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잣집 서울계란협동조합을 만나다

10알 짜리 4천원? 2~3천원이면 충분




이번에 취재하게 된 곳은 금천구 두산로3길4에 위치한, 지도엔 당진농장으로 표시되어있는 서울계란협동조합입니다

금천구 토박이인 저도 이쪽길은 몇 번 오고간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눈에 잘띄는곳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니 뭐든지 관심이 있어야 보이나봅니다

사무실에 올라가기전 열심히 출하장 내부를 구경했습니다. 계란을 엄청 좋아하는 저로선 천국이나 다름없을정도로 계란들이 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작업장도 청결구역을 단계별로 정해놓아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였죠

강종성 대표님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에 들어가자 종종 뵌적있던 송수언 실장님께서도 반갑게 맞아주신데다 대표님께서도 시원시원한 성격이셔서 편하게 이야기를 들을수있었습니다


 Q1.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A.서울계란협동조합의 대표이자 한국계란유통협회의 회장직도 겸하고있는 강종성이라고 합니다. 약36년동안을 계란과 함께하였고 계란에 대해서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 자부할수 있습니다. 그간 쌓인 여러 가지 노하우와 경험을 계란유통업에 종사하려는 후배들에게 공유해 함께 협업하고 소비자들에겐 품질좋고 좋은 계란을 올바른 가격에 전해드리고싶어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처음 설립했을 당시는 24명이였으나 각자가 바라는 길이 맞지않았던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현재는 서울남부,영등포구,안산 등등 각지에서 17명의 조합원 분들과 함께 하고있습니다


Q2. 많은 사업중 하필이면 계란이였던 이유라도 있나요?

A2. 젊었을적 제대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막막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딱 마침 추석시즌이라 시장이 굉장히 바빴었던 거에요. 삼촌께서 그곳에서 계란을 판매하고 계셨는데 바쁘셔서 그 일을 도와드리다가 계란업에 종사하게됬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근면성실하게하면 안될게 없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잠도 줄여가며 일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놀 시간도 못냈어요, (돈을 쓸 시간도 없어서) 그러니까 돈이 모아지는 겁니다. 그렇게 성공을 했는데, 같은 일에 종사하면 이왕이면 다같이 잘살면 좋잖아요.

계란유통업은 다른 유통업에 비해 판매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기도 하고 대기업의 횡포도 있고 힘든편이에요 저희가 힘들었던 만큼 후배들이 좀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도있죠


Q3. 대기업의 횡포?

A3.대형마트나 그런곳 가면 다양한 대기업의 계란들이 있잖아요? C*나 풀**이나 그런곳의 계란들은 아무래도 이름있는, 브랜드가 있다보니까 또는 많이 들어봤으니까 그런것들을 많이 사시거든요. 10알에 4천원이 넘는것도 있죠. 그런데 실제 그정도의 계란을 사는데 2,3천원이면 충분 하거든요. 영양란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란들은 영양차이도 고만고만해서 그렇게 비싼 가격을 매길 필요도 없고요. 그게다 인건비고 브랜드 값인겁니다.

저희는 그것을 막기위해 계속 투쟁하고 싸움을 거는거에요. 물론 지금당장 저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활동을 그만 두는순간 정말 밑도 끝도없이 가격도 오르고 생산자들도 힘들어 질거든요.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고 이쪽에 돈이 돌아가는건 아니니까요. 말그대로 바위에 계란치기 라고 할수있는데요, 이 계란을 계속 박아봤자 바위가 부서지지는 않을테지만 바위가 더러워는 지더라구요. 그렇게 계속 외치다보면 많이들 관심갖고 알게되서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어떤 상품들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저희 협동조합의 브랜드계란인 참 착한계란/참 착한자연이드림계란을 판매하고있습니다. 항생제 , 합성착색료 , 산란촉진제가 들지않은 사료를먹고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된 건강한 닭이 낳은 친환경 계란입니다. 왕란과 특대란 크기에 10구 , 15구 , 30구 개수로 총 6종류가 있고 20구 , 24구들이 메추리알 및 일반계란도 함께 판매합니다 


Q5. 판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계약을 맺은 슈퍼나 같은곳에 납품합니다. 도매의 경우는 차량운송하며 소매의경우는 직접 내방해서 구매하셔야 합니다. 10판이상 구매하실시엔 배달도 해드리고있습니다. 


Q6. 조합을 운영하면서 힘든 일?

제가 계란유통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보니 협동조합에 많이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에 더 신경을 쓰면 무슨 일을 진행하게될때 회장이 자기 사익을 추구하려든다. 그런 오해를 사게될 수도 있거든요. 거기에 일단 제사업장도 운영해야지 협회일도 돌보고 하면 시간자체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에 신경 못쓴게 아쉽고

출하장 자체도 조합원들의 출자금만으로는 모자라서 제 사업장에 자리를 내줘서 세웠더니,

협업체로 선정이 되어도 그런 개인의 이득적인 문제 때문에 지원을 해줄수가 없다 해서 아직 이렇다할 지원은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또한 홍보 자체도 부족해 지역내의 사람들 조차도 여기에 계란협동조합이 있는줄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것이 아쉽습니다.


Q7. 즐거웠던 것은?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고 인터뷰를 와주신 것이 기쁘죠. 협동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분들과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Q8. 앞으로의 목표?

가장 빠르게 이뤄야할 목표는 고생하시는 우리 실장님 월급을 올려드리는거죠. 하하

더 큰 목표는 저희 협동조합이 더욱 똘똘 뭉치는 겁니다. 지금은 다들 개인 사업장을 돌보는것도 바쁘고 저또한 많은 신경을 못써서 어렵고 힘들것이란 것 또한 잘 알지만 노력하면 안될건 또 없다고 생각해요. 제 성격상 시작한 일은 끝까지 제대로 마무리 지어야 자존심이 서거든요. 실장님께도 힘을 실어주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신경쓰시지 말고 다 시도해보시도록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뛰어서 금천구 지역내 만이라도 서울계란협동조합을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알부자니까 지면 안돼죠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뒤 이것저것 쏟아낸 질문들도 전부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평소에 가졌던 의문점들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거래하는 곳의 계란의 쓰임에 따라 다른 종류의 계란을 공급한다는 얘기도 재밌었어요. 대기업에선 신경 쓰지 않는 섬세한 배려라 생각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빈 냉장고를 더욱 알차게 채워 보는건 어떨까요


사이트 : http://egg4233.mobilefarms.com/

TEL : 02)862-4233



필리핀 대통령당선자 이름이다. 그는 기괴하다. “필리핀의 범죄자 10만 명을 물고기 밥으로 만들겠다.” “마약상들 위한 장례식장이 더 필요할 것.” “나는 피비린내 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니 말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두테르테의 당선이 확실하자 (트럼프보다) ‘필리핀 지도자가 훨씬 나쁘다'는 칼럼을 실었다. 글은 "두테르테는 (트럼프와) 비슷한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를 키워왔지만, 그는 검사 출신이고 그와 가족은 강력한 정치파벌“이다. 트럼프는 기행과 독설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겠지만,(정말?) 두테르테는 독재자였던 마르코스의 철권통치를 이을 것이라 지적한다. 실제 두테르테는 정부 내 부정부패 탐과오리 척결,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계엄령의 선포를 공약했다. 노골적 독재선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그래도 두테르테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의 내력을 보면 더 무섭다. 예컨데 범죄자라는 이유로 1,000명의 인명을 살상했다는 보도에 그는 자기가 죽인 것은 1,600명이라 자랑 했다. 미친 학살자다. 그래도 민중의 인기를 끈 것은 선거구호가 민중의 염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는 필리핀의 문제를 ‘범죄와 부패, 빈곤’으로 규정했고 그것은 민중들의 고난을 정확하게 파악한 판단이다. 게다가 반칙과 특권에 대해 더 큰 반칙과 특권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그의 과격한 행보와 합쳐 통쾌한 현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민중은 느낀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주류의 주류화! 노무현 정권의 등장 과정이다. 그것은 대중들의 자발적 힘의 폭발이었고 또 거대한 청산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성공에서 훌륭한 것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으로 위대하다’는 식의 평가를 받을 뿐이다. 그의 정치적 결과가 이명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두테르테는 노무현의 과정으로 전두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철권통치 선언은 인류 문명이 잉태한 이성과 지성의 결정체인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문제는 이런 터무니없는 결과도 민주주의 상징이라는 선거를 통해 만들어 졌다. 제 발등 찍을 도끼를 필리핀 민중은 택했다. 선거의 선택이 민의일지 몰라도 그 민의가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님을 확인한다.   


정말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민주주의는 본래 시끌 복잡하고 더딘 과정이라는 것을 모르는 한국이다. 일제식민지억압과 군사독재라는 밖으로 억압에 사육된 조건에서 눈치 보며 요령껏 사는 것이 지혜로 알고 산 사회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노력의 소산인줄도 모른 채 주어진 민주주의는 혼란했다. 독재의 멍에가 풀렸다고 생각한 이들은 이제 민주국가에서 돈만 벌어 잘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맞은 경제 환란과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세상은 더 큰 혼돈이었다. 그 원인이 혹시 민주주의 아닌가했다. 그래서 도둑질을 하든 말든 바람을 피우든 말든 돈만 잘 벌어 오면 장땡이라고 선택한 대통령 이명박. 세상을 망쳐 사욕을 잘도 챙기는 사기의 귀재 이명박 세상 이후 한국은 헤어날 수 없는 빚의 늪이다. 청년들은 출발부터 빚쟁이다. 고실업 사회에서 빚은 스포츠카로, 벌이는 세발자전거로 달린다. 자살과 타인에 대한 절망의 죽임이 범람한다. 박근혜까지 이어진 한국의 선택은 과거의 악령이 오늘을 지배하고 미래를 망치는 최악의 선택의 연속, 필리핀의 모습은 이미 우리가 겪은 일이었다.


부패와 범죄와 빈곤은 특권과 독점과 독재의 결과다. 악마의 문제를 풀기 위해 더 큰 악마가 되겠다는 선언은 통쾌하게 들리나 민주주의와 인본을 아예 모르는 특권자들의 망상이다. “한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 가장 파괴적이고 사악한 전근대적 영웅 관념이다. 시정잡배가 큰소리를 치는 민주주의를 불편하다는 것은, 그래서 일사불란이 좋다는 것은 식민과 독재의 시간이 새겨 논 증오와 배제의 국가주의가 스며있다. 한국인은 여기에 취약하다. 일제 36년, 분단 70년, 군사독재 20년, 자본 독재 20년, 민주주의는 결국 종북좌파로 몰렸다. 혹자는 김대중 노무현 시기를 빼자고 할 테지만 노무현 스스로가 “권력이 돈으로 넘어갔다.”고 자백하지 않았던가. 그것을 대표하는 상징이 삼성이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 말해 주듯 단 한 치의 혼란 즉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는다. 오직 순종하라고 한다. 군부독재의 총칼의 억압은 삼성이라는 빛나는 성공의 상징으로 둔갑하여 우리 내부를 지배했다. 


필리핀 민중의 선택은 기존의 주류를 흔들었지만 또 다른 혼동의 길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민중의 정치적 힘이 계급적으로 결정되지 못했다. 오늘에 분노했지만 내일을 꿈꾸지 못했다. 착한 일 했다고 믿었는데 지옥으로 가고 만 결과다. 선거는 지배자들의 죄악 세탁과정이자 칼자루 쥐는 과정이다. 민중에겐 정치적 패배허무주의에 빠져 영원한 구경꾼이 되는 과정이다. 선거제도는 자본주의 유지의 가장 큰 비밀이다.   

필리핀의 선택은 필리핀에 국한되지 않는다. 증오와 배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미국의 트럼프, 유럽의 극우 정치의 득세에서 보듯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주류는 흔들리지만 가짜가 판치는 혼동이 세상이다. 진짜 원인은 당연 자본주의의 실패, 그것도 미국이 꿈꾼 새로운 제국주의적 지배 틀 신자유주의 실패다. 실패를 만회책은 국가를 동원한 더 잔인한 긴축 신자유주의였다. 더 강한 악마화 전략이다. 그 결과 자본주의는 인간사회를 타락시켰다. 인성을 파괴하고 공동체적 품성을 해체했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혐오범죄, 묻지 마 범죄의 원인도 관계를 우애가 아니라 승자독식의 경쟁과 배타로 대체하겠다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구조적 필연이다. 어둡고 음습하고 잔인한 민주주의 외적 존재, 대통령은 선출해도 과장 부장은 뽑을 수 없는 민주주의 밖의 존재, 자본-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한 결과다. 세상은 길을 잃었다. 길을 찾아야 한다. 돈 대신 사람이 주인인 세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반 지성, 반 문명, 반 인간의 자본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개혁(改革)이라는 과제



최근 우리 사회의 큰 화두(話頭)는 개혁이다. 크게는 정부 특히 국가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와 그에 버금하는 국회에서는 주 과제로 보아도 좋을 정도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런가 하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기업에서도 강도에 차이가 있지만 여러 형태로 거론되고 있다. 개혁이 이렇듯 중심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오늘 우리 사회에는 개혁해야 할 대상이 많다는 게다. 

왜 개혁이 요구되는가는 오늘 우리사회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별 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만큼 많은 분야에서 고치거나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은 특히 국가경영 시스템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개혁이 필요하다 해서 그 대상처가 온통 비정상이나 혼돈의 늪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꼭 고쳐야 될 원초적 문제를 가진 것도 있고, 고치면 더 나은 기대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제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에서는 고쳐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이 그런 상황 곧 개혁 필요성 대두임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다시 말하면 개혁을 거론한다 하여 그 대상들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필요성은 곧 상황변화의 요구이고 그것은 긍정성에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보편 인식들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이 아직은 매우 낮은 것이 오늘 우리사회의 현상이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꺼내고자 서론을 길게도 늘어놓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권력 상층부에서 거론하는 개혁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아주 작은 권력에서의 개혁이다. 전자 즉 상층부의 그것은 실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후자의 그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로 인한 불편성이나 비효율의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변화는 요구되지만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을 바꾸거나 고쳐야 할 이유 찾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작은 권력은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이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정조직의 최 하부조직이고 그것은 순수 행정조직도 아닌 민간이 주체인 계급이다. 필자는 전호에서 이 계급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그에 따른 몇 가지 반응을 만나면서 이 대상에 대한 변화(개혁이란 말은 맞지 않다)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런 이유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만큼 아주 중요한 이유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이 이 문제의 제기를 부적절(illogicality)하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이 제도가 바꿔져야 할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행정주체가 이를 바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니 변화의 동기 마련이 어렵지 않겠는가?


변화가 요구되는 곳에서 그것의 전개가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개혁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 하여 문제 제기 자체를 불합리하다고보는 것은 역설적 불합리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거나 바꾸어야 할 책임자적 위치에서 그런 반응은 사리에도 맞지 않다. 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방편을 마련하고 있는 공직자들이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개혁필요성의 대두에도 그것에의 접근이 잘 되지 않는 것은 그것의 난이도나 파급효과에 따른 부작용 등 문제점 또는 개혁대상처의 이해(利害)문제 등이 이유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고 그래서 그것의 지지부진은 이해(理解)의 범위 안이다. 그런데 파급효과나 부작용도 미미하거나 사실상 없는데도 그것을 기피하는가 하면 그 제기 자체를 불합리하다 보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그야말로 이러한 상황자체가 개혁의 과제가 아닐까! 통장제도의 변화 제기에 대하여 그것과 대면적인 관계에 있는 일선의 행정 담당관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서 갖게 된 소회(所懷)다.


그들의 생각은 예상을 했듯이 단호하고도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되지도 않겠지만 할 이유가 없는 낭비적 발상’ 으로 보는 것이 그것이다. 무슨 근거로 그런 표현을 그렇듯 쉽게(?) 할까? 앞에서 언급을 한 바 있듯이 작은 일이고 그래서 누구도 관심을 별로 두지 않는 사안(事案)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밖에서 반응은 다르다. 필자를 아는 사람이라며 만나기를 청해 만났더니 이 문제제기(통·반장 제도에 대한 재고)에 공감을 표하면서 성원과 격려까지 보탠다. 이런 경우를 하루걸러 만날 정도로 며칠간 분주했다. 어떤 이는 마치 자신의 주장인 것처럼 침을 튀기면서 그 당위를 열변(熱辯)한다. 자찬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지적은 객관성을 가지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필자는 처음에는 이 문제 제기를 원론적인 수준이라 스스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자세는 곧 소극적임을 알게 되면서 부끄럽기조차 했다. 필요한 문제를 지적해놓고도 스스로 가치 격하를 하였다는 자탄(自嘆)을 하게 이르렀으니 말이다. 가치를 가늠하는 자신의 능력에 한심한 마음조차 든다. 


개혁을 추진한다면 그것의 접근 난이도의 경중(輕重)이나 파급효과의 대소(大小)에 관계없이 접근해야 하고 그래야만 개혁이란 의미를 충족하게 된다. 작은 사안이고 그래서 관심도 낮다고 그것의 현재에 요구되는 객관적인 개선 요구가 경시 또는 무시되는 사회라면 그러한 사회에서 올바른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혁이라는 과제는 그 단어가 표양하는 문리(文理)가 중요시 되어야 한다. 개혁을 한다면 경중 대소를 기준해서는 안 되고 또한 파급에 따른 부작용이나 반작용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것들이 고려되는 것은 타협(妥協)이다. 타협은 민주주의적 한 방법이기는 하나 역시 타협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개혁은 개혁(改革)이어야 한다.(♣2016.5.26.)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법률칼럼] 이사철 알아야 할 법


어느덧 꽃샘 추위도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을 맞아 늦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집이 많을텐데, 오늘은 이사철 알아야 할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누구든 몇 년씩 살림을 차려놓고 살던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이사를 하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후에 부딪히게 되는 처음 관문은 볕도 잘 들고 통풍도 잘 들면서 가격에도 맞는 집을 고르는 일인데, 여기저기 수십군데 발품을 팔고 애초 계획했던 가격 보다 다소 높은 집을 어렵게 구했다 하더라도,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다시 이사를 갈 때 집값의 7~80%나 하는 비싼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들기 마련이다.


세입자가 꼼꼼히 따져보고 계획하자는 심정에서 계약할 집의 등기부를 보더라도, 등기부라는 것이 표제부부터 갑구, 을구까지 참으로 복잡하게 되어 있어, 이를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도대체 어느 부분부터 체크를 해야 하는 걸까?


세입자는 계약할 집에 압류가 되어 있는지, 저당권이 어느 만큼 설정되어 있는지를 체크하여야 한다. 나중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 줄 경우에는 집을 경매해서 배당을 받아야 하는데, 이미 그 집을 점거하고 있는 채권자들이 있다면 보증금 반환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른 채권자가 설정한 금액이랑 세입자가 받아야 할 보증금을 합한 금액은 집값의 7~8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고 이 사람에게 체납한 세금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세입자가 등기부를 전부 확인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집주인에게 체납한 세금이 있는 경우이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다른 채권자 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어서, 세입자는 최악의 경우에 집주인의 세금을 대신 내주고 정작 본인의 보증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등기부시스템이 개편되어, 세입자는 등기부 열람만으로 집주인의 체납사실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하니,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그래도 불안한 세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전세보증금반환보험’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세입자가 계약기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다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에 서울보증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금을 받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4억인 집을 2년 계약했다면, 총 13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된다.


요즘 전월세를 구하는 일이 거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어렵게 집을 구하고 보증금 반환까지 확보한 세입자가 다음에 신경쓸 일은 이삿짐 센터 선정이다. 평소 거래를 많이 해본 업체가 아니라면, 몇 군데 업체를 선정해서 가격을 비교해보고, 현장 방문을 통해 견적을 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사를 하는 사람은 운반도중 생기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사 당일 일일이 감독하고 파손된 물건은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겨야 한다. 사진이라도 찍어놓지 않으면, 업체쪽에서 원래 있었던 파손이라고 우길 경우 반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사...하는 일이 술술 잘 풀려서 더 큰 집으로 가는 거면 좋겠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그런 집은 별로 없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그래도 그 과정에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주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전지현 변호사


필자소개

민주평통 상임위원 및 금천구협의회 운영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감사,  KBS '생방송일요일아침입니다' 고정 패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초동에서 '전지현 법률사무소(851-6494)'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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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휴가철주의할 점-2  (0) 2016.08.08

금천구 유일한 식자재 사회적기업 ‘이그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그린’은 고군분투 중





사회적기업 ‘이그린’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금천구청역에 내려 금천구청 길건너 마을버스 역에서 8번 버스를 타고 5분쯤 달려 홈플러스를 끼고 버스가 우회전하면 내릴 준비를 해야한다. ‘홈플러스 근처니까 찾기 쉽겠군’ 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작은 골목에는 고만고만한 동네 상가들 뿐이다 보니 이렇다할 랜드마크 건물도 없는(유일한 랜드마크가 홈플러스다.) 금천구의 어느 작은 동네에서 어딘가를 찾아가기란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헤매다가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한 후에야 골목골목을 지나 작은 상가건물 1층 귀퉁이에 자리잡은 ‘이그린’을 만났다.

어쩌면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찾는 것도 사회적기업이 활로를 찾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면 심한 비약일까. 찾기편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들은 늘 그렇듯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선점해 있거나 힘으로 밀어붙여 영세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고 문을 닫거나 벼랑 끝에서 고군분투 중이거나..... 내 이야기가 너무 비약이 심하다고? 그렇다면 오늘 만나는 사회적기업 ‘이그린’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하시길.


사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업종 진출(이라고 쓰고 ‘침투’라고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네골목의 구멍가게, 수퍼마켓이 다 죽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대신한 건 벌써 옛일이 됐으니까. 몇 년 전만해도 골목상권을 지켜야달라고 대형마트를 상대로 시위가 줄을 이었지만 이젠 그런 시위마저도 사라졌다. 이같은 일은 식자재유통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다. 개인 혹은 소규모 자영업자들 몫이었던 식자재 유통까지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 구내식당은 물론 일반 식당이나 어린이집까지 장악해나가고 있다. 대기업의 식자재유통사업이 한해 1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니까 안봐도 비디오겠지.

 

금천구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이그린은 동네에서 만나면 쉽게 지나칠만큼 작은 사무실인데 이곳에서 금천구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먹거리방문 배달서비스가 이뤄진다. 20평~30평 사이의 공간에 냉동창고와 일반사무를 보는 사무실과 그리고 포장에 배달까지 이곳에서 진행된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사무는 물론 보관, 분류, 포장이 다 이뤄지는 것이다. 사무실에는 신정희 대표와 2명의 직원이 있었고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신정희 대표와의 인터뷰는 솔직담백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이그린’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식자재유통경쟁과 어쩔 수 없는 자본력의 한계까지....현실적 문제와 전망이 과장없이 오갔다. 신정희 대표는 함부로 앞일을 쉽게 예단하지 않았고 근거없는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다. 물론 현실적인 벽들도 숨기지 않았다.


 Q. 먼저 사회적기업으로서 ‘이그린’을 알고 싶다. 2013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던데 어떤 기업인가?


이그린은 2010년 처음에 안전하고 친환경먹거리를 유통해서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2012년 초인데 당시 회사가 좀 힘들었다. 그 전까지 나는 이사로만 등록돼 있었고 개인적으로 식자재 유통 일을 하고 있었는데, 들어와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온 거다. 그런데 와보니 회사가 처음 계획만큼 이윤을 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을 때다. 금천구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을 때니까 그냥 닫기에는 아쉬운 것도 많으니까


 

Q. 그럼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당시 회사에는 대표와 본부장 등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다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또 회사도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다보니까 여기저기 하는 일도 많은 반면 이윤이 적었다. 사회적기업이기 전에 이윤을 남겨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미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직원들은 필요이상 많고...총 15~16명 정도 됐다. 물론 사회적기업이다보니 사회공헌도 즉 일자리창출 면에서 직원들을 채용한 면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회사 상황에 비해 직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들어오니까 사업을 (일부) 정리 중이어서 그 사람들도 정리하는데 퇴직금을 주다보니 회사가 그날그날 살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영업도 소홀할 수 밖에 없고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Q. 그렇다면 쉽지 않았을텐데?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 좋은 뜻을 가진 기업인 줄은 알았지만 자세한 건 몰랐다. 그래서 합류하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공부부터 했다. 금천구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쫒아다니며 다 들었다. 그렇게 배우면서 일했다.

그리고 회사 경영을 위해서 일단 사업을 현실에 맞게 정리하고 직원들도 최소화했다. 일단 회사가 살아남아야하니까. 그래서 규모를 거의 3분의1로 줄였다. 지금은 총 5~6명으로 사무적인 건 물론 포장, 배달을 모두 한다.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하면서...


 Q. 회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자격이 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공헌도를 본다. 사실 처음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갖춰야할 것을 알아보기 위해 금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가서 조미연 센터장님과 상담을 많이 받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일자리창출 측면과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후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니까 각 지역에서 취약계층 청소년인데 자격이 안돼 구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우리가 주민센터를 통해 소개받아 이들에 대한 먹거리를 지원해줬다. 사실 이런 청소년들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주민센터 복지사들 업무가 많은데 따로 또 부탁해서 알아봐야하니까...

 

Q. 식자재유통 기업이라고 하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말그대로 식당에다가 음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금천구 관내 복지관과 관악구에 있는 관외 복지관 등 3곳의 복지관과 양이 많진 않지만 15군데의 개인업체에 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부천에 있는 뷔페식당 한곳에도 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주력하는 일은 금천구에서하는 취약계층 먹거리 배달사업이다. 금천구에는 취약계층이 많다보니 이들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거다.

‘이그린’의 출발은 2010년 법인을 설립하고 일자리 창출 예비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11월 금천구청과 구내식당 식자재 납품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3년 뒤인 2013년 12월 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가장 큰 사업은 금천구에서 진행하는 취약 청소년계층에 대한 먹거리 배달사업이다. 한달에 한번 이뤄지는 이 사업은 금천구 약 400가구 방학 때는 약 600가구의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를 배달한다. 이 사업은 과거 취약청소년에게 주던 복지카드의 일환으로 복지카드 대신 직접 먹거리를 구비해 전달하는 것이다. 주민센터에서 품목이 정해지면 그 품목대로 이그린이 식자재 물품을 구성해서 집집마다 배달한다. 물품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에서부터 간편조리식품, 반찬 등 다양하다. 방학 때는 과일도 배달한다.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쉽지 않다.


 Q. 일일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배달이  쉽진 않았텐데?

집을 찾는 게 제일 힘들었다. 취약계층이다보니까 주소는 맞는데 막상 가보면 집을 찾을 수가 없다. 계단을 내려가고 지하를 가고.... 집이 있을 수 없는 구조에 집이 있고 또 가면 딱 방하나가 집인 곳도 있다. 그나마 금천구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컴플레인도 처음에는 많았다. 배달을 다니다보면 사람이 없는 집도 많으니까.. 워낙 살기가 바쁘다보니까 일하러가고 아무도 없는 집도 많다. 그러면 배달을 해야하니까 큰 소리로 부르는데 그걸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지원받는 게 동네방네 떠들 일이냐고... 사실 마트에서 물건을 배달받는 거랑 똑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포장도 바꿨다. 처음에는 마트처럼 비닐봉지에 넣어서 줬는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남들에게 다 보이는 거.... 앞서 말한대로 마트 배달받는 거랑 똑같은 데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센터에 막 항의하고..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우리도 포장을 박스로 바꾸었다. 박스에 아예 넣어서 배달한다. 원하는대로 가급적이면 다 해주려고 한다.


Q. 그런데 식자재유통업이라면 구내식당이나 복지관 등 큰 식당을 상대로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유리할텐데?

그런 곳은 대기업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복지관이나 어린이집 뭐 규모가 있는 곳의 구내식당을 거래처로 뚫기 위해 여기저기 노력해봤지만 정말 힘들다. 공급단가 면에서 대기업을 못 당한다. 정말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단가가.. 우리는 그 단가에 맞출 수가 없다. 거기에 서비스도 좋다. 한번은 아는 과장님이 대기업에서 써낸 제안서를 보여줬는데 어마어마 했다. 식자재는 똑같은데 가격도 싸고 후원해주는 것들도 많고 나같아도 그 업체를 쓰겠더라. 그래서 내가 “이걸 어떻게 다 해준대요?" 했다. 우리가 아무리 머릴 굴려도 그 단가를 못 맞춘다. 가격이 비싸서 못쓴다고 하면 할말이 없지 않은가.

틈새시장이 사실 없다. 아주 조그만 성당 구내 식당을 가도 대기업 유통업체가 다 잡고 있다. 장난이 아니다. 정말 바닥까지 박박 긁어간다. 그래도 가서 제안을 하면 가격보고 (대기업보다) 더 비싸면 어쩌냐?하면 사실 할 말이 없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그린’은 고군분투 중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세계 유수기업들과 경쟁하는 대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영역이었던 식자재유통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미 2011년 당시 아워홈, CJ, 현대푸드와 같은 대기업들은 연 10%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을 내세워 사업을 해나가는 대기업에게 중소상인들이 당해낼 수 없다.

특히 이들 대기업은 식자재공급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에 각종 후원금을 전달하는가하면 서비스(특별한 날 물품지원, 선물 등등)를 내세워 소규모 단위의 구내식당의 식자재까지 점령해나가고 있다. 당연히 기존 소상인들은 고스란히 거래처를 뺏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그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공서나 조금이라도 규모가 있는 기관들(예를 들면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 등)이 가장 먼저 신경쓰는 것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위생문제다. 공신력있는 검증이 필요하다보니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같은 인증 마크를 받은 업체를 선호할 수 밖에 없고 이를 갖추지 못한 영세한 업체들은 자연 밀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들의 요구가 까다로와 풀무원과 같은 알려진 브랜드의 친환경 식품을 신뢰한다.


Q.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규모있는 거래처를 따기는 아예 난공불락인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우리같은 소규모 업체가 오히려 대기업에다가 MOU를 체결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즉 안전한 물품을 원하니까 풀무원이나 삼성과 같은 식자재유통업에게 식자재 배달을 의뢰한다. 즉 주문은 우리가 받고 거기에 대한 식자재를 배달해주도록 하는 거지. 제가 거래하는 금천구 복지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같은 관내이다보니 배려를 해서 거래를 하고 있지만 식자재는 대기업의 식자재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복지관 쪽에서 위생문제에 안심할 수 없다며 해썹인증을 요구했다.


Q. 그렇다면 결국 중소업체들은 중간 다리 역할 밖에 할 수 없고 고스란히 대기업에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건가?

실제 많은 중소유통업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우리는 저장창고도 갖추고 또 물건도 직접 포장하고 배달하지만 잘나가는 중소업체 중에는 저장창고는 커녕 배달 트럭 한 대 없이 책상하나에 전화기 한 대만 놓고 일한다. OO이라고 사회적 기업으로 식자재로서는 제일 잘하는 업체다. 그런데 거기도 조그만 창고하나 없고 다 영업사원만 있다. 이 업체가 우리와 규모에서 차원에 다른 게 한달에 5억원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린 몇 천만원 단위인데...

영업만 해서 거래에 성공하면 거래처 몇 개를 묶어 대량으로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으니까 대기업과 싼 단가에 협약을 맺고 식자재는 대기업에서 직접 배달하도록 하는 거다. 그게 더 안전하니까. 어찌보면 대기업의 영업사원인 셈이다.

 

Q. 그렇다면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클텐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친환경 먹거리였다. 봉천동에 있는 아는 두부 업체가 우리 국산콩으로 하는 두부를 만드는데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나이든 할머니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좋은 먹거리니까 어린이집에 그 업체의 두부를 사서 공급하려고 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거니까 우리 콩이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해서 하려고 해도 해썹 인증마크가 있어야 한다. 두부를 하려면 이 두부가 어떤 온도에서 익혔으며 어떻게 만들었다는 인증서가 있어야하는데 그게 소기업은 안된다. 이런 게 없으니 써줄려고 해도 안된다.

내가 어린이집 원장을 설득해서 제안을 넣더라도 부모들은 풀무원 두부같은 대기업 브랜드의 식품을 원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Q. 그렇다면 이그린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 가장 절실한 건 뭔가?

영업요. 영업을 잘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식자재공급의 경우 생물을 빼놓고는 거의 공산품이나 다름없어요.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걸 사가지고 와서 배달하는 거죠. 문제는 대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영업을 해서 거래처를 확보하느냐의 문제니까.

영업은 그냥 다닌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복지관이면 복지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영업을 해서 이를 결정하는 키맨을 찾아서 설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영업에 아직 서툴다보니까 그게 제일 아쉬워요. 영업에 능숙한 사람.

사회적 기업들을 위해 영업을 해주는 공동의 영업사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하.


Q. 영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금천구의 민관공동협력단이 있다. 금천구 직원과 사회적경제지원협력단 센터장과 같이 몇 명이서 업체를 방문해서 푸시를 해보는 거지. 그런 식으로 금천구청에서 많이 도와준다. 그리고 나라장터를 통해 경쟁입찰이 올라오면제안서를 넣는다. 무조건 다 넣어볼려고 한다. 벌써 몇 번 넣어봤지만 안됐는데, 일단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어떤떤 업체는 몇백번을 넣어봤다고 하는데 아직 저는 그 정도는 안해봤으니까..

 

기울어진 운동장?! 그래도 사회적기업 ‘이그린’은 꿈꾼다

이야기는 할수록 답답했다. 모든 것이 결국은 자본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11면에 계속]

[9면에 이어]

처음부터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 아닐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그린과 같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먼저 대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방치해두는 룰부터 고쳐야할지 모른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게 있지만 대기업의 밀어붙이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들이 법망을 피해나가는 방법은 많고 많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오히려 신정희 대표가 햇수로 4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게 용할 정도다. 거기에 사회적기업으로서 후원이나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는 게 오히려 사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신정희 대표는 씩씩하다. 물론 힘들다는 말을 수없이 했지만 여전히 싸워볼 힘과 근육이 보인다. 대표로 들어와 그동안 업체를 재정비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젠 영업에 좀더 집중해야한다. 아직까지는 금천구의 지원에 힘입어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구청에 의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Q.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4년을 해왔는데 그동안의 감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건 진짜 좋다. 하면 할 수록 매력을 느낀다.왜 그러냐면 어쨌든 계속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 대해) 교육을 받다보면 생각이 바뀌더라. (돈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한가지라도 동네사람들을 위해서 사야한다고 바뀐다. 취약계층도 눈에 보이고.

제가 평소라면 영등포노숙자 사무실에 갈 일이 있겠나. 난 봉사, 별로 안좋아한다. 그런데 노숙자 사무실을 다니고 그러다보면 저 사람들 양말을 하나씩 사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적지만 매월 양말 몇 컬레라도 후원하게 된다. 처음 사회적기업할 때도 요건을 갖추기 위해 후원을 했지만 이젠 마음에서 정말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 제가 영업을 하다보니까 그런 게 눈에 들어오는 거지. 제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닌데... 그래서 어떤 때는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대기업이 했으면 좋겠다. 몇 십년 사업을 한 사람들이니까 조금만 풀면 엄청나게 베풀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다.


Q. 5년 후 이그린은?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금천구보다는 다른 곳에 더 많이 하는 곳이 되고 싶다.

주변에도 사회적기업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우리만 계속 해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는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관외에서 많이 해야한다.

그래서 상공회도 가본다. 발을 넓혀야하니까...(5년 후에는) 지금보다 규모가 엄청 늘어나진 않더라도 타른 지역을 할 수 있어야할 것 같다. 이쪽 일은 틈새시장이라는 게 2년마다 (업체를) 로테이션을 하는데 계속 (입찰)서류를 넣다보면 기회가 잇지 않을까.

 

Q. 시니어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나?

제가 나이를 들다보니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나이든 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자리에서 더 소외된다. 나이들면 마음도 여려지고... 일거리가 없으면 너무 힘들다.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실제 어르신들도 일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그런 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그런데 아까 말한 두부공장도 시니어센터에서 하는 두부공장인데 상담을 했더니 ‘판로가 없으면 너무 힘들다고 하지말라’고 말리더라. (웃음)

   

‘이그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거리의 무수한 상가들에서 이그린의 모습을 본다. 많은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금천구를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하는 이그린의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그린이 부딪친 현실이 이그린만의 현실이 아니듯 이그린의 ‘성공’ 또한 이그린만의 성공이 아니라 무수한 많은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으니까. 건투를 빈다.


2016. 5. 

 금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 주민기자단  박금숙



일시 :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장소 :시흥3동 박미마을회관    인터뷰 : 장제모,  김용근, 정상기


Q. “그랜드 파파클럽”?

그동안 우리 마을에 주민 갈등이 심했다. 마을회관이 글자 그대로 마을회관으로써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해결을 위한 주민들이 모임이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노력한 결과 다시 동네가 평화를 찾았고, 다시는 이 같은 주민들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형태이든 주민조직이 활성화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겠다 라는 취지에서 노령자 모임은 출발했다. 앞으로 우리 그랜드 파파는 신분에 맞는 우리의 일들을 해나갈 계획이다.




Q 구성 인원은 ?

박미 그랜파클럽은 서울시 및 금천구청 공모사업을 통한 마을공동체 사업 및 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금천구에 주소를 둔 60세 이상 남자들을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랜드파파는 현재 16명이다. 처음엔 12명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앞으로 지나봐야 알겠지만, 지금보단 더 많은 회원이 모여 질 거 같다.

Q 모임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2016년 4월 3일 모임이 처음 결성되고 현재까지 정기모임은 3번이었다. 

앞으로 매월 1회는 정기모임을 가질 예정이고 필요하면 수시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Q 특별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장제모 : 함께 마을 만들기로 "뽕나무 프로젝트"그 장정을 시작했다. 전북 정읍에서 뽕나무 400주와 개 복숭아(시험 재배용) 10주를 현지에서 직접 구입해 우리 회원들이 회관 뒤 공지. 다 심는 데 3일이 소요됐다.  개복숭아 같은 경우 열매가 비싸고 또한 꽃이 너무 예쁘다. 내년이면 우리 박미 마을회관에서 아름다운 꽃망울을 볼 수 있다. 또한 식재 후 남은 뽕나무를 주민에게 분양했는데 모두 만족해하시는 것을 보며 흐뭇했다. 또 박미마을회관에 프리마켓이 활발하게 운영 중인데 우리 파파들도 젊은 사람들 함께 마을의 장으로 열어나갈 것이다.

김용근 : 평소 제가 마을회관에 관심이 있어서 장제모 회장님하고 창설 전부터 활동을 했었다. 평소 제 생각이 박미회관 일대 노인들의 소일거리를 찾아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장제모 선생님이 그랜드 파파를 제안 하셔서 결성이 됐다. 가입한 분들과. 희망하는 분들이 있어 앞으로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일조한다라는 취지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왜? 뽕나무를 심었냐??하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마을회관이 특성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산이란 자원이 있다. 꽃만 피는 것만이 아니라 뽕나무를 심어 식재료로서의 자원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선 뽕나무 자연학습장 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했다. 그리고 다른 동네와 다르게 우리마을에는 화분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 관리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 그랜드파파가 마을 꽃길을 생각하며 조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노인들은 노인답게 그렇게 마을 가꾸기에 힘쓰고 싶다.


Q 그랜드 파파클럽만의 장점?

우리는 우리 동네의 갈등을 어른으로서 선배로써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어른이라서 받는 처지가 아닌 베푸는 입장에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이런 어른들이 모임이 큰 장점이 아닐까?

Q 어려웠던 점은 ? 

김용근 : 활동하려면 적극적인 참여가 큰 힘이다.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같이 동참하는 것이 좋은데 나이가 있다 보니 다들 힘들어한다. 그러나 앞으론 100세 시대다 .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능동적으로 계발해서 공동체 구성을 하면 서로 즐거울 텐데... 아직까지는 스스로의 참여의식이 적다.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었음 좋겠다.


Q.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포부

 김용근  :우리 동네가 조경의 환경을 살려서 서울의 명품주거지를 만들고 싶다. 우리 동네의 자원을 활용한다면 우리 마을도 가능하다 동네 구조가 크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마을이 아늑하고 또한 동네의 자원이 잘 활용된다면 우리 마을도 가능하다 본다. 좋은 주거지로 기억될 수 있게 그랜드파파로서 마을사랑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

장제모 : 박미 마을회관에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인문학 주민강좌를 시행한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그랜드파파도 이웃과의 친교도 나누고 마을의 발전을 함께 논의해 가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가 각자 아무리 이야기하려 해도 혼자서 이야기 한다면 그 목소리는 널리 퍼질 수 없다. 하지만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마을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면 변화 역시 시작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모여 하나의 의견과 행동을 보여주는 그랜드파파 클럽을 응원해본다.


조애자 기자

오늘 월요분과에서 < 우리 동네 미자 씨> 읽었는데, 미자씨 읽다가 다들 선화선배 생각난다고 했어요. 나는 미자씨가 좋은데 선배는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한번 읽어봐요."


나를 닮은 주인공이 있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도대체 미자씨가 어떤 여자기에 나와 닮았다며 여럿이 웃고 떠들었을까? 궁금했다. 여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굳이 내가 이야기 속 누구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팥쥐엄마 정도랄까? 키는 구척장신에 얼굴은 검은 게 콩멍석 위에 구른듯이 얽었고 입술은 썰면 아홉접시가 나올 것 같이 생겼다고 한다. 6학년 때 친구에게 입술이 너무 두꺼워 토인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두꺼운 입술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거기에 붙어버리게 되어, 어쩌다 보니 나를 스스로 팥쥐엄마에게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다. 글쎄, 그럼 미자씨도 팥쥐엄마 스타일일까? 책을 검색해 보니 표지그림에 시꺼멓고 입이 함지박만한 미자씨가 있다. 일단 외모가 합격이다.


'미자씨는 혼자 살아요. 어쩌다 보니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빚을 잔뜩 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고 날품을 팔아서 버는 돈으로 가난하게 살아가죠. 찢어진 모기장도 바꾸지 못하고 해진 구두도 그냥 신고 다녀요.'

어라?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게 닮았나? 나와 좀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비슷했을까? 도대체 미자씨 어떤 구석이 나를 닮았는지 요리조리 뜯어보며 읽어간다. 

책 중간쯤 읽다보니 미자씨는 일단 어깨가 떡 벌어져 한 덩치하고, 별명이 천하장사다. 몸집과 별명이 일단 나와 같다. 방바닥에 누워 며칠이고 이리 저리 구르는 게 취미란다. 취미생활도 비슷하다. 누가 부탁을 하면 허드렛일도 마다않고 닥치는대로 잘해준다는 것도 닮았다. 게다가 그녀도 좀처럼 아픈 적이 없다. 어쩌다 아프면 약 먹을 생각은 전혀 않고 맛있는 거를 먹으면 나을 거라고 믿는 스타일이다. 나 같다. 그리고 그 맛있는 거라는 것도 아주 소박해서 '오뎅' 정도면 되는 것도 나 같다. 

그렇게 미자씨는 뭔가 엉성하고 모자란 것 같지만 가끔 잘하는 것도 있다. 고추가루도 없이 라면스프와 순대소금을 넣고 기가 막히게 맛있는 동태찌개를 끓일 줄도 아는 것이다. 요리천재가 따로 없다. 

옷 입는 스타일이나 외모도 솜씨도 그렇지만 사는 모양새도 나와 닮았다. 찌개 끓일 재료로 쌀뜨물이 있다고 다행이라고 말할 만큼 쌀도 없이 살아본 적이 있지만, 일단 그녀는 지나간 일에는 담담하다. 그리고 현실에 있어서는 남들이 미자씨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자신이 보통은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내가 사는 법과 닮았다. 성지는 말끝마다 아줌마가 말하는 보통은 보통이 아니라고 핀잔을 주지만 그런 성지에게 말한다.


"있잖아, 성지야, 내 보통이 보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게?"

"몰라..."

"그렇게 생각하면 .... 불행해져." (63쪽)


나도 몰랐는데 행복해지고 싶은 내 본능이 내가 보통이거나 보통 이상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자씨 덕분에 나를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도 다시 미자씨의 사는 법을 가슴에 새긴다. '자신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불행해져.' 미자씨는 모자란 것 같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가끔 어른다운 얘기를 할 때도 있다. 나도 성지와 같은 아이를 만나면 그 정도 이야기를 꼭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자씨는 호기심도 많다. 일단 무언가를 배우면 꼭 실험을 해보는 성격이다. 차 장수 아저씨가 아픈 미자씨를 위해 준 동태를 요리하기 전에 일단 치약이 진짜 비린내를 없애주는지 실험부터 한다. 새로운 걸 들으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나와 닮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닮은 건 누군가를 금방 좋아하는 것이다. 아프다는 미자씨에게 동태 두 마리를 준 차 장수의 친절에 금방 사랑고백이라도 받은 듯 들뜨는 여자. 냉동실에 아껴두었던 동태를 차 장수에게 대접을 하겠다고 맘 먹고, 드디어 차장수가 오는 날을 잡아 고슬고슬 맛있게 밥 짓고 보통 정도가 아닌 시원하고 맛있는 찌개를 끓였는데... 차장수 총각은 이제 총각이 아니란다. 지난 달에 결혼을 했단다. 

결국 찌개 한 냄비를 혼자 다 닦아 먹고도 속이 허해서 어린 총각 성지에게 안아 달라고 떼를 쓴다. 성지를 안고 엉엉 우는 모습도 나와 닮았다.

몰래 좋아한던 남자는 이미 장가를 갔대고, 이제 다시 미자씨는 혼자가 됐다. 앞으로 미자씨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똑같은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난 그녀를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는 자신이 불쌍해지지 않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뻔뻔스러울지라도 스스로 누추해지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2016.05-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정선화  글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금천구로지역과의 인연도 어언 30년이 되어간다. 1987년 대선 당시 필자는 ‘자가건강, 자가치유’라는 새로운 차원의 건강문화 보급을 위해 가리봉5거리 부근에 <노동자건강상담소>를 열고, 그 곳에서 노동자와 주민들, 사회운동가들에게 기공(氣功)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분들이 함께 땀 흘리며 수련하던 기억이 새롭다(이들 중엔 최근 다시 연락이 된 분들도 있다).

  <노동자건강상담소>는 여러 사정으로 1년여 만에 문을 닫았지만 기공 수련모임은 1989년 말 동교동에 정식 수련원을 열 때까지 금천구로지역에서 여러 곳을 전전하며 계속되었다. 그 이후에도 필자는 계속 기공 명상을 연구 수련하며, 대학과 연수원에서 건강과 대체의학에 대한 강의와 지도를 해왔다.    

  요즘 건강은 우리 사회의 중요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타율적이고 안이한 방법으로는 진정한 건강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 무분별한 건강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자주적인 자각을 하고, 기꺼이 땀을 흘리는 노력이 요구된다. 


<연재 계획>

1. 몸 다스리기1- 건강에 전제는 바른 체형

2. 몸 다스리기2- 자세가 바르면 만병에 자연치유

3. 기 다스리기- 생체에너지가 강해야 진짜 건강

4. 마음 다스리기- 생각을 비우면 마음이 건강해

5. 쉽게 하는 생활기공1- 걷기, 뛰기

6. 쉽게 하는 생활기공2- 서있기, 서서 일하기

7. 쉽게 하는 생활기공3- 의자에 앉기, 앉아서 일하기

8. 쉽게 하는 생활기공4- 바닥에 앉기, 눕기


건강의 전제는 바른 체형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아픈 데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이는 낮은 차원의 건강이다. 진정한 건강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이 늘 가득한 상태이다. 그러려면 옛사람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 형기신(形氣神) 즉 몸과 마음, 생체에너지를 잘 조절해야 한다. 이는 첨단 양자의학의 관점과도 완전히 일치한다.

  그 중에도 형(形), 즉 몸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 핵심은 틀어진 체형을 바르게 교정하는 일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그릇된 생활자세 등은 시나브로 우리의 체형을 틀어지게 만든다. 특히 직립활동을 하는 인간의 특성상 고관절의 틀어짐이 가장 문제이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한쪽 발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골반, 요추, 경추, 견관절, 슬관절 등이 연쇄적으로 틀어진다. 그 결과 신경, 혈관, 경락이 압박을 받게 되어 자연치유력이 약화되면서 결국 만병에 무력해진다. 


<교정식 참장공>

그러므로 인체역학적으로 볼 때 질병이 진행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체형이 틀어지면 먼저 몸 여기저기 통증이 온다(요통 등). 다음으로는 기능이상이 나타난다(어깨가 안 올라가는 등). 더 진행되면 내장, 기관에 이상이 온다(위염 등). 더 심해지면 난치성질환으로 나아간다(당뇨, 뇌혈관질환, 암 등). 따라서 틀어진 체형을 바로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형을 바로 잡으려면 체형교정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특히 전통양생법에서 유래한 ‘교정식 참장공(站樁功)’을 하면 누구나 틀어진 체형을 손쉽게 바로 잡을 수 있다. 이는 발끝부터 머리까지 온몸을 동시에 교정하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10회(매회 40초씩) 실시하면 1~2주일 만에 체형이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앞발 끝은 붙이고, 뒤꿈치는 45도 정도 벌린다. 두 무릎을 붙이고, 히프는 뒤로 빼서 허리를 편다. 

② 두 주먹을 쥐어 양 옆구리에 댄 채 뒤로 당겨, 가슴을 편다. 고개는 약간 뒤로 젖힌다. 이 자세로 정지한 채 고요하게 호흡을 조절한다(그림 참조).




<이명복 원장 약력>

 한국외국어대 및 同 대학원 졸업

 40년간 氣功․명상․대체의학 연구/ 중국공인 기공사 

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교육부연수원 강사

   기업연수 강사

 국제통합대체의학협회 상임이사

 건강칼럼니스트: <신동아><한국일보> 등 연재

 저서:『丹學학습법』,『어디서나 쉽게 하는 생활기공』,『氣功이란 무엇인가』,『현대인을 위한 기공』,『센터링생활명상』



통·반장제도(이하 ‘통장제도’라 표현한다)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행태로는 이룰 수 있는 행정성과는 한정적인가 하면 설치취지조차도 모호하다. 즉 이 제도는 지금과 행정행태가 다른 시대에 마련되었고 행정환경이 상당히 변화하였는데도 과거의 기조(基調)에서 운영되는데 따른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제도는 행정에서 민(民)이 경시되던 시절에 설치된 관 주도형 기구로 공무원의 보조적 역할이 주 임무인데 그것이 별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통장의 임무가 공무원의 보조라서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행정에서 민과 관은 상호관계인 만큼 협조적 유대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선후(先後), 주종(主從)의 위치는 상황에 따른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 도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데 있다. 즉 관은 항상 선(先)과 주(主)고 민은 상대적인 것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민공동체가 행정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고 그것은 법체계로 보장되고 있는 것과 같이 이른바 민·관 협치 행정시대이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비롯한 주민 참여에 의한 각종 행정행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있고 그 시행효과도 속속 들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일선 동 주민 센터를 복지센터 화를 지향하고는 “찾아가는 동 주민 센터”를 운영하는 등 주민자치 행정체제로의 돌입도 그런 유형이다.

서울시는 일선 동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통장을 포함한 직능단체의 자원들을 구성원으로 포함하는가 하면 전문성을 기하기 위한 구성(분과위 설치)을 하는 등 주민조직의 체계화로 확대된 공무원 조직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통한 실질적인 주민참여행정의 제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인데 구시대적 유물에 다름 아닌 통장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행정중복이자 자원과 예산 낭비로 시대흐름의 역행이다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통장 직무를 본다. 1.반장 반원 지도, 2.행정시책 홍보, 3.주민여론 요망사항 보고, 주민의 거주 이동 상황 파악, 통·반적부 관리, 4.각종시설 확인, 5.새마을사업추진 협조, 6.통·반원의 비상연락 훈련, 7.전시홍보 및 주민 계도, 8. 전략자원의 동원과 전시 생필품 배급(전시에 한함), 9 법령에 의해 부여된 임무 및 그 밖의 동 행정에 필요한 사항 등 크게 분류해서 아홉 가지이고 세분하면 열두 가지를 넘고 9번 째 단서에 의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대단한 량이고 중요한 행정사무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통장 체계에서 과연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묻기 이전에 과연 현재의 행정환경에서 이런 임무들이 모두 필요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전업주부가 다수인 통장체계에서 말이다.

최근 통장제도와 관련한 연구를 본적이 있는데, 통장은 주민 대표 기구로 행정홍보와 주민여론 주도 기대를 둘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어떤 관점인지 모르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주민 대표성을 동의할 수 없다. 그 선임에 민주성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장은 공모방법이지만 정보접근 문제로 실효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주민 센터 관계자(공무원이나 주민권력)의 간섭 개재 여지를 가진다. 여론 주도 의견도 마찬가지다. 구성배경과 신분(전업주부들이 많다) 그리고 개인 역량을 볼 때 그렇다. 솔직히 여론 오도나 왜곡이 없으면 다행이다. 이러한 주장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일선 동 주민 센터 근무경력이 오래 된 공무원이라면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 제도와 상관하여 유의하여 살필 것은, 거주환경이나 행정환경의 변화 이를테면 대단위 아파트단지 형성으로 주민에 의한 자체 행정기능 확보,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민원 등 행정서비스 접근의 편리와 다양화, 동 주민 센터의 복지센터 화에 따른 공무원 증원 등의 사유로 통장기능은 축소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빠르고 다양하고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다.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의 제도를 살펴보지 않았으므로 필자가 거주하는 금천구의 사정을 주로 하여 살펴본다. 마을의 주민들에게 물었다. ‘통장제도가 있는 것을 아는가?’, ‘내가 사는 주소지 관할의 통장이 누구인지 아는가?’, ‘통장의 역할에 공감을 하는가?’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50%를 상회한다. 그런데 둘째 질문의 답은 10%가 체 안 되고, 셋째 질문은 절망적(?)이다. 우리 고장의 통장제도의 현 주소다. 표본은 필자 주거와 가까운 이웃 60인 정도로 하였는데 표본 수를 두고 객관성을 시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판을 했으니 의견을 말해보자. 통장제도는 제고되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으로 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한계가 있고 그런 사정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주민대표성이다. 주민 대표성이 없는 기구가 민·관 협치 행정 수행의 참여는 불합리하고 성과의 기대도 어렵다. 분명히 말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주민대표성은 결코 기대할 수 없고 주민자치 행정의 지향도 어렵다! 

여기서 유의하여야 할 것은 최근 확대 개편된 주민자치위원회와 관계다. 이 두 기구는 주민대표라는 성격에서는 같은 입장이자 중복이다.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엄밀히 따지면 이 또한 중복이다. 다시 말하면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대표성 문제가 있고 그 구성에서 볼 때 통장제도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기구, 즉 주민자치위원회는 합의적 구성체(committee)로 복무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단독기구인 통장의 단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한다. 현 통장제도는 주민자치위원회와 병합하는 것으로 발전적 해체를 하도록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현재의 구성으로 통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행정낭비를 줄이고 예산 효율도 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양 체제의 주민기구 존치는 행정의 중복은 물론 마찰의 소지조차 없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주민대표성은 물론 공동체적 공감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념해야 하는 것은 현대행정에서 주민 공동체의 공감은 아주 중요하다.(♣2016.5.11)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기고]담장 위 쇠창살 제거로 이웃과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일까? 우리가 희망하는 이웃은 어떠한 이웃일까? 아마 누구나 자기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고 좋은 이웃을 만나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바램과 달리 자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아무렇지 않게 당연시 하는 것도 요즘 세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 이웃이 누구든 무엇이 상관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데 남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혹은 침해를 받지 않으려고 내가 내 소유의 건물에 무엇을 어떻게 해놓든 누가 간섭을 하랴? 남 보기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동네가 좀 더 정이 있는 사람 사는 동네, 이웃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러한 동네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참 정이 많이 갑니다. 서민적이고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동네에 애착이 많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게 있습니다. 자신만 느끼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바로 담벼락에 흉측하게 남아 있는 뾰족하고 위험스럽고, 소름끼치는 것, 이웃과 마음의 문을 닫아 놓은 흉물스런 물건 바로 담벼락 쇠창살들입니다. 

지나갈 때마다 저 담벼락 쇠창살을 어떻게 해 볼 수 없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개인이 방범을 위해 해 놓은 것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낮게 걸려 있는 담벼락 쇠창살에 밤에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담벼락 쇠창살들은 아마 이전에 방범을 위해 집을 지을 때부터 한 것도 있고 이후 다른 이유로 만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담장 허물기부터 시작하여 벽을 없애는 곳도 많이 늘어나고 곳곳에 cctv 등이 설치되어 담벼락 쇠창살의 방범효과는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히려 이제는 그것이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으로 되어 버렸기도 합니다. 

현재 구청에서 뿐만 아니라 각 동에서도 마을가꾸기를 하고 있으며, 특히 독산4동  마을계획단은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으며 좋은 동네 만들기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구민들도 내 이웃을 돌아보고 내 건물을 좀 더 예쁘게, 그동안 우리 이웃과 소통의 벽을 만든,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 담벼락 쇠창살 등을 서서히 제거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금천구가 더 사람사는세상, 살기 좋은 동네가 되길 진정으로 희망해 봅니다. 

정의당 금천구위원회 

위원장 공병권


[출판 24시] 

2013 / 김화영 외 / 새움 출판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늦게까지 대학을 다니며 용돈벌이를 할 때,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원고 교정’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교정’이라는 게 단순히 오탈자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고, 두어 번 보면 되겠지…… 게다가 남이 안 본 글을 먼저 본다는 호기심이 더해져 솔깃한 마음에 친구에게 덥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장장 한달 여간 300여장 되는 원고는 저를 참 많이도 괴롭혔습니다. 처음의 호기심과 설레임은 원고를 받는 순간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한 자라도 오탈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전을 뒤져가며(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 맞춤법 검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파일이 아닌 출력된 원고의 형태로 봐야 했으니, 순전히 사람의 손으로 오탈자를 찾아낼 수밖에요) 보고보고 또 보고 빨간 펜으로 잔뜩 고쳐서 친구에게 원고를 건냈습니다. 친구는 이 원고를 앞으로 두 번은 더 봐야 한다고 했고, 이왕 보는 거 문맥도 자연스럽게 손봐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저는 총 4번에 걸쳐(불안한 제 마음이 한 번을 더 늘였습니다) 원고를 눈이 빠져라 봐야 했지요.


더 이상 오탈자가 안 나와 친구가 그만 봐도 된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혹시 인쇄되어 나왔는데, 나 때문에 잘못되지 않았을까?’ 싶어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책이 나왔어도 선뜻 열어볼 수 없었던 건 그 두려운 상상이 현실이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번역본-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번역만 한 것이었습니다-을 교정하기도 하며 몇 달간 출판사를 들락날락했습니다. 하지만 일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정신적으로 너무 압박이 강해(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다 맞았나? 문맥을 이상하게 고치지는 않았나?) 자면서도 꿈을 꿀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책을 책이 아닌 ‘원고’로 본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전혀 즐겁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더불어 책을 원고가 아닌 ‘책’으로, 내게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다시 읽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출판 24시]는 [책]을 [책]으로 보는 게 어려워진 출판사의 사람들과 작가에 대한, 실제 출판인들이 함께 쓴 특별한 소설입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팔리기까지 출판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소설인데, 실제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출판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실제 작가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소설이니만큼, 그 생생함은 남다릅니다.


한 권의 책, 읽고 싶은 책, 단순히 팔리기 위한 책이 아닌 좋은 책, 그러면서도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얼마나 분주하고 얼마나 치열할까요? 새삼, 책을 사.주.고 싶어졌습니. 정독보다 다독에 욕심이 많아 늘 도서관의 신간코너를 기웃대고, 누군가의 책에, 혹은 글에, 말에 언급된 책들은 보고 싶어 늘 조바심이 나 갈 때마다 가방이 터질 듯이 책을 빌려오는 저 같은 독자만 있다면 출판사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출판 24시]에서 말하는 출판계의 불황에 저도 한몫을 했는지 모릅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쏟은 그들의 노력과, 독자의 눈에 들기 위해 들인 무수한 고민들을 알게 된 지금은 책을 이제는 사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자신의 책장에 두고두고 볼 책이 20권이 되는가? 여러번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책은 20권이 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그만큼 좋은 책은 만들기도 어렵고, 나와 인연이 되어 만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밤을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책을 통해 알고 나니, 책장이 차고 넘칠지언정 책을 사.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과 고민도 같이 말입니다. 


이번 주에는 도서관이 아닌 서점으로 가야겠습니다.



                 2016.04-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안해나  글

[기고]공정과 현명


“공정해도 현명하지 않으면 어진 이를 어리석게 보고 어리석은 이를 어질다고 한다. 현명하나 공정하지 못하면 어짊을 사용하지 못하고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다.” 조선시대 영조의 말이란다.


새벽 네 시, 가산디지털단지 3공단 한진 사거리에 위치한 하이텍알시드공장에 용역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공장을 점거하고 출입을 봉쇄한다. 기존의 회사가 공장 부지를 팔았고 새로운 땅주인이 땅 소유권을 주장하며 기존에 공장이전 반대와 민주노조 사수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노동조합을 밖으로 몰아 낸 것이다. 


용역이 용역깡패라는 이름으로 불린 지는 꽤 오래됐다. 80년대 중 후반이후 철거 용역들을 비롯해 최근에 민주노조를 깨는데 동원되는 모든 용역의 역할이 모두가 조폭적 행위를 방불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덩치가 산만하고 행위가 완전히 양아치인 젊은이 들이 동원되어 아마도 자기 어머니뻘인 30년 그곳에서 일한 여성노동자들을 내친 것이다. 


문제는 그런 폭력 현장에 항상 경찰이 함께하고 있다. 전번에 기륭전자 투쟁에서 망루농성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공장안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것은 용역이었다는 황당한 경험을 직접 하기도 한 나다. 그리고 그들은 용역을 앞세운 폭력을 묵인하다 그들이 밀릴 것 같으면 즉각적으로 출동하여 사태 해결을 막아선다. 그 날도 직장폐쇄 중이라도 당연히 보장되는 최소한의 권리인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권의 차단을 풀기 위해 철망 담을 손을 대고 그것을 말리는 용역들이 밀리는 듯하자 득달같이 달려와서 조합원과 깡패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연대대오를 막아선다. 그 유기적 협조라니...


경찰은 공장 부지가 매각되어 소유권이 넘어갔음으로 저들의 재산권 행사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찰은 거리의 중간이 공정으로 본다. 힘의 강약을 보는 민주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전혀 배우지 않는가 보다. 그 결과 한국경찰은 공권력이란 물리력을 경중완급을 완전히 뒤집어 집행한다. 소유권만을 이야기하고 노동권 또한 헌법적 권리임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지나친 소유권 행사가 공동체를 깨고, 지나친 빈곤과 차별이 한사람의 현재를 파괴하고, 사람들의 미래를 포기께 하는 것을 막는 것이 민주공화제의 본래 의미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공화국은 사적 소유권의 무한 보호가 아니라 사적 소유권의 제한에서 출발했다. 그럼으로 민주공화국의 공권력이란 생존과 생명을 살리는 입장에서 강자의 가해적 폭력을 막고 약자의 방어적 폭력을 설득하며 문제를 약자의 입장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이 될 때 공정하고 현명해 진다. 


하지만 한국의 경찰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에 대해 단 한 번도 약자에 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민주주의 근간인 집회 및 시위, 즉 유일하게 남은 직접 민주주의 행위를 범죄로 보기 때문이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출하지 않는 해경도 그 구출 행위가 세월호를 소유한 이들의 구출과 관련된 업무의 비용에 대한 소유권과 세월호의 진짜 주인들의 정치적 의도가 먼저 작동되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물에 빠진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선주의 입장에 섰다는 말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 경찰이 생각하는 준법질서이자 법집행의 기준이다. 가진 자들, 사회적 강자들의 직접적인 폭력 무기가 용역깡패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자들의 슈퍼맨이 경찰인 셈이다. 그래서 자본에 고용된 용역의 두 얼굴을 깡패와 경찰이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공장 부지를 인수한 곳은 자본금 1억짜리 신생 기업이라 한다. 페이퍼 기업에 바지 경영진만 있는 유령회사다. 최근에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탈세를 해온 명단이 유출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그런 탈세 사기 도적질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유형의 대표가 급조된 페이퍼 기업들이다. 급조된 기업들은 거대 자본이나 펀드 그리고 금융기관의 아바타가 되어 투기를 하고 탈세를 하고 또 먹튀를 한다. 신자유주의가 극성인 시기에 한국의 언론들은 이것을 신경영기법이라 치켜 올렸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에게 국민에게 공공연한 사기 질에 도둑질일 뿐이다. 하이텍에서 1억짜리 신규 기업이 240억짜리 부지를 사서 부동산 투기를 하겠다고 용역을 동원해 30년을 넘게 거기서 일한 노동자들의 삶과 삶터를 부순 것이다. 이런 비상식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나라가 바로 헬(지옥)세상이다. 


법대로 하는 것은 깔끔해 보이지만 그것은 공동체 속 관계와 각기 다른 처지를 도외시하는 폭력이다. 법대로만 한다면 정치도 행정도 그리고 문제의 전향적 해결도 불가능하다. 법은 기준의 최대치가 아니라 가장 보수적 최소치이기 때문이다. 법은 과거의 잣대이지 현재나 미래를 보는 잣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례만 따르는 것, 기존의 법을 잣대로 공정하다 주장하는 것은 봉건시대에도 이미 부당하다며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문제해결을 해 내는 현명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조는 공권력이 공정해도 필요한 것이 현명함이라 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생명과 생존의 입장에 서서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노력은 어리석게 보고 이기심을 극대화한 탐욕을 현명하게 본다. 하물며 한국경찰은 용역 경비가 노동권을 짓밟고 각종 불법을 저질러도 눈을 감으면서도 노동조합이 마이크로 말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집요하게 탄압하는 모습에서 최소한의 공정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니 어디서 현명을 구할까?  독립 민주 공화국으로 민(民)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주인으로 보고, 민(民)을 말썽 유발자로 보며 감시의 대상으로 보는 식민지 순사, 독재 경찰의 오랜 유전자를 청산하지 못한 필연의 업(業)이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새일센터! 취업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금천구 시흥4동 서울남부여성발전센터 내에는 ‘남부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가 있다. 여성의 취업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을 표방하는 새일센터는 출산과 육아,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종합기관이다. 직업상담과 교육, 취업연계와 사후관리까지 구직과 취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원한다는 남부새일센터를 찾았다.

남부새일센터는 전국에 총 147개가 있고 금천구에는 서울남부여성발전센터 내에 2009년 7월1일에 만들어져 기본적으로 취업을 하기 위한 직업상담과 직업교육훈련, 취업과 사후관리의 일을 한다. 

상담은 구직자의 발굴이다.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교육을 수강한 후 연계하기도 하지만 취업박람회등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원혜영 취업팀장은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상담을 받는 것이 제일 좋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곳, 조건을 바탕으로 직업훈련프로그램도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통해 구직자의 조건에 맞는 업체는 등록된 업체에서 찾고 구직자가 업체의 면접을 할때 희망하면 동행면접도 해준다. 취업이 되면 3개월차, 6개월차-고충상담과 취업자 초청강연, 12개월차-자기개발프로그램 제공 등의 사후관리도 진행된다.

이런 과정은 원 팀장은 “원스톱 종합 취업서비스로 상담부터 취업,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진행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들은 취합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응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직장동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응원박스나 코칭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를 발굴하기 위해 세일센터는 ‘마을로 가는 취업박람회’도 개최하고 한 달에 한번 홈플러스 금천점에 ‘서울시 일자리 부르릉’버스를 오게 하고, 또 홈프러스 독산점 입구에서도 개별로 취업상담을 나간다. 가산디지털역 앞에서도 웗회 서울시 직장맘상담센터와 연계해 매월2째주 목요일 밤에 나가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취업박람회는 잠깐이라도 홍보가 크게 되고 상담을 통해 시작하는 분들이 많고 취업센터의 프로그램으로 연계되는 계기가 많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새일 여성인턴제를 둬 경력단절 여성이 일반회사에서 실무능력을 바로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턴제를 두고 3개월동안 6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상시 5인이상인 곳에 1년에 55개 기업, 55명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남부새일센터가 구직자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연계 기업이다. 대부분의 구인업체가 인쿠프트나 잡코리아 등에 구직란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원 팀장은 “사람을 구할 때는 워크넷이나 새일센터로 연락을 주면 고맙겠다. 구인이나 구직의 경우가 많아야 서로 매칭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한번 이용한 분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당부했다.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경력단절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업으로 보고 취업자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법적 의무인 기업의 성희롱방지 교육도 연계기업이 신청하면 강사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1촌 기업’ 협약을 통해 직장 내 환경개선비용으로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우시장 도매업체의 여성전용화장실 공사를 지원했고, G벨리의 한 업체에는 여성휴게실을 만드는 공사를 지원 했다. 

구인 업체를 늘리기 위해 업체를 방문, 워크넷과 연계하고 한번 연계된 업체는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연말에는 여성친화일촌기업을 선정하는데 2015년에는 41개을 선정됐고 50%가 금천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체불임금이나 근무환경이 나쁜 기업들은 최대한 걸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부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해서 ERP정보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취업자의 말이다. 원 팀장은 “17년차 주부가 상담하고  교육도 듣고, 자격증도 따고, 면접을 보고 취업해 지금은 대리가 됐다.”는 사례를 들면서 “여성은 남성과 청년에 비해 취업취약계층이다. 구체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으면 상담을 먼저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6월에 있을 취업박람회에 많이 참여를 권했다. 2015년 새일센터는 2,556명의 구직건이 있었고 1,645건의 취업을 성공시켰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4·13 총선그리고 4·19혁명



제 20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모두들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 그러니까 그간 양당체제를 이끌고 있는 제 1야당이 승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선거 결과의 외형의 한 단면일 뿐 본 모습이 아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선거에 임한 정치세력은 모두 패배를 했고 승리를 한 주역은 국민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 주장에 동의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결과는 정치세력들이 지향한 방향이 아닌 국민들의 지향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은 정치세력들의 기대를 거부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그러니까 앞으로의 정치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것도 아주 명료하게 제시해 준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다.

4·13선거를 이렇게 보는 것은 그 선거의 결과가 냉정하고도 이성적(理性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필자만의 감각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택이 과거의 선거행태와 차별 점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과거 선거에서 명확하게 구분되던 지역성의 의미가 옅어졌는가 하면 그 결과도 주목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갖게 하는 결과가 있는데 그 곳은 다름 아닌 금천구의 선거행태이다. 이곳의 행태 즉 투표결과는 모든 선거권자와 정치권력 지향자들이 유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번 선거는 물론 앞으로의 모든 선거에 대한 국민의 자세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선거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는 말미에 보다 다시 살피고자 한다. 그것의 시사(示唆)점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가 여러 유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던 무렵 4·19를 만난 것은 이 선거에 내재한 현상들과 조화되어 묘한 여운을 던진다. 그 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그것을 지지하는 수단인 선거라는 장에서 이 나라 국민에게는 영원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 현대사를 본다.

문화민족인 우리나라가 가까운 시기에 우리보다 못한 이웃 민족에게 지배당한 슬프고도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이는 당시 국가 즉 조선왕조 국가권력의 무능으로 인하였다. 그 왕조의 선 역사에는 세종대왕을 위시하여 장영실, 율곡, 퇴계 선생에 더하여 나라를 구한 이충무공 그리고 조선 후대의 정조대왕과 다산(茶山) 선생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었고 그들로 하여 문명이 진보하고 문화국가로서 찬란히 빛을 내었지만 후대에 이르러 허망하게도 나라를 빼앗겼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당시 국가권력의 무능이고 그것은 그 시대에 마련된 정치권력 생성환경이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민초(民草)들의 고통의 시간은 일상사가 되었고 그것은 현대에까지 연장되었다.

연합국의 승리로 일제의 강압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깐 이 땅의 민초들은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나타난 새 권력에 의해 다시 고통의 시간을 맞았고 그것은 어쩌면 타민족의 지배 때보다도 더 괴로운 시련의 시간이었다. 조선조 600년은 인간의 보편성이 경시된 시간이고, 일제 35년은 민족자존이 부인된 시간이었다면 동족에 의한 12년은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무능과 부패한 조선 왕조를 포함한 일제 강점기 과정에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선각자들의 희생적 활동이 있었으나 하늘은 이 민족에게 고통 감내(堪耐)만 요구할 뿐이었다. 마침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서방국가들에 의해 해방을 맞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땅은 다시 암흑의 시간이 시작되었으니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더러는 선각자라 칭송하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수장으로 하는 정치권력의 등장이다. 4․19혁명은 이러한 긴 시간의 민족의 악몽을 단절하는, 진리찾기의 신호탄 이다. 

이승만 정권은 해방 후 이른바 해방정국 3년이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후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발췌개헌(사사오입 개헌)과 같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집권을 연장하였고, 그것도 시간이 차자 헌법의 중임제한규정을 고쳐 영구집권 바탕을 만들었으며(3선 개헌), 이를 공고히 하려고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자인 부통령조차 그들 세력으로 하고자 관권 선거에 더하여 부정선거를 자행했는데 이것이 3․15 부정선거(1960년)이고, 이에 국민들이 저항한 것이 4․19혁명 곧 시민혁명이다. 

선거를 이야기하면서 4․19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선택된 선거의 역사를 알고, 그것이 인간다운 사회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가를 이해하고자 함이다. 그렇게 이 땅에는 선거로 인하여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화두를 갖게 하는 동기가 된다.

선거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 이번 선거는 이런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주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항후 선거방향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정치권력이 국민을 경시하거나 오만해 질 때 이번과 같은 양상이 된다는 것을 정치권력 지향자는 물론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이 함께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의미를 가진다.. 

여당이 참패한 것은 설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가 하면 제1 야당도 마찬가지다. 숫자는 인간의 말초를 자극할 수 있지만 마음을 흔드는 요인으로는 완전하지 못하다. 그것 즉 숫자에는 그 생성 배경이 되는 상황별로 내재한 논리가 있고 4·13 금천구의 선거결과가 그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선거의 승자는 오로지 국민이다.

관심을 가진 이들은 금천구의 투표결과, 즉 숫자로 나타난 현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가지겠지만 그것은 향후 우리나라 선거제도에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한 유형이다. 그런 점에서 금천구의 선거권 자를 포함한 구민들은 자부를 가져도 좋다. 단 사족(蛇足)을 붙이면, 투표율이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 재삼 말하지만 숫자는 그것의 많고 적음으로 논리를 갖게 되는데 긍정과 부정도 그 현상의 하나이다. 여기서 긍정은 많은 것이고 부정은 그 반대다. 금천구의 이번 선거결과는 교훈이 되지만 부족함도 있다.(♣2016.04.21.)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영화의 참다운 의미와 가능성은 자연스러운 수단과 탁월한 설득력을 가지고 동화적인 것, 기적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특유한 능력에 있다.’ (발터 벤야민)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에게 있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쉽게 눈에 띄는 질서를 분산시키고 무질서를 가시화하는 것! ’ 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말과 몸짓과 화면 비율의 구성체계와 사운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획일적인 질서와는 다른, 다소 어수선함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화면이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그런 연출에 국한된 것 만이 아니라 그가 그려내는 집시들의 무질서한 세계자체가 법도 예절도 상식도 없는 아주 이상한 세계입니다.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곳!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그래서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세계! 누가 감히 유럽에서 무질서의 상징인 유랑민. 집시의 세계를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집시는 유럽인들에게 있어 여전히 금기이고  아직도 동냥하고 소매치기를 한다는.....그 어떤 문명도, 문화도,  그 어떤 교육도...이성도, 상식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사는 사람들 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세계를 상식을 초월하고 회화처럼, 마술사적인 환상의 세계로 보여준 영화가 바로 집시의 시간이고, 그곳엔 비상식이 만들어낸 상식을 뛰어넘는 가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무질서의 세계 속에는 법과 예절과 상식의 합리적 사고가 가둬놓는 세계에서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 무수하게 더 많은 우리가 모르는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혼돈과 비이성으로 가득 찬 상식 밖의 세계를 영화로 끌어들여 일상으로 재 구성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31살의  '쿠스투리차'  에게 칸느는 자기들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찬사인 '황금종려상'  을 수여합니다.

 

유고의 어느 집시 마을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소년 ‘페란’ (데버 더모빅) 이 자상한 할머니 (심령술사) 그리고 다리를 저는 어린 여동생 ‘다니라’와 함께 가난하지만 나름 행복하게 살고있었습니다.  강물 위에 띄운 화려한 불빛을 받으며 죽은 자는 꽃으로 장식하고 강물에 떠내려가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삶의 즐거움을 구가하는 집시의 축제로 이어집니다.  페란은 이상하게 항상 커다란 칠면조를 안고 다니는데 할머니는 이 칠면조를 언젠가 '페란' 을 장가들이는데 쓸 밑천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란'  은 ' 페란' 대로 이 칠면조가 자기 분신이라고 생각하는지 매일 아끼며 껴안고 자는데 자기에게 정성을 다하는 페란의 심정을 아는지 신기하게도 칠면조는 페란이 시키면 그가 시키는 대로 다 합니다.

 페란은 어느 날 이웃집 처녀 ‘아즈라’를 보고 사랑에 빠져 칠면조를 통해 사랑을 전하는데 그걸 본 아즈라 역시 순수한  테란을 보고 반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페란의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데 그녀 어머니를 설득하러 간 ‘페란’ 의 할머니는 불쌍한 손자를 보며 칠면조 한 마리가 전부인 자신들의 가난을 저주하며 손주를 달랩니다.  이때, 마을이 시끄러워지며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자 아이들이 차들 따라다니며 차속의 얼굴을 보기 위해 창문으로 얼굴을 갖다 대고  안에는 이곳 출신의 성공한 ‘아메드’ 가  번쩍번쩍한 양복을 입고 부하들에게  담뱃불을 붙이라고 거들먹거리고 있습니다.  마을은  삽시간에 그를 환영하기 위해 축제 분위기가 되고 그 자리에서 아메드가 병에 걸려있는 자기 아들을 보며 걱정하자 심령술사인 '페란' 의 할머니는 심령술로 고쳐주는데 이걸 본 '아메드' 는 자기아들을 고쳐준 대가로 할머니의 손녀이자 페란의 여동생인 '다니라'  를 도시의 병원에 데리고 가 다리를 고쳐주겠다고합니다.

 

천사 같은 다니라를 볼 때 마다 온전치 못한 한쪽 다리 때문에 늘 마음 아프던 할머니와 페란은 잘 되었다며 페란은 다니라를 병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도시로 떠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의사는 다니라의 상태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하고 다니라는 오빠에게 자기 혼자 병원에 버리고 가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리지만 아메드는  '페란' 에게 동생은 의사에게 맡기고 빨리 가자고합니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진정 시키며 차에 오르는 페란의  참담한 심경을 아는 지 차창 밖으로 휘날리는 하얀 스카프는 죽은 어머니로 변해 혼자 눈물짓는 테란을 위로합니다.  페란을 태운 차는 이태리로 떠나고 다음날, 페란에게 아메드는 거지처럼 앙상한 고아들을 소개해주는데 아메드는 사업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고아들을 데려다가 구걸하게 만드는 앵벌이 두목이었습니다. 그는 페란에게 고아들을 데리고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하는데  여동생 '다니라' 가 병원에 있기 때문에 페란은 하는 수없이 아메드의 요구대로 아이들을 부려가며 앵벌이 대장노릇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별’ 을 점치고 칠면조와 이야기했던 순수한 청년은 점점 세상의 탐욕을 경험하며 조금씩 타락해가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궁지에 몰린 아메드를 구해주자 아메드는 고마움의 표현으로 유고에 잇는 페란의 할머니에게 큰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말에 조금 위안을 얻어 다시 살 힘을 얻는 페란은 도로의 ‘보도블럭’ 을 뜯어 그 안에  돈 을 숨기며 꿈을 키워 가다가 문득 동생이 보고 싶어져서 병원을 찾아가지만 거기서 ‘페란’ 은 동생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메드가 동생의 다리를 고쳐주기는커녕 행방도 모른다는 사실에 배신감에 빠져 유고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아메드가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자기 이름의 집은 없었습니다.  모든 게 거짓이고 자신은 철저하게 이용만 당했다는 사실에 페란은 분노하고 절망하는데 이때 사랑했던 ‘아즈라’ 가  불룩한 배를 가리키며 너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깊은 절망과 배신감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페란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믿지 못 하는데 아즈라가 바로 자신의 삼촌과 놀아났기 때문입니다. 아즈라는 결국 혼자 아이를 낳다가 죽고 페란은  그녀가 아이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페란'  을 보고 할머니는 이런 말 을 합니다.

 

‘네가 모든 걸 부정하면 하나님도 너를 모른 척하실거다’ 

이 영화  '집시의 시간' 은 저에게 가슴이 시리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알려 준 영화였습니다! 페란이 얼마나 순수한 청년이었던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의 타락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가슴시린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 페란은 불쌍한 동생 다니라 를 생각하고 그녀를 찾으러 이태리로 떠나서 온 도시와 국경을 헤매다가 결국 로마에서 두 사람은 기적적으로 상봉하게 되는데  절름발이로 동냥을 하며 힘든 나날을 살아가던 동생 '다니라' 에게 '페란' 은 충격적인 말을 듣게되는데  이후에 영화는 삶 속에 존재하는 작은 기억들은 착각과 망각이라는 비이성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상들로 인해 자기 기억과는 다르게 삶을  전개해 나간다는 삶의 양면성을  말해줍니다. 


이번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알파고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왜 알파고를 응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알파고가 강하니까 강한족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강한 족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신이 길에서 권투선수한데 얻어터질 때 권투선수가 당신보다 강하니까 우리가 권투선수편을 들어도 당신은 할 말이 없겠네요? 했더니 조용해지더군요. 강한 쪽을 응원한다고해서 자기가 강한 쪽에 속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힘있는 쪽을 응원한다고 해서 내가 힘 있는 쪽에 속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니 그럴수록 어쩌면 내 현실은 점점 힘들어 질수도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서 잘사는 1%와 나머지는 가난한 99%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 있는 1%의 편리데로 구도를 짜기 때문에 힘없는 서민들은 점점 살아가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힘없는 99%가 힘 있는 1%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4월13일은 우리나라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부디 잠시 기분좋자고 힘 있는 쪽 편을 들지 마시고, 그런다고 당신이 힘있는 1% 되는 것 절대 아닙니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현명하게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 젋은이들도 헬조선이라고 푸념만하지 말고 투표에 참가해서 우리나라 정치판도를 바꾸십시오. 젋은이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직접 정치판을 바꾸지 않는 한 헬조선은 계속 될 것입니다.  

 영화도 이런 비상식적인 것들로 초월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 산문적인 것과 시적인 것들을 넘나들며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글도 모르는 진짜 집시들을 출연시켜 만들었다고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 ‘집시의 시간’ 은 전체 분량의 90% 를 실제 집시의 방언인 ‘로마니어’ 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제가 뽑는 명작 베스트10에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영화감독 홍두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책 이야기 118   <길고양이 방석>  박효미 장편동화/ 오승민 그림 사계절 출판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 숨을 쉰다

요즘 한가하여 집안에 있는 동전을 모두 모아 종이돈으로 바꿨다. 은행에 가면 아주 똑똑한 동전/지폐 교환기가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오백원짜리, 백원짜리, 오십원짜리, 십원짜리 구분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단위별로 돈을 나누고 봉투에 각각 나눠 담는데 그 전에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아들이 알고 있는지 보려고 문제를 내본다. 십원짜리 17개를 펼쳐 놓으며 이 금액과 같은 금액인데 가장 적은 수의 동전으로 집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일단 백원을 집었다. 그리고 십원짜리 동전 7개를 집으려다가 옆에 오십원짜리를 슬쩍 보더니 이내 오십원짜리 한 개와 십원짜리 두 개를 집으며 맞게 집었는지 확인한다. 너무 잘했다며 칭찬해주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10개씩 쌓아 올렸던 동전을 단위별로 봉투에 담았다. 10원짜리를 담기 전에 또 물었다. 

 “십원짜리 동전 1묶음이 10개씩이지? 십원짜리 동전이 열 개면 백원이야. 이 묶음이 52개가 있어. 그럼 이 십원짜리 모두 합한 금액은 얼마지?”

 이렇게 말하고 10살난 딸과 7살난 아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이들은 맞추려고 눈동자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생각했다. 십원짜리를 만지작거려보기도 한다. 딸이 눈동자를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손가락으로도 이리저리 재보며 생각하는 사이 아들이 외친다. 

 “오천이백원이요!”

 “그래 맞아! 잘 아네. 우리 아들~”

 난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입이 방정. 나는 딸에게 이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넌 왜 몰라? 이거 진짜 몰라? 이게 얼만지? 십원짜리 10개씩 쌓아올린게 백원이잖아. 이 묶음이 52개면 얼마야~~ 오천이백원이잖아~ 아 왜 열 살인데 그것도 몰라 아직까지? 너 너무 모르는 거 아냐? 세상에...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 공부 아예 안하더니. 어휴- 너 공부 좀 해야지 안 되겠다 진짜.”

 내 말이 끝나자마자 딸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에는 눈물이 한 두 방울 맺힌다.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 얼른 수습하려고 봉투에 담아서 은행에 가서 바꿔보자고 했다. 딸아이가 느꼈을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고 그날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 오히려 불을 끄고 아이들과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딸에게 한마디 했다. 

 “내일부터 공부 좀 할래?”

 “어떤 공부요?”

 “수학이나 영어나 뭐 그런 거~”

 “영어는 싫어요.”

 “그래 그럼. 수학만 해 일단. 아... 피곤하다. 자자.”

이렇게 잠자리에 든 후 퇴근하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온 남편 덕분에 새벽 세시에 잠에서 깼다. 깊이 잔건지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 건지 한 번 잠에서 깨면 쉽게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뭘 할까 고민하다 며칠 전 빌려놨던 <길고양이 방석>을 집어 들었다. 중간쯤 읽는데 어제의 내가 나왔다. 공부 좀 하라고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 주며 내일부터는 공부시켜야지 안 되겠다고 다짐하던 내 모습이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지은이는 쉬는 시간에도 학습지를 푸는 공부벌레다. 물론 거의 반강제로 엄마가 시켜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거부하지도 않는 지은이. 학교에서 주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쓴다고 친구들이 ‘상쓸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지은이의 짝꿍은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잠만 자는 잠꾸러기 민기. 지은이는 그런 민기를 보며 한심해한다. 어느 날 지은이네 반에 유리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는데 지은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다. 시간이 지나고 지은이와 유리는 친해지는데 그 때부터 지은이가 조금씩 달라진다. 아니 원래의 지은이로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은이가 지은이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 친구도 있고, 동생도 있지만 사실은 지은이가 스스로 무지 애쓰고 힘들게 버텨낸 과정들도 있다. 지은이가 지은이의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지은이의 삶 속에 어른의 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과정들이 더 힘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와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사교육을 지독히도 많이 시키는 부모 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그룹과외를 하고 피아노에 태권도, 미술, 수학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초등3학년인 지금은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려한다. 보통은, 초등 고학년이 되면 공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예체능은 초등 저 학년 때 열심히 해놔야 나중에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도 있겠지만 아이가 쉬고 싶어 해도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부모들을 많이 봤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지은이의 엄마처럼 많이 시키지 않는데도 아니 오히려 이 반대로 가고 싶어 하는데도 날마다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후회 할텐데... 어른이 되어 재미 없을텐데... 지금 여유로울 때 배워놔야 나중에 잘했다 생각 될텐데... 그래도 적당히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게 하자. 쉬고 싶을 땐 잠깐 쉬어가게 하자.’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딸아이가 배우고 있는 것을 그만하겠다고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다 하기 싫다고 할 때는 난감해진다.

 작년 딸아이가 피아노 콩쿨에 나가고 연주회를 하며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무대에 서는 것도, 드레스를 입는 것도 너무 싫어했다. 공연은 이번까지만 하자며 구슬리고 있는데 딸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하든지요.” 기가 막혀 웃기면서도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억지로 시키는 어른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지은이가 얘기했다. “엄만, 엄마도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살면서.”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쯤 눈물 콧물 다 흘리고 훌쩍거리며 읽는 모습을 보더니 딸아이가 궁금해서 “엄마 왜 울어요?”하고 묻는다. 아빠가 퇴근하고 오자 딸아이는 그 책을 아빠에게 들고 가 읽어달라고 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더니 하는 말

 “이 엄마, 엄마랑 똑같아요.” 거기다 남편까지 거든다.

 “진짜 xx엄마랑 똑같다~~” 

 하아... 나 또 반성해야 된다. ‘그래... 숨 좀 쉬고 살게 하자. 좋은 추억이 있어야 커서도 행복한거지. 그래. 맞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2016.04-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조혜진  글

기업하기 좋은 나라? 헬 조선!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세상- no. 120

지난 1월과 2월, 인천·부천 지역 전자 업체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5명이 시력을 잃는 참사가 있었다. 원인 모를 괴질이라 했는데, 다행히 시력을 잃은 한 노동자가 찾아간 대학 병원에 ‘근로자 건강 센터에 직업 환경 의학 전문가’가 있어 증상이 메틸 알콜 급성중독증세임을 밝혔다. 


나중에 확인되기를, 회사가 공업용 알콜로 쓰는 에탄올 대신 독극물이자 값싼 메탄올로 바꿔치기해 발생된 참사다. 이 회사들은 삼성전자 하청이다. 삼성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은 전년 대비 2.69% 줄었지만 영업 이익은 오히려 5.55%가 늘었다. 매출이 줄었는데도 영업 이익이 늘어나는 기적의 비밀은 오직 노동자들과 원하청 관계를 쥐어짜는 것. 그러니 쥐어 짜인 곳을 메우기 위해 하청업체는 더 싼 원자재, 더 싼 임금을 찾는다. 하청업체가 비싼 에틸올 대신 싸고 위험한 메탄을 사용한 이유다. 그리고 하청업체가 생산직에서는 불법인 파견 노동자를 고용한 이유다. (참세상 김혜진님 글 참조)


파견노동은 권리 없는 의무만 강요하는 일자리다. 파견노동은 실질적으로 인신매매 중간착취 제도다. 파견노동은 존재 자체가 인간 존엄에 반(反)하는 노예의 일자리다. 좋은 노예제가 없듯이 좋은 파견제란 없다. 하지만 현 정권은 싼값에 고용과 해고를 제 맘대로 하면서 기업에게 면책특권을 주는, 기업에게는 최상, 노동에겐 최악의 제도인 파견 노동을 확대하려 한다. 현재 생산직 파견노동은 ‘일시 간헐적 업무의 경우 3개월 파견이 가능하고 3개월 연장’을 허용한다. 현실에서 파견법은 6개월짜리 단기 비정규직 노동의 법적 토대다. 그러니 6개월짜리 철새 노동자를 위해, 안전한 일자리, 안전한 노동 조건, 위험업무에 대한 안전장치 설치 및 교육을 할 한국의 기업은 없다. 파견노동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는 귀찮음을 감당할 좋은 기업이 한국에 거의 없다. 이번에 실명을 한 20대 젊은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들이라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일하면서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나중에 중독 증세가 나타나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그 결과는 실명(失明)이다. 그런데도 원청회사는 물론 하청회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것이 박근혜정권이 말하는 규제를 단두대로 보낸 결과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방해한 규제의 실체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 우리가 살아가야 할 환경,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적 존엄의 마지노선’이다. 규제철폐는 생태 공동체 노동에 대한 일상적 테러체제를 만들겠다는 악마의 각오다.   


우리를 더 처참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다. 문제가 되자 고용 노동부가 전수조사를 했다. 그 방식이 가히 박그네정권스럽다. 노동부는 우선 점검 대상 사업장에 공문과 전화로 사전공지를 한다. 그리고 예고된 시점에 현장에 가서 5분 남짓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간 것으로 조사를 끝냈다. 그 회사는 노동부가 오는 낮에는 에탄올을, 밤에는 메탄올을 바꿔가며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로부터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에 사인을 받았다. 그 결과 노동부가 조사를 한 뒤에도 실명자가 나왔다. 이것이 지금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국가, 재벌기업 전제국가 대한민국 행정의 현실이다.


작년에도 남영 전구 광주 공장에서 공장 철거 해체 작업을 하다 20명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 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산재적용도 받지 못했거나 고작 보름만 휴업급여 지급을 받았다. 박그네 정권의 환경부도 직무유기를 한다. 환경부는 남영전구 광주공장 인근 토양 및 수질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 인근 대기 중 수은농도가 전국 평균보다 최대 40배나 높게 측정된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공개하지 않는다.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그 오해가 생명과 생태의 파괴인데도 말이다. 시간 끌기, 책임 회피하기, 진상규명 덮기... 이 더럽고 잔인한 짓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너무 익숙하지 않는가? 세월호 진상규명 과정 말이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설치보수 외주 하도급 노동자 사망도 결국은 개인과실로 처리 되었다. 8명이 사망한 한화 케미칼 폭발사고도 담당자 몇 명만 집행유예, 기업의 벌금은 1,500만원에 그쳤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기업은 형식적인 사과로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난 후 모든 보상을 하청, 재하청에게 떠넘기고 끝이다. 제2, 제3의 산재사망, 수은중독, 메탄올 중독이 줄줄이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규제철폐였다. 박그네 정권이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규제 완화, 노동개혁은 결국 노동자 서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노예로 만들고, 일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지옥의 일터를 만들겠다는 몽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규제철폐가 아니라 노동자 목숨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업 살인법의 제정 등 규제 강화다. 도대체 사람과 생태와 민주를 죽여 얻는 사탄의 경제가 왜 사람세상에 필요하단 말인가?


총선 시기다. 정책도 의제도 없이 오직 차기 권력놀음에 빠진 최악의 선거다. 결과는 뻔하다.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사람을 기계 부속으로 취급당하다 폐기물로 버려지는 세상은 여전할 것이다. 뭐가 문제인가? 인간을 수단과 도구로 보고, 지구를 통째로 고갈 오염 폐기시키면서도 성찰하나 없는 극단의 신자유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의 정치가 없다. 기업을 위한 통치를 위해 민주와 인권을 저버린 정치에 대한 저항이 너무 적다. 작금의 1번 2번 3번 찍는 선거가 결과적으로 무의미 한 것은 뿌리로부터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 가능성을 배제한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과제는 돈이 사람을 식민화하는, 기업 중심의 탐욕 체제, 생명을 갉아먹는 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정치를 할 수 있는 중심은 여전히 노동자 민중뿐이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일터에서 삶터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적극적 민주주의 정치를 만드는 것만이 헬 조선 탈출의 길이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탐방]정의로운 분배를 실천하는 사회적기업 ‘EM실천’




 ‘EM실천’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과 함께 상담 및 재활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통합사례관리를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1~2단계의 직업훈련기간을 거쳐 기술을 습득 후 일자리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주당 40시간의 근로시간 중 5시간의 프로그램 활동시간, 퇴근 후 동아리 활동, 월 2회의 가족회 등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사내복지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외유내강형 김영환 대표님의 첫번째 목표는 근로장애인 모두가 심리적으로 회복하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금천구에만 등록된 정신장애인이 400여명. 비등록인이 최소 2배 이상일 것으로 예상해서 약 1,00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가정에서 아직 숨어 지내거나 병을 인지하지 못 한 채 앓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관리 없이 발병했을 때와 발병부터 병원에 가기 전까지 위험요인이 있을 뿐, 치료 후에는 비장애인과 똑같다는 김영환 대표님의 말씀. 정신장애인의 99%가 후천적 원인으로 발병하고 80% 이상이 학령기에 발병하기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두번째 목표는 근로장애인들의 임금을 높이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현재는 최저임금의 50%정도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장애근로자 30명의 매출수입이 총 임금의 60%정도이다. 나머지 40%는 전문직의 매출수입으로 지급되고 있다. 이런 분배를 김영환 대표님은 무척 자랑스러워하셨다.

  ‘EM실천’의 시작은 현재 운영법인인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사회복지법인)에서, 정신장애인이 치료 후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갈 곳이 필요하고 일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 복사가게를 시작하게 되면서 부터다. 정신장애인도 장애인으로 등록이 가능해진 2002년전까지,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혜택에서도 소외되어 있었다.

 2002년 우편발송대행업 시작, 2003년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 ‘EM실천’으로 명칭변경, 2009년 금천구로 이전하면서 사업 분야가 확대되었고, 2010년 서울형 사회적기업 지정,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였다.

지난해에는 ‘2015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 기업’에 선정되었다.

 ‘EM실천’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사회적기업 육성법 등 정부정책들이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고 금천구로 이전하면서 구청과 유관기관의 많은 관심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사가게-> DM발송 -> 인쇄 -> 실사출력 -> E-Book 사업까지 시장의 필요를 따라 사업을 다양화하고 기술을 축적시켜 스스로 생존 가능한 수입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는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려 언제든 수입구조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18명의 비장애인과 30명의 정신장애인이 함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을 향해 가고 있는 ‘EM실천’을 열렬히 응원한다.


 사회적경제 주민기자단 

정미라



[장제모 칼럼]  4·13 총선 그리고 4·19혁명


제 20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모두들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 그러니까 그간 양당체제를 이끌고 있는 제 1야당이 승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선거 결과의 외형의 한 단면일 뿐 본 모습이 아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선거에 임한 정치세력은 모두 패배를 했고 승리를 한 주역은 국민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 주장에 동의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거결과는 정치세력들이 지향한 방향이 아닌 국민들의 지향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은 정치세력들의 기대를 거부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그러니까 앞으로의 정치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것도 아주 명료하게 제시해 준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다.

4·13선거를 이렇게 보는 것은 그 선거의 결과가 냉정하고도 이성적(理性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필자만의 감각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택이 과거의 선거행태와 차별 점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과거 선거에서 명확하게 구분되던 지역성의 의미가 옅어졌는가 하면 그 결과도 주목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갖게 하는 결과가 있는데 그 곳은 다름 아닌 금천구의 선거행태이다. 이곳의 행태 즉 투표결과는 모든 선거권자와 정치권력 지향자들이 유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번 선거는 물론 앞으로의 모든 선거에 대한 국민의 자세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선거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는 말미에 보다 다시 살피고자 한다. 그것의 시사(示唆)점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가 여러 유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던 무렵 4·19를 만난 것은 이 선거에 내재한 현상들과 조화되어 묘한 여운을 던진다. 그 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그것을 지지하는 수단인 선거라는 장에서 이 나라 국민에게는 영원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 현대사를 본다.

문화민족인 우리나라가 가까운 시기에 우리보다 못한 이웃 민족에게 지배당한 슬프고도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이는 당시 국가 즉 조선왕조 국가권력의 무능으로 인하였다. 그 왕조의 선 역사에는 세종대왕을 위시하여 장영실, 율곡, 퇴계 선생에 더하여 나라를 구한 이충무공 그리고 조선 후대의 정조대왕과 다산(茶山) 선생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었고 그들로 하여 문명이 진보하고 문화국가로서 찬란히 빛을 내었지만 후대에 이르러 허망하게도 나라를 빼앗겼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당시 국가권력의 무능이고 그것은 그 시대에 마련된 정치권력 생성환경이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민초(民草)들의 고통의 시간은 일상사가 되었고 그것은 현대에까지 연장되었다.

연합국의 승리로 일제의 강압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깐 이 땅의 민초들은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나타난 새 권력에 의해 다시 고통의 시간을 맞았고 그것은 어쩌면 타민족의 지배 때보다도 더 괴로운 시련의 시간이었다. 조선조 600년은 인간의 보편성이 경시된 시간이고, 일제 35년은 민족자존이 부인된 시간이었다면 동족에 의한 12년은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무능과 부패한 조선 왕조를 포함한 일제 강점기 과정에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선각자들의 희생적 활동이 있었으나 하늘은 이 민족에게 고통 감내(堪耐)만 요구할 뿐이었다. 마침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서방국가들에 의해 해방을 맞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땅은 다시 암흑의 시간이 시작되었으니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더러는 선각자라 칭송하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수장으로 하는 정치권력의 등장이다. 4․19혁명은 이러한 긴 시간의 민족의 악몽을 단절하는, 진리찾기의 신호탄 이다. 

이승만 정권은 해방 후 이른바 해방정국 3년이 지난 1948년 정부 수립 후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발췌개헌(사사오입 개헌)과 같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집권을 연장하였고, 그것도 시간이 차자 헌법의 중임제한규정을 고쳐 영구집권 바탕을 만들었으며(3선 개헌), 이를 공고히 하려고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자인 부통령조차 그들 세력으로 하고자 관권 선거에 더하여 부정선거를 자행했는데 이것이 3․15 부정선거(1960년)이고, 이에 국민들이 저항한 것이 4․19혁명 곧 시민혁명이다. 

선거를 이야기하면서 4․19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선택된 선거의 역사를 알고, 그것이 인간다운 사회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가를 이해하고자 함이다. 그렇게 이 땅에는 선거로 인하여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화두를 갖게 하는 동기가 된다.

선거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 이번 선거는 이런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주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항후 선거방향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정치권력이 국민을 경시하거나 오만해 질 때 이번과 같은 양상이 된다는 것을 정치권력 지향자는 물론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이 함께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의미를 가진다.. 

여당이 참패한 것은 설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가 하면 제1 야당도 마찬가지다. 숫자는 인간의 말초를 자극할 수 있지만 마음을 흔드는 요인으로는 완전하지 못하다. 그것 즉 숫자에는 그 생성 배경이 되는 상황별로 내재한 논리가 있고 4·13 금천구의 선거결과가 그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선거의 승자는 오로지 국민이다.

관심을 가진 이들은 금천구의 투표결과, 즉 숫자로 나타난 현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가지겠지만 그것은 향후 우리나라 선거제도에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한 유형이다. 그런 점에서 금천구의 선거권 자를 포함한 구민들은 자부를 가져도 좋다. 단 사족(蛇足)을 붙이면, 투표율이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 재삼 말하지만 숫자는 그것의 많고 적음으로 논리를 갖게 되는데 긍정과 부정도 그 현상의 하나이다. 여기서 긍정은 많은 것이고 부정은 그 반대다. 금천구의 이번 선거결과는 교훈이 되지만 부족함도 있다.(♣2016.04.21.)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금천구 유일한 

대안학교 원두(Want To Do It !)






시흥2동 청소년수련관 입구에는 ‘대안학교 원두’의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안내가 되어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커피와 연관된 학교 같은데 어떤 학교일까 궁금증이 일어난다.

‘대안학교 원두’는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로 만 16세이상 24세 미만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작년까지 1년의 교육과정이었지만 올해부터는 2년의 교육과정에 10명을 모집하고 2명의 교사가 함께 한다. 일반학교에서는 교사1명에 30여명이 있는 것에 비하면 교사 대비 학생 수가 매우 적다. 송예지 교사는 “아이들과의 관계 맺음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10명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두’의 학생들은 오전 10시에 등교해 오후 4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오전에는 인테넷으로 국어, 과학, 사회등의 교육을 듣고 오후에는 바리스타 교육, 프로젝트 및 동아리 수업이 진행된다. 대안학교 ‘원두’ 의 가장 큰 특징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입학할 수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자퇴나 상급학교 미진학 등으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말한다. 통계적으로 금천구의 학교 밖 청소년은 많지만 그들을 받아줄 대안학교나 쉼터 등의 자원은 부족하다. 송 선생은 “쉼터 등의 자원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 밖의 아이들이 더 많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 비해 실제 도움을 받거나 이용하는 아이들은 적다.”고 설명했다. 

‘원두’는 2014년 9월 학교문을 열고 올해 3기를 맞고 있다. 1기는 5개월의 과정, 2기는 1년의 과정이었고 올해 3기는 2년간 공부를 하게 된다. 2년으로 늘린 것은 학교라는 시스템을 통해 조직적 활동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졸업하기까지 자격증도 4개정도(검정고시, 바리스타 1,2급, 커피지도사 등) 따게 하려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나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안학교 원두(Want To Do It !)는 청소년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실천하는 발적 에너지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하는 학교를 추구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치회를 통해 스스로 반장도 뽑고, 규칙도 정한다. 작년에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9박10일간의 여행을 계획부터 스스로 기획해서 갖다오기도 하고 동아리활동으로 밴드도 한다. 3월에기관을 찾았을 때 올해의 생활규칙도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었다. 

송 선생님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찾아보면 많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 있도록, 청소년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모집이 어려움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선생님을 비롯해 학생들과 만나기 위해서 경찰서나 주민센터 등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자발성에 의해서 나오게 하는 부분이 어렵다. ‘학교 밖’에서 학교와 어른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유’를 그만두고 결정하는 것에 아이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송 선생의 설명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금천구 2013년 학업중단자는 초등학교 38명, 중학교 58명, 고등학교 109명이고 2014년 학업중단자는 초등학교 33명, 중학교 36명, 고등학교 83명이다. 매 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대안학교 원두가 금천구 유일의 대안학교로 더 튼튼해져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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