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공업사 성기윤씨는 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라고 송민준씨를 소개했다.
민준씨는 산기슭공원 위에 자리 잡은 뉴 금천 휘트니스 대표다.
민준씨가 금천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이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서울의 여러 스포츠센터를 돌아다니며 14년간 모은 돈으로 자신만의 센터를 만들고 싶었고 둘러보니 금천이 가장 싼 곳이었다.
현재 들어선 곳은 97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수영장으로 개관했었단다. 그런데 99년에 금천문화센터, 2001년에 청소년수련관이 개관하면서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자신이 인수하기  까지 3명의 주인이 왔다 사라졌다고.
민준씨는 2001년 와서 1년 해보고 수영장을 헬스장으로 바꾸는 변신을 한다.
금천에 와서 가장 큰 변화는 '성공해야 겠다. 돈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동네 주민들과 어울어져 하는게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 한다. 서울의 다른 곳과 다르게 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고.
새벽 6시부터 밤12시까지 누나와 번갈아 가면서 일한다.
처음에는 새롭게 해보면서 많은 시도를 해봤다. 트레이너를 4명까지 구색을 맞추면 나아질줄 알았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5년간 버티면서 14년간 개미처럼 일한 자본금이 다 없어졌다. 세도 못내고 보증금까지 넘어간 상태였다. 그때 건물주인 문화 유씨 종친회를 찾아갔다. 절박하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젊은 놈이 용쓰는 것에 마음이 동했는지 허락해줬다. 그때 나가라고 했으면 방법이 없었다.
그때의 어려움을 딛고 이제는 그냥 어울려 사는 것에 만족한다. 경조사를 찾아 다니면서 이 마을에서 사는 법도 배웠다.
회원들의 단합을 위해 휘트니스 내에 축구회도 만들고 산악회도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민준씨가 이끌었지만 지금은 각각 회장, 총무등이 있어 스스로 운영된다.
여름 야유회도 만들고 송년회도 체육관에서 진행한다.
송년회는 헬스장의 운동기구등을 모두 치우고 나이트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그렇게 해온 것이 6-7년됐다. 작년에는 280여명이 송년회에 함께 했다.
10년간 거쳐간 회원이 6,800명이다. 2007년에는 2호,3호 분점도 냈으나 돈버는 것 만큼 욕도 같이 먹는게 싫어 얼마전 정리했다고 한다.

민준씨는 시흥4동 자율방범대, 시흥4동 충청향우회, 시흥라이온스 클럽등을 활동하는데 이것도 많이 줄어든 것이란다. 
자율방범대도 회원의 소개로 금천에 온지 2년만인가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오면서 이제는 제일 오래된 아저씨가 되었다. 주1회 순찰을 하면서 경찰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다고 하니 보람있다고 한다.
헬스는 꾸준히 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헬스는 그룹운동이 아닌 개인운동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도록 트레이너가 코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몸이 느낄수 있도록 해야하고 심리적으로 '할수있다', '해야한다'는 주문을 건다. 그리고 트레이너가 시킨대로 하면 100%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민준씨의 바램은 헬스장이 음악이 있는 편안한 곳이 되는 것이다. 마실 온 것처럼 느끼고 헬스장에 오면 3번 이상 자기와 인사할 수 있는 편안한 곳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여기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내가 웃으면 역기의 차가운  쇳덩어리도 따뜻하게 보이지 않을까?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금천in이 만난 금천人   - 새내기 통장   윤정선 씨

 지난 3월 독산4동 11통 통장에 임명된 3개월 차 새내기 통장 윤정선(39세)씨를 만났다. 주민이나 이전 통장의 추천을 받아 모집되었던 통장이 이번엔 동사무소,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개모집으로 통장을 선발했다. 

  시흥동에서 3년째 통장을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통장공개모집에 응시를 하게 되었다는 정선씨는 2006년 광명시에서 전세방 주인의 집이 팔렸으니 비워달라는 요청에 독산4동에 단독주택을 장만하면서 독산3동에 터를 잡게 되었다. 현재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2학년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정훈단지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워킹 맘이다. 

  동네사람들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낮 시간 보다 밤 시간에 방문을 해야 만날 수 있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딸아이가 “밤늦게 어디 다녀왔어?”하고 묻는다. “으응 통장일 하고 왔어”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딸아이를 보면서 오늘 방문했던 집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밤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이들만 있는 집이 의외로 많다. 문을 두드리면 아무 의심 없이 쉽게 문을 열어준다. 담장
허물기 사업으로 담장마저 없으니 넘나들기도 쉬운 작은 울타리를 지나면 바로 현관문이다. 주변에 있는 CCTV는 그나마도 주차단속을 위한 CCTV뿐이다. 너무 쉽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걱정된다.

  새주소 알리기 등의 통장업무를 하면서 동네 곳곳을 돌다보면 우리 집 주소가 어떤 방법으로 정해 진 것인지 물어 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옆집이랑 번지수가 몇 개나 떨어져 있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사전 통장교육이 있었다면 바로 대답해 줄 수 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통장아카데미에서의 강의 내용은 좋았지만, 조금 더 실무와 연관된 교육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새주소 뿐 아니라 공공근로, 마을 복지관련 주민들의 소소한 궁금증을 대신해서 알아봐 주려고 노력한다.
  이제 겨우 3개월 차 통장이지만 통장이 된 후 우리 동네가 다르게 보인다. 옛날엔 나만 보였는데… 우리 동네가 참 각박해 보였는데 지금 보니 나만 각박했었다. 이젠 길을 걷다 마주치는 얼굴들이 모두 아는 사람들이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면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는 사람도 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저 통장이에요.”라고 자기를 소개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신다. 이전엔 고작 옆집에 사는 이웃과만 인사를 하고 지냈는데 이젠 160여 집 우리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내 이웃들이다.

남현숙 기자
gcinnews@gmail.com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유치원생 꼬마 남자아이들에게 "너 이 다음에 커서 뭐 될래?"하고 물으면 "소방관 될래요"하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꽤 된다.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을 끄는 모습은 어른이 내가 봐도 멋있다. 그럼 아이들이 꿈꾸는 소방관 아저씨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그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세종대왕 때 도적들이 지른 불이 도성 안에 번져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죽게 된다.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은 이 사건을 근거로 하여 조선시대 소방관이었던 멸화군의 활약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불귀신이다" 도성에 나타난 불귀신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성 안을 휘젖고 다니는 통에 백성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급기야 나라님은 불귀신을 잡는 군졸인 멸화군을 모집하는 방을 붙인다.

어중이 떠중이 모여든 사람들 중에 고르고 골라 멸화군을 만드는데 불귀신을 잡기는커녕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된다.
정신 바짝 차린 멸화군은 훈련도 열심히 하고 불귀신을 잡는 일뿐만 아니라 화재를 미리 예방하는 일에도 힘쓴다.
 입말로 쓰여 있어 옛이야기를 듣는 듯하고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그림을 통해 읽는 캐릭터들의 성격 읽기도 재미있다.

화재를 막기 위해 사용했던 기구들도 볼 수 있어 좋다.

 

리버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번역 다산책방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손녀인 제스가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이 절절하게 전해져 오는 책입니다.
가족과 떠나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쓴 내용으로 여행지의 경관을 묘사 한 글이 너무도 인상 깊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지리, 세상을 날다
 전국지리교사모임, 서해문집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 경제발전, 무역, 인구변화, 도시화, 환경문제 등을 다루는 책이다. 6학년 사회교과서 정도의 책이다. 그러나 교과서가 머리로 읽는 사회책이라면 이 책은 가슴으로 읽히는 책이다. 교과서가 외우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단순히 나열했다면 이 책은 어떻게 왜 변해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아빠가 되어 아들녀석을 키우는 재미는 여러가지 있겠지만은 그중에서도 같은 남자로서의 연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제일 쏠쏠한 맛을 주는 것은 녀석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몇 달에 한 번씩 가면 그때마다 등을 밀어주는 고사리 손의 힘이 그 전보다 조금씩 세어졌음에 남몰래 흡족해하며 여기저기 몸을 살펴가며 제대로 커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다.
동네에서 2km 떨어진 곳에 구로공단역 바로 옆에 가보면 00 해수탕이라고 지하에 있다.
결혼 전에 이 동네 살 적에 혼자서 많이 가기도 했었고 동해에서 바닷물을 직접 떠와서 큰 트럭이 밤새 왔다갔다 하는 걸 평소 봐왔던 터라 수질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의심하다 보면 끝도 없는 것이다. 대충 살자. 좀!)
아이를 데리고 처음에 갔을 때는 도무지 아빠 곁을 떠나려 하질 않아 건사하기도 힘들었고  한번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욕탕이 쩌렁쩌렁 울어대는 것을 달래느라 진땀 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자기 옷도 챙겨 스스로 챙겨 입고 수건으로 머리도 탈탈 털어내고 드라이기는 환경오염 때문에 사양하는 듬직한 아들이 되었다. 특히 목욕을 마치고 올라와 1층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엄마 몰래 맛있는 정크푸드를 나눠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기도 하다. ㅋㅋ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전날 저녁부타 자기도 오빠 따라 가겠다며 설쳐대는 다섯살난 딸래미까지 동반하고 해수탕으로 향한다. 딸을 데리고 가는 건 아무래도 조만간 마감을 해야 할 성 싶지만 아직은.. 아직은 괜찮다고 본다.
여기는 조그맣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전용 탕을 만들어 놨는데 둘이 아주 신이 났다. 둘째는 '빨래놀이'를 한다며 바닥에 수건을 펼쳐놓고 조그만 손으로 주먹방망이를 만들어 탁,탁, 쳐가며 빨래에 열심이다. 아들녀석도 오랜만에 와서인지 재미있나 보다. 여기 저기 들어가 보고 동생도 잘 챙기고 아빠는 여기서 좀 쉬고 있을게...
목욕을 마치고 아이들을 대충 닦아내고 체중을 재어 보았다. 아들은 131cm에 28kg.. 또래 평균키보다 10cm정도 더 크다. 어디 가면 3,4학년 소리 들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체중이..........무려.....82.5kg 이었다. 80을 돌파한 걸로 모자라 이제 좀 있으면 85를 넘볼 기세다. ㅠㅠ
키가 182 이니 적정 체중은 75~77 정도이다. 80 넘어가면 몸이 둔해지고 피로회복도 쉽지 않다. 기분도 안좋다. 게다가 살이 찌면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나이보다 늙어보임이 건강의 적신호이기에 무시할 수 없다.
암튼 결론은 it's time to go! ...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았고 신에게는 6개의 달이 남아 있사옵니다. 모든 적들을 배(?)에서 베어내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뛸게여..ㅎㅎ"

김희준 (독산1동)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게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산아래 문화학교와 함께하는 마을 답사- 두번째이야기


그 때 옆집 언니는 가발공장에 다녔다. 엄마는 반찬값을 번다고 인형 눈을 붙이기도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부업거리를 마당 한가득 늘어놓고 동네 아줌마들도 바쁘게 일했다.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공장에서 일거리는 넘치게 많았던가 보다.
 삼립빵 굴뚝에서 나는 냄새는 너무 맛있었다. 두부공장의 하얀 김에서는 할머니 냄새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오뎅 공장이 나오면 빨리 지나쳐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오뎅을 장화 신은 아저씨가 마구 밟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고부터다. 1호선 철길 따라 어른들이 줄줄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그 때 그 많던 공장은 어디로 갔을까?
  1970년대 80년대의 금천(당시 구로구)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여기가 거기 맞아”라고 놀란다. 어느 해인가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대거 이 곳 디지털 단지로 입주했다는 걸 알고 신기했다. “너는 아직도 여기 사니?”라는 말과 함께 주소가 그대로인 나를 참 무던한 인간으로 봐주듯 했다. 뭐, 내가 고집 했다기 보다 부모님의 생활력과 역시나 나의 생활력이 우리 동네와 필요충분조건에 맞았을 뿐인데…
 어쨌든 공장이 있던 많은 자리에 건물을 높아지더니 벤처타운이니 쇼핑타운이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대기업연구소라는 것도 생겼다. 건물모양 만큼이나 내용도 달라진 것이다.
우리 동네에 공장을 거부하는 움직임은 지하철 역명이 바뀐 것과 거의 동시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공장을 거부하는 것일지…공장지대라는 ‘싼티’나는 이미지를 바꾸자는 것인지…확실치 않다. 다만 공장지대라면 집값도 땅값도 심지어 아이들 교육에도 나쁘다는 역학관계를 파악하고 구로공단역은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개명된 지(2004.7.개명)7년이 되었다. 아,  이미지 쇄신에는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입에 달라붙지 않는 “디지털”이라는 말이 구로공단역이나 가리봉역(2005.7.1개명)과 나란히 쓰일 줄이야. 
  가발공장의 큰 굴뚝이 없어지면서 ‘그 많던 공장’들 중 일부는 사방유리로 된 아파트형 공장으로 들어갔다. 그 건물들은 대륭테크노타운7차, 이앤씨드림타워6차, 우림라이온스밸리C동, 월드메르디앙벤처센터2차…
 벤처 사무실에서 공장까지 깔끔하게 아파트로 입주한 것이다. ‘디지털’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벤처’지원자들의 사무실이 대거 오픈과 이전을 해왔다. 지금 이곳에선 화이트족들과 블루족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와 금천 창업지원센터는 어려운 취업보다는 창업훈련을 통해 ‘새출발’을 권하고 있다.  청년들이여 가까이서 길을  찾으시라!
 또 의류공장이 우점 하던 1~3공단 안에는 패션 백화점이 우르르 생겨난 풍경이 낯설지만 경인공업지역의 중심이던 금천의 모습이 현대화된 것 일 뿐이다. 다만 금천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든다는 거. 우리 동네의 익숙한 낯설음을 다르게 즐겨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서울문화재단이 옛 인쇄 공장을 개조해 “금천예술공장”으로 시민의 예술 할, 향유할 기회를 넓히고자 하고 있다. 기꺼이 주민으로 그 곳을, 그 것을 즐겨야하지 않겠는가.

김유선
산아래 문화학교 대표


본지 ‘금천in’은 지난 6월 9일 ‘체육시간에 성장판 다칠라’의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학교 체육관에서의 체육수업에 바닥이 얇은 실내화를 신고 수업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성장판이 다칠 수 있다는 기사였다. 성장판은 한번 다치면 아이들의 성장이 멈춰버리기 때문에 성장이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관내 9개 초등학교 모두가 단화 실내화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아이들이 신고 있는 실내화는 밑창이 얇은 단화다. 이런 단화를 신고 체육수업에 임한다면 제제를 해야 할 교사들도 이를 용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내에는 2000년 후반부터 초등학교에 체육관을 짓는 공사를 진행했다.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는 운동장 한켠에는 실내 체육관이 들어서있다. 하지만 체육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학교 측이 “실내운동화 관리 설비 미 구축”을 핑계 삼는 것도 이유가 궁색하다 아쉽게도 아이들의 ‘성장판’은 설비가 구축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체육관에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라고 되묻는 남부교육청의 답변은 일선 학교의 체육활동에 대한 실태가 전혀 파악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일 뿐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발달이 우선시 되는  교육적 관점이 스며있는 관리감독청의 대응을 기대해본다.

금천구의 생태환경 단체 ‘숲지기강지기’ 안에 있는 동아리를 만나보기로 했다.
만남 장소는 금천구청 평생학습관이다.  5월부터 진행한 ‘유쾌한 원예생활 통쾌한 원예치료’ 수업이 있다고 한다.
시작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을 때는 이끼 볼(이끼로 감싸서 만드는 것. 실내 원예 할 때 누구나 손 쉽게 만들수 있는 가벼운 소품) 을 만드는 실습에 열중이었다.

“화분을 볼 때 그냥 화분이었는데 지금은 예뻐 보인다. 산에 가서도 식물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이 생겨서 좋다.” 유미애 수강생 (시흥1동) 
“스카프도 만들어 보고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니 좋다.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애정이 더욱 커진다.” 박영숙 수강생 (시흥1동 51세)

수강생들의 평가가 좋다. 이런 수업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굴까?
‘숲지기강지기’에는 숲지기, 강지기, 생활실천팀의 모임이 있다. ‘민들레 리사이클 공방(이하 민들레공방)’은 2010년부터 새롭게 구성한 팀이다. 원예치료 수업을 마친 후 수강생들은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작년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생활 디자이너가 되자’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를 발전시켜 ‘민들레 공방’으로 만들었다.“주부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리폼하자는 것이다. 취미가 특기가 되고 수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여성은 취미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자리는 찾기가 힘들다. 그럼 여성들이 강한 부분이 어디일까. 바로 규방이고 공방이라고 생각했다. 민들레 공방은 환경의 문제, 여성의 문제, 다문화의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김혜숙 대표는 원예치료과정 등의 양성과정을 통하여 민들레 공방을 독립시킬 예정이다.
“우리는 살리는 운동을 합니다. 환경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적절한 시기와 사람이 되면 독자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캐릭터 상품사업도 진행해 판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7월1일부터 구청 로비에서 원예치료교실의 작품들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청에 가면 주민들이 만든 것이 있다’는 인식을 심고 싶다고 한다. 주민요구와 환경의 요구를 함께 담아내 서로를 살릴 수  있는 ‘민들레 리사이클 공방’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문의 숲지기강지기    02-815-3379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
기적을 부르는 생명의   희망버스를 탑시다 



“기적을 부르는 생명의 희망버스를 탑시다.”

희망버스를 탔습니다. 서울 시청광장 옆 아주 작은 재능노동자들의 투쟁텐트에서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까지 웃음과 기대를 담뿍 담고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절망이었습니다. 용역깡패들의 패악과 그것을 방관 조장하는 경찰들이 희망버스의 길을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수백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회사가 정리해고를 하니 말입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정리해고의 미친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그것을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어 23년 전에 해고당한 여성이, 김진숙 그 엄숙한 사람이, 수십 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50줄의 사내들의 그들이 일궈온 가족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벌써 160일 넘게 허공에 매달려 울고 있습니다.

그 울음에 끌린 이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안내로 희망버스를 짓고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려 간 것입니다.
부산에 도착하니 맨 처음 맞는 것은 역시나 경찰이었습니다. 처음 약속한 영도다리도 아니고 봉래시장으로 옮겼지만 경찰이 친 벽은 그대로였습니다. 행진을 하고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정문으로 가니 경찰이 용역깡패가 구사대가 담장이 용접된 컨테이너가 희망버스로 내온 희망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냥 깔깔깔 놀자고, 허공중에 울고 있는 김진숙님이 울음이 아니라 웃음을 나누자고 아이 손잡고 소풍가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머리 허연 노인들이 아픈 허리 두드리며 간 길인데 도대체 어쩌란 것인지.
속으로 빌었습니다. 명색이 유물론자인 내가 속절없이 “하늘님 하늘님 밧줄 좀 내려 주세요.” “하늘님 하늘님 우리 아이가 김진숙 이모 만나 활짝 웃으며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재크와 콩나무의 그 콩알 하나 내려 주세요.” 순식간에 유물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저 절망의 바리게이트를 보며 이미 자정도 넘은 시간에 기적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밧줄은 물론 내려오지 않았고, 콩알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도로 올라가 높은 담벼락에 절망하고 있을 때 녹슬고 시멘트 범벅인 철근 사다리가 불쑥 내려왔습니다.
오랜 날 우리 노동자들의 발판으로 땀을 받아먹었을 낡고 늙은 사다리들이 턱턱 내려왔습니다. 그 사다리를 타고 수염허연 노인네들 올라가고 반바지 처녀가 올라가고, 4~5세 아이가 올라가고 올라가서 별이 되고 달이 되고 그들 전체가 빛이 되었습니다.
그만 훌쩍 절망의 벽을 넘어버렸습니다. 기적이 일어 난 것입니다. 하늘도 그 어떤 신도 주지 않는 기적이 노동자들의 땀 찬 사다리가 그 사다리를 타고 시대의 절망을 넘는 남녀노소 아무것도 아닌 이들의 발품 연대가 기적을 만든 것입니다.
그 순간의 감동과 희열은 이런 글로는 0.00001%도 담아 낼 수 없습니다.
2차 희망버스가 출발합니다. 희망버스는 단 한 번의 운행으로 우리 세상 희망을 만드는 구르는 눈덩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출발을 합니다. 7월 9일입니다. 절망을 넘어 없는 길을 그 희망 길을 만들어 가는 행복한 버스를 타는 귀한 경험을 원하는 분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cafe.daum.net/happylaborworld)’를 방문해서 참가신청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무료상담문의 02-859-0373


 

시흥4동  현대자동차 공업사  -문덕기씨

시흥4동 남부여성발전센터 앞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소규모 카센터를 운영하는 문덕기씨를 찾았다. 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에 소개된 성기윤씨가 자신의 ‘애마’인 트럭이 고장났을 때 이른 새벽이든 주말 아침이든 때를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수리를 맡아주는 문덕기씨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카센터에 도착했을 때 손님 한 명이 차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익숙한 표정과 말투가 단골인 듯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려니까 또 다른 손님이 차 없이 몸만 쑥 들어온다.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타면서 자리에 앉는 이 분은 시흥4동에 사는 김형진씨다.
“이 사람이 문씨예요. ‘문’자를 거꾸로 하면 ‘곰’이잖아요.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성실한 사람이예요.”라며 인터뷰에 대신 나선다.
“언젠가는 이른 아침에 브레이크 등이 나갔는데 아침부터 첫 마수일 텐데 공짜로 그냥 갈아주는 거예요.” 문덕기씨는 “요샌 그 정도 서비스는 다들 해줘요.”라면서 쑥스럽게 웃는다.

그렇게 모인 단골들이 꽤 된다. 하지만 요샌 차들이 워낙 성능이 좋아져서 고장 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괜히 안타깝다.
 문덕기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큰아들과 군대에 가 있는 작은아들, 두 형제를 둔 50세 중년이다. “제 아내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데 요샌 다이렉트 보험이 많이 생겨나서 많이 힘들어요. 모든 업종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카센터도 갈수록 대형화되는데 현대나 기아 같은 브랜드는 그 회사 출신들이나 받을 수 있지 우리는 꿈도 못 꿔요.”

이야기 하는 도중 개인택시를 수리하기 위해 손님 한 명이 들어온다. “야, 가게 정리 좀 했구나, 그래 좀 깨끗이 하고 있어야 손님들이 좋아하지. 요샌 아무리 실력 좋아도 깔끔해야 좋아 해.”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내는 독산2동 신윤영씨다. 주유구 버튼이 고장 나서 찾아온 손님이다. 다른 곳에선 새로 갈았는데 못미더워 이곳을 찾은 모양이다. 문덕기씨는 스위치를 떼서 쓱쓱 칼로 기름때와 먼지를 닦아낸다. 다시 설치한 스위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척척 주유구 문을 열어제낀다.

신윤영씨는 여기저기 아직까지 손길이 못 미친 가게의 구석구석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떠났다.
  말 한마디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이번엔 옆집 카센터 사장님이 방문했다. 문덕기씨보다는 조금 젊은 사장님이다.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커피 한 잔씩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좋은 점만 쓰지 말고 뭐 잘 못된 걸 찾아보세요. 이런 사람들이 뒤로 구린 데가 있는 법이에요.”라며 농담을 건다. 같은 업종이라 경쟁관계여야 하는 두 사람은 한눈에 보기에도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사촌이었다.
문덕기씨는 정비 기능장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정비 3급 이상이면 누구나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지만 누가 알아줘서가 아니라 이 일을 하는 한 꾸준히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문덕기씨의 생각이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사람이 돈을 따라가려면 힘들어서 못살아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올 때가 있고, 몇 천 만원씩 순식간에 까먹을 때도 있지요. 돈이 모이면 저축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죠.
저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아요. 목표를 높게 잡으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정직하게 살 수가 없죠.”

최종 목표가 정직이라는 것이 남다르다. 정직이라... 요즘은 왠지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단어이다.
하지만 정직한 사람은 누구의 어떠한 설명도 해석도 필요치 않다. 금세 또 한 명의 손님이 들어온다. ‘카포스’라는 정비협회 금천구지회 사무장님이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다섯 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그러고 보니 하나같이 돈 되는 손님들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인터뷰가 될 것 같다.
향기가 나는 꽃에는 벌나비가 날아드는걸까?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손 끝의 힘, 분노의 힘, 세상을 바꾸는 바로 그 힘"  요술 손가락(로알드 달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사냥을 좋아하던 그레그씨.
아들들까지 동원해 오리들을 사냥합니다. 주인공 소녀는 화가 나거나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손 끝에서 전기 같기도 하고 광선 같기도 한 것이 그야말로 “빠지직” 소리를 내며 나오고, 그 다음 일은 .. 아무도 모르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부당하게 야단만 치는 답답한 선생님은 갑자기 콧수염이 자라나기도 하는 그런 우스운 일도 벌어지게 하지요.
사냥을 지나치게 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레그씨네 가족은 주인공 소녀의 초능력으로 자기들이 숱하게 죽인 오리로 변하고 맙니다. 오해는 마셔요. 소녀는 그레그씨네가 오리로 변하길 바란 건 아닙니다. 그저 분노를 한 것이지요. 
“빠지직” 이런 소리 뒤에 하늘을 날던 오리는 집 안으로 들어오고 그레그씨네는 잠을 자기 위해 둥지를 만들어야 하는 신세가 되지요. 오리들은 손이 달려 전화도 받고 총도 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레그씨는 날개가 달린 몸이라 날 수는 있지만 뭔가를 집어서 먹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요.
그레그씨네는 결국 오리들에게 총으로 위협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마틸다>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작품입니다. 글쎄요.. 환경이다 동물 보호다 생명 존중이다 이런 거창한 구호없이도 짧은 이야기 하나로 모든 걸 평정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러한 결말 이전에 항상 필요한 것은 ‘분노’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분노할 줄 아는’삶의 태도를 잊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니면 나와 관계된 것이 아니니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라도 내가 손해볼까봐 이런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정당한 분노들은 늘 필요하고 그 분노들이 어쩌면 세상사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능력이 있다면 무엇에 먼저 분노하게 될까요? 함께 생각해보셔요.  (초등 저학년부터)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기고-우리에게는 빵이 아니라 철학과 세계관이 필요하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모 출판사를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를 몰고 가는데 점점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겁니다. 드디어 네비게이션이 가르쳐 준 목적지에 가보니 드넓은 벌판에 듬성듬성 낡은 집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출판사 비슷한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죠

 

. 그때야 깨달았습니다. 아!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지 않았구나!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청년들이 자기계발서라는 인생 네비게이션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쉬지 않고 뛰어 왔습니다. 전공에 부전공을 더하고 영어에 제2외국어를 더하고 스펙에 열정을 더하며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정신없이 달려온 것이죠. 그렇게 살면 목적지에 성공이 있고 행복이 있다고 인생 네비게이션들이 매 순간 알려줬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국내 이공계 엘리트들의 산실인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해서 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고 스트레스를 못 이긴 아까운 청춘들이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자기계발서의 내용대로 무한경쟁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학점과 스펙을 추구한 수많은 청년들이 취직을 하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덕분에 나라는 완전 아수라장이지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일자리의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에 자기계발서의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자기계발서 따라하며 살아봐도 삶이 계속 힘들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네비게이션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한 진보적인 싱크탱크의 임원 한 분은 취업난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생 열 명 중 한두 명이 고민하는 문제면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원인이 있지만, 대학생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이 고민하는 문제라면 그것은 사회 구조가 문제다.”

좀 다른 경우지만, 스페인 제국주의에 맞서 중남미 쿠바를 해방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호세 마르티는  말했습니다. “게으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격이 고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불의가 있는 곳이다.”
청춘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대한민국의 사회는 과연 어떤 곳일까요?
과연 청년들 대부분이 갑자기 게으르지도 않고 성격이 고약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집단으로 이런 일을 겪고 있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사회가 잘못됐다. 그것도 지독하게 잘못됐다.’ 왜냐하면 지금 20대가 처해 있는 상황이 지독하게 힘들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자기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당연히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우리의 내면보다는 외부에 있는 잘못된 부분에 메스를 대야겠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그저 한 개인이 열심히 학점 따고 스펙 쌓고 열정적으로 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합니다. 엄한 길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죠.
이런 인생 네비게이션, 빨리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 네비게이션이란 결국 철학이고 세계관입니다. 왜냐면 사람이란 자신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고, 가치 있는 삶의 기준은 결국 자신이 가진 철학과 세계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돈을 좇을 것이고,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을 좇을 테니까요.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답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이끕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청춘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자신을 이끌 철학과 세계관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잃은 것이죠.
우리에게는 지금 빵이 아니라 철학과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임승수(독산2, 38세) 씨는 정심초, 난곡중 ,구로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동 대학원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등의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얼마전 『청춘에게 딴짓을 권하다』를 발간했다.

마을답사기-첫번째

초등학교 때 소풍 가던 길에 만났던, 오물 흐르던 안양천(한내),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헤엄치고 어죽 끓여 먹었다던 그곳. 지금 아이들에게 안양천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리고 여러분에게 안양천은 무엇인가? 모르겠다면 우리 동네 물줄기를 찾아가 안양천을 바라보자.  금천구청역(시흥역)이나 독산역을 통하면 바로 접근하기 좋다. 이곳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걷기운동 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잘 정리된 길을 걷다보면 덤으로 철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철새들도 계절을 달리해서 날아든다.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 거기, 바로 안양천, 한내이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네가 있고 내가 있네."

이런 가사가 생각나는 곳이다. 금천에 사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첫째, 안양천을 드나들면서 이곳을 즐기고 있는 사람. 둘째는 “와,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면서 놀랄 만한데 아직도 가 볼 생각이 없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세금 제대로 내는 분들은 필히 이곳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꽃구경도 하시라(게다가 나처럼 자전거가 없는 사람을 위해 무료대여소도 있다니!).

얼마 전부터 분수 나오는 광장에 파라솔과 발 담그고 쉴 수 있는 터도 생겼다. 안양천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소리다. 정말이지 더 놀라운 것은 산란철이 되면 잉어가 떼로 나타나는 장관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입맛을 다시는 낚시꾼들이 금천교, 시흥대교를 내다보기도 하는 것을 쉽게 본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옆 지기도 5월엔 “안양천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에 두 번이나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자기보다 더 입맛 다시는 동네 아저씨들을 목격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줬다. 얼마 전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소풍을 가서 보니 손톱 끝만 한 치어들이 뜰채에 수없이 걸려들었다. 벌써 알에서 나온 어린 물고기와 산란을 마치고 죽은 게, 잠자리수채, 하루살이유충, 깔따구 유충, 날도래, 실지렁이가 아이들 손에 잡혀왔다. 아이들은 뭔가 살아있는 생명이 안양천에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한지 소리를 지른다.

샌들을 신었으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아이를 말리는 사이 슬금슬금 아이들이 양말과 신발을 벗고 벌써 물로 들어가 버렸다. 똥냄새보다 지독한 악취와 새까만 기름이 돌던 예전의 안양천을 봐왔던 나는 아직도 이곳이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난 안양천이 좀 유감이다. 맘껏 놀 수 있었던 그 시절, 나에게서  물놀이의 권리를 빼앗았으니 다시 돌려준다 해도 난 좀 손해 본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더 자주 안양천을 누려야겠다.

안양천을 빨래 하고 물놀이 하고 물고기 잡던 곳으로 기억하던 동네 어르신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고 뭐라 하실까. 자연 친화형으로 하천 주변을 정비한다는데 그 어른들의 기억 속 그 안양천으로 복원될 수 있을까. 기왕이면 그렇게 되면 좋겠다. 어린 시절 이곳을 지났던 물이 깨끗해져서 돌아왔듯이 안양천이 온전한 자연 모습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순환이 곧 모든 생명을 낳듯이.

안양천이 나와 함께 살고 있으니 그 생명이 더없이 귀하다.

김유선
산아래문화학교 대표

 

서울토박이 김주임은 9살, 7살 아들이 있는 결혼 9년차 가장이다.
현재 맞벌이를 하던 아내마저 재작년12월에 실직하고 월세에 아이들 양육비에 쪼들려 살고 있지만, 얼마 전 천왕동 SH임대아파트에 당첨됐다.  비록 임대지만 집 걱정은 안 하게 돼서 내심 기뻤다. 평수는 작았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라서 교통이나 주변이 깨끗하고 단지 내에 학교도 새로 생기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휴일마다 천왕동을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앞으로 아파트에 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꼼꼼히 살펴봤다

드디어 김주임은 계약서류들을 꼼꼼히 챙겨 계약일 SH공사 본사로 갔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김주임의 아내 소득증명서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다음날 다시 챙겨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를 살펴본 SH공사 직원은 계약이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재작년까지 혼자 돈을 번 김주임 아내의 소득이 있어서 안 된단다. 김주임도 회사에 입사한 지 일년도 안됐지만 일한 시기부터 월 소득으로 잡고 김주임 아내는 2009년 11월까지 번 돈을 23개월로 나누니 월 90만원소득으로 인정되어 5가족 기준 월소득 230만원이 넘어 계약이 안되니 돌아가라는 거다.

먼 거리를 두 번 방문한데다 몇 시간을 기다린 김 주임은 허탈하고 화가 나서 재작년엔 아내 혼자서 돈을 벌었고  지금은 본인 혼자 돈을 월 150만원 정도 버는데 왜 2년 전 아내소득이 현재 소득으로 잡히느냐, 문제 있지않냐, 따졌지만 담당직원은 규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주임은 청약 할 때도 소득을 다 기입했는데 이럴거면 당첨을 해주지 말아야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엔 직원은 당첨은 아무나 다 된다고 말한다.

이리저리 옯겨다니는 서울 철새신세를 이제는 관둔다는 아내의 희망찬 미래의 청사진들이 한순간에 찢겨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주임은 생각해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이며 난 왜 안 되는 걸까?
세금 떼고 월 135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주임은 저소득층이 아니라서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SH공사가 진정 서울시민을 위한 주택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서울에서 점점 살기가 버거워진다.

김진숙


'나도 한마디' 는 주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간입니다. 생활 속의 에세이,  토로하고 싶은 이야기,  좋은 정책 제안, 비판, 칭찬하고 싶은 이야기등 다양한 글을 담을 예정입니다.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과 사물을 살피시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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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보다는 주민의 의식이 중요합니다”


 “어느 날 제 아들이 아빠는 어느 부서에서 일하느냐고 물어서 ‘청소행정과’라고 했더니 피식 웃고 말더라구요. 아무래도 ‘쓰레기’라는 용어가 거부감을 주기도 하고 ‘청소’라는 말 자체가 좋은 느낌은 아니죠.” 청소행정팀 이상영팀장의 말이다.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소아줌마’나 ‘청소부 아저씨’라고 불리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현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할 일은 많고 생색낼 일 없는 것이 바로 이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전시간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은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정기적인 순회 외에도 민원이 생기면 곧바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대부분 현장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다고 한다.
청소행정과는 예산관리와 행정업무, 대형폐기물, 직원복지에 관한 업무를 하는 청소행정팀이 있고, 생활주변의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고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폐기물관리팀이 있고, 재활용이 되는 음식물쓰레기나 소형가전제품 등에 관한 처리와 관리, 단속 업무를 하는 재활용팀, 청소차량이나 적환장 시설물 관리 등 각종 장비를 관리하는 시설장비팀으로 총 4개의 팀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구민섬김 행정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골목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워낙 민원이 많은 부서이기도 하지만 단속 후에 이의제기를 위한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 “쓰레기 무단 투기나 담배꽁초 무단 투기 적발 등은 저희 직원들이 직접 증거물을 확보하거나 현장에서 적발하는데도 끝까지 발뺌하는 분들이 있죠.” 하긴 길가다 담배꽁초 때문에 벌금을 내게 되면 잘못했다는 생각보다는 대부분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상영 팀장은 제도보다는 주민들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전보다야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요사이 무단투기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전한다.
“아무래도 먹고살기 급급하면 이런 일에 소홀하기 마련이죠.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에 대한 홍보도 늘려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중국어로 된 설명서나 안내판을 제작해서 홍보를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은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라서 못 지키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단속보다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가꾸고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을 기대하면서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운동을 하면서 동별로 골목길을 지정해서 청소상태를 비교 평가해서 상을 주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죠. 가장 지저분한 곳에 CCTV를 달아서 감시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최근엔 사회단체 보조금 지급의 조건으로 골목길 청소나 단속을 사회단체가 협조해서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당근과 채찍을 모두 활용한 다양한 방법을 적용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지역 전체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한 때는 전봇대 주변에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해서 화분을 설치한 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관리가 안 되면서 더 지저분해지는 상황도 있었다. 처음엔 산뜻하고 예뻤지만 지속적인 관리나 유지를 위한 실천이 병행되지 못해 실패한 사례이다. 그래도 지역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서 한 골목이라도 모범적으로 가꾸어 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이러한 미담은 우리 동네 구석구석에 퍼져 자부심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구민 섬김 행정’이라는 기치아래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진행된다는 청소행정과의 골목길 청소가 외로운 행정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참여자의 짜증을 동반하고 그 짜증은 주민들에게 갈 수 밖에 없다.
매주 이른 새벽 나타나는 모습에  동참하는 주민들이 하나둘  늘어간다면 청소행정과의 직원들은 아침잠이 줄어 피곤해도 마음만큼은 훨씬 가볍고 즐거울 것같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아홉번째 이야기


Chief Executive Officer(최고 경영자)의 준말이 CEO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영행위를 통해 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문 경영인이 본디 뜻이다. 언제부턴가 이 말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는 선거 구호까지 되었다. CEO 대통령, CEO 총장,  CEO 지자체장, 심지어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에도 CEO 교육감이 붙었다. 다른 눈으로 보면 CEO라는 이름은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아웃소싱 등의 살기 띤 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CEO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주주에 고용된 자다. 누군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자본가들의 생산적, 투자적 의지와 능력이 저하되자 그 자리에 마름을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주보다 마름이 더욱 잔인하게 소작을 쥐어짰듯이 노동자들을 쥐어짠다. 대주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경영을 하다 보니 장기적 인간적 안목을 상실하고 단기적 투기적 노동자 배제적 경영만 득세한다. 그 모습을 보자.

첫째는 유성기업 사태를 통해 CEO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잠시 어려움을 피하는 수단으로 본다. 선거 때의 공약과 당선 후의 정책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무수한 언급과 공약의 무차별한 변경도 그가 CEO 출신이라는 습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유성기업 사태에서 자본가들이 노사가 3년 전에 함께 서명한 단협을 뒤집고 오히려 자동차 테러를 하는데도 정부는 노조만 탄압한다. 그러니 CEO들은 마음 놓고 약속을 어긴다. CEO 말 속에 믿음, 신뢰라는 덕성 자체가 결여됐는데 그 원인은 한국의 돈과 권력이 가진 천민적 특징때문이다.

둘째는 공적(公的) 과정을 부차(副次)화 하고 사적(私的)이고 비공식적 과정을 중시한다. 그리고 사적 비공식적 과정에서 특유의 향락과 은밀한 거래가 제공된다. 알고 보면 비즈니스 능력은 상대방을 어떻게 향락과 은밀한 거래로 포획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포획되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은밀한 비밀을 간직한 공범 의식을 심는다. 최근에 북경에서 남북이 은밀히 만났고 거기서 돈봉투가 건네졌다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남한형 비즈니스 남한 형 CEO 습성이 깊이 중독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일례이다.

셋째는 태도의 이중성이다. 강자와 바이어에게는 굽신, 약자나 내부 인사들에게는 군림(君臨)의 습성이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는 어법에는 국민을 부하직원쯤으로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한국의 CEO는 약자에게는 제왕적 모습이 두드러진다. 이들에게 상대방이 존중의 대상이라는 의식은 없다. 그래서 협상도 항상 ‘네가 먼저 무엇을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전형적이다. 북이 핵을 포기하면 무엇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의 포기가 전제가 아니라 결론이 되어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은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당연시 되는 것은 그들이 CEO 경험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파업을 대화로 보지 않고 파업을 풀면 대화를 한다는 본말 전도의 태도 말이다.

최근에 서울대 총장이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한 말도 이 땅 상층이 얼마나 한국형  CEO 증후군에 중독됐는지를 보여 준다. “총장실 점거 농성을 중단하면 대화하겠다.”는 말이 그렇다. 점거농성 자체는 그동안 얼마나 소통을 안 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그래서 항의도 하고 집회도 하고 시위도 했고 드디어 점거에 돌입했다. 그런데 농성을 풀면 대화한다는 것은 점거 자체가 가장 강력한 대화의 요구요, 사회적 대화 상태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인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상식을 뒤집는다. 학자 출신인 대학 총장조차 얼마나 깊숙이 한국형 CEO 증후군에 전염되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라는 그럴듯한 말에는 최소 비용의 대상이 궁극적으로 ‘사람’이란 사실이 감춰져 있다. 최적의 비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보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되는 경제가 CEO들의 보편적 인식이 되길 기대한다. 그것이 잘못된 돈 중심의 돈(狂) 세상을 치유하는 길이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무료노동상담문의 02-859-0373


지난 5월12일 마을신문 금천in[人]창간기념식을 가졌다. 창간은 36명의 창간발기인들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 여럿이 함께 무거운 짐을 나눠지는 의미일 것이다. 창간을 맞아 금천in 창간발기인 중 한 분을 만났다.

이길무.  올해 마흔 한살의 총각이다. 시흥2동 판자집에서 태어나 41년간 금천을 떠나지 않은 진짜배기 토박이다. 
목수로 일하면서 평생학습관 참여예산 교육도 듣고 금천풀뿌리자치연구모임도 활동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고향땅에 대한 이미지를 물으니 세 가지가 떠오른다고 답한다.
먼저 시골처럼 뛰어놀 수 있었던 곳, 쥐불놀이, 연날리기, 썰매타기, 대나무 스키도 만들어 탔던 그런 기억들이 우선 떠 오른다


다음으로 너무나 좋지 않았던 주거환경. 우리동네는 왜 이럴까? 아래 동네는 단독주택으로 좋은데, 여기는 왜 이 모양 일까? 선생님들도 산동네 아이들을 나눠서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암흑과도 같았던 고교시절이라고 한다. 당시 가난 속에서 정해진 목표가 없다보니 약을 하거나 본드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구멍도 마땅치 않았다.  한 친구는 감옥에 다녀온 후 사회에 적응하며 잘 살아보려고 많은 애를 썼지만 결국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이런 기억들이 시흥2동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방황하던 시절 아르바이트로 하던 목수일이 이제는 생업이 되었다.
6남매중 막내였던 길무씨는 집안의 장남이지만 노동운동과 진보정당활동을 하는 큰 형님(민주노동당 금천지역위원장 이승무)에 대해서 이해는 되지만 자신은 너무 힘들었다는 고백한다.  그래서 나라도 돈을 많이 벌어보자고 장사도 하고 목수일도 시작했다는 길무씨. 

“돈을 쫒아 왔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진정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어린 시절처럼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끝으로 창간발기인으로서 금천in에 바라는 점에 대하여는 확신에 차 보인다.
“지역신문은 꼭 필요하다. 지금 사람들의 의식이 수동적이라고 본다. 생각을 할 때는  정보를 알아야 하고 해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후 행동을 진행한다. 그런데 지금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금천in이 그런 정보를 주어야한다. 그리고 금천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어 가고, 아픈 사람에게도 필요하고 교육에 대해서도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금천in이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신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한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아빠가 쓰는 삼남매의 성장일기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나의 네번째 직장생활의 첫 발령지였던 그곳.. 시청에서 발령장을 받고 각 사업소에서 온 차를 타고 내가 도착한 곳은 신대방동 보라매공원내에 위치한 남부수도사업소였다. 당시는 신대방동에 살던 때였고 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였는지라 아침마다 보라매공원을 가로질러 출근하는 길은 긴장되면서도 좋기만 했었다. 백수생활 쫑내고 그럴듯한 직장 다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처음 사업소로 출근한 날은 아주아주 추웠던 2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17만 평 보라매공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숲으로 둘러싸인 청사 2층의 행정지원과 사무실은 따뜻했으며 책상이며 캐비넷이며 화장실이며 죄다 환하고 깔끔했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창밖의 풍경이었다. 비가 그친 아침엔 숲속에서 부는 바람이 정말로 싱그러웠다. 그때도 좋았는데 지금은 270만평 대공원의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다. 무슨 복인지···.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었지만 독 오른 눈빛으로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었던 첫 직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몽롱하기조차 하였다. 처음에는 말이다···.
얼마 후 내게 주어진 업무는 '심사'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용어야 거창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상수도 요금 조정 및 민원 처리와 체납징수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데 우리 팀은 관악구를 담당하였고 직원마다 3~4개 동씩 맡는 식이다. 내게는 4개 동이 주어졌다.

수도요금 혹자는 말한다. 계량기에 나온 숫자대로 요금부과해서 돈받는 건데 무슨 할 일이 있느냐고 말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말이야 맞는 말이다.
검침원들이 가져온 숫자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전월사용량과 비교 분석해서 이상 징후 있는 곳은 고지 전에 사전체크하고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 수준의 업무난이도이다. 그런데 그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는다.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다짜고자 욕설이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일단 사과하고 화를 어느 정도 풀기를 기다렸다가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대부분은 이유 없는 억지스런 주장이다.
하지만 무조건 사과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시끄럽게 화내는 사람도 있고 조용히 화내는 사람도 있다. 찾아와서 그냥 하염없이 우는 사람도 있다. 사무실에서 탁자 박살내는 것도 봤고 멱살잡는 것도 봤고 어깨들이 찾아와 분위기 잡는 경우도 봤다.

그야말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그냥 언성 높이는 정도는 아무도 관심을 안가진다. 신규 여직원들이 이 자리에 배치되면(여직원에게 이 업무 별로 맡기지도 않지만) 대개는 며칠 안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집에서 평생 금이야 옥이야 곱게 자란 이들에게 갑작스런 욕설세례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아니겠는가.
남녀차별은 옳지 않지만 그때 내 생각은 여직원들은 웬만하면 이 일 안시켰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남자들이야 군대에서 온갖 욕설과 구타에 단련되었으니 뭐 그려려니 하지만 여직원들은 좀..그런데 사람이 부족하니...
나의 업무의 또다른 절반은 체납요금 징수였다. 그게 뭐냐면.. 밀린 수도요금 찾아가 받아내는 것이다. ㅎㅎ
가정집도 가고 냉면집도 가고 목욕탕도 가고 텅 빈 사무실 문 붙잡고 ‘여기 주인 어딨어요.’ 수소문도 한다. 계속 다니다 보면 현지 거주민보다 동네지번 빠삭하게 안다는 장점도 있다. 하루는 난곡 근처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어떤 아줌마들이 반갑게 말을 건다.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사업소로 민원 제기하러 왔던 그 분이다. ‘아, 딸래미 데리고 시장 가시네요.. 저 일 보러 나왔어요. 그럼 잘 가세요.. ’공무원돼서 이런 일도 하는구나. 참 폼 안나는 일이었지만 별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일이니까.

그 남자의 눈빛
아직도 생각나는 그 남자의 눈빛.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관악구 OO동 언덕배기의 빌라촌이었다. 좁고 낡은 빌라들이 비탈진 경사면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 동네로 체납징수하러 가는 날. 미리 지도에 가야 할 집들을 체크하고 동선을 설정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혼자서 말이다. 단독플레이는 위험한 경우가 있어서 삼가하는 편이지만 다들 바쁘고 방문 예정지가 모두 가정집인지라 홀가분하게 가방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비탈길을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올라간다. 아유 더워 죽겠네..
OO빌라 301호. 문앞에 선다. 대충 보아하니 방 2개에 화장실 하나 있는 좁은 빌라이다. 이 집은 또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하며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내 또래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나온다. 열린 문 틈으로 집안이 보인다. 집안 분위기는 딱 예상했던 그대로이다. 정중한 인사멘트를 날리고 내역서를 보여주며 이래저래 해서 왔으니 납부에 협조바란다는 말씀을 드리는데..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남자는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먹고 있던 중이었나 보다.

남자는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일년 전의 나를 보았다. 직장을 잃고 아내는 돈 벌러 나가고 백수남편은 집에서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 먹는다. 라면그릇은 아마 일자리 알아보던 벼룩시장으로 받쳐 놓았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의 나의 모습이었다.
백수가 아닐 수도 있잖냐고? 과연 그럴까? 직장이 있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는 남자의 눈빛은 그런 눈빛이 아니다. 초조함과 허탈함과 좌절이 복합된, 마음이 지쳐보이는 그의 힘없는 눈빛에서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내역서를 일단 주고 전부는 아니래도 일부라도 납부하시라는 말만 남기고 뒤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속으로 얘기했다.
'힘내쇼.. 아이들이 있잖소..' 이렇게 일하니 체납실적 꼴등은 항상 내 몫이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몇 년이 흐른 지금, 그 남자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아이들 데리고 호기롭게 '오늘은 아빠가 쏜다!'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쵸? 홧팅!

김휘준 (독산1동)


 


도서관의 기능이 과거에는 시험기간의 학생들의 열람실, 소일거리로 책을 대출하였던 곳에서 점차 정보검색과 심도깊은 교육을 시행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금천구청의 구립도서관 운영을 보면 도서관에 대한 과거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책읽는금천'을 위한 구립도서관의 운영은 '교육'과는 무관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금나래아트홀, 구청사관리를 하는 공공사업팀에서 구립도서관을 관할한다니, 말로는 '책읽는금천'을 얘기하면서 도서관을 '시설'로만 간주하는 건 아닌 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는 교육 금천을 외치는 구청이 도서관을 관리되는 시설의 하나로 보지 말고 금천 마을 교육의 인프라이자 교육 문화의 축으로 보기 원한다. 도서관의 기능이 과거에는 시험기간의 학생들의 열람실, 소일거리로 책을 대출하였던 곳에서 점차 정보검색과 심도깊은 교육을 시행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문화교육의 중심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첫번째 출발은  도서관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관점과 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도서관의 임무를 잘 이해하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인력이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청이 지원을 다해야한다. 장기적관점에서 수익성이 아닌 공익성이 우선될 수 있도록 도서관 설치와 운영의 철학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천구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도서관 위탁기관 심의를 준비하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현명한 논의를 통해 도서관의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되는 도서관 만들기가 진척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직영을 포함한 다양한 운영주체가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이'책읽는 금천'을 만들기 위한 구의 진정성을 구민에게 확인시키는 길이다.

청년들이 책과 신문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

필자가 쓴 책들 중에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 있다. 어렵다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책인데, 10년 동안 틈틈이 인터넷으로 자본론 학습모임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담아 놓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을 보면 필자는 솔직히 약이 오른다. 필자가 10년을 개고생해서 써 놓은 내용을 하루 이틀 만에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책 읽기라는 것은 사실 이런 것이다. 여러분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을 읽음으로써 필자의 10년 노하우를 하루 이틀 만에 쏙 빨아먹을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인류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들 100권을 읽는다면 여러분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훌륭한 고전들은 그 글을 쓴 천재의 평생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을 60세로 잡고, 여러분이 읽는 고전을 쓴 천재의 인생을 대략 일반인의 세 배의 가치로 계산한다면, 60 곱하기 3은 180년이 나온다. 한 권에 180년의 노력이 들어있는 고전을 100권을 읽는다면 여러분의 인생은 180년 곱하기 100, 그러니까 1만8천년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가 또 있을까? 필자는 아직까지 이것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를 본 적이 없다.

한편 고전읽기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만큼 수지맞는 장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신문’ 읽기다. 하나 사는데 천원도 하지 않는 그 종이뭉치가 뭐 그리 수지맞는 장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한 달에 1만5천원만 내면 매일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그 종이뭉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신문이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잘 알다시피 하루치 신문기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문사에 소속된 수백 명의 기자들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취재원을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캐고 다닌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들은 간결하고 읽기 편한 기사로 정리되어 신문사의 편집부로 전송된다. 그리고 이 중요한 정보들은 노련한 편집기자들에 의해 지면에 최적의 방식으로 배치된다. 이 엄선된 고급 정보들이 매일매일 여러분의 집 앞으로 배달되는 것이다.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수백 명의 전문직 기자들이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 모은 중요한 정보들을 한 눈에 읽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그 기사 내용 중 하나라도 직접 취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려 한다면 여러분의 하루를 쓰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들고 있는 신문에는 수백 명의 뛰어난 기자들이 모은 고급 정보가 지면에 잘 정돈되어 제공되고 있다. 여러분이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수백 명의 정보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필자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여러분의 앞에 남은 긴 인생의 경로를 생각했을 때, 단순히 취업준비를 위해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고 상식문제를 하나 더 푸는 것보다는, 좋은 고전을 읽고 매일매일 신문을 읽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임승수 (38세, 독산4동)

은행이가 들려주는 책이야기

손도끼/ 게리 폴슨 저/ 사계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여름방학에 아빠에게 가다가 조종사의 심장마비로 브라이언은 무인도와 똑같이 아무도 없는 캐나다 삼림 속에 불시착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엄마는 브라이언에게 손도끼를 선물하는데 받을 땐 무미건조하게, 아니 오히려 창피하다고 생각 하는 듯 했지만 그 손도끼가 브라이언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브라이언의 나이는 이제 13살, 이 책의 작가 게리폴슨도 14세 때부터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열심히 세상을 배워나갔습니다. 어쩌면 게리폴슨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브라이언은 두 달 가까이 아무것도 없이 생활하다가 호수에 빠진 비행기에 있는 생존가방을 꺼내오지만 오히려 그 가방속의 물건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합니다. 생존가방을 찾아 비상송신기를 누르게 되고 아주 허무하게 구출이 됩니다.

  정말 구출 장면은 허무했는데 브라이언은 구출이 될 때 두 달 동안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던 자기 자신의 외향을 생각하며 창피해 합니다. 구출되어서 기쁜 것이 아니라 창피한 것이 먼저였다니.... 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작가는 어쩌면 이리도 인간의 심리를 딱 꼬집어 잘 써놓았는지 마지막 부분에서
브라이언이 살아서 돌아오자, ‘브라이언의 부모님은 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인 채 진짜로 다시 부부가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든 상황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라고 마무리를 했는데 우리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제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 때는 “유민아 제발 살아만 다오. 공부 못해도 좋고 엄마 말 안 들어도 좋아. 무조건 살아만 다오.” 했었는데 퇴원하고 열흘정도 지나니 “유민아, 다른 애들 따라가려면 학원이라도 좀 다닐까?” 하고, 아직 회복도 안 되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애를 붙들고 숙제 시키고 시험 본다고 하니 공부시키고.... 참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왜 그 때 병원에 있을 때 간절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지금 내 앞에 무엇이든 못하는 모습으로 있는 아들만 보이는지.... 아마도 브라이언의 부모도 브라이언이 돌아오기 전 저처럼 “살아서 돌아와만 다오. 그럼 우리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보자”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외면할 수 없었겠죠.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의 책들은 이렇게 큰일을 주인공이 겪었다면 주변의 인물들이 달라졌지만 이 책은 딱 일주일만 달라지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참 현실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무엇이든 원하기만 하면 눈앞에 대령이 되고 돈만 있으면 해결되었던 곳에서 멀어져 단지 먹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살기위해서 먹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은행이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책을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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