우리 일자리 뺏는 이들로 멸시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평등과 행복의 문제로 이들과 연대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들이 되었을까요?

불행하게도 이 책에서는 이들과 연대하고 함께 하는 이들이 너무도 적고 인간이하로 취급하는 이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책을 읽고 조금 아쉬웠던 것은 이 책의 편집이 주제별로 되어 있어서 지금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어떤지 잘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의 법 문제나 해결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이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이 없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산업연수생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은 알겠는데 그 후에는 어떻게 법이 바뀌고 했는지 나와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지은이는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크게 생각합니다. 일테면 버마의 정치 상황은 매우 심각해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은 버마에 투자하지 말았으면 하지만 지은이는 그것으로 인해

그곳 사람들이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는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 때문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들의 노력과 연대의 수준은 참 대단하다고 봅니다.

우리도 다문화 가정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주변에 있고 그 아이들이 교육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적극 도왔으면 합니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은 역시 아란주씨가 쓴 <말해요, 찬드라> 입니다. 중학생 정도면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5.9-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간 책 한 권...그림책은 왜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주는지. 웃기는것 웃기는대로, 심각하고 진지한건 또 그 나름의 매럭이 있다. 오래전부터 함께 공부한 사람이 중국으로 이사를 갔는데 얼마전 카톡으로 <마지막 거인>을 소개했다. 아이들과 함께 봤는데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아직도 이 책 이야기를 한다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찾는데 분명 아무도 빌려가지 않았다는데 책이 없었다. 몇 번을 뒤진 끝에 큰 책들 사이 안쪽에 박힌 듯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왔다. 그 작은 책이 <마지막 거인>이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지리학자인 아치볼트가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한 늙은 선원에 게서 거인의 이를 사게 된 그는 거인들이 살고 있다고 추정되는 곳으로 탐험을 떠난다.

어려움끝에 혼자 살이남은 그는 드디어 거인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아홉 명의 남녀 거인으로 피부가 마치 이야기를 하듯 만물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피부에는 문신과 같은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에는 그들이 생각하거나 사랑하거나 하는것들이 담겨있다.아치볼트가 그들과 함께 지내며 친구가 되자 아름다운 거인 안탈라의 등에는 아치볼트의 모습이 저절로 새겨진다. 이들이 하늘의 별을 향해 부르는 노래는 정말 아름다워서 천상의 음악과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온 아치볼트는 거인들을 세상에 알렸고 다시 거인의 거취를 찾아들어간 그가 본 것은 아름다운 거인 안탈라의 잘린 머리였다.

아치볼트는 모든걸 버리고 거인들과의 우정을 배신했다는 자책에 세상을 떠돌게 된다.  몇 번을 계속해서 읽고 그림을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정말 작은 크기라 자세히 보려면 오래 걸린다. 책이 수줍은 듯 숨어있는듯 보인다. 글이 좋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이 없이는 그 느낌이 살질 않는다. 특히 거인들을 묘사한 그림들은 정말 아름다워서 지독한 근시인 난 안경을 벗어놓고 천천히 보고 또 보게 된다. 모든 것을 피부에 담고 사는 거인들, 별을 향한 그 노래의 울림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낯선 작은 사람을 잘 보살피고 친구가 되는, 그래서 헤어질때에도 그 큰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거인들...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고 난 결과는 아름다운 거인의 잘린 목  그것이다. 


사람처럼 어리석은 것들이 또 있을까. 사람만큼 이기적인 것들이 또 있을까

거인이 '자연'을 뜻한다는 단순한 분석도 일리가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배신한 것이 어디 자연 뿐이겠는가. 사람답게 사는것, 남을 배려하는 것,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것, 그리고 진정한 노래를 부르는것...거인들의 행동은 모두 인간이 잃은 그 무엇인 것이다.

휴~~왜 이리 이 책이 마음에 걸리는지, 여운이 이토록 오래 가는지 그래, 모르지 않는다. 난 알고 있다. 나도 거인을 배신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이다.

                                2015.9-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옛이야기의 매력은 어디서 올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옛이야기는 다른 어떤 이야기들 보다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왜 그럴까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매력을 알 것도 같다.

맨날 똑같은 말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도 "Could be worse!" 라고만 한다. 할아버지는 왜 그 말밖에 안하냐며 심심해하고 지루해할때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Guess what"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얘들아, 있잖아. 내가 어젯밤에" 할아버지가 어찌나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꾸몄는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산전수전 겪고 돌아온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매일 쓰던 지겨운 말 could be worse!를 외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이들 말로 표현하면 거짓말이고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허구가 할아버지 이야기의 재미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 속아넘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게 이 책의 재미다. 이 책을 보자니 옛이야기의 매력은 황당무계한 것 같은 거짓말과 그런 거짓말에 언제든지 속아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만들어진 듯하다.

현실과 허구를 분간 못하게 정신을 뺏어가는 옛이야기의 매력을 우리 옛이야기 그림책이 아니라 원서 그림책에서 찾게 된 이유는 뭘까?

아마도 could be worse가 무슨 말일까 짧은 영어실력으로 고민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답도 얻게 된 듯하다. 

Could be worse! 다행이다!

 

                                                                 

      2015.8-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차영민 글,그림 세움출판.2012



안동안, 그 녀석은 학교에서 전설이다. 신이다. 빵둟기의 신이다.

  빵뚫기가 절대불가능한 요새로 유명한 학교 앞 슈퍼를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하루만에 뚫었다. 이 후로 녀석은 어리고 죄많은 고딩들에게 빵를 주는 자, 빵을 얻고자하는 학생들은 모두 그에게로 간다. 일학년이나 삼학년이나 모두 그를 막냇삼촌이라 부르며 매일 그를 따르고, 빵을 사달라고 조른다. 

학교 선생님들마저도 그에게 매를 대거나 벌을 주기를 어색해하고 무의식중에 존대말을 쓸 정도의 위엄이 녀석에게는 있다.

  그러나 녀석이 학교를 나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녀석은 신이 아니다. 신은 커녕 범죄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백오십만원도 아니고 백오십원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파출소로 끌려간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더 많은 술취한 누나를 업어서 데려다 주건만 원조교재를 하는 치한으로 오해받고, 엄마를 찾으러 노래방에 갔다가 도박꾼 누명을 쓰고 또 경찰서행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녀석의 이름처럼 안동안이기 때문이다. 녀석은 아직 민증도 없는 파릇파릇한 열일곱 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건만 눈에 띄게 큰 머리와 겉늙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신이 되기도 하고 범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눈을 가려도 나쁜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할 경찰조차도 그의 말을 잘 믿어주지 않으니 억울한테,  그 녀석의 집에는 녀석의 얼굴을  아주 잘 이용해먹는 삼촌까지  있다. 매일 집 앞 슈퍼로 담배 심부름을 보내고, 이러저러한 부모님이 모르면 좋을 사실들을 미끼로 용돈도 뜯고 별별 심부름을 다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삼촌이 급기야 자기 대신 선을 보러 가 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적표 협박에 하는 수 없이 녀석은 선을 보러 가는데 ..

  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개성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중고딩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간단하고 이야기는 흥미롭다. 작가가 사용하는 어휘나 말투가 진짜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벼워보이고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  그러나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안동안의 얼굴만큼이나 진중하고 성숙하다.  

작가 소개를 살짝 보니 89학번도 아니고 89년생이다. 이 청년 작가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 안동안의 얼굴만큼, 아니 그보다 더 속으로 늙은 게 틀림없다.                                      

                                               2015.8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88년 아니면 89년에 나는 작은 사무실을 얻어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의 간사 일을 하고 있었다. 지역운동과 여성운동을 모두 아우르는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다. ‘지탁연’의 이사님들을 모시는 자리에 이오덕 선생님이 오셨는데 마른 체구에 깐깐한 인상이었다. 일단 앉자마자 ‘지탁연’ 이라는 말이 잘못 되었다고 하셨다. 그것은 영어 약자 표기 방법이고 우리말 우리글에서는 줄여 부르되 그 뜻이 드러나야 한다며 ‘탁아연’ 으로 부르기를 권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지 못했지만 그때 받은 인상은 참 강해서 그 일이 잊지 못할 일이 되었다.

어린이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오덕 이라는 이름을 다시 보았고 나는 이 분을 내 스승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쓰신 책을 열심히 읽었고, 때로는 지나치게 철저한 그 태도에 조금 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선생님의 평론이나 주장은 내 마음에 와닿았다.

이번에 도서관 식구들 덕분에 읽은 새 책 <나는 땅이 될 것이다>는 선생님의 평소 모습처럼 깐깐한 주장만이 담겨있지 않았다. 인간 이오덕의 아픔과 정겨운 우정과 시퍼런 자기성찰이 들어 있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기를 여러 차례였다. 권정생선생님과 한 간고등어를 나누어 먹고 나란히 누워 나눈 인간적인 이야기들, 광주항쟁 당시 문인협회에서 시 낭송회를 연다고 개새끼 같은 연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으나 가장 가슴이 찡했던건 그 난리가 났는데도 나는 살겠다고 감자와 좁쌀을 샀으니 내가 인간인가 짐승인가 하고 스스로를 후려치는 그의 진솔함과 자기성찰이었다.

돌아가시기 이틀전까지도 일기를 쓰시고, 자신의 병과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삶이 자신에게 주었던 외로움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이 일기를, 내가 이렇게 볼 자격이나 있는가 마음이 힘들어진다.

권정생, 이오덕 이 두 분과 친한 벗이라해서 또 알게된 전우익 선생님까지 조금 더 우리 곁에 있다 가셨으면 참 좋았겠다 싶지만 사라진 것을 그리워하고 기억할줄 아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오늘은 무척 고맙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트루디 루드위그 글 패트리스 바톤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 콩나무


<보이지 않는 아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생각나는 책이다.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날까?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내 짝꿍은 누굴까? 설레는 것들도 많은 3월이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들 사귀는 문제로 걱정이 앞서는 아이들과 부모들도 많다. 

조용하고 소극적인 딸한테 "너 오늘 학교에 왔었다는 거 선생님이 아시니?"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그냥 존재감 없이 다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새학년이 되어 내가 아는 애가 있는지 어떤 애랑 같이 다닐지 간을 보는 시기가 바로 3월이다. 친한 애들끼리 그룹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끼고 싶긴한데 끼어도 될지 말지 망설이는 아이도 있다. 딸아이가 요즘 그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아이>에 나오는 브라이언은 목소리 크고 툴툴대는 아이들 틈에서 선생님 눈에 띄지도 않고, 발야구 할 때 친구들한테 뽑히지도 못하고, 생일파티에 초대 받지도 못해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아이다.

  그래도 브라이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안심이 된다. 바로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한다. 보이지 않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혼자서 하는 그림 그리기였을지도 모른다. 브라이언은 그 그림그리기에 재능이 돋보이는 아이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봐주지 못한다. 투명인간이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의 재능을 알아봐 준 것이 저스틴이라는 친구다. 저스틴은 전학 온 학생인데 점심으로 불고기를 싸와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한다. 이때 브라이언은 ‘놀림을 받는 게 더 나쁠까,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생각한다. 아마 투명인간인 자신과 놀림을 받는 저스틴과 어쩌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 같다. 

 브라이언은 저스틴에게 쪽지를 보내는 용기를 낸다. 저스틴은 늘 혼자서 그림 그리면서 놀고 있는 브라이언을 발견하게 되고 “정말 잘 그렸다”란 칭찬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흑백이었던 브라이언은 저스틴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점점 칼라로  바뀌게 된다. 바로 ‘관심’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게 한 것이다.

  고학년 아이들과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놀림을 받는 게 더 나쁠까?’ 로 이야기 나눠봤는데 놀림을 받는 것은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니 좋은 것이고, 관심도 못 받는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쁘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또 내가 혹시라도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아이 취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아이도 있다. 

  브라이언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몸 색깔이 흑백이기도 하고 조금 칼라로 바뀌기도 하고 완전한 칼라로 변하기도 한다. 환전한 칼라로 변했다는 것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친구가 생겼음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면지에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로켓을 그려주기도 하고 천사도 그리고 나비도 그려서 다른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끝까지 보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얼굴은 본 듯한 아이, 처음 보는 아이, 목소리 큰 아이, 장난꾸러기 아이, 얌전한 아이 등 여러 아이들이 섞여 있는 교실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생태환경운동의 시작 레이첼 카슨



(왼쪽)'자연을 사랑한 레이첼 카슨' 에이미 에를리히 글/웬들 마이너 그림/ 아이세움

(오른쪽)'지구의 목소리 레이첼 카슨' 진저 워즈워스 글 /두레아이들


“침묵의 봄” ... 봄이 와도 자연은 침묵하고 있다.

 봄의 소리! 작은 꽃잎들의 속삭임과 화려함에 이어 나온 연두 빛 작은 싹들의 번져감이 참 좋은 봄. 이런 움직임을, 속삭임을 느낄 수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우리는 우리의 편리함 때문에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가?

 요즘 들어 더욱더 많아진 환경파괴의 모습, 기상 이변의 모습, 가축들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는 현상, 시냇물까지도 생명을 잃은 상태 등 생태계의 재앙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날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침묵의 봄”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과학자, 레이첼 카슨!  개발과 효율이라는 60년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세상을 향해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과학자.  레이첼 카슨을 시작으로 환경 보호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50년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자연의 소중함을 걱정했던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를 비롯한 유독성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낱낱이 경고한다. 


  두 권의 책 ‘레이첼 카슨’

지구를 대신해서 '지구의 목소리'를 전파한 레이첼 카슨의 일대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레이첼 카슨의 전 생애와 업적을 중요한 시기별로 세분화해 놓았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느낄 줄 알았던 레이첼 카슨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레이첼 카슨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보호의 절실함을 일깨울 수 있으리라 여기며 소개한다.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 라는 질문에 난 레이첼 카슨을 말한다. 나는 환경운동가는 아니다 하지만 작은 실천은 할 수 있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성이고, 엄마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환경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또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환경강의를 할 때면 이야기 한다. 

엄마의 힘이 크다는 사실, 아이들은 엄마가 갖은 환경에 대한 생각과 모습을 고스란히 가져가 아이도 엄마처럼 환경에 대한 생각과 모습이 번져나간다는 사실을 알리며 엄마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소한 움직임이 큰 변화의 시작임을 믿으면서...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소리를 켤 수 없어 화면만으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화면을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고, 배우의 입을 보며 열심히 말을 읽어내려다 결국 보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아 낯설게 되면 이해도 어려운 거였나 봅니다.

장면 하나, 속마음 하나까지 친절하게 글로 설명하는 책을 보다 글 없는 책을 봐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한 글 대신 친절한 그림이 함께 있어서 상상과 이해를 도와주었던 그림책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낯선 글 없는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이기훈 작가의 [양철곰]은 읽을 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마음이 충분히 읽.혀.졌.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양철곰]의 표지에는 낡은 집들 사이에 똑같이 낡은 커다란 양철곰이 앉아 있습니다. 무너질 것 같은 수많은 낡은 집들 속의 양철곰은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이 책은 환경에 관한, 사람의 이기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발명목으로 작은 초록언덕에서 밀려난 양철곰은 사람들이 모두 황폐한 지구를 떠나도 혼자서 자신의 몸에 물을 끼얹습니다. 

양철과 물은 어울리지 않지만, 자신의 몸이 망가져도 계속 끼얹습니다. 결국 몸이 무너져 내리면서 몸 안에 있던 도토리 씨앗들이 깨어나고 자라나 [나무곰]이 되고, 다시 지구는 초록을 되찾고, 떠났던 사람들도 동물들도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지만 자신의 몸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양철곰이 기다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동물들, 깨어날 씨앗들, 돌아올 인간들이었을까요? 그 기다림속에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습니다. 

나는 내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애써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해받지 못해도 눈길받지 못해도 위해본 적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 이해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이해받지 못해 외롭기도 합니다. 친구사이에도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묵묵히 나를 믿고 할 일을 해봐야 겠습니다. 양철곰이 ‘나무곰’이 될 때까지 하다보면 책에서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까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읽는 어른모임  안해나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95.




 친구란 무엇일까?

 슬플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 

서로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 

맛있는 게 있을 때 나눠 먹는 사람.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선생님 질문에 아이들은 대답을 잘 하지만 미나는 대답을 할 수 가 없다. 전학생인 미나는 아직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를 사귀기는 커녕 반 친구들로부터 지독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둥,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둥 오해까지 받고 있다. 

미나는 그저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울 뿐인데… 또 다시 친구와 헤어지는 게 싫고 울고 싶지 않을 뿐인데 그런 마음을 들어 줄 이도 없다. 엄마는 너무 바쁘고 아빠는 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 미나에게 생긴 할머니 친구. 할머니는 친구가 보배인데 왜 친구를 사귀지 않냐고 묻는다.

  "짱가 일당이 저를 괴롭히면 저는 그 애들을 막 밟아 주고 싶을 만큼 미워요. 우리 반 애들은 다 그래요. 왕따 될까 봐 다들 나를 모른 척한다고요. 그딴 친구를 사귈 바에야 혼자 되는 게 나아요. 전학 가면 그만인걸요?"

  " 외로워진다. 외로워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어. 몸이 아파 생기는 병보다 외로움 때문에 생기는 병이 더 깊고 오래 가는 법이다. 너도 이 할미만큼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게다." (p.160)

사람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할머니도 친구가 없기는 미나와 마찬가지다. 여름에도 겨울 모자를 쓰고 다니는 할머니에게 모자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할머니를 찾아간 날, 미나는 아파 누워계신 할머니의 벽장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한다. 할머니가 스무살 무렵, 항상 외톨이인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어준 전도사님이 보내준 편지와 그 전도사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한 할머니의 편지다.


진수 선생님게

나 찻지 마새요

나는 보고 십지 안아요.

나보고 비뜰어젓다고 말하며는

전도사님도 그런 줄로 아새요.

편지 쓰지 마새요.

집에 찻아오지두 마새요. 다 미워요.

나는 태어날 떼부터 외토리였어요.


너무나 외롭고 슬픈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에 미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전도사님이 할머니께 말한 것처럼 아무도 태어날 때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다고 할머니를 위로한다. 그렇게 미나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끝내 누구에게 마음을 건네지도 받지도 못했던 할머니에게 같이 남은 생을 보내자고 하는 할아버지를 따라 가시라고 한다. 더 이상 외롭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할머니와 친구와 되면서 미나를 왕따 시키던 짱가와 반 아이들과도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미나를 놀리고 왕따시킨 아이들을 때리는 선생님께 친구들 잘못이 아니라 친구사귀기가 두려워서,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친구들을 무시한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신의 마음을 반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미나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열두 살, 첫 생리를 하며 아파가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헤어짐. 미나보다 더 고집스럽고 외롭게 살던 할머니가 마음을 열고 할아버지를 따라 떠나버렸다. 그렇지만 미나는 이제 너무 슬프고 아프지 않다. 할머니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할머니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


열두 살 아이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그보다 큰 청소년이나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상처받기 싫어서,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더 이상 사랑하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랑이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상처 받아도 또 누군가에게 덤벼들고 사랑할 사람이 나이기에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잘 몰랐는데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지만 우정을,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애써야 하는 지도 생각하게 된다.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게 싫어서 친구를 사귀기 싫다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춤을 추면서 취미를 가져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게 될 거라고. 하지만 작가는 친구를 사귀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전도사님의 편지를 빌어  좀 다르게 말한다. 


민들레는 꽃씨가 되어 날아갈 때,

자기를 뿌려 준 민들레에게 돌아가지 않아.

자기 스스로 한 송이 민들레가 되는 거야.

나는 네가 그렇게 용감해졌으면 좋겠어. (p.175)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용감해지기.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있는 모두가 되길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루카스의 긴 여행 

빌리 페르만  지음   느림보 출판사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세상에는 아이러니한 게 참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사람이 각자 타고난 재능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필시 누군가가 있어서 각자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을 똑같이 주지 않고 각자 다르게 주도록하는 것 같다.  지금의 세상을 그만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것이 그렇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유지보다는 발전하는 쪽으로 모든 열정을 쏟지만 말이다. 

"루카스의 긴 여행"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에 미치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분명 남들에 비해서 나만의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을 텐데 말이다. 몇 개가 꼽아진다. 그 생각이 미치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아! 바로 이게 누군가로부터 내가 가지고 태어나면서 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부여받은 것이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나은 쪽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의 여부를 둔 사람의 글도 생각난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행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항상 행하는 것에 주춤하는 것이 나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부모님과 자식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이 책에서도 자식은 물감냄새를 좋아하고 목수인 아버지는 나무냄새를 좋아하는데부터 비극이 내재되어있다.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찾는 것이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찰리와 그의 아버지뿐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 이 본능의 냄새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미 찾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행복해하고 있지만 그 반대인 사람은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기이한 것은 찾은 사람보다 찾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길에 흘린 수많은 땀방울의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 흔적이 좀 더 발전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 본능의 냄새를 찾는 것이 행복의 길로 가는 것일텐데 자의적으로 외면하기도 하도 타의적으로 외면하는데서 문제는 발생된다고 본다.

  흔하게 쓰는 "소통"이라는 말도 우리가 청소년인 시대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소통이 아니고 명령과 복종, 이런 것에 더 익숙했다. 그런 몰상식한 시대를 잘 타고는 왔지만 결국 만족스럽지 않아서 자꾸 뒤를 돌아 보게 된다. '만약에, 이랬으면' 가정법을 쓰면서 생각해본다. 아쉬운 것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가정법을 쓰지 않도록 하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루카스의 긴 여행1,2" 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인 찰리에게 좋아하는 물감냄새를 맡도록하면서 살게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많은 시행착오 없이 자기가 타고난 화가의 재능을 꽃피워 역사에 남는 화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는 것이 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고 한 세기의 성공으로 받아들인다면 부모가 재능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큰 죄에 속한다는 생각이 든다. 

루케는 지혜롭다 . 아버지인 찰리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정직하게 대답할 줄 안다. 찬찬하게 살피면서 간다. 성급하게 서두르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머무적거리지도 않는다. 적재적소에 알맞는 행동과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아버지인 찰리의 불행의 댓가로 아들인 루케한테는 모든 면에서 관대하게 풀려나가도록 도와주는 듯하다. 아버지의 희생이 밑거름이 된 셈이다. 

부모가 자식을 볼 때 한 개인으로 내 안의 자식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자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듯 싶다. 세상을 이어가기 위해서 내가 태어나도록 했을 뿐 그 나머지는 각자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가도록 그렇게 생태적으로 가지고 이 세상으로 불림해 왔다고 말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19세기 부유한 집에 태어나 살았던 14세 소녀, 마리아가 쓴 일기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30분정도 할애하면 읽어낼 수 있는 짧은 책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한참동안 여운을 남기는데다가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것은 세기가 달라진 지금 시대에도 형태만 다를 뿐 인권유린을 행하는 사회적 구조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권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  첫 장을 펼치면 ‘나 라서 행복해! 난 너희들과 다르게 태어났어. 난 달라. 그래서 나는 행복해!’ 라는 문장이 나온다. 아무생각 없이 읽고 나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한 사건이 오버랩이 된다. 처음부터 부유한 백인집안에 태어났기에 가능했던 마리아의 삶과 조금은 닮아있다.

14살의 마리아는 생일선물로 어린노예와 그 아이에게 사용할 채찍을 선물로 받는다.

순수했던 마리아는 차츰 노예 사용법에 대해 터득해 가고, 노예는 그냥 사고팔 수 있는 소유물인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예쁜 여자노예를 사들여 성노예로 삼는 아빠, 속이 상하지만 묵인한 채 애꿎은 여자노예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엄마와 그 노예를 아무 미련 없이 내다 팔아버리는 아빠, 노예시장에 처음가본 마리아는 줄줄이 묶여있는 노예를 보고도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다. 그러면서 마리아의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고, 마리아는 오직 자신의 가슴이 언제 커질지 루카스랑 어떻게 하면 결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뿐이다.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지는 세습적 대물림이다. 자신에게 보여 지는 것으로만 세계를 보는 모순을 끝까지 갖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올바른 시각을 갖기 위한 영혼의 흔들림이나 반항은 또 다른 몰락이 전제되어지기 때문에  꿈도 꾸지 않는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사건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이라니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마리아와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시대에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까? 불가항력적인 것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나 있었을까? 인권이라는 단어가 새삼 존엄하게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 느끼면 상대에게도 그렇게 해줘야 마땅한 것이 인권이다. 짧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한국판 인권 유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펴냄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민경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탐방 기고 > 은행이의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이야기95]왕따  (0) 2015.04.30
[책]루카스의 긴 여행  (0) 2015.03.02
책 이야기 87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요  (0) 2014.12.12
뛰어라 메뚜기  (0) 2014.11.18
그건 내 조끼야  (0) 2014.10.29




사토 사토루 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논장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요



표지를 보면 얼마나 큰 나무인지 밑둥치는 보이지도 않고 하늘에 떠 있는 나무처럼 아주 큰 나무가 있어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듯 남자 아이와 여러 종류의 새들과 곤충들과 동물들이 이야기 하며 놀고 있는 그림입니다. 이 남자아이는 이렇게 여러 동물들과 나무에서 놀고 싶어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하나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아이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면지에는 아주 길쭉한 나무에 사다리가 나무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고, 구멍도 있고, 베란다와 오두막도 있고 전망대까지 있어요. 나무 하나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갖고 싶은 아이의 꿈이 들어있나 얼른 책을 펼쳐봤어요. 

  날씨가 아주 화창한 날 가오루는 아주아주 커다랗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 보고 싶어 상상을 해 봅니다. 둘레가 무척 굵어서 가오루 혼자서는 한 아름에 껴안을 수 없어 온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껴안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나무를 상상하며 사다리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 두기까지 합니다. 사다리를 올라가다보면 불쑥 조그맣고 귀여운 방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는 가오루의 오두막입니다. 나무 위에 있는 오두막에는 물도 나오고 가스불도 있어서 핫케잌도 구어 먹을 수 있어요. 자칫 잘못해서 핫케이크를 태울 수도 있으니 굴뚝도 있어야 한대요. 세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는 그네처럼 생긴 바구니를 만들어 손잡이만 돌리면 방안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 놓는답니다. 참 기특하고 기발한 생각들이지요.

 또 이 커다란 나무에는 가오루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조그만 구멍에는 다람쥐 가족이 살고, 어치랑 곤줄박이도 가오루의 나무를 빌려서 집을 짓고 살아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으면 흔들릴 수도 있지만 가오루는 사내아이라서 난간을 꼭 잡고 있으면 안심을 한대요. 아주 커다란 나무에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면서 동생과 새들과 동물들과 자연을 즐기면서 놀 생각을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상상이었어요. 실제로 그런 나무는 없지요. 엄마도 가오루 만한 여자 아이였을 때 그런 상상을 해 봤다고 하고, 아빠도 어렸을 적에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요. 아빠와 가오루는 생각이 통하자 다음날 아주아주 커다랗게 자라는 돌참나무를 심어요. 지금은 가오루 키만 한 조그만 나무를요.

  이 나무가 자라서 오두막을 지어 핫케잌을 해 먹을 만하고 전망대도 있는 그런 나무로 자라려면 가오루의 손자의 손자가 되어서나 오를 수 있을까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가오루는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있어요. 이제야 가오루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아마도 표지에서는 나무위에서 동물들과 노는 상상을 해 보지만 지금 그런 나무가 없어서 어두운 표정이었다가 이제는 내 키만한 나무이지만 이제는 희망이 생겼기에 밝은 얼굴로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 동네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아래에서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도 하고 나무 위에도 올라가 치기놀이를 하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이 책을 읽고 씨앗(염색한 쌀)을 이용해 나무 목걸이를 만들어 봤어요. 아이들은 나무에 가족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춘기 때 꾸중을 들으면 이 나무에 올라 갈 거라고 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집에서는 못 키우게 하니 이 나무에 가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도 있어요. 

  또 어른들과는 마음속에 있는 나무 그림을 그려봤어요. 아빠가 아파서 뒤꼍에 있는 나무를 조금씩 베어서 다려서 먹었다는 나무이야기, 어렸을 적엔 나무 밑에서 뛰어 놀았는데 이번 여름에는 친정 아빠와 옛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 사랑나무 이야기, 풍성한 나무처럼 되어 아이들이 나를 찾아와 줄 수 있는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 등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탐방 기고 > 은행이의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루카스의 긴 여행  (0) 2015.03.02
[책]2백 년 전 악녀의 일기가 발견되다  (0) 2015.01.30
뛰어라 메뚜기  (0) 2014.11.18
그건 내 조끼야  (0) 2014.10.29
견디게 하는 것, 꿈  (0) 2014.10.29

(86호  2014. 11.17~11.30)

다시마 세이조 글 그림/보림


<뛰어라 메뚜기>란 제목에 맞지 않게 표지에 있는 메뚜기는 살이 찐 것인지 오동통한 모습에 눈은 잔뜩 겁을 먹었는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메뚜기한테 자꾸 뛰어라 뛰어라 한다. 메뚜기는 뛰라고 하지 않아도 뛰고 날아다니는 것이 당연한데 왜 “뛰어라 메뚜기”라고 했을까 의문이 간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가?

  면지에는 풀숲이 펼쳐져 있고 다음 장에서는 메뚜기가 풀잎 뒤에 웅크리고 숨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야 메뚜기의 상황을 짐작하게 된다. 

조그마한 풀숲 속에 메뚜기 한 마리가 숨어 살고 있는데 주변에는 메뚜기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 개구리, 사마귀, 거미들이 있어 늘 겁을 먹고 살고 있었다. 메뚜기는 이렇게 겁먹고 사는 것이 몹시 싫어져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단단히 마음먹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으면 작가는 풀과 바위 돌멩이들은 그려놓고 메뚜기 모습을 우리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단단히 마음먹은 것이 대담하게도 커다란 바위 꼭대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늘 풀숲에 숨어서 살다가 이렇게 파격적인 행동을 할 때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아니나다를까 무서운 뱀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고 사마귀도 달려온다. 

그 순간 메뚜기는 있는 힘을 다해 펄쩍 뛰어 뱀과 사마귀로부터 피하게 되고 날아가는 새는 총알을 맞은 줄 알고 깃털이 모두 빠져버렸다. 메뚜기가 뛰는 힘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새의 털을 다 빠지게 표현했을까? 작가의 상상력도 퍽 재미가 있다. 

구름을 뚫고 높이높이 올라가다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어 이제는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산넘어 산이라고 아래쪽에서는 입을 크게 벌린 개구리와 물고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대로 떨어졌다가는 개구리밥이 될 신세이다. 그 순간 메뚜기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을까? 그 때 자기 등에 있는 네 장의 날개를 생각했고,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지만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날갯짓을 해본다.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며 위로 떠올라진다. 나는 모습이 어찌나 서툰지 잠자리와 나비들이 비웃기도 한다. 옆에서 누가 뭐라해도 자기 힘으로 날 수 있으니 정말 기쁘고 즐거워서 메뚜기는 더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바람을 타고서 날아가는 메뚜기는 얼마나 행복할까?

  메뚜기가 신이 나서 푸른 하늘에서 춤 한판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니 뜨거운 사막 같은 황무지를 지나고 있다. 이제 겨우 용기를 갖고 날갯짓을 하고 자기 힘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데 이제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면 좋으련만 또다시 황무지를 만나게 되다니 끝없는 시련이 다가온다. 

그래도 이제는 메뚜기는 담담하게 황무지를 지나고 넓은 바다도 거뜬히 날아간다. 이 먼 곳까지 왜 날아가는지 이유라도 있는 걸까? 마지막 장을 보니 짝꿍을 만나서 사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멀고 험난한 길을 온 것이 바로 사랑하는 짝꿍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니 웃음이 나온다. 험난한 길을 다 겪은 메뚜기는 사랑하는 짝꿍과 살면서 갈등이 있어도 지혜롭게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을 것이다. 

  메뚜기로 표현되었지만 바로 내가 메뚜기와 같은 삶 즉, 메뚜기가 풀숲에 숨어살다가 바위 위에 앉을 만큼 용기를 내었다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역경들을 뛰어넘는 용기와 경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발짝 내딛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용기를 갖고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난주에 일본 도쿄에 있는 고도모노 미라이관(어린이 미래관)에 갔었는데 “뛰어라 메뚜기”가 4절지의 큰 책으로 있어서 반가웠다. 일본에서는 인기있는 책은 출판사에서 큰 책으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85호  2014. 10.27~11.16)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6.

나카에 요시오 글/ 우에노 노리코 그림

박상희 옮김 /비룡소

 “엄마가 짜 주신 내 조끼. 어때, 정말 멋지지!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한번 입어 보자. 그래. 조금 끼나?”

이것이 이 책에 나오는 글 전부이다. 그림이 없다면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글만 읽었을 때는 또래 친구들이나 몸집의 크기가 다른 친구들이 조끼를 한 번씩 입어보는데 조금 껴서 몸에 맞지 않는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면지 다음에 제목에서 빨간 조끼를 그린 것이 재치 있어 보였다. 생쥐는 엄마가 짜 준 빨간색 조끼가 맘에 들어 뽐내고 싶어 한다. 오리가 와서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입어보자” 하니 “그래” 할 수밖에 없다. 생쥐의 표정은 ‘이거 우리 엄마가 짜준 건데’ 하면서 주기 싫은 표정이다. 오리는 빨간 조끼를 입고 좋아서 날개를 퍼덕여본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원숭이는 오리가 입은 조끼를 잡아당기며 “정말 멋진 조끼다. 나도 한번 입어보자.”한다. 오리는 자기 조끼도 아니지만 “그래”하면서 줄 수밖에 없다. 원숭이가 조끼를 입어보니 역시나. 조끼를 몸에 맞추려고 부르르 몸을 흔들며 조끼를 늘린다. 다음엔 물개도 즐거운 표정으로 와서 조끼를 잡아당기며 나도 한번 입어보자 한다. 아마도 원숭이는 ‘나한테도 안 맞는데 나보다 큰 너한테는 들어가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듯하다.

계속 이어서 사자, 말, 코끼리 등 점점 덩치가 큰 동물들이 와서 조끼를 입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재미있다. 오리한테도 작은 조끼가 그들한테 맞을 리는 없다.

코끼리가 입은 조끼를 보고 작은 생쥐는 얼마나 놀라고 실망을 했을까? 조끼를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 흘리며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엄마가 다시 짜주실 거야.” 라며 위로라도 해 주고 싶어진다.

한 장을 넘기니 코끼리가 늘어난 조끼를 이용해 그네를 만들어 생쥐를 태워주며 놀고 있다. 생쥐의 마음이 되어 실망하고 있는 아이들한테는 반전의 기쁨이다. 

덩치가 클수록 조끼를 입으려고 안간힘을 쓴 표정이 재미있다

반복된 대화, 덩치가 커질수록 지면을 점점 채워가는 그림들, 반전의 기쁨 등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충분한 재미난 그림책이다. (2014. 9. 24)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김현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4.

조아라 글/그림 | 한솔수북 

개인적인 취향인가보다. <모치모치 나무> 나 <모르는 게 더 많아> 같이 검은색이 주를 이루는 그림책이 좋다. 인물들의 형태나 주변의 묘사가 검은색일 때 현란한 색을 썼을 때보다 그 이미지가 가슴에 더욱 깊이 박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켓보이>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책을 펼치면 담박한 느낌의 그림과 희고 검은 두 색을 이용한 ‘보이’의 꿈이 펼쳐진다. 까만 저고리를 입은 소년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뒤를 이어 진짜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전쟁이 무엇인지 그 비행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는 소년은 비행기를 만드는 꿈을 키워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꿈을 키운다. 전쟁이 터지고 미군인 들어와 아이들은 초콜렛을 구걸하지만 소년은 망원경에 호기심을 갖는다. 

 소년은 피난살이를 하는 천막안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별에 가고 싶었는지 달구경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소년은 작은 로켓을 만들어 계속적인 실패를 거듭한다. 그가 만든 로켓은 빨래터 아낙들을 놀라게 하고, 아이들은 다시 전쟁이 난줄 알고 울었다.  조금 커서도 소년은 로켓 만들기에 열중했나보다. 어머니가 혼을 내는 그림이 있고 소년은 로켓을 들고 뛰어 나간다. ‘ ... 했나보다’  라고 짐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그림책이 ‘소리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글이 없어서 더욱 고요하고, 소년의 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림책이다.

 그림은 단순하고 검거나 희며, 종이는 누런 색이다. 이 종이를 보면 종이 냄새가 물씬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의 눈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편하게 해주는 종이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순박함은 곧바로 ‘그래, 내 꿈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게 한다.

 소년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하늘을 보게 되고 하늘을 보니 별이 있고 달이 있고, 그래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가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계속적인 질문이 생기고 저 소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통이었을 텐데 로켓에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얼핏 이상한 생각도 든다.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건들이 지겹지는 않았을까 무섭지는 않았을까...그러나 조용한 그림들은 이런 생각을 준다. 소년은 혹시 고요하고 평화로워보이는 저 하늘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림에서는 소년의 꿈과 소년의 현실이 마치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이 주는 아픔을 철저히 느끼며 자기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 낮에도 별이 떠 있고 밤에는 고요한 달이, 그리고 낮에 희미했던 별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그 곳... 전쟁이 벌어지고 눈 앞에서 이웃 아주머니가 죽어가는 짐승같은 시간들을 소년은 자신의 꿈으로 힘겹게 버텼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그림책에서 소년의 아름다운 꿈만을 볼 수도 있다. 전쟁과는 상관없는 소년의 순박한 꿈, 하지만 현실을 멀리하고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현실속에서 꿈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무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소년의 아름다운 꿈 뿐 아니라 소년의 처절했던, 견뎌야 했고 살아내야 했던 그 현실에 오히려 코가 찡해지는 것이다.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 민경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옛이야기들을 항상 갈망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께 밤마다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다. 삶에 쫓겨 지내 온 나 역시 어릴 때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그 구수하고 정겨운 옛날이야기를 잊고 지내서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는 들려주지 못 했다.

  그런 나에게 은행나무도서관 함박웃음 회원이 되어 신입교육 때 알게 된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는 나에게 옛이야기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맛보게 했다. 동시에 이야기에 대한 아이들의 갈증도 해소해 주었다. 책을 읽어주며, 이야기로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그 무궁무진한 옛이야기의 세계에 빠져 귀를 쫑긋하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밤마다 옛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고, 이야기를 듣고는 행복해했다.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는 총 10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데 1권 두꺼비 신랑, 2권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 3권 메주 도사, 4권 호랑이 잡는 기왓장, 5권 나귀 방귀, 6권 박박 바가지, 7권 떼굴떼굴 떡 먹기, 8권 호랑이 뱃속 구경, 9권 신통방통 도깨비, 10권 아기장수 우투리 로 각 책마다 각각의 주제에 맞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6권에 있는 (박박 바가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와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깬 할아버지, 할머니께 들키지 않으려 이런저런소리를 내며 결국엔 무사히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얘기가 인상 깊었던 건 재밌기도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 잠자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옛이야기는 밤마다 어린 나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도둑이 내는 소리가 참 엉뚱하지만 재치 있기도 한 대목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도둑이 내는 동물소리 중 특히 코끼리를 “코코, 끼리끼리. 코코, 끼리끼리...... ”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코끼리 소리를 그렇게 표현 할 줄이야!

  웃음과 해학이 있는 옛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 행복, 작지만 많은 것을 전해주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들으며 상상하게 하는 우리의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책과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옛이야기의 재미와 지혜, 그리고 우리정서를 알게 해 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함박웃음 15기 안순봉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80.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저자:윤혜숙 / 사계절출판사


몇 해 전인가 어느 책에서 조선시대에도 책을 파는 서점과 돈을 받고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후 전기수나 서쾌에 관한 책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이,  글감도 유행을 타는가보다.

 <뽀이들이 온다>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고른 책이다. 뽀이라 하니까 ‘슈샤인보이’라는 옛날 노래가 생각나더니 <변사>가 등장하자 “~ 것이었던 것이었다.” 란 말이 내내 입에서 맴돌아 계속 “슈샤인~ 슈사인”하다가“  “~ 것이었던 것이었다.”를 반복하며 읽었는데, 내용은 전기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글의 배경은 1920년대로 무성영화가 보급되고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변사’들이 등장하고 시대말 전성기를 누리던 전기수들의 위기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최고의 전기수 도출의 문하생들. 첩의 자식이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돈을 좇아가는 아이 동진과 스승처럼 최고의 변사가 되길 꿈꾸는 아이 수한, 가보지 못한 세상과 살아보지 못한 시간 속으로 갈 수 있어 이야기를 좇는 아이 장생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과하지 않게 그려진다.

스승 도출이 무성영화를 이야기가 아니라며 “이야기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지 눈이나 귀를 홀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에도 힘이 생긴다”고 반박하는  동진의 말에 더 공감하는 까닭은 내가 그들처럼 돈을 버는 목적은 아니지만 책을 읽어주러 다니고 있고 듣는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내 이야기도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책 속의 이야기로 <춘향전><장화홍련전>등 고전소설을 읽는 재미도 있고 1920년대의 종로나 청계천은 시대극을 보는 듯하고 우미관이나 단성사에서 상영된 무성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방정환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랑의 선물>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혹시 이 분도 동화모임을 하시나? 하는 생각에 괜히 친해진 듯이 혼자 웃다가, 도출이 오래된 옛이야기를 모아 한글책으로 엮어내는 내용을 보며 잠시 벅차기도 했다. 

 계월향 이야기를 하고 잡혀가는 도출의 모습이 좀 과한 듯이 여겨졌지만 그 모든 것이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 저마다 자기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는 때마다 사는 곳마다 이야기도 다 다른 법이라는 말이 특히나 와 닿는 것은 내가 그 이야기의 한 자락에 서있음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이 12년 만에 단독주택에 자리를 잡았다.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집을 구하고 (장기 전세로) 수리를 해서 드디어 이사를 했다. 저간의 어려움은 다 잊어버렸는지 힘들고 지치는 이삿짐 정리에도 너 나 없이 모두 한 손을 거든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도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곳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어선옥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진지하게, 부드러움과 존경을 담아야 합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든 간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 '미지의 사람'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당신에게는 무덤과도 같은 곳이어도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곳을 목장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들이 기대대로 자라 주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는 단계마다 실망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조언이나 위로를 베푸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가혹한 심판자가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야누슈 코르착의 글은 시적인데다 마치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것 같아 읽는 사람이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를 이끌어 어린이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어린아이의 마음을 깨워 주는 안내자이다. 

야누슈 코르착의 교육 이론은 긴 글이 아니다. 그의 교육 이론은 짧은 시처럼 아름답다. 그는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간단한 형식으로 가장 진실한 삶의 의미를 드러내서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코르착은 아이들이 선한 마음을 타고 났으며, 기회를 주고 올바르게 이끌면 더 나아지려고 애쓴다는 것을 확신했다. 또한 어린 시절은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매 순간은 그 나름대로 소중하며, 아이들이 어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그대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가 사고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교육자이자 철학자, 아동 인권 옹호의 선구자이며 휴머니스트였던 야누슈 코르착. 나치 점령 당시 수백 명의 유대인 고아들을 버릴 수 없어 함께 가스실에 가서 생을 마친 '진정한 종교심과 진실한 도덕성의 상징'이 되었다.

야누슈 코르착의 삶과 사랑, 아름다운 죽음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나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진한 감동을 전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시미선 관장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책 이야기 73.



 영기와 호철의 가족은 조선 관리들의 횡포로 간도에 옥수수 농사를 지어먹다가 가족 모두가 간도로 넘어가 살게 된다.  심마니인 영기는 육대조 할아버지가 물려 물려주신 책을 종식에게 주었고 종식은 조선 사람들을 간도에서 몰아내려하자 책속에 쓰여 있는 백두산 정계비를 떠올리고 그 탁본을 떠와 조정에 보낸다. 

땅을 되찾기 위한 회담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청나라는 간도의 조선백성들을 심하게 간섭한다. 간도에 살던 조선 백성들은 백두산 포수대를 만들어 청나라 군사들과 맞서 싸운다.

그런데 1909년 9월 9일 체결된 간도협약으로 간도는 청나라 땅이 되어버리고 백두산 포수대는 홀연히 간도 땅을 떠난다. 독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고, 독도에 대한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은 여럿 나와 있다. 

하지만 간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 작가는 쉽고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간도 문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단순히 흥미로운 동화가 아닌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목극등, 이범윤, 김극렬, 최강륭, 김병약 등 이 모든 인물들이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이범윤은 실제로 간도를 지키기 위하여 간도관리사로 있을 때 군대를 조직한 뒤 청나라 군에 대항했다고 한다.

뒷부분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독자들은 충분히 간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945년에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었지만 해방될 때에도 우리 나라는 일본이 중국에 넘겨준 간도 땅을 찾아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1909년 체결된 간도협약대로 천지를 비롯한 백두산의 대부분과 간도 지방이 여전히 중국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국경선은 1962년에 북한이 중국과 국경 협약을 체결하면서 압록강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천지의 서쪽 끝까지 일직선으로 올라간 뒤 천지를 6:4로, 북한에 조금 유리하게 나누고 천지의 동쪽 끝에서부터는 위도와 거의 평행하게 동쪽으로 일직선을 그어나가는 것을 변경되었다. 간도협약보다 280km 늘어 났지만 변경된 국경선도 간도를 포함하지 못했다. 유일한 증거물인 백두산저정계비는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1931년 7월 28일 밤에 깨뜨려 버렸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 왼쪽 )페트리샤 리 고흐 글/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장지연 옮김/현암사 

(오른쪽)페트리샤 리 고흐 글/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김미련 옮김/ 느림보


<꼬마 발레리나 타냐>그리고 <타냐의 빨간 토슈즈>는 시리즈물이다. 어린 타냐가 발레, 아니 춤추기를 얼마나 즐거워했는지가 처음 책에 나와 있고, 토슈즈 신기를 꿈꿨던 타냐가 막상 토슈즈를 신고는 발이 얼마나 아픈지를 느끼는 내용이 두 번째 책에 담겨있다.
발레를 배우는 언니를 따라 발레를 배우고 싶은 타냐는 너무 어려 학원에 갈 수 없는데 식구들이 모여 있는 거실에서 자다말고 멋지게 백조의 호수를 나름(!) 발레리나처럼 추고는 잠이 들어버린다. 식구들은 타냐의 열정에 감탄해서 언니와 함께 발레를 배우러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타냐의 빨간 토슈즈>에서는 어느 정도 자란 타냐가 간절히 토슈즈를 원하는데 너무도 발이 아파 토슈즈를 집어던진다. 그 아픔을 극복한 타냐는 새로운 도약을 한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보고 한 번쯤 아이들의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기를 권해드린다. 물론 타냐가 정말 발레리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목이 길지 않고, 얼굴이 커서, 뚱뚱해져서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자신의 꿈을 존중받았다는 그 느낌만으로 타냐는 행복한 아이가 될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해보는 일은 넓고 넓은 세상에 나아가는 첫발과도 같다. 그것이 부모님의 입김이 조금은 작용하고 약간은 허황된 것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그 욕구의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러한 느낌들이 모여 아이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다른 이들과의 교감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고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그 마음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조심스레 밝혔을 때 부디 그 실용적인 부분들(얼마를 벌 것이며, 사회적인 이미지는 어떠하며 등등)을 잠시 접고, “그래 네 꿈은 멋지구나! 네 꿈을 응원할게.” 라고 말해보길. 존중받은 아이들의 눈빛은 맑게 빛난다. 그 눈빛으로 아이들은 무언가 해내지 않겠는가. 오늘 만난 우리의 주인공 ‘타냐’처럼 말이다.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