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세남매 성장일기 여덟번째 이야기

헌책방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민원이 아침부터 접수되었다. 갑자기 웬 책방인가?  하긴 모처럼 쉬는 일요일. 할 일도 마땅치 않으니 가족과 함께 시간을 적당히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알아서 제안해 주니 고맙기도 하고 새삼 책의 바다에서 몇 시간 허우적댈 생각을 하니 기대도 되고 해서 햇살이 저물어가는 오후 무렵 다섯 식구가 총출동하여 신림동으로 향한다. 


아들이 말한 헌책방은 '도동고서'라고 신림9동(대학동이라 개명했다고 함) 고시촌 들머리에 있는 꽤 큰 규모의 헌책방이다. 아는 사람은 다들 아실터.
첫째와 둘째는 엄마와 함께 아동서적 쪽에서 책을 고르고 나는 막내를 안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손에 쥐고 몇 장 넘기자니 세째 아기는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바닥에 있는 책을 펼치고 만지작대다가 서가옆에 쌓여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집어 던지고 있다.ㅠㅠ 

워낙에 책들이 두서없이 쌓여있던 지라 무너지기라도 하면 책들에 깔려 다칠 것도 같다. 주섬주섬 바닥에 있는 책들을 정리해주고 아기를 안을 수 밖에 없다. 서점의 직원분들은 정리하느라 바쁘고, 근처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손님들은 수시로 드나들고, 아기는 서가의 책들을 하나씩 꺼내서 내동댕이치고, 급기야  어떤 손님은 좁은 통로를 지나다가 워낙 조끄만 아기를 발견못하고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소리없는 아비규환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나는 책도 지켜야 하고 아기도 지켜야 한다.  그 와중에서 선택한 한권의 책.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그 안의 몇몇 문장이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중략)'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 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은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중략)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돌아오는 길. 입맛도 없고 살이 빠져서 고민이라는 부인님을 위해 신대방동 사무실 근무 시절 단골 맛집이었던 보라매역 근처 '서일순대국'을 들러 영양관리를 시켜주었다.
근데 정작 먹으라는 분은 입맛이 없다 하시는데, 막내 따님은 밥풀떼기를 사방팔방에 뿌려가면서 허겁지겁 숟가락을 놀리며 때로는 자지러지게 울어도 주면서 신나게 먹는다. 잘 먹으니 일단 좋다. 내 자식 맞군.

원래 순대국은 소주한잔 걸쳐주면서 먹어줘야 제 맛인 법인데. 흑흑… 하지만, 아이 셋을 앉혀두고 먹을 것 챙겨주다 보면 정신이 없다. 술 안먹어도 취한 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게 또 한끼를 때운다. 김훈작가의 글을 읽어 보니 대책은 없다는 것이고 내일의 끼니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우리는 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 뿐이다. 내일의 끼니를 생각하면서….

김희준 (독산1동)


 

 말도 많았던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가 드디어 통과되었다. 2010년 서울시 최초로 조례를 제정한다고 언론에 보도 되었지만 당시 조례는 제정되지 못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서울시 최초 제정’ 홍보에 열중하다가 좌초했던 경험은 모두에게 쓴 교훈이 되어야 한다.

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예산의 투명성과 함께 주민 입장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여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그런데 구청과 의회는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여 제도 운영의 책임을 주민에게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태도의 속내에는 ‘참여예산조례가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반하는 생각이 숨어 있다.

이번에 통과된 조례가 주민참여예산위원을 20명에서 40명으로 확대한 것은 전향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위원의 선정 기준을 ‘전문가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의 취지에 여전히 불충분하다.

조례가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책임은 이제 구청에게 있다. 구청은 참여예산 운영 규칙을 마련하고 참여예산 기본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다. 새로 제정되는 규칙과 조례에 ‘참여예산위원회의 운영, 분과위원회 설치, 각동별 참여예산위원회 설치’등이 슬기롭게 포함되길 바란다.
이것이 차성수 구청장의 ‘주민참여에 대한 사고와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참여예산 운영규칙과 기본조례를 제정하길 바란다. 또한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 미흡을 탓하지 말고, 구정이 어떻게 주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주민들을 참여를 활성화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 설명회와 주민 교육을 다양한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하여 어렵게 마련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빠르고 바르게 정착되는 금천구를 기대한다.


 

릴레이 인터뷰 -여덟번째
기존 '금천in인 만난 금천人'코너를 릴레이 인터뷰로 코너명을 신설하여 지속합니다


“우리는 인정과 도리로 먹고 살아요”

가산동의 아담한 커피집 안에 앉아있는 성기윤(47세)씨는 그야말로 평범한 동네아저씨의 모습이다.
“황당하네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신문에 나온대요? 뭐 특별히 해드릴 얘기도 없는데…”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새벽에 입찰을 마친 물건들을 재구입해 식당에 납품하는 유통업을 하는 성기윤씨는 하루가 정말 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시장으로 향해서 식당마다 일일이 물건을 대주고 나면 9시가 넘는다.
“사실 딱히 취미생활을 누릴 시간도 없어요. 남들은 골프도 치고 한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다 이렇게 살지 않나요?”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평범한 일상을 만족하면서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가장 마음 아플 때가 작년 배추파동과 같은 상황이예요. 식당 운영을 하시는 소비자들이 너무 힘들어 했거든요. 저희도 물건이 없어서 못주고, 안그래도 비싼 물건에 마진을 더 남기지도 못했죠. 그런데 올해는 또 폭락해서 농민들이 배추 엎는 걸 보니까 참 마음이 안 좋아요. 가격이 폭락하면 소비자는 웃겠지만 생산자는 울어야 하고, 생산자가 웃으면 소비자가 울게 되는 것이 시장의 논리죠.
제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소비자는 한철 비싸게 먹고 마는 거지만 농민들은 일년 동안 애쓴 거 다 잃어버린다 싶으니까 더 안타깝더라구요. 이번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평생을 일궈온 것을 다 잃은 농민의 심정과 비교가 되겠어요?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끼리니까 얘기하는 거지만) 이런 거 신경이나 쓸까요?”

긴 이야기 조목조목 듣다보니 시장구경 하다가 세상구경 다 한 것 같다. 

  “저 같은 중간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채소 값이 뛰든 가라앉든 어느 한쪽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 가게,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저의 영업 방침입니다. 손님들도 이제는 오랫동안 정들어서 세상이 각박해 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인정과 도리로 서로 먹고 살아요.”

세상사는 이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싶다.
크게 어긋나지 않고 조화롭게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주면서 살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빛나게 살 수 있다면 이보다 행복한 세상이 또 있을까.

  “수입의 3분의1을 사교육비로 쓰고 있어요. 가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이 길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사실 사교육비의 10%라도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쓴다면 훨씬 삶이 윤택해 질 텐데요.”

성기윤씨는 독산고 3학년, 세일중 3학년 자녀를 두명 두고 있다.

“결혼기념일에나 공연한번 볼까말까 하는데 사실 한번 보고 오면 관중석의 열기와 감동이 뇌리에 한동안 남더라구요. 무리해서라도 가끔씩 이렇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전시간에 크라운.해태제과 납품 코디(납품한 물건 정리) 일을 하는 아내 유원복씨(44세)는 주말에는 성기윤씨의 일도 나서서 돕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아이들 교육에 가사까지 책임지니 ‘투잡’이 아니라 ‘쓰리잡’ 하신다고 했더니 “아이고 맨날 투잡한다고 그러는데 이 말 들으면 애들 엄마 목에 힘 더 주겠네요.”라며 웃는다.

“아이들도 표현하지 않지만 어리다고 생각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내가 너희들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냐면서 강요할 필요는 없어요. 말로 하지 않아도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자기들도 속으로 다 알고 느끼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사춘기도 무난히 넘어가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믿어주고 알아주는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저는 요즘 예능프로그램 시청을 잘 하는데 사람은 누구한테나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억지로 웃음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삶이 녹아나고 진정성이 보이니까 같이 울고 웃게 되는 것 같아요.”
평범한 삶이라 할 얘기가 없다던 성기윤씨, 우리가 그의 삶에서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도 충분히 아는 듯 했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 -여덟번째

오랜만에 아침 뉴스를 티브이로 보는데 버스 바퀴 폭발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언뜻 보니 우리 지역(시흥 3동)에 차고지가 있는 버스다. 절로 ‘에구, 내 저럴 줄 알았어! '라는 탄식이 새어 나온다. 버스 바닥이 흉하게 찢기고 사람이 다치고 에구… 저 차 운전하던 기사 분 가슴은 또 얼마나 놀라 천국과 지옥을 떠돌았을까?

재생타이어, 브레이크 과열, 하체에 부착된 CNG 가스통의 구조적인 문제 등등이 연달아 떠오른다. 법으로 앞바퀴는 재생타이어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아직도 뒷바퀴는 재생타이어가 사용 중이다. 잇단 버스 타이어 폭발이 거의 뒷바퀴인 것을 보면 재생타이어 사용의 위험은 분명해 보인다.  하긴 앞바퀴 재생타이어도 버스가 한강에 떨어진 이후에 취해진 조치였다. 정비사들의 말에 의하면 재생타이어도 한번 재생한 것은 터지지 않는단다.
그러니깐 재생에 재재생을 몇 번이나 하고 있고 그런 타이어가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잘못된 준공영제 운영으로 시민의 세금으로 내려오는 인건비 등의 운영비를 공으로 먹으려는 버스 사용자들의 탐욕이다. `경제'라는 말이 원래 울퉁불퉁한 세상으로 고르게 만드는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라는 이성적인 듯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의리, 사랑 등등의 관계를 제거하는 사이코패스적인 기준이 경제라고 세뇌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버스회사들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정비사들의 임금을 가지고 청소하시는 분 등 의 저임금 노동을 포함시키고 그 차액을 챙긴다. 정비 기능의 달인들이지만 근속년수가 긴 분들을 해고시키거나 운전기사로 돌리고 저임금의 초보 정비사들을 채용하여 그만큼의 차액을 챙긴다.

그것도 모자라 서울시가 가능한 낮게 책정한 버스 당 정비사 인원수에도 훨씬 미달하는 정비사만 고용한다. 서울시 기준으로 버스 7~8대당 정비사 1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타이어가 폭발한 우리 금천 지역에 차고지가 있는 회사의 경우 80대가 넘는 버스가 있는데 정비사는 단 한 사람만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운전기사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서울시에 민원을 넣자 초보자 청소원 등으로 급하게 절반의 인원을 채웠다. 서울시는 버스회사를 직접 실사하지 않고 회사의 인원 채용 보고만 듣고 민원에 대해 조치가 끝났다고 답해 왔다.
하지만 급하게 채운 이들은 대부분 초보라 매주 해야 하는 예방 점검조차 하지 못할 지경이라 한다. 바로 이런 조건에서 타이어가 폭발한 것이다. 서울시의 탁상행정, 버스회사의 터무니없는 정비사 줄이기 탐욕이 만든 폭발이니 어찌 재생타이어 등의 부품 탓만 할 수 있겠는가?   

대중 교통수단은 사고 정비가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는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과주의와 돈독만 오른 우리 사회는 사고만 안 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 십 년간의 전문 직업과 기능에 대한 경륜의 존중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신성함도 다 내 팽개치고 있다.
현재 서울버스는 음주 운전하는 사람이나 도박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같아 요행만 바라고 정비사 없는 버스 운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도박은 반드시 망하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고가 날 때까지 그 짓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람의 관계를 돈독케 하는 발상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 직업에 소명과 사명을 실을 수 있는 경제 논리가 다시 부활해야 한다. 만에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예방’인데 그것이 바로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상담문의 859-0373


지난 2월 구로구 영림중학교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전교조 소속 평교사가 교장 후보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교육과학부에서 절차상의 문제로 임명을 거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당시 교장으로 선출되었던 교사가 바로 금천구 한울중학교 박수찬(55세. 국어) 교사다.  1984년 세일중학교를 첫 부임지로 시작해서 교직 28년을 문성중학교, 한울중학교등 금천구 관내에서만 지냈다.

올 초 교장공모제 진행과정은 어떠했는가?
평교사가 교장이 될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주변 사람들이 추천을 해줬다. 평교사가 만드는 혁신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꿈이 있어 공모하게 되었다. 영림중학교는 6월 재공모가 들어가는데 고려중이다. 교과부의 거부로 취소된 만큼 명예회복도 필요한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28년간 느낀 금천구의 아이들에 대한 느낌은?
알다시피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어려워했다. 하지만 나름 순수한 면도 많이 있어 선생님들에게 정을 많이 주는 것도 특징이다.

생활지도부장을 8년째 맡고 있다는데?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들이 자꾸 학교교육에서 소외되는 것이 안타까워 자청했는데 벌써 8년째 놓치 못하고 있다. 평소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데 그렇게 다가가면 아이들도 솔직해진다.

한울중학교도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어떤 것을 바꾸고 있나?
가장 중점에 둔 것이 수업혁신이었다. 교사중심에서 아이들 중심으로 수업을 만들기를 1과제로 두었다. 민주적 문화의 구축,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확대등이 첫 시도다. 시행착오도 있지만 학교에 변화도 있다. 우선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없어졌다.
배움을 통하여 인성교육이 되는 것이다. 서로가 협력하는 과정, 나누는 과정이 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수업은 1학년만 하고 있고, 2학년은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이 바로 서기 위하여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우선 학교들이 교육철학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학교 스스로가 민주성의 원리를 가지고 변화하고 혁신하려는 철학, 미래사회를 내다보고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비틀어진 공교육을 바로잡는 과정은 수업혁신이 우선 되어야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의 교감이 이루어진 후에야  학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월에 후배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연구수업도 진행했다. 경력이 아무리 많다고해도 수업하는 교사는 끊임없이 배우면서 해야 한다. 한달에 한번 강당에서 진행하고 있다.

금천구청장의 교육혁신에 대한 의지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나?
구청장이 교육의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구청이 먼저 지원하기보다는 학교가 무엇이 필요한지 계획을 내고 그것을 구청이 검토해서 지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독산3동에 한울중, 난곡중, 문성중이 몰려있다보니 시흥동에 학교가 없어 한울중의 이전논의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통폐합이 아니라 충분한 부지와 시설을 갖추어서 이전할 수 있도록 구청이나 지역에서 고민해주길 바란다.

지역사회에 대한 바람은?
학부모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교육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사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에서도 학교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는 학교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학교는 지역사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소통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만나 문제를 풀어가면서 동반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성호기자
gcinnews@gmail.com


 


동호회 탐방- 한번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먹고 싶은 만큼 넣으세요.” “와, 멋지게 잘했네.” 정심어린이집 6세반 아이들이 사이에 초록색 머리 수건을 두른 엄마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밀 빵에 각종 유기농 재료들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왁자지껄 재미난다. 

  한살림 생협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은 지역별로 소모임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천구에는 벽산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시흥동 모임과 ‘한꼬마 요리교실’(이하 한꼬마)이라 부르는 독산동 모임이 있다. 
  ‘한꼬마’은 작년가을 정심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0명의 구성원이 있는데 모두 어린이집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뭘 먹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한살림 생협 조합원이 된 아이 엄마들이었다.

“모여서 나물요리를 해보거나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각자 반찬을 조금씩 만들어 와서 나누어 먹기도 하지요. 한 살림에 새로운 물품이 나오면 시식도 하구요.”

탁트인 성격에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한꼬마’의 리더 조정옥씨는 아이를 넷이나 둔 다둥이 엄마다.
첫눈에 보기에도 화통한 성격에 무슨 일이든 망설임 없이 해낼 것 같은 여장부 스타일이다.

“한살림에서는 지역 자주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서울 남서지부의 지원 사업에 공모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끼리만 모임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먹거리 교육을 하게 된거예요.”
‘한꼬마’는 계속해서 여러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교육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두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상대로 여성들의 모임이 거의 그렇듯 터져 나오는 대화가 끝이 있을까 싶다.

“언니, 오늘 설명 진짜 잘 하드라.” “나 집에서 우리 은성이 데리고 연습했잖아. 5분짜리로 준비했는데 3분밖에 얘기 못한 것 같애.” “그래도 저번에 미리 가서 어떻게 하는지 봐두길 잘했어.”

이날 교육은 고수민씨가 맡았다. 수다 떨듯 회의 아닌 회의가 진행된다.

“토요일 광명모임에 누가 갈 수 있어?” “쿠키를 구울 수 있을까?” 인터뷰를 따로 길게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와 오고가는 말속에 모든 것이 묻어나 있다. 
   “애들하고 같이 모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자 도시락 싸와서 나눠먹으면서 놀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혼자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힘든데 한번 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아요.”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여한 조숙형씨는 모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야말로 생활의 활력소예요. 저희끼리는 자주 모여요. 엄마들은 아이 키우면서 엄마들에게 이런 모임은 큰 도움을 주죠.”

김선희씨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히 말한다.   

“지난번엔 도자기체험도 함께 가서 했구요, 가끔씩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엄마들끼리 놀러가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재미있어요.”

지방에서 살다가 이사 온 김은정씨는 아는 사람 없이 지내다 만난 벗들이 반갑고 고마운 존재라고 한다. 낯선 환경이 주는 고독함… 아마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번에 영어 언제 하기로 했지?”
학원을 운영하는 김서진씨는 비교적 한가한 오전시간을 활용해 모임에 합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일종의 품앗이죠. 제가 영어 학원을 하니까 우리 아이들 모아서 놀이 겸 영어수업 해보고 있어요.”

엄마들은 함께 모여 노는 것만으로도 품앗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들이 쏟아지겠는가? 생각만 해도 신이난다.

처녀시절 잠시 잡지사의 편집기자였다는 고수민씨는 오히려 인터뷰하러 간 나에게 질문세례를 한다. “어떤 취지의 신문이예요? 운영은 어떻게 하시는데요?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있는 분인 것 같다. 새삼 물어봐주니 고맙기도 하고… 갑자기 인터뷰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한꼬마’는 아이 엄마가 아니 여도 되고, 한 살림 조합원이 아니 어도 함께 활동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해서 좋으면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모임이다.

에너지를 충전 받고 싶은 독산동 주민이여 모이시라!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기관탐방 - 금천구 정신보건센터

치열한 경쟁 유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단절되는 대화.늘어나는 빈부격차….
현재 한국사회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이다. 특히 근래 2~3년사이에  그 현상들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정신건강에 빨간 경보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금천구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정신보건센터를 찾았다.

정신보건센터는 서울시와 금천구가 주최이며 이를 순천향대학교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는 강남구가 10년전 맨 처음으로 생겼고 작년 용산구를 마지막으로 서울시 25개구에 모두 설치된 기관이다. 금천구는 지난 2009년 4월 1일에 개소하고 현재  독산1동 주민센터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우성일 센터장(순천향대병원 정신과장. 사진 중앙)은 “사람이 살게 되면 힘든 일에 부딪힌다. 어린이는 인터넷 중독, 중고등학생은 공부스트레스 졸업하면 취업 및 결혼등의 스트레스.. 각 연령대별로 위험요소들이 존재한다. 인생사 생로병사라는 말이 있지 않나. 현대사회는 힘든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되면 병이 되는 것이다 ”고 설명한다.

정신보건센터가 하는 주요 사업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만성질환자에 대한 사례관리다.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다.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면 환자는 개인으로 방치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시 상태의 악화가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자 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야유회. 동호회 활동을 진행한다. 관내 및 인근의 정신과 병원과 연계하여 현재 약 300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 인구의 1%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금천구에는  최소 2,400여명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 많이 발굴될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 중점사업은 지속적이 예방강좌 및 캠패인, 검진 등이다. 학교나 직장, 노인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서 우울증, 알콜중독 등에 대한 강의 및 테스트를 실시한다. 최근에는 보건소와 연계하여 산후보건 강좌를 함께 하기도 한다

이정선 팀장(사진 센터장 왼쪽옆)은 힘든점으로 상담및 치료에 동의를 안해 줄 때라고 한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대부분이 여성인 상담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경찰 및 소방관들과 동행하기도 하지만 위험요인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한 “요즘은 사후관리보다 예방 쪽에 힘을 쏟는다. 아동기에 조기 발견되면 잡아줄수 있는데 성인기로 넘어가게 되면 치료가 오래걸린다”며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동들은 부모의 인식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보다 부모의 저항감이 심하다. 올해 아동상담은 400건이었지만 실제 등록한 경우는 2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아이는 병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해버린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팀장은 “주민들이 ‘정신병’, ‘정신’자가 들어가면 거부감이 매우 크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가듯이 정신건강, 마음건강이 안 좋을때 역시  체크하고 치료를 받아야 만성질환으로 가는 것을 막을수 있다고”당부한다.

일례로 작년에 관내 고등학생들과 10주정도 프로그램을 같이했었다. 그때도 초기에는 아이들이 내가 왜 `정신'보건센터에 가냐고 너무나 싫어 했다. 하지만 상담에서 마음이 열렸고 이후에는 너무 좋았다는 평가를 하게되었다며 선입관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8명의 적은 인원으로 24만명의 금천구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금천구 정신보건센터!  금천구의 모든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수 있는 사랑방같은 존재로 부각되기를 기대해본다.

(상) 우성일 센터장(가운데)와 임직원  (하) 요가동아리 활동 모습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창간호를 발행하면서 이제 ‘금천 인’은 그 어느때보다 더 외로운 마라톤을 시작하게 될지 모릅니다. 지역신문 하면 아직도 지역광고정보지인 ‘벼룩시장’부터 떠올리고, 시.군.구청에서 통반장 구독료 지원받으며 관변 보도자료로 채운 지면을 들고 ‘언론’이라고 떠들 수 있는 한국 에서 만들어나가야 하는 지역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지방처럼 지역에 대한 애향심 가진 주민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필요한 지역정보는 전국일간 방송을 통해 충분히 얻고 있다는 일종의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서울지역에서 창간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필요합니다. 지역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제대로 된 풀뿌리 지역언론’이 하나만 있어도 그 지역의 행복지수는 몇배나 더 업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만큼 지역내 유리알처럼 흩어져 있는 정보와 자원, 마음을 하나로 꿰어 진주목걸이로 만들어주는 가교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일간지나 방송에서 매일 수십페이지 수백분에 달하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가족이 사는 동네 정보 하나 찾기 쉽지 않습니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동네불법주차로 인한 폐해 등 때로는 주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대책을 모색하는 ‘119 구급대’가 되기도 하고, 지역산하기관의 인사비리실태 지역개발 문제점등 지역 내 곪고 있는 부분들을 과감히 알려내 건강한 방향으로의 지역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건강한 비판자’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예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성 예산들의 문제를 짚어내거나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뇌아 같은’ 구의회 운영실태를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에게 알려내, 바로 잡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행정 감시자가 되기도 합니다. 

 또 우리 이웃이나 단체의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삶의 이야기,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는 지역 전통과 문화 등에 대한 끊임없는 발굴보도를 통해 지역공동체 문화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지역이슈나 현안에 대한 주민 토론회나 후보초청 정책토론회, 지역주민 정책검증단 운영 등을 펼치며 지역 전문가로서 코디네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금천구를 가장 잘 알고 함께 호흡해줄 수 있는 언론은 뉴욕타임즈나 전국일간지가 아닙니다. 바로 금천에서 나오는 지역신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신문이란 이름을 걸었다고 해서, 모두 읽을 맛 나고 없어서 안 되는 신문인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 보석이 될 수 있는 그같은 지역신문이 되기위해서는 신문의 발행인을 비롯한 임직원의 의지와 열정, 균형감각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좋은 지역신문’ 과 나쁜 지역신문‘을 분별해낼 수 있는 지역사회와 주민의 ‘밝은 눈’입니다. 또 지방권력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역사회에 알릴 것을 제대로, 또 알차게 알려내는 지역신문에 ‘구독’이란 생명수를 부어주며 함께 뛰어줄 관심과 의지가 지역사회에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금천지역 주민의 사랑속에 지역과 호흡하는 ‘금천in’으로 발전해 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구로타임즈 발행인 대표이사 김경숙

구로타임즈는 올해 창간 1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2005년부터 6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되었으며 서울시 지역신문중에서는 유일하다.

87년 새터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기층여성, 환경  청소년문제등
지역에 화두를 던지다



독산동 ‘책읽는 고양이’가 만들어 진것은 지면을 통해서 알려졌다. 누가 이런 멋진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모임 '자리'대표 남미영씨(51)를 만났다. 우선, 생뚱맞은 것 같은 '자리'의 뜻을 물었다. '펼칠자리''놀자리'등  '`~자리'의 뜻을 가진다고 한다. 예전부터 지역에 열려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존 새터공동체(새터교회, 새터어린이집, 새터어린이학교, 열린가족상담센터)의 기관들은 대상이 정해져 있다보니 이를 뛰어 넘어보자는 취지였다고한다. 
지금은 청소년 쪽의 북카페, 환경부문으로 벼룩시장과 되살림 작업장등 3가지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로 나누고 내용을 채울 것이라고 한다.

남미영씨가 이 지역에 온것은 80년대 사회적으로 암울하고 기층여성문제가 많이 부각되던 시기였다. 기독여민회에서 활동을 했었고 기층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함께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속에서 탁아소를 만들자고 했고 86년부터 준비, 87년 3월 새터 어린이방(현 새터어린이집)을 만들게된다. “탁아소 홍보전단지 100장 들고 나가면 2집 가면 동이 났다. 밖에서 보면 그냥 집인데  안에는 모두 쪽방이었다.  ”
당시를 회상하던 미영씨는 "당시 영유아 법도 없었다. 교사들 아이보다는 여성문제, 노동자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 분들이 활동했다. 처음 가산동 막걸리 주조장 뒷편에 자리잡았는데  아이를 맡길곳이 없었기 때문에 문을 열자 말자 아이들이 몰려왔다. 당시에는 아이를 맡길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 무렵 부모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방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출근했다가 화재로 갇혀있던 남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영유아보육법 제정운동을 활발히 벌이기도 했다.  또한, 90년부터 1년에 2번씩 알뜰 바자회를 진행는데 할때마다 500원짜리 헌옷을 팔아 2~300만원을 모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대단하다. 그 후 상설 녹색가게를 만들었고  현재 벼룩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미영씨는 87년 3월 어린이집, 87년 12월 새터교회, 그 후 90년 6월 새터공부방(현 새터어린이학교)를, 2002년 녹색가게, 2006년에는 열린가족상담센터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한다.

86년부터 24년간 독산동에서 지역활동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문제가 달라진 것은 아닌데 관심사가 달라지고 특성이 달라진 듯하다. 외형적으로는 많이 변했다. 벌집들도 사라지고 새 건물도 들어서고,...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문제, 기혼여성의 문제, 가난의 문제, 계층에서 오는 소외등이 여전하다”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곳들이 많이 보인다. 새터는 그런 사람들을 초점에 두고 더 가까이 가야 하지 않나 고민한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편안하게 아이를 키우는 곳, ‘아! 우리동네’라는 느낌을 받는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

본지도 마을신문을 표방하고 공동체를 고민하는데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쓰레기문제로 분쟁과 싸움이 된다. 이런 것이 작아보이지만 아주 큰 문제들이다. 이런 것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신문도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금천 맛집-독산동 난곡터널 앞 '사계절 고흥식당'


`가서 맛없으면 음식값 다 내기!  ' 동네 지인이 어쩌다가 알게 된 맛집을 내게 소개하면 나는 이렇게 단단히 약조하고 그 식당가서 함께 먹어준다.
지인은 식당 광고에 덧붙여서 내가 아는 식도락가 몇 명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들도 거기 가서 다 맛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정도의 광고를 들으면 내 입안에는 벌써 군침이 돌고 배가 저절로 고파와서 시계를 쳐다보며 약속시간을 잡게 된다.
없는 살림에 간혹 하는 외식 인데 어찌 식당을선택하겠는가?

외식의 제1조건 곧 죽어도 맛있어야 한다. 한사람만 맛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해야 한다.
사계절 고흥 식당은 독산동 20미터 도로에서 난곡터널 방향으로 꺽어서 100미터 가면 오른쪽에 있다. 

 


고흥 해풍에 살짝 말린 갯장어구이를 주문하자 맨먼저 부드럽고 쫄깃한 쭈꾸미 숙회가 초고추장과 함께 나왔다. 초고추장에 들어가는 식초는 식당에서 직접 막걸리를 발효시켜서 만든 것이다. 고흥에서 재료를 직접 공수해서 만든 감태무침, 달래무침, 톳무침, 정어리젓갈에 박아놓아 만든 고추장아찌, 순무와 갓을 넣은 동치미, 묵은 김치, 새끼손톱보다 작은 통마늘(이 작은 것의 껍질을 어찌 다 깟을까),깻잎김치,우거지된장국, 꼴뚜기젓갈 등 식당의 밑반찬은 매일 약간씩 바뀐다.

고흥에서 올려주는대로 만들다보니 그날 재료에 따라서 그렇다. 주 요리도 식당이름처럼 사계절마다 바뀐다.
봄에는 서대찜,서대무침, 쭈꾸미 여름에는 장어(하모)탕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굴, 매생이, 꼬막, 갯장어구이.
고흥에서 제철에 나는 해산물과 푸성귀들을 재료로 써서 음식들은 각기 제 향과 맛을 품고 있다.

요즘 나오는 달래의 경우 강한 향과 너무 매운 맛을 지녀서 다듬어 하루쯤 재워서 내놓는다고 한다. 음식이 나오는대로 자꾸 카메라를 들이대니 주인아주머니는 사진 찍기에 이쁘지는 않다며 쑥쓰러운 표정이시다. 우리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제철에 나는 것이 건강에 좋으니 건강 생각해서 많이 먹으라 하신다.

사계절 고흥의 음식을 먹어보면 각자의 재료가 갖는 그 고유의 향과 맛 때문에 고흥 어느 들판이 떠오른다. 마치 시골집 뒷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푸성귀를 금방 뜯어다가 푸짐하게 한상 차려낸 것 같다.
가끔씩하는 생각. 내가 식당을 한다면 메뉴가 꼭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날 장에 나온 가장 싱싱한 재료로 거기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 팔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그런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식당이 작년 6월부터 있었단다.

남해바다 지금쯤 무엇이 한창나고 들판엔 바닷바람에 어떤 나물이 산들거는지  생각에 바다가 그리우면 `사계절 고흥식당(02-863-2332)'에  찾아가보라.  이미 그곳에는 제철을 맞은 해산물로 남해바다가 출렁이며 남해에 갈 수 없는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김현미 시민기자
(독산3동)

릴레이 인터뷰 - 가산동 조재형씨


독산3동 김용술씨가 조재형씨를 소개했다. 소개하기 전 기자가 몇가지 조건을 걸었다. 가능하면 지역 속에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분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조재형씨를 소개해줬다.
조재형씨는 명동에서 가방,핸드백등 고급브랜드 제품의 수선일을 하고 있다. 약속시간이 8시가 넘은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가까운 커피숍에 가려하니 성당의 아는 분이 한다는 분식집으로 들어간다. 붕어빵 몇 마리를 내놓으신다.
재형씨는 1978년 처음 서울이 왔다. 아내의 직장이 금빛공원 부근이라 결혼하고 금천으로 이사하면서 이 지역과 처음 인연 맺었다. 지금은 가산동 두산아파트에서 12년간 살고 있다.

금천에 대한 느낌을 물으니 “서민적인 냄새가 풍기면서 공업지역이라는 것이 같이 묶여 있다. 이것이 잘 조화를 이루면 좋겠는데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타구에 비해 낙후되어 보이기도 한다”라고 답한다.
가산동에 대해서도 애착만큼 금천구에 대한 서운함을 많이 비쳤다. “시흥동에 비해 가산동, 독산동이 많이 차별받는 느낌이다” 구로구에서 분구 당시 유일하게 탄생한 동이라서 그런지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90년 초에 가산동 두산아파트 4기 입주자 대표를 맡으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자영업을 하고 있었고, 부녀회에서 공동주택관리 강의가 있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주택에 살지만 공동규범등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예를 들면 두산초등학교 앞 통학로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했지만 슈퍼측에서 반대했다. 그렇지만 동사무소, 구청 교통과, 주민, 당사자들이 그 길에서 만나 논의를 통해서 방법을 찾았다. 이 같이 어떤 일을 할 때 방법을 찾으면 반드시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해결하려 하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성당에서 빈첸시오 회원으로 봉사활동도 진행하는데 봉사에도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귀뜸한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적극적 의견과 실천이 습관처럼 몸에 벤 조재형씨. 늦은 시간임에도 다음 약속이 기다린다며  서둘러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수레바퀴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 민음사

유명한 책이지요? 다시 읽으니,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기개발에 매진하며,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소년의 힘들고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성장 모습이 내내 조마조마해보였다.  

 한편 주위 어른 중에 역할 모델이 있었나? 이끌어주는 이가 있었나? 계속 기억을 되살리며 읽었었지만  끝까지 없었다. (읽어 가면서 처음 읽듯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의 아버지는 돈이 좀 있는 권위적이고 통속적인 아버지로 아들이 총명하다는 주목을 받고 주위의 칭찬을 받자 아들을 자신의 자랑으로 여긴다. 
신학교 입학의 가능성을 추천받은 소년은 즐거운 일상과 이별하고, 꽉 짜여진 하루의 일상에 맞추어 얼굴이 헬쑥하도록 공부에 열중하며, 자신이 주위의 친구들과 다르고 우월하다는 생각을 키워간다 

 어릴 때부터 예뻐해주던 구둣방 아저씨는 헬쑥해지는 소년을 걱정하며 햇볕도 보고 산책도 하는게 좋겠다며 걱정하지만 소년은 무시한다. 
 신학교에 입학한 소년은 다시 학업을 위해 필요한 공부에 매진하며 휴식을 잃어버린다. 입학 후에 생활은 소년들의 심한 장난기나 끼리끼리 모이고 속임이 난무하는 학교 생활에 지쳐가며, 학업에 흥미를 잃는다. 

우연히 친하게 된 친구는 신학교를 비판하고 우습게 여기며, 자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소년은 신학공부에 뜻이 사라지고 학업은 더욱 게을리해, 학교에서 경고를 받고 병을 얻게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몸이 회복된 소년은 낚시에 전념을 하던 중, 자식을 이해못하는 아버지는 소년을 기계공이 되도록하고, 거역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은 자신의 그간 건방졌으미 부끄럽고, 삶의 방향을 잃은 소년은 친구들과 어울려 주말을 보낸 후 강물에 빠진채 발견된다. 

어린 소년이 어른들의 몰이해 속에 그의 성향을 제대로 이해받지도 못하고 무심한 어른들의 부추김대로, 자신의 성향도 모른채 총명하다는 이유로 자신에 맞지않는 부분을 선택했다가 몰락하는 모습이 많이 안타깝고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게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이었다. 전적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작품을 본 느낌이다.


초강력 아빠 팬티
타이- 마르크 르탄 글. 바루 그림
‘우리 아빠는 날마다 팬티만 입고 다닙니다. 아빠는 프로레슬링 선수거든요.’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영웅 같은 아빠의 모습을 보다보면 따뜻한 웃음이 나오는 책이에요. 물질이 아니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어떤 것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글. 율리아 프리제그림 
엄마오리를 잡아먹으려다 얼떨결에 오리알에서 깨어난 아기오리의 아빠가 된 배고픈 여우 콘라트와 아기오리 로렌츠가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오리를 보살피는 콘라트를 보다 보면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손도끼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양쪽 부모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살게 된 브라이언이 아빠에게 가던 중 경비행기가 깊은 숲 속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엄마한테 받은 손도끼를 가지고 원시생활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입니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어린이날 금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친구야, 노올자!’ 행사에서 오색팽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뮤제이온 회원들을 만났다.  “정작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날인데도 집에 있어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이렇게 모이니 우린 이미 ‘가포’ 들이죠. 가정을 포기한 사람들 말이예요.” “우리가 왜 이러고 다니는 건지 우리도 모르겠다니까요.” 모두들 웃음보가 터진다. 더군다나 박물관 체험은 대부분 놀토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을 거의 반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매달 정기모임을 하고 행사를 준비할 때는 거의 매일 모여야 한다니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박물관 한번 가기위해서 적어도 3~5번 이상 답사를 가고 수차례 모임을 통해 내용을 다듬어서 준비해요.” 대체 이들의 이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뮤제이온은 김현애(탑동초), 강수미(흥일초), 배옥영(정심초), 신은희(세곡초), 양은희(문교초), 양혜경(탑동초), 박순정(남사초)씨 등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동아리모임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진행한 박물관교육 연수를 통해 맺어진 인연으로 박물관의 어원을 딴 ‘뮤제이온’이란 이름으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체험학습으로 박물관에 갔는데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알려줄 수가 없었어요. 학교 선생님이 직접 박물관 역사체험을 진행하면 사전수업을 미리 진행할 수도 있고, 다녀와서 사후 교육과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아주 좋아요.”
진지하게 설명하는 눈빛에서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좀 더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평범한 교사들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한다.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앞둔 스승들은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정작 선생님들은 무덤덤한 것 같아요. 내가 스승이라는 생각보다는 나의 스승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찾아뵙기 힘들어도 문자라도 하면 좋아하실 텐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실까,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닌가, 하다가 놓치고 말죠. 10년 전 제자의 어머님이 지금까지 스승의 날이면 문자를 꼭 주시는데 문자 한통이지만 진심이 느껴져 기분이 참 좋드라구요.” 이 말 한마디가 주는 여운이 참으로 깊다.

5년째 모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저력에 대해 모두 ‘서로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얻어가려고 묻고 토론하는 일상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뮤제이온’은 평교사들의 아름다운 행보로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정기자
gcinnews@gmail.com

제목 : 갈매기의 선물!

이틀 연속 회식일정을 마치고 널부러져 있는 휴일 아침이다. 조개구이를 진작부터 먹고 싶었다는 와이프의 교지가 아들을 통해 전해졌으니, 별 수 없이 길을 나선다. 사실은 나도 가고 싶었어..라는 비굴한 멘트와 함께..ㅠㅠ


목적지는 영종도이고 새로 생긴 인천대교를 거쳐 가보기로 하였다. 주말이었지만 교통흐름은 원활하였고 덕분에 시종일관 120을 달리는 거다. 160정도는 밟아줘야 스트레스 날라가는데.. 가족을 위해 살살..


인천대교 진입하는 지점에서 그 거대한 구조물을 실제로 보니 그 규모가 정말 놀랍기만 하다. 이런 기술이라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겠구나... 인간의 자만심이 바벨탑을 쌓기 전에는 충족이 안되겠구나...토목으로 쌓은 나라 토목으로 망하려나.. 수리수리마수리~~


다리 형태는 사장교이니 줄에 매달린 형국이렸다. 운전을 하며 옆을 바라보니 해면에서 최고 80m 상공을 달리는 것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사장교 구간을 지나 내려가는 길... 영종도에 진입하여 무의도 방면으로 빠지니 잠진도라는 조그만 섬으로 연결된 다리를 지나서 갑자기 여객터미널이 나온다. 얼결에 표까지 사게 되었다. 일단 여기로 진입한 차들은 차표까지 사게 유도한다. 뒤에서 계속 차가 들어오니 빼기도 난감하고 이래저래 2만원 뜯기는 거다. 어떻게든 외지인의 지갑을 털어보려는 얄팍한 상술이 엿보여 기분이 심히 꿀꿀하다.


배가 들어온다. 차들이 줄지어 내려오고 사람들은 떼지어 가방을 둘러 메고 왁자지껄 선착장으로 걸어온다. 호각소리가 나고 이젠 올라가는 차들과 사람들의 차례이다. 잠진도로 가는 뱃길은 멀지 않다. 갈매기들은 백만년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한 자세로 배와 속도를 맞춰가며 사람들 주변을 맴돈다. 이런 장면을 놓치기 싫어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바닥에서 주운 새우깡 조각을 들고 갈매기를 불러본다. 왼손의 새우깡을 향해 접근하는 갈매기의 눈빛을 주시하며 녀석의 부리가 최대한 열리는 그 순간을 ‘찰칵’ 카메라에 담았다. 갈매기도 긴장했는지 새우깡과 함께 손가락도 물어버리고 날아가 버렸다.

아유 아파~~ 손가락도 먹이로 보였나보다. 하지만 날개 한쪽이 약간 잘린 걸 제외하고는 의외로 좋은 구도가 잡혔다
.


(나중에 이 사진은 경향신문 사진공모전에서 월간최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니콘S6000' 이라는 폼나는 디카로 환생하였다. 갈매기가 물어다 준 선물이겠지..ㅎㅎ)


출발하고 배의 방향만 바꾼 거 같은데 벌써 도착했다며 호루라기 불어대며 얼른 차 빼라고 난리다. 이런 된장. 이정도 거리면 다리가 생길 법도 한데...삽질공화국이니 조만간 공사하겠지... 집에 와서 검색하니 안그래도 공사일정 잡혔단다. 2014년 완공예정이라고..ㅋㅋ 하지만 다리 생겨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무의도란 곳에 내려 보니 이 동네도 웃기는 거다. 해수욕장이 두 개가 있고 이 중 하나는 유명한 실미도 해수욕장인데 중요한 것은 두 개의 해수욕장 모두가 돈을 내야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터 해수욕장같은 공공재도 돈을 내야지만 입장할 수 있는 사유물이 되었단 말인가? 무의도는 지형이 이상해서인지 해수욕장 아니면 바다구경을 도보로 할 수도 없다. 차에서만 구경하다 나가야만 한다. 실미도 해수욕장 입구에서 돈내라는 팻말을 보고 그냥 차를 돌려 나왔다. 잠시 지켜보니 방문하는 차 몇몇도 나처럼 차를 돌리는 모습이다. 돈까지 내면서 보는 건 오버지.. 결국 무의도에서는 아무 미련없이 그냥 다시 배를 타고 나왔고, 어느 작은 포구에서 아이들을 풀어놓았다. 여기가 차라리 낫네...ㅎㅎ


집으로 가는 길.. 인천대교는 여전히 바다를 가르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위를 달려 편하게 집에는 간다지만, 웬지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편해지면 지구는 누가 지킬까?"


김희준(독산1동)

 

어린이날을 앞둔 날 오전, 시흥동 주택가 3층에 자리잡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문을 열자, 다소 이질적인 목소리로 상담에 골몰하고 있는 동양계의 외국인 남녀와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직원들. 그리고 안쪽에서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무언가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다문화지원센터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시, 금천구의 지원으로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가족의 적응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4명의 회원으로 출발해 3년 사이에 200명의 회원으로 증가하였다니 그만큼 다문화지원사업이 우리구에 매우 절실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유리씨는 "처음에는 다문화여성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심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가족단위의 지원이 매우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그것이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중심의 프로그램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다문화가족남편들의 모임도 2년째 접어들었다. 게다가 올4월에는 시어머님 여섯분과  첫 자조모임을 가졌다. 다문화 아내 혹은 며느리를 둔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이 다문화가족으로 살면서 어려운 점,자신의 고민을 나누다보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응어리진 마음의 실타래가 풀리는 것이다.

작년연말에는 남편자조모임인 금천 한우리모임회원 11명이 모여 4개월동안 연습한 아내 나라의 노래를 불러주었다고 한다. 이들의 노력이 다문화아내들 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 그들은  여세를 몰아 올해에는 아내 나라의 말을 배우기로 하고 중국, 베트남, 일본의 문화와 생활언어를 배우면서 타국에서 외로웠을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보게된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족이라고 하면 위장결혼, 가정폭력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게된다. 그러나 이는 언론에서 한 번씩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일 뿐이다. 강유리 씨는 "당사자 뿐 아니라 오히려 가족들이 더 많이 노력하신다. 가족들의 프로그램 참여도도 높고 연애결혼도 많다"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가정의 달인 5월, 다른 문화를 가진 아내 혹은 며느리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함께 쌓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설명.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베트남어통번역사와 이용상담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경모습>


한국어교실수업장면    사진제공:금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진기자
gcinnews@gmail.com

<우리 누나>  오카 슈조 지음/ 웅진책마을

<우리 누나>
 오카 슈조 지음/ 웅진책마을

이 책에는 6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건 <장애>라는 것을 저 쪽에 두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이야기 하는 형식이 아닌 바로 우리 생활 속에 있는 장애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흔히 그동안 보았던 장애 관련 책들은 모든 걸 초월한 영웅들의 감동 스토리 아니면 장애를 가졌지만 마음이 착한(?) 아이들 같은 틀에 박힌 인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늘 불쌍하게 바라보고 늘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그들과 실제 친구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 되고 말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다 착한 건 아닙니다. 그건 장애를 갖지 않은 아이들이다 착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의 장애 뿐이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의 장애도 갖고 있습니다. 쓰라린 일이 많기 때문이죠.

 이 책은 이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그저 평범한 아이로 봐주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죠. 사실 어떻게 평범하게 보겠습니까? 작가와 편집자는 그 이야기를 뒤에서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 가장 중요하고 중심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인정한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그렇다는 것은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잇자국>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던 <그 녀석>은 달리 성격이 까칠하거나 똘똘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지키고, 자기를 세상의 중심에 놓는 당연한 마음이었기에 상대방을 물고 거짓을 밝히는 일을 한 것입니다. 슬프게도 그의 이런 행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장애인이건 아니건 중요한 일입니다.
방송이나 신문기사, 그리고 몇몇 책에서 보게 되는 <훌륭한> 장애인들을 그만 생각하고 우리 이웃에 있는 평범한(?) 장애인들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고 도와줄 것인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에서 또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훌륭한 책이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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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 (우리말)
우리누리 글/ 심심스쿨 그림/ 길벗스쿨/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쓰는 낱말들의 뜻과  생겨난 이야기를 네 칸 만화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하나씩 읽다 보면 우리 아이들의 어휘도 부쩍 자라지 않을까?
 

 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 글 /  살림어린이

하늘의 별이 너무 아름다워 별을 훔친 아이. 하지만 마음이 자꾸 불편해진다. 그래서 결국 물 속에 놓아 준다. 좋은 것만 가지려 하고 나 혼자만 가지려 하는 우리들 마음을 꼬집는 그림책이다.

 

 

 생각의 좌표
 홍세화 / 한겨레출판

 우리 사회가 자유롭고 평등한, 건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개인들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인식해야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찾게 해주는 책이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책읽기
 책읽는어른 '함박웃음' 13기 신입회원 모집
4월 11(월)에 기본 교육 첫강이 실시됩니다.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분 누구나 참여 할수 있습니다. 참여 신청은 은행나무 도서관으로 해주세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892-7894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 다섯번째-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은 일자리를 없애지 않는 것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용자들에겐 일자리가 비용과 이윤의 문제지만 노동자들에겐 그것이 삶 자체, 목숨이 달린 문제다. 사용자들은 긴축을 한 것이지만 노동자들은 생계수단을 빼앗긴 것이요 사형선고를 당하는 것이다. 아픔과 고통이 비교될 수 없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있다. 이것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흉악한 속셈을 숨기고 있다. 이런 식의 중간 없는 강요된 선택의 말은 대부분 강자들의 언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식의 말이다.
하지만 이미 퇴화된 사람의 꼬리뼈라도 그곳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프듯이 생명에는 그리고 인간에게는 대 소가 없어야 한다.

노동자를 죽이는 회사가 왜 필요할까? 노동자들을 가능한 임금을 적게 주고 오래 일을 시켜서 정말 맘이 좋을까? 원래 좋은 사장이 되려면 자기 친자식에게 일을 시키듯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좋을 땐 가족이지만 좀만 어려워도 바로 호적(戶籍) 파는 돈 중심의 세상에서 이런 인간적 이성이 작동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보수 진보 여야 없이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나선다. 그런데 이상하게 창출된 일자리는 비정규, 임시, 저임금의 일자리들이다. 좋은 일자리를 하나 없애 나쁜 일자리 두 개 만들자는 것인데 그래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그러니 일자리 없애기만 많지 일자리 창출은 없다.
일자리 없애기의 선봉장이 바로 구조조정 정리해고다. 정리해고의 문제는 노동자들이 회사의 경영상의 이유로 아무 잘못도 안 해도 해고를 당한다는 점이다.

원래 경영권과 인사권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이 절대화 되어 있다.
그런데 경영이 나쁘면 그 책임을 아무 잘못도 없고 권한도 없는 노동자들이 뒤집어쓴다. 잘못도 없이 사회적으로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 정리해고다. 그래서 정리해고는 근대적 법 원리인 의무과 권리가 병행 된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권에 대한 부정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퇴행도 아이엠에프 사태라는 위기를 틈타 도입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지옥이 되었다.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찬성하는 이는 일자리 창출이란 말을 하면 안 된다.

왜냐면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인정하는 것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입으로 두말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들 일반 사람들도 무심코 일자리 없애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생길 때 도로통과비를 받던 이들의 일자리가 지워진다.
셀프 주유소가 생겨날 때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가장 쉬운 일자리였던 주유원의 사라진다. 인터넷뱅킹을 하는 것은 은행의 창구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편리함이란 이름 아래 은행창구가 작아지고 창구직원이 비정규직으로 돌려졌다.

그리고 우리들은 은행의 일을 대신해 주면서도 오히려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주고 있다. 이런 것을 소비노동이라 한다. 고객 감동이라 하지만 나도 모르게 봉이 되고 만다. ‘물은 셀프’라는 말 속에도 일자리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이른바 엽차를 주고 주문을 받는 것도 하나의 일자리였다. 생각해 보시라! 우리의 편리는 누군가의 일자리를 없앤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고통은 천차만별이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절규했다. “함께 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하이 자동차에 기술을 팔아먹고도 모자라 기획파산을 통해 또다시 인도의 마힌드라로 쌍용자동차가 팔렸지만 해고된 노동자들의 구제는커녕 무급휴직자로 1년 뒤에 반드시 원직복직을 시킨다는 사람들에게도 약속을 지킨다는 소식도 없다.
그 참혹한 침묵 아래 벌써 15명의 생명이 끊겼다. 해고는 살인이고 정리해고는 묻지 마 연쇄살인이라는 사실을 경영하는 이들, 행정 하는 이들, 정치하는 이들이 곰곰이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소장
상담문의 02-859-0373

*지난 준비 5호에 실린 글인데 옮기지 못해 한참 지난뒤에 게시합니다.(편집자주)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 -금천시설관리공단 노조 출범에 부쳐

오랫동안 노동 상담을 하고 있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과는 오히려 인연 맺는 것이 늦는 경우가 있다. 금천에서 시설관리공단 노조 출범이 그렇다.
우리 상담센터가 시설관리공단의 노동자들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구로시설관리공단 노동자들이다. 한 노동자가 노사협의회에 자주적으로 참여하려 하자 징계를 한 것이고 징계를 수용하지 않자 해고까지 당한다. 그래서 우리 상담센터에 상담을 왔다. 그 분을 시작으로 여러 분이 잇달아 상담하게 되었고 그 인연을 매개로 나중에 노조까지 된 셈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능
시설관리공단의 경우 전형적인 지방공기업이다. 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인프라를 관리하는 것으로 화려한 일은 아니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이런 공적 기능을 상업적 논리로 대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책임한 행정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후쿠시마원자력 발전소는 민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 한번 났다하면 개별 기업으로는 도저히 책임질 수 없는, 나아가 이윤 논리에 의해 이득을 위해서는 어떤 도덕적 책무 없이 어떤 짓도 저지를 수 있는 민간 기업에 경영을 사유화시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는 매일 뉴스를 통해 보고 있다.

공기능을 효율성의 논리로 몰아 부치고 이른바 민영화를 시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하지만 직영화를 일종의 위탁으로 돌리는 ‘공기업’화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적 기능이 이윤 논리에 종속되어 공익성을 잃는다는 점이다. 크게는 후쿠시마 원전처럼 위험이 사익에 의해 은폐되고, 작게는 지방공기업처럼 부적절한 관계에 근거한 부정부패가 방임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시설관리공단의 운영이다. 구로의 경우 당시에 특정 정당의 구청장과 정당의 인물들에 의해 정실(情實)적으로 공단이 운영되었다. 이에 대하여 민주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 징계의 아픔에 처했고 이런 징계의 부당성 또는 ‘자의적인 전직’의 문제점을 들어 시설관리노동자들은 굴종이 아니라 자기 권리 찾기를 했다. 다행히 우리 센터도 그 과정에 조금의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그 구로구 시설관리공단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노조 사무실을 개소했다. 구로시장 안에 있는 공단 본부 건물 4층에 사무실이 마련됐고 그 옆 강당에서 개소행사를 했다. 개소식에 초청을 받아 간 자리에서 처음으로 금천시설관리공단 노조 분들을 만났다. 구로 ,양천보다 금천을 나중에 만난 셈이니 괜히 미안했다.

우리 지역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임금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초권리다. 처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 되는 최소 기준을 갖춘 셈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생긴다는 것은 그곳이 기업이나 단체나 자기 정화 및 조절 기능을 갖춘다는 의미다.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그 동안 경영진들의 엑셀레터기능만 있던 곳에 처음으로 브레이크 기능을 장착한 것이다. 경영자들의 일방적인 행사였던 것이 이제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대화 및 조절 그리고 합의결정이라는 민주주의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구민에게 도움되는 기회
그런 의미에서 금천의 시설관리 노동조합의 출발이 구청과 시설관리 노동자와 그리고 구민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구청의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 물론 공단이 지난 시기 특정정당의 인맥 속에 구축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럴수록 법적 원칙과 기준에 맞게 절제(節制) 있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변화가능성을 믿는 행정이 단절의 행정보다 숨이 긴 법이다. 그 속에서 시설관리공단이 단지 예산의 축소나 측근 챙기는 수단이 아니라 보다 질 높은 공공기능의 산실 또는 공단의 직영화를 모색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특히 정(正)직원을 기간제로 만들려는 것은 다른 구청과의 형평성이 아니라 하향(下向)평준화로 명백한 후퇴다. 우리사회의 중심모순이 사람의 값, 노동의 값을 깎아 기업의 이익을 높여주는 이른바 고용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저임금 노동을 양산하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사회적 복지가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민주와 복지 그리고 교육을 강조한 구청의 역동적 수렴이 필요하다.    

이제 막 출범한 노동조합도 노동조합이 경제적 이익 기능을 넘어 사회 정치적으로 대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고 또 슬기로운 행보를 하길 기대한다. 아직 노조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 것이다. 구로시설관리공단의 개소식을 참여하며 일면 부러움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구로의 경우 부정을 바로 잡고 오류를 시정하는 역사가 앞서 있었음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 결과 단결과 연대라는 말이, 투쟁과 승리라는 말이 조금은 더 익숙해져 있음을 살펴야 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향상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없었던 것을 채워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같은 노동조합들과의 적극적인 연대와 교류를 추천한다. 같은 시설관리공단 노조들이나 금천 지역에 있는 노조협의회 등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여 노동조합의 본래의 뜻을 잘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속에서 노동의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함이 커진 금천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안으로 단결하고 밖으로 연대하여 튼튼한 민주노조가 되길 기원한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아들에게 농구강습 중

올해 10살이 되어 십대자녀 학부모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해준 아들녀석은 축구선수가 꿈이다. 방과후 축구교실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까맣게 그을은 아들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파릇파릇한 생기로 휴일이면 아빠와 운동장에서 뛰어 놀기를 원한다.

일요일이다. 다행히 우리 집 바로 앞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어 뛰어 다닐 공간은 충분하다. 나른한 오후나절에 졸리는 삭신의 유혹에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축구공을 들고 서성이는 아들의 간절한 바램이 온 몸을 통해 전해져 온다. 에구... 오늘 녀석에게 점수 좀 따볼까.. ㅎㅎ

“아들아, 아빠랑 축구하러 가자” 라는 한 마디에 녀석은 펄쩍펄쩍 뛰며 번개같은 속도로 옷을 챙겨입고 그 모습을 본 둘째도 질세라 자기도 가겠다며 신발부터 챙긴다.

축구공을 들고 도착한 곳은 집앞의 중학교 운동장. 그리 넓지는 않지만 다행히 텅비어 있어서 우리 셋이 뛰어놀기에는 최선이다. 옆의 초등학교와 다른 점은 농구골대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모습이 나의 농구본능을 자극한다. 축구에 목마른 아들의 갈증을 30분 정도 풀어주고 농구공은 없지만 축구공을 손에 쥐고 농구를 시작하겠노라고 선포하니 아들은 축구를 더 해야하는데 하더니 그래도 괜찮다며 동의해 준다.

농구를 해본지 몇 년이 지난 지도 모르겠다. 군대 있을 때는 입에 거품물 정도로 한 여름 뙤약볕에서 농구를 했었는데 사회생활 하다보니 거리가 멀어진 것이겠지. 일단 아빠의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레이업슛 시범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자 이만큼 거리를 두고 바운딩하면서 골대 밑에서 뛰어 오르며 넣는 거야, 아빠 하는거 잘 봐라..“


아들과 딸이 지켜보고 있다. 툭툭 공을 튀기며 골대 근처로 접근하는 순간, 발이 엉킨다. 스텝이 꼬인다. 공이 손의 지배를 벗어나고 있다. 몸뚱아리는 균형을 잃고 속도를 못이겨 앞으로 전진만 한다. 공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나는 골대 뒤 화단으로 돌진해서 거의 넘어질 뻔 하였다. 이런...

"하,하,하!!!” 한바탕 웃음으로 위기를 무마하고 재시도 해보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거 자식들 보기 민망하다.

“아빠 괜찮어.. 멋있어..엉” 아들의 위로에 그만 다리가 풀릴 지경이다.

열 번 정도를 시도한 끝에 몸의 기억회로가 재생되기 시작한다. 공이 의도한 지점으로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암. 아빠를 보라고..ㅎㅎ
아이들과 함께 한 일요일 오후는 그렇게 끝났다. 신이 난 아빠는 오늘 농구공을 주문하며 다음 주를 기약해 본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번 주말은 근무해야 하네..엉엉.

김희준(독산1동)

몸과 마음의 둥지를 만들어가는 열린가족상담센터

  다세대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길의 모퉁이를 돌면 작고 아늑한 교회건물을 볼 수 있다. 교회라고 하기엔 십자가 하나도 없는 여느 집들과 다르지 않아 낯설지만 낮에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차고 주말엔 찬송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린이집 겸 교회건물이 분명하다. 새터교회의 맨 꼭대기 작은 방에 위치한 ‘열린가족상담센터’(이하 열가)를 방문했다.

열가의 한선영 대표는 “공부방을 하던 중에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열어주어야 보다 심층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당시 가난한 여성이 가졌던 소외감이나 상처들을 치유해 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고민이었죠 ” 

한선영 대표

  2004년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열가는 지금도 연 평균 100여명 내외의 내담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실력있는 곳이 되었다. “저희 교회는 부자교회가 아니라서 장소나 지원 등의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무료로 상담하기도 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상담비도 회당 오천원부터 오만원까지 다양했죠. 소득별로 3단계의 기준을 마련해서 적용하고 있어요.” 돈 얘기가 나오니까 한 대표는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사회단체라면 어디든 겪고 있는 재정문제가 열가라고 다르겠는가? 그나마 정부나 민간단체의 프로젝트를 따내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도 지역주민보다는 외지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멀리 초빙되어 갈 때도 있지만 정작 금천구 내에서는 열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니 저희가 할 일이 참 많은 거죠.” 창립하고 5년 동안 자리 잡느라 생존이 걸려있어 외부적으로 신경을 많이 못 썼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열가를 어떻게 지역과 연결할 것인가가 최대 과제라고 한다.

한 대표는 불쑥 묻는다. “어떻게 하면 지역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중에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고 열정적이다는 느낌이 들었고, 참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주로 가족이나 부부, 자녀와의 관계 갈등으로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문제로 찾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열가에서는 미술, 춤, 노래, 요가 등 무엇이든 상담의 도구로 사용한다. 그 중 특히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미술치료’가 가장 반응이 좋은데 미술치료를 전공한 전문 상담가가 재미있고 편하게 진행하면서 성과가 높다고 한다.
  최근 가장 의미있었던 사업은 ‘청소년 웬즈데이 학교 나만의 프로젝트'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이었다. 작년 2월 겨울캠프를 시작으로 상반기 그룹상담, 여름캠프, 하반기 멘토들과 꿈찾기 등 1년 동안 알차게 진행된 사업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6명의 아이들이 “선생님 내년에도 또 하면 안돼요?”라고 물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단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지원을 통해 진행된 사업이라서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여한 아이들의 가능성을 본 게 가장 뿌듯해요. 환경적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의지를 보게 되었죠. 청소년들도 층이 나눠져 있어요. 그나마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갈 곳이라도 있지만, 그마저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거리로 나가죠. 작년에 만난 아이들도 다 거리에서 만났어요. 환경이 너무 어려워 마음을 다친 친구들은 상담뿐만 아니라 멘토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몸과 마음의 둥지가 될 만한 공간과 사람을 절실히 필요로 해요. 갈 곳이 있다는 게 친구들에겐 가장 큰 긍지죠.”

올해 프로그램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열가는 1:1결연 후원을 조직하고 있다. 후원자와 청소년을 1:1로 묶어서 후원자 입장에서도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친구들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보너스도 추가로 제공된다.
 열가는 기륭이나 쌍용 해고노동자, 용산 철거민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 가슴에 맺혀있을 응어리들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큰일에서 작은 일까지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릴 줄 알고, 실천을 통해 사람들 마음 깊숙이 들어갈 줄 하는 열가의 모습이 오래된 이웃이라 그런가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뜻이  있으면  02-830-1816 으로 문의해길 권해본다.

 


 

김선정, 김진숙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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