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아빠는 속절없이 나이 먹어 가는데 아이들은 죽순처럼 무럭무럭 자란다.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줄자를 꺼내서 아이들 키를 재어 본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열 살 하고도 한 살 더 먹은 장남은 냉큼 달려와 거실 벽에 뒤꿈치를 바싹 붙이고 엄숙한 자세로 서서 결과를 기다린다.
아들이 다섯 살 때였나 싶다. 그때 살던 집에서 쟀던 키는 102cm이었다. 우리 아들이 드디어 100cm가 넘었구나! 하며 기뻐하던 기억이 난다. 가장 최근에 몇 달 전인지는 모르겠으나 재 본 키는 137cm이었다.

오늘은 꽤나 오랜만에 키를 재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나올까. 아빠도 궁금하다. 아이를 벽에 바짝 기대 세우고 네모난 책으로 구십도 각도를 유지하여 정확한 지점을 볼펜으로 체크한다. 벽에 낙서하는 것은 우리 집에서는 금기사항이지만 이때만은 예외이다. 펜으로 조그만 줄을 긋고 밑에서부터 줄자를 이어본다. 결과는? 143cm! 와우! 어느새 이렇게 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들은 ‘나도 이제 145cm를 향해 달려간단 말이지~ “ 하며 좋아한다.

새삼스레 아들을 바라본다. 손도 발도 머리도 많이 굵어졌다. 사춘기를 앞둔 아들의 성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빠의 기억은 그렇다. 내가 중학교2학년생이던 시절의 그 한해에 거의 한 달에 1cm씩 1년에 무려 12cm가 자랐다. 중3때도 8cm가 자라 고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178cm가 되어 반에서 꺽다리로 통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키는 고3시절의 183cm를 마지막으로 성장을 멈추었다.

아내의 키도 170에 육박하는 우리 가족의 유전자를 검토해보면, 아들의 키는 앞으로 3~4년 후면 엄마를 뛰어넘을 것이고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도 멀지 않았다.
아들은 과연 폭풍과도 같은 성장과 함께 찾아올 사춘기를 어떻게 보낼까.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과연 아빠인 내가 과연 얼마나 잘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아들이 태어난 산부인과에서 3일을 보내고 퇴원하던 그 여름날, 날은 더웠지만 행여나 바람이라도 들까 싶어 꼭꼭 닫은 차안에서 강보에 싸인 채로 안고 가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목말을 태워 두 손을 잡고 동네를 뛰어다니던 날들의 영상이 새록새록 하기만 한데 이제는 업기에도 버거운 체구가 되었다.
 아들과 두 딸의 키를 재어주던 새해 첫 날 밤, 막내는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 이불이 젖었고 잠잘 데도 마땅치 않아 아들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어둠 속에 곤히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들의 발을 만져보니 완전 어른 발이다. 이 두 발로 아들이 딛고 살아갈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 반에 60명을 넘던 시절의 콩나물시루 같던 학창시절을 보낸 아빠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가 한 반이 고작 24명이고 한 학년에 4학급밖에 없다는 상황을 상상하기 힘들다. 아빠는 콩나물시루 같은 학교에서 줄곧 성장기를 보냈고 100만 명이 한 날 한시에 모여 대학입학시험을 치렀고, 한 해 500명이 죽어나가는 군대에서 간신히 목숨 부지해서 제대할 수 있었고 ‘아엠푸’로 풍지박산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직장을 잡았다가 쫓겨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겨우 밥 먹고 살고 있다.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은 일단 머릿수가 적으니 다행일 것이다. 머릿수가 적으니 사람이 사람값 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학식이 일천한 아빠로서는 복잡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할 것이다.
창가에 비친 1월의 겨울 하늘은 춥기만 하다. 좁지만 따뜻한 방에 부자가 누워 잠드는 밤. 아들은 이제 더 이상 아빠 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좋은걸. 아빠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잠이 들었다.
                            

김희준


필자는 독산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재빈, 재은, 재령 3남매와 함께 성장일기를 쓰고 있는 아빠입니다.


[정치]
▢ 민주화 투쟁의 역사 김근태 선생 사망
고문의 후유증을 앓던 김근태 선생이 지난 달 30일에 임종했다. 고문을 한 이근안을 살아 용서해 주었던 선생을 역설적으로 고문에 의한 공황 증을 앓다 임종한 것이다. 함세웅 신부는 “김근태 고문은 생전 민주주의와 정의, 민족과 화해, 공동체의 선행을 위해 조금도 늦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김근태, 그의 행동과 지향과 목적은 평화였고 그 근거는 정의에 있었다. 정의 때문에 싸우고 앞장섰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삶이었다. 결코 불의와 거짓, 악과 타협하지 않았다. 여기에 김근태의 위대함이 있다"며 "남은 우리 역시 고인의 뜻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명박 정권과 집권 여당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의 끝자락에서 탄생한 그야말로 비상기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기득권 덩어리인 여당의 혁신은 결코 쉽지 않는 과제다. 특히 쇄신의 방향이 인적 쇄신으로 분명해 지면서 쇄신에 대한 저항도 대두되고 있어 박근혜 비대위 향방에 국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제]
▢ 외국계 은행들  "올해 한국 성장률 3.4%로 대폭 하향 조정"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3.4%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보다는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는 작년 1월(4.5%)보다 1.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투자은행 중 UBS가 한국 경제를 가장 비관적으로 내다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노무라는 3.0%, 모건스탠리는 3.2%, BNP파리바는 3.3%를 각각 제시했다. 모두 평균치 이하였다. 이처럼 투자은행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춘 것은 세계 경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 존이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면서 전망을 아주 어둡게 본 것이다.

▢ '외국인 현금지급기'가 된 연기금 -  2011년 외국인 8조 매도, 연기금 13조 매수
외국인은 올해 8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연기금은 12조8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외국인 현금지급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은 올해 9천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 투자자 역시 1조8천억 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만 나 홀로 12조8천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31거래일 연속 순매수해 역대 최장 기록(24거래일)을 갈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부심했다. 외형적으로 연기금이 주가 급락을 막는 순기능을 한 것으로 보이나, 급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을 뿐, 도리어 향후 증시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사회]
▢ 학원 폭력이 낳은 죽음에 온 사회가 경악
지난달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수개월 동안 가해 학생 2명으로부터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한 권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에서도 최근 중학생 송 모 군이 동료 3명으로부터 20여 차례 폭행당한 뒤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특히 일진회 등 교내 불량서클 해체를 위해 일선학교와 업무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불량서클을 결성하거나 가입을 강요하는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사법적 잣대가 만연한 폭력문화를 없앨 수 없다. 문화는 문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과 폭력만 있는 사회 문화 자체가 바꿔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 미국 <뉴욕타임스(NYT)> "정봉주 구속, 한국 표현자유 우려 증폭"
뉴욕타임스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평가 감옥 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 출연진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수감됐다"며 "그의 기소와 판결은 한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대통령 정권에서 한국의 집권층은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억압하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했다"고 MB정부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UN '의사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 보고관' 프랭크 라 루는 “한국에서 명예훼손 소송은 그 내용이 진실이고 공공의 관심사이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벌주려는 의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은 체포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재판을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무거운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감옥에 가고,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화]
▢ <교수신문> "올해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
<교수신문>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 사자성어로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32.4%)을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편법, 꼼수는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총선도 대선도 파사현정을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파사현정 다음으로는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간다는 의미의 '생생지락'(生生之樂)(27.0%), 대선과 총선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이 국정을 잡아야 한다'는 '선현여능'(選賢與能’, 20.6%)과 '훌륭한 지도자가 있으면 정치가 잘된다' '인존정거'(人存政擧, 10.3%) 순으로 꼽혔다.


문제훈 소장
남부노동상담센터

[기고] 마을버스 타고 마을답사를 하다

연말연시를 가볍게 건너는 방법은 없을까. 별 일 없는데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마음은 복잡하다.
‘나 잘 살았어?’, ‘올해는 뭘 했더라?’, ‘내년엔 다르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부터 ‘올해는 부지런해져야지!’라는 다부진 결심까지 이 맘 때면 인생 숙제를 다시 펼쳐든다. 뭐, 다분히 형식적인 의례라고나 할까. 생각을 많이 한다고 어디 저절로 일이 되는 법인가. 머리와 손발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것이 어디 저절로 되는 것인가.

몇 안 되는 가슴과 머리와 손발이 통일된 지식과 지혜가 균형 잡힌 온전한 위인이나 가능한 것이지. 나 같은 범인은 돌고 도는 속세를 따라 자탄을 안고 허우적거리며 살 수 밖에. 오늘도 마찬가지다. 바쁘지도 않은데 부랴부랴 늦은 오후 마을버스 답사길에 오른다.
벽산3단지에서 독산한신아파트까지 가는 마을버스 2번은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대장정의 버스다. 금천의 동서를 가로 지르는 마을버스다. 노선이 길지는 않지만 재미난 구석이 또 있다. 금천과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광명시가 있는데 이 마을버스가 두 도시 사이를 오간다. 

안양천을 직강하 하천으로 재정비 하면서 지금의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째 좀 어색하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동네하나가 뚝 떨어져 섬처럼 떠있는 모양새다. 독산 한신아파트, 안천초등학교 안천중학교가 그렇게 생겨나 행정구역상 금천이다. 우르르 하교 길에 청소년들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집으로 가는 거겠지’.  교문 근처는 학원버스가 대기 중이라 한 무리는 그 버스에 오른다.

그 버스가 집어 삼키는 아이들이 좀 안쓰럽다.  요즘 내게 충격적인 뉴스는 자살한 청소년들과 가해 학생들의 구속이다. 청소년의 비관 자살은 어제 오늘 일 이 아닌 터라 무서운 현실을 정면으로 보는 끔찍함이 있다. 반면 가해 학생들의 구속 소식을 전하는 뉴스화면을 접하면 화가 치민다. 아직도 ‘우리는 그들의 문제를 구경하는   어른이구나.’하는 자책감이 든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보다는 이슈화에 그치는 무지막지한 폭력의 행사자이다.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문제를 풀어가는 어른들이 “체벌 강화”나 “조용히 덮고 가는 방식”이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겠는가.

이제 14세인 청소년 가해자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이나 뉴스에 내보내는 내용을 보면 어른들은 여전히 책임을 미루기만 한다.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입시 경쟁과 돈이면 만사형통이라는 물질만능을 조장하는 분위기에서 자라는 불쌍한 영혼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곧 그들이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얼마나 불행한가를 알아봐야한다. 어떻게 참고 견디라고만 하나. 모두가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미래의 현실을 외면하면 우리 모두는 자멸하고 말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가족애가 빛나듯 “대한민국”이라는 형제애를 발휘하고 정면 승부하기를 바란다. 새해부터는 좀 심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무거워졌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길게 이어졌다. 저녁이 되어 ‘가방도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걸 보면 여자친구랑 약속이 있나.’ 마을버스 정류장엔 중학생인 듯 보이는 아이가  보인다.
그래 본래의 풋풋한 소년, 소녀로 돌아가라. 미안하다, 얘들아.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결심과 각오, 그것이 작심삼일에 그칠지라도 새로운 자기결단과 시도는 그 무엇이든 아름답다. 올해 나는 아주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노동자협동조합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창업의 부푼 꿈을 안고 퇴사했지만 아직 제 자리 걸음. 내가 생각한 창업은 개인 또는 법인형태의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형태이기 때문에 더욱 진척이 더디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길을 함께할 미래의 동업자를 찾아다니며 공동창업(동업)의 형태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협동조합의 모델을 찾을 수 없어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 등을 예를 들어 공동개원 형태를 가지고 설득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뭔지 조금은 알겠으나 자신의 삶과는 먼 듯 하다는 반응이었다.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은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혼자 꾸는 꿈, 그 초라함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지난달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의 나의 설득작업이 이제 조금씩 반응을 나타내고 있고, (협동조합기본법 제정도 코앞에 와 있는 만큼 희망을 가질만한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 만큼 협동조합을 향한 나의 발걸음에도 힘이 생겼다. 올해 나의 구체적인 계획은 자동차 정비기사 중심으로 출자자를 모아 ‘자동차정비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과 같이 공업사의 정비기사들도 창업을 꿈꾼다. 그러나 창업에 이르기까지 창업자금, 입지, 고객확보 등의 여러 불충분한 조건들이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지인들이 창업이후 기술인력 관리, 공업사의 난립으로 인한 과다경쟁, 부품비의 가격인상 등으로 고전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내구성이 좋아져 정비횟수가 감소하면서 공업사의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창업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적어도 소자본 창업의 영세성을 벗어나거나, 보험회사 긴급출동 가맹점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경영상의 재미를 보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자동차정비업은 3D업종으로 정비를 배우고자하는 20대 젊은 견습노동자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평균연령이 높아져 30대 중반이후 4, 50대 정비기사들이 많다. 숙련기술자가 정비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어도 전수받고자 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대별 노동자간의 친화와 소통, 기술전수 등으로 이어지는 활기찬 공업사는 간데없고, 중장년정비노동자의 공업사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와 소비자가 만족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일, 그것이 지금 계획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목표다. 자동차정비노동자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다른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인 ① 가입자유의 원칙 ② 민주적 관리의 원칙 ③ 자본에 대한 이자제한의 원칙 ④ 잉여금 공정분배의 원칙 ⑤ 협동조합 교육의 원칙 ⑥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경영과 기업의 이익극대화 아닌 조합원 편익우선의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협동조합 운영원칙에 동의하는 정비노동자 즉, 뜻을 함께하는 전, 현직 정비업 종사자는 물론 자동자 정비 기능교육을 받은 명예퇴직자, 정비업 관련 청년구직자와 함께 힘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뿐아니라 자신의 자동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업사를 찾고 있는 주민들 또한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설립은 금천이라는 마을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교류와 화합,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마을 공동체로 새롭게 거듭나는 여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뜻이 있는 분들이여, 모이시라! 

******

금천구 사회적기업 지원센터에서 2012년 1월 13일부터 2월 18일까지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지역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위한 주민 기초강좌를 개최한다. 문의 2627-2027


글  : 고 승 관 (시흥4동)

선거의 해가 왔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치지형이 근본에서 재편되는 해가 2012년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는 선거혁명을 통해 쉼 없이 진퇴를 거듭했다. 선거와 선거를 전후한 민중들의 민심이, 예속과 독재와 불평등을 조금씩 개선했다.
하지만 선거는 단점 또한 많은 제도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간접'화 시킨다. 대리자를 통한 정치를 하다 보니, 민이 주인 되는 시간은 투표하는 5분이요, 그 후 4년, 5년을 배반의 정치를 보며 종살이의 억울함을 감수케 한다.

이권(利權)과 정실(情實)에 얽힌 토호정치, 정실정치가 판을 친다. 그러다보니 말뚝만 박아도 당선되는 괴이한 선거가 되고, 논거가 없으면 무조건 인신공격(빨갱이 운운)을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민심 이반을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독선정치를 고집한다. '직접'민주주의의 공백을 악용하는 작태들이다. 
선거라는 제도의 한계를 최소화하고 그것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결국 민중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미 기득권을 쥔 이들이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에서 '바람'이 불 때다. 당연히 좋아하는 것은 조용하게 조직투표다. 자기들이 만든 '북풍, 돈풍' 말고 분노한 민심이 휘몰아치는 혁신의 바람이 그들을 떨게 한다.

이 바람이 된바람이 되어야 5분의 직접 민주주의가, 그 후 4년 5년의 대리정치를 그나마 건전하게 만든다. 이런 선거를 위해 모름지기 선거의 3대 특징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선거는 우선 평가하고, 심판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가 다음 세상의 희망을 보여주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선거는 우선 평가다. 지난 4년 5년을 책임진 정치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냉정한 평가 없이 '같은 당, 또는 같은 고향'이란 이유로 무조건 감싸는 것이야 말로 민주정치의 가장 큰 해악이다.
평가를 한 뒤에 잘했으면 칭찬하고 부추긴다. 그 정치로 행복한 사람은 그 정치가 연장되는 판단을 한다. 못했으면, 그 정치로 아팠으면 심판을 통해 기존 정치의 판을 바꾼다. 

평가와 판단이 끝난 후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참신과 경륜이, 보수와 진보가, 복지와 개발이, 경주되는 것도 이 시점이다. 세대교체가 교차하고 세력교체가 충돌하며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더욱 당당하게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선택은 아름답다. 또한 이런 선거 과정과 결과는 그 자체로 사회적 생활력이며, 생생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 좋은 세상에 선거는 축제다. 물론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승자와 패자가 공정하고, 정정당당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정치는 청산의 대상이자, 보복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래서 선거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전쟁이다. 정치보복을 해서는 안 되지만 권력형 부패와 독선과 오만이 저지른 반민주적 반인권적 범죄행위는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이 물어져야 한다.

작년 망언 1위가 "우리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라고 말한 대통령의 말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대적 청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여야 모두가 죽기 살기가 되어 "이기는 것이 장땡" 정치를 한다. 축제인 선거가 우리나라에서는 전쟁이요, 원수 짓기가 되고 말았다.

선거가 의미가 있으려면 민중이 깨어 있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조치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특목고 열풍이나 재개발 열풍이 결국 빈부격차만 키우는 퇴행임을 알 정도는 되어야 한다. 세금 많이 내는 것이 사회적 자부심이 되는 정도의 안목도 필요하다. 부자를 감세하면서 복지를 말하면 재정 핑계를 대는 비겁함에 흔들려서는 좋은 선거란 불가능하다.
공공적 이익을 존중하기보다 사적 이익만 중시하여 '집회 시위'를 민주주의 원천이 아니라 불순한 불편으로 보는 것으로는 민주주의는 그들에게 혐오스러운 것이 된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지난 4~5년이 행복한 사람은 지금의 정치를 선호하여 선택할 것이다. 지난 4~5년의 정치가 아팠던 사람은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고 그나마 우리는 선거를 통해 물꼬를 튼다.
세간에서 행복한 사람은 1%이고 나머지가 아팠다고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우리가 99%다" 라는 구호가 많은 동의를 얻는 것은 돈 중심의 사회가 사람들을 극단으로 빈부와 격차를 나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리 금천의 선거가 금천의 역사적 특성에 맞게, 노동자 서민의 입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 나라를 줏대 있게 세우고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정치가 주민들의 선택이 되기를 바라본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상담문의 02-859-0373



소금꽃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 작업복에
하얗게 핀 소금꽃
바닷물을 말리면 생기는 소금이
아버지 작업복에 수북하다
몸을 말려 소금을 만들어 낸 아버지는
바닷물
공사장 뙤약볕 아래
오늘도 종일 출렁거렸을
아버지


  인터뷰를 위해 시인의 집으로 가는 길. 가면서 시인이 사는 집은 어떨까 상상해봤다.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책 냄새가 집 안을 채우고, 원목으로 만든 책상 위에는 깎인 연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을거야, 폭신한 양탄자와 고풍스런 음악이 기다리고 있겠지, 창너머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휴식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테지.

  호암산 자락과 편도 1차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작은 아파트. 그 안에 곽해룡 시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하던 책냄새·원목책상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소박한 생활인으로서의 흔적이 있을 뿐이었다. 유달리 깔끔한 마룻바닥도 시인의 아내가 쓸고 닦은 것이라 했다.
  부엌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벽 액자에는 시인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활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집 앞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는 아빠가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고 싶다고 했단다.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는 아빠의 말에서 딸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늦깍이 시인

  곽해룡 시인은 늦깍이 시인이다. 그는 동시로 생각의 깊이를 드러낸다. 눈높이문학상, 푸른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당선된 후에도 3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도현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날이 만우절이라서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정말 안도현 시인이었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몇 명의 동시작품을 묶은 책을 발간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숨이 막혔다. 드디어 첫 시집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책을 내려면 현재 써 온 동시 33편의 두 배 정도 되는 분량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그는 “신들린듯이” 시를 써내려갔다. 그 당시를 회고하며 “그 때는 내 능력 이상의 상상력이 발휘되었다.”고 회상하였다.
  사실, 곽 시인에게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어느 날 뚝딱 찾아온 것이 아니다.  어려서 억압하는 부모에게 말 할 수 없어 생각했고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고향을 등지고 상경해 마찌꼬바에서 일하면서 일 년 동안 밀린 월급을 겨우 ‘쟁취하고’ 나왔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 한 학력이라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동료의 이름을 대고 옛날 코카콜라 뒤에 있는 대신양행에서 일했다. 중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넘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성적이 컷트라인 60점을 겨우 넘은 60.2점”이었다며 “오히려 남다른 이력으로 그 덕을 본다.”고 웃었다.

시는 깊은 사유의 산물

  곽 시인은 독서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을 따져보고 자신의 생각과 부딪치면 저자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내용을 구성한다. 그는 그것을 사유라 했다.

  “사물과 나를 동급으로 가져가야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렁이를 볼 때, 징그럽다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거고, 불쌍하다면 내가 저 지렁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입장이 깔려있는 것이다. 나와 지렁이를 동일시한다면 빗물 때문에 숨이 막혀 밖으로 나왔는데 온통 아스팔트 투성이어서 들어갈 곳 없는 지렁이의 입장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며 “다만, 개그맨이 웃지 않고, 슬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울지 않듯이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그려내야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며 일러주었다.

인간미 살아있는 동네

  금천구는 그에게 제2의 고향이다. 열 여덟 살 때부터 그를 알고 있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고향 해남은 개발 붐으로 바다를 막았다. 그는 바다 없는 고향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울에서 가장 시골스러운 동네가 이곳이다. 내 정서에 맞다. ”며 좋아했다.
  "시골출신 친구들과 동네 근처에서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를 마셨는데, 소주 다섯 병을 비우도록 주인분이 암말 않고 해장국을 계속 채워주더라. 요즘 어디 가서 그런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같이 온 친구가 감동 받고 자신이 쓴 책을 주인아줌마에게 선물해 준 적도 있다.”며 그 때 친구들 앞에서 뿌듯했다고 했다.

정직한 노동이 정직한 글을 낳는다

  그는 현재 시인으로서 휴식중이다. 을지로에 있는 ‘산업프로파일’관련 매장에서 견적내고  판매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노동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몸이 나태해지고 정직한 생각이 나오지 않아 일을 찾았는데, 나이가 많아서 을지로까지 가게 되었다.” 며 “부품을 맞추는 일과 언어를 짜 맞추는 일이 같아 적성에 맞고, 꿈에서까지 그 일을 한다”고 했다. 한편 시인으로서는 “자신의 작품이 한 경향에 머물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도록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고 얘기했다.

  ‘정직한 노동에서 정직한 마음이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시인 곽해룡. 지난달에는 17세 때의 노동 이야기를 써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사물의 본질을 동시로 그려내려는 시인이 금천구에 오랫동안 살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자랑스럽다.


김수진 기자
gcinnews@gmail.com




1. 2011년 12월 2일 구정질문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오전과 점심휴회,오후 질의로 마쳤다. 구의원에 대한 오전에 차성수구청장에 답변과 오후에 관계공무원의 구정질문에 답변으로 끝났다. 차성수구청장은 도시개발 사업시행과 순천향대 종합병원 부분에 구청과 LH공사 사업검토와 순천향대 MOU체결  하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어 서울시와 관계공무원들을 만나 빨리 진행하도록 하고있었지만 구정의 의지만으로 역부족이라며 어려움을 답했다.

2. 채인묵구의원은 우시장에 축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추경예산으로 4000만원의 집행과정의 목록과 홍보부족을 구청공무원에게 질타하며 다음 예산신설과목에 우시장축제가빠졌다고 질의했다. 이상필 복지문화국장은 단기성 주민참여가 부족하고 우시장축제가 처음 하는거라 시행착오가 많아서 축제 열기가 침체한 것에 부족함을 인정하며 다음 추경예산에 다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
 보충질의에 채 의원은 우시장축제에 관련 현수막과 걸개등 홍보부족을 말하며 벚꽃축제와 관련 같은 금액으로 왜 차이가 나는지 물었다. 또한 명사초청관련 2시간의 강연도 많은 포스터와 현수막을 다는데 2일에 걸친 우시장축제은 공무원의 관심이 부족하여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함을 지적했다.( 우시장축제에 서복성구의장도 채인묵의원의 말과 비슷한 공무원의 관심부족을 지적함) 너무 많은 지역행사에 차별성이 부족하니 다른 지역의 축제를 벤쳐마킹 할 것을 주문하였다.

3. 김영섭 구의원은 초기 구로구에에서 분리될때 28만 구민인원이 현재 24만 금천구민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금천구내에 자랑할 만한 유산도 없고 종합병원이 없는 구민들이 점점 다른곳으로 옮기고 있다는 문제를 질의하며 순천향대 종합병원이 빨리 만들기를 주문했다.
박종일 환경국장은 중부환경개선대책과 지구단위재정비를 촉진하여 살기 좋은 금천구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4. 박만선 구의원은 안양천 자전거도로에서 표지판과 사고발생을 일으켜 구민들의 민원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덕하건설교통국장은 안양천내에 8종의 운동기구와 농구장등의 편의시설등을 제공하여 구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고방지대책을 수립하여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5. 오후 보충질의에는 추가보충 질문을 하도록 하여 1시30분에 시작하여 한시간 구정질문을 끝내고 휴회를 의결하여 2시30분에 끝났다.

6. 구청 공무원과 구의원들의 열띤 논쟁을 기대했지만 별로 흥미는 없고 선심성 축제 예산에 대한 구의원들이 지역현안에 공무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약간의 짜증과 반발을 보며 정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예산 힘겨루기와 같은 홍보성 치적쌓기에 혈안이 되어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나 문제제기와 아울러 쓸데없는 낭비성 예산을 감시하는 구의회 의원의 모습보다는 자기지역에 예산을 편성할려는 억지가 보여 한심하다는 감상을 적습니다.

 


금천구 주민참여 예산위원
이광희


주민참여예산위원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공부차원으로 의회회의를 참관하자는 제안에 동하여 구정질의 첫날과 셋째 날  참관하였다.

의원들은 발언에 앞서 그리 많은 인원이 오지는 않았지만 몇몇 방청객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모습에서 이제까지 주민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본격적인 구정질의를 들으면서, 금천구의 일반현황 및 주민들의 고통받는 다양한 민원들을 접하고 지역을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강남순환도로공사로 인한 시흥3동 주민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구정질의 셋째 날 마지막 채인묵 의원의 구정질의를 보면서 혀를 차게 되었다.

채의원은 구정질의를 시작하자마자  “구의회를 파트너로 여기느냐?”, “기관간의 약속을 어겼다.”, “신뢰할 수 없다“등등 격앙되어 집행부를 질타했다.

이유는 우시장 축제의 실패에 대한 집행부의 미온적인 태도였다.
공무원의 답변은 “상인들에게 축제에 참여하라고 권유하니 장사하기 바쁘다며 움직이지 않더라, 상인도 나서지 않았다.”며 구청은 잘못이 없고 상인들에게 책임을 넘겼다.

우리구에는 예산이 많이 드는 행사로 구민의 날 행사, 벚꽃축제, 우시장 축제가 있다.
특히 우시장 축제는 올해 처음 하는 행사로 다른 행사에 비해 충분한 준비 및 홍보가 필요 하여야 함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현수막 14개와 홈페이지 게시 그리고 4,000매의 선전물을 제작하였고 구청에서는 예산만 지원만 하고 주민들이 알아서 하는 행사라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구청에 분통이 터졌다.

4천만원이 자기의 돈이라면 저런 자세를 가질 수 있을까?
확실한 사실은 우시장 축제는 실패했다.
구청과 의회의 책임공방에서 혈세 4천 만원은 낭비되었다.

채의원은 “구의원이 과목을 신설하여 예산을 편성”하니 구청에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에 의장도 질의가 끝날 때 이를 확인하며 구의회를 경시에 대하여 구청을 함께 질타하였다.
축제예산은 대표적인 예산낭비예산의 개연성이 있어 행정안전부에서는 사전심사 및 성과평가토록 하고 있다.
과연 절차에 따라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 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전심사는 고사하고, 집행부에서는 하기 싫은데, 구의원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시행한 대표적인 졸속행정 이었음을 확신한다.
실패는 예견되었고, 실패함으로 구 의원의 잘못을 인식시키려는 집행부의 고도의 예산낭비 작전은 않은지 의구심까지 들었다.

 내년에 예산편성이 되지 않은 점은  잘 되었고, 충분한 검토 후에 시행여부 등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명시되어 있다.

이러함에도 구의회에서는 새로운 과목을 신설하여 편성한 예산을 집행부에서 도와주지 않아 구의회를 무시했다고 하였다.

실정법을 어기고 권한남용을 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집행부 공격의 논리가 실정법위반의 고백이라니....
구청과 구의회에 대한 감시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구의회 참관이었다.


금천구 주민참여 예산위원
민상호

[정치]

▢ 총체적 난국 한나라당

- 디도스 공격, 부산일보 사태, 미소금융 횡령까지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혁신 논란에 빠졌지만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변화 불가능한 결정을 내린 한나라당이 내부 수습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당 해체라는 위기에 빠졌다. 특히 디도스 사태가 터진 후 위기감은 극에 달해 보인다. 이외에도 박근혜 전 대표가 연루된 부산일보 사태도 한나라당에겐 난처한 문제다.
 현 김종렬 부산일보 사장은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최필립 현 정수재단 이사장이 임명한 인물이다.
뉴라이트 계열 단체 대표가 미소금융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가 드러난 것도 한나라당 입장에선 곤란한 소식. 미소금융은 친 서민 금융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조차 "소외계층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이 부패한 일부 인사들의 사리사욕 채우기에 쓰인 셈"이라 지탄에 나섰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패한 보수집단'이라는 이미지는 더욱 강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경제]

▢ 11월 소비자물가, 지표
   바꾸고도 4.2% 급등

- 전기요금 또 4.5% 인상,   올 들어 10%대 인상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올라섰다. 개편된 2010년 기준의 신지수로는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2%를 기록했지만 2005년 기준 으로는 4.6%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기요금을 4.5% 올렸다. 지난 8월의 4.9% 인상을 합하면 올 들어서만 9.63%를 올린 셈이다. 이와 함께 10∼12시, 17∼20시, 22∼23시 등 겨울철 피크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피크요금제를 적용키로 해 실제 연간 인상률은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경부는 서민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해 주택, 전통시장, 농사용 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물가 영향력이 큰 전기요금 인상으로 물가 불안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요금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2% 오른다.

[사회]

▢ 낙동강 보 '무더기 부실'   에 보수공사도 난항

국토해양부는 최근 상주보 누수를 계기로 16개보에 대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상주보를 포함해 총 9개보에서 누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낙동강 상주보에서 누수가 확인됐음에도 건설사가 당장 보수가 필요한 핵심부를 보강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주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중순부터 콘크리트 고정보 벽면 수십 곳에서 물이 새는 사실을 확인해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4일 밝혔지만 물과 직접 닿아 우선적인 보수가 필요한 콘크리트 고정보 상류부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고정보 상류부를 보수하려면 먼저 보에 채운 물을 빼야 하지만 하류에 있는 구미보와 칠곡보가 수문 앞 바닥보호용 돌이 호우에 무더기로 유실되자 현재 임시 물막이를 설치하고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어, 물을 빼면 낙동강 수위가 높아져 임시 물막이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

▢ 끝내 주어를 찾지 못한   다스와 BBK

  미 연방법원이 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일었던 (주)다스가 김경준-에리카김에게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 취하를 최종승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연방법원은 "(주)다스측의 재산몰수 소송 취하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향후 같은 사안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못박아, 미국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BBK 관련 소송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다스는 지난 2000년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김 씨가 이 돈을 미국과 제3국에 만들어 놓은 유령회사로 빼돌리는 등 140억원을 횡령했다"며 김 씨 남매를 상대로 140억원의 투자금 반환소송을 냈었다.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1심 판결에서 "다스 쪽이 제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김 씨의 사기성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다스가 항소하면서 양측은 최근까지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그후 지난 4월 다스측이 반환소송을 갑자기 포기하겠다는 항소심 포기 요청을 법원에 제출, 이를 둘러싸고 의혹이 일었다.
에리카 김이 지난 2월 전격 귀국해 조사를 받은 뒤 검찰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직후에 다스가 이런 행동을 보였기 때문. 그후 에리카김측이 스위스 계좌에서 140억원을 다스측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이번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연방검찰은 더이상 다스와 김 씨 남매간 빅딜 의혹도 수사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BBK-한미FTA 빅딜설'과 맞물려 크나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세계]

▢ 노르웨이 테러범,  "나는 '정신 이상' 아니다" 

- 감옥이냐 평생 정신 치료냐

지난 7월 연쇄테러로 77명을 숨지게 한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지난달 29일 자신에게 내려진 정신 이상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사는 "브레이비크는 정신감정 보고서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해 거짓을 담고 있으며, 자신의 진술도 맥락에서 벗어났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법원의 의뢰를 받고 의료진은  13차례 걸쳐 36시간 동안 검진을 통해 브레이비크가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브레이비크는 의사들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흉악한 범죄를 치료받을 질환으로 보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 범죄와 병환의 경계가 어딘 것인지 애(매한 것을)정(해 주는)남(자)이 필요한 모양이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저자 : 사이토 류스케
번역 : 김영애
출판 : 주니어랜덤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어린 친구에게

구야, 너를 이렇게 불러본다. 나는 분명 어른이지만 너와 늘 친구가 되고 싶었지. 노는 것이 소원이라는 너를 보고 처음에는 이상했다. 아이들은 다 놀면서 크는 건데, 자기 소원이 노는 것이라니? 그런데 너의 하루 일과와 일주일의 생활을 들으면서 정말 놀 틈도 쉴 틈도, 생각할 틈도 없구나 싶었다. 그러니 책을 읽을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없겠지.
가끔 보는 너의 창백한 얼굴, 피곤한 목소리와 생기 없는 표정은 정말 네가 10살짜리 아이인가 의아했다. 너를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지만 그것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너구나. 내가 어른이고 내가 너를 만남으로써 또 너를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어 마음이 아팠단다. 언제쯤 나는 너를 불편한 마음 없이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어릴 때는 이런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었지. 그저 학교나 다녀오면 책가방은 집어던지고 소심한 내 성격대로 각종 놀이를 자분자분하고 상상도 하고, 책도 마음껏 읽었단다. 놀이를 하면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 내가 그래도 재미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나는 책 중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북유럽이야기>같은 책을 좋아했는데 나도 꼭 건초침대에서 자 보고 산양젖으로 아침을 먹고 싶었지. 이런 이야기가 참 미안하다. 너는 밤 11시까지 숙제를 하느라 하품을 참고 있을텐데 말이야.

<모치모치나무>에 나오는 마메타는 너보다 훨씬 어리지. 이 아이는 겁이 많아 무서운 것도 많았어. 집 앞의 큰 나무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지만 밤이면 무서워했지. 할아버지가 편찮으시자 마메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의사를 불러왔고 할아버지를 살렸지. 그 날 그 아이가 본 모치모치나무는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어. 눈이 왔고 달이 떠서라고 했지만 그것은 마메타가 앞으로 살아갈 힘을 스스로 갖게 된 바로 그 날 마메타의 새로운 깨달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이 그림을 참 좋아하는 나는 자주 이 그림책을 읽는단다. 그러면서 너를 생각했어. 네가 만든 현실이 아닌데도 너는 그걸 견디고 있지. 그렇다면 네가 현실을 만들어갈 때 쯤에는 네가 살아갈 힘을 스스로 갖고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치모치나무를 볼 수 있기를. 마메타의 할아버지 말씀대로 사람은 누구나 고운 마음을 갖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을 꼭 해낼 수 있으니까.

내가 힘은 없지만 네 안의 ‘고운 마음’을 발견하고 그 ‘고운 마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너와 함께 할게, 나의 어린 친구야. 너의 모치모치나무를 상상해보기 바라며 나이 먹은 네 친구가 쓴다. 

 

 맛있는 구름 콩

임정진 글. 윤정주 그림. 국민서관

밭에서 자란 노란 콩들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부러워해요. 구름이 여행하듯이 콩도 여행을 하는데요. 콩이 두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여행처럼 그렸어요. 말풍선과 함께 익살스런 그림이 책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구름 콩을 상상하며 두부를 먹으면 아이들이 두부를 더 맛있게 먹지 않을까요?

 

 너 그거 아니?

권영이 지음.  대교출판

엄마 아빠 없이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민이의 이야기에요. 엄마가 혹시 집에 왔을까 학교에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던 민이는 신발장에서 엄마의 슬리퍼를 발견하고는 엄마에게 하듯이 자기의 이야기를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몸의 변화와 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커가는 민이가 짠하지만 대견합니다. 일기형식이라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4학년이상 성장기 아이들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마을답사- 열세번째 이야기



W몰, 패션아일랜드, 팩토리아울렛, 마리오아울렛.... 화려한 간판이 빛나는 밤거리의 디지털 2단지. 이곳이 바로 도시 안에 자체 발광 도시. 금천구 안에 화려한 섬이다.

2단지 사거리가 마리오 사거리가 되고 패션문화의 거리 입간판이 랜드 마크가 된 곳. 몇 달 전  지인이 마리오 근처로 공장을 옮겼다 길래 올해의 물난리에 괜찮은 곳인지 먼저 물었다. 

뭔 소리인지 어리둥절한 그 분에게 초등학교 시절, 물난리로 종종 공장들이 물에 잠겼던 이야기를 했다. 허벅지까지 옷을 걷어붙이고 그 사거리를 건너던 어른들 모습이 뉴스에도 나왔으니 당연히 우리 초등생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절을 살았던 터라 그런 기억 속에 사거리라 올 여름 엄청난 비에 무사한지부터 물었던 거다.

정말 촌스러운 걱정이다. “IT 패션문화 존”으로 부르는 마당에 웬 걱정. 주말 하루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한(약 20만) 까닭에 이제는 교통마비가 문제다. 이사했다는 그 분도 주말엔 주차장이 돼버린 주변 도로 때문에 물류가 들고 나는데 고통이 있단다.

그렇지만 이런 교통마비도 조금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화려한 네온 싸인 만큼 멋진 도시를 수놓는 그림이 된다.  그 유혹에 못 이겨 나도 모르게 그 곳에 간다. 별 일 없이도 간다. 때로는 식구들 선물 산다, 누구누구 생일이다, 심지어 멀리 제주 사는 동생 대신 자처해서 그 곳에 가고 만다. 50-80%로 물건 값이 싸다니...이거 앉아서 돈 버는 일인데 당연히 가야하는 거다.

난 불안한 일이 있거나 걱정되는 일, 우울한 일이 있을 땐 많이 걷는 편이다. 특히 심리적인 불안정을 느낄 땐 나도 모르게 이곳에 간다. 언제 가는 쇼핑홀릭 아닌가 할 정도 자주 갔던 적도 있다. 그럴 땐 내가 정말 도시인이구나 싶다. 화려함속에서 안정을 얻는 도시인말이다. 이제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물건구경 보다 사람구경이 앞선다.

그래도 나는 그 곳이 좋다. 나의 도시적 욕망을 채우는 탈출구 같은 곳이다. 넘보지 못하는 물건을 보더라도 그 아름다움에 취하는 게 좋다. 마치 ‘언제가는 입고 말거야’ 하고 넣어둔 사이즈가 턱없이 모자란 정장 한 벌 같은(이제는 구닥다리라 살이 빠져도 입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약간은 묻어둔 사치스런 나의 속내가 그 곳엔 있다.

의류, 섬유 공장이 이제는 저 멀리 중국으로, 동남아로 떠난 자리.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쇼핑타운이 그 곳엔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만들어낸 땀내 나던 현장의 수출 공단에서 현란한 소비 시장의 쇼핑타운으로  탈바꿈한 곳이 그 곳엔 있다. 음악만 들으면 경쾌하기 짝이 없는  노래 “사계”같은 곳이 그 곳엔 있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중략)” 가사처럼 계절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미싱사의 일상이 그려진 이 노래. 신나는 가락 속에 애잔한 노랫말처럼 우리네 인생이 간단치 않을 때 공단 오거리를 지나 마리오 사거리를 가면 화려한 섬을 만날 수 있다.

산아래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산기슭도로가 14년동안의 갖은 고비를 넘기며 개통됐다. 이를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의 땀방울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학생들의 안전문제다. 산기슭도로를 따라서는 금천초교, 탑동초교, 신흥초교, 흥일초교, 문백초교, 정심초교 등 6개교가 인접해있고 이중 5개교가 학교 정문이 산기슭도로와 바로 연결된다.

또한 독산3동 도로의 끝 문성길에는 난곡중, 문성중, 한울중, 독산고등학교가 몰려있다. 우여곡절 끝에 14년만에 완공이 되었지만 학생들의 통학로에 안전 시설 등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개통식을 마치고 도로를 따라 걷던 기자의 눈에는 중간중간 없어지는 인도와 그동안 통행량이 적었던 관계로 차도에  뛰어드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들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산기슭도로는 말 그대로 산을 타고 넘다보니 굴곡이 심하고 시야가 가려지는 곳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차량통행을 뒤로 미루면 미뤘지 이에 대한 대책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차성수 구청장도 개통식에서 우려를 언급한 만큼 시급히 안전시설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의회 의장을 했던 노동자 어머님의 부고를 받았다. 겨우 한 달 전에 아버님의 부고를 듣고 문상을 했는데, 또 어머니를 보내고 있다. 그 마음이 얼마나 황망할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렸다. 게다가 불과 며칠 전에 국가보안법 혐의로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돌이 넘은 아이와 아내, 그리고 병든 노모가 있는 집에 8-9명의 건장한 이들이 택배기사로, 경비실 경비로 위장해서 순식간에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기가 막힌 꼴이 어머님의 명을 재촉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니 한 노동자의 수난이 남일 같지 않다.

국가 보안법은 일제 강점기 치안 유지법에서 시작됐다.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법이다. 해방된 후 국가보안법이 제정될 때 지금 한미 FTA 비준 소동보다도 큰 진통 끝에 억지 도입됐다. 그리고 민주화로 모든 법이 나아졌지만 국보법만 박물관에 갔다는 헛소문만 돌았지 그대로다.

유신독재를 자랑스러운 시간으로 기억하는 반(反)민주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이 불온한 소수를 처벌하는 것이지, 일반인은 상관없다고 말해왔다. 항간에는 국가보안법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특별히 불온하거나, 심지어 북한과 연관된 반국가적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과거사위원회 측 조사에 의하면 국가보안법이나 긴급조치에 의해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80%가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무고한 일반시민들이 피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도 많은 사건이 국가에 의해 고문으로 조작된 것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설마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의 실체는 나라가 아니라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해 감시와 탄압을 보장하는 법이다. 아무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 법이 국가 보안이 아닌 정권 보안, 지금 와서는 정보기관 보안법으로 작용할 때 더욱 그렇다.

국보법이 패악을 부리는 시기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권의 정치 위기에 대한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나, 선거를 앞 둔 시기에 집중된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2008년에 40여건이었던 국보법 사건이 2010년에는 150여건, 2011년에는 200여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만 해도 우리 지역 진보정당 당 관련자들에 대한 기무사의 사찰이 문제가 됐다.
군인에 의한 일반인 사찰은 김영삼 문민정부 들어와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그 악몽이 부활된 것이다. 군대에 의한 민간인의 관리 통제가 바로 군사독재 아닌가? 이런 사찰이 들통이 나서 호된 사회적 질책을 받은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번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활동에 대해 공안사건을 조장하여 탄압하려는 모양이다.

국보법은 민주화 운동을 빨갱이로 몰던 붉은 썬 글라스였다. 국가보안법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을 억압하는 미친 칼날이었다. 국가보안법은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붉은 페인트였다.
하지만 이 법에 의해 탄압받는 이들은 후에 역사가 "민주와 인권과 통일과 평화를 추구했던 사람"으로 국가적 예우를 하고 있다.

국보법이 다시 극성을 부리는 것은 정부가 분단을 고집하며 남북적대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대북강경책의 속살이 우리 사회 내부의 대립과 증오를 키우는 것이다. 분단이 만든 맹목과 증오에서는 민주와 인권과 평화와 통일의 밝은 싹은 결코 틔워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지금 뉴스를 보다 정말 국가 보안법이 필요한 곳을 알았다. 한나라당이 저지른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야 말로 '국기를 문란케 하는 반국가적 행위'가 된다. 추워지는 시간 속에 속이 더 추울 국가보안법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에 위안을 보낸다.
힘내자.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상담문의 02-859-0373


"아임 플레잉 하수구!”


영어가 권력인 시대다. 발음을 위해 혓바닥 수술까지 감행한다는 웃지 못할 케이스가 외국 언론에까지 기사화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열기는 아무도 못 말릴 지경이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나몰라라 팽개치고 ‘방목육아’를 실천하는 나의 모습에 아내는 안절부절이다. 영어유치원은 못 보낼망정 영어동화라도 들려줘야 하지 않겠냐며 스폰지밥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과 시디를 어디서 사왔는데 몇 번 틀어주다 아이들이 흥미없어하여 책장구석에 얌전히 누워 있다.

왜 이런 일을 벌이느냐고 당신 남편이 명색이 영문학 전공자인데 어찌 나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 멋대로 하는가? 이런 나의 질책에 대한 대답은 ‘그럼 전공자가 한번 해보슈~’ 였다는 것이다.
이런.좋다. 나의 교육 신념을 드디어 실천할 기회가 온 것이다. 아빠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핵심개념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속담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교육적이면서도 재미를 겸비하고 이를 통해 저녁시간 아이들 통솔까지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뇌를 거듭한 바 도출해낸 결과는?

그 해답은 롯데마트 서점코너에서 고른 ‘영어낱말카드’이다. 80장의 조그만 카드로 구성되어 하루의 일과를 순차적으로 묘사하여 한 카드에 딱 한줄의 영어문장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구조이다.
일단 내용이 많지 않아서 아이들의 도전욕구가 상처받지 않을 것이며 하루에 한 장씩 그림과 같이 익혀가면 저녁 나절의 30분 정도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연습장에 써가며 오순도순 학업에 매진하는 흐뭇한 광경이 펼쳐지겠지. 또한 물론 아이들이 환장하는 떡밥도 사전에 매달아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카드내용을 모두 배우고 나면 너희들은 마땅히 큰 상을 받게 될 것이리라.

첫째와 둘째에게 희망하는 상품을 하나하나 물어본다. 어 그거..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하다 보면 두어 달은 그럭저럭 지나갈 것이다. 둘째인 딸래미는 카드를 받자마자 ‘이거 어떻게 읽어? 어 얼른 써봐야지’ 하며 신이 났다. 그 모습을 본 장남도 이에 질세라 카드를 받아들고는 냉큼 연습장을 가지고 와 몇 줄씩 써가며 문장을 외우는 모습이 아주 열심이다. 막내는? 막내는 나름대로 막무가내 학습이다. 언니가 문장을 읽으면 옆에서 따라하고 자기도 카드 한 장 손에 쥐고 개발새발 낙서질에 급기야는 마구 접기도 하다가 관심이 없어지면 오빠와 언니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아. 아빠는 이 상황에서 딴 짓 금지! 책을 보거나 소파에 앉아 조용히 명상에 빠지다 슬쩍 졸기도 한다.

며칠 전 저녁 나절. 둘째인 딸이 아빠에게 다가와 큰소리로 복습한다. “아임 플레잉 하수구!” 엥? 이것이 무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너 뭐라고 했니 하는 아빠의 말에 딸은 자랑스레 또 한번 외친다. “아임 플레잉 하!수!구!” 멍해진 아빠에게 딸이 건네준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I'm playing house!" (난 소꿉놀이를 해요!) 아, 하수구는 하우스였구나. 의기양양해진 딸아이에게 아빠는 그저 박수를 쳐 줄 뿐이다. 우리 딸, 파이팅!

                                            독산1동 김희준

우리 지역에서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모여 '다시 마을이다.'라는 기획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 첫 번째 강사가 친형이라 겸사겸사 참석했다가 소중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교육운동을 하신 경험을 푸는데 만류귀종(萬類歸宗)이라고 공동체적 사람을 추구하는 우리 노동운동과 일맥상통하여 신통했다.

이득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돈 중심의 세상에서 정(情)이라는 말은 참 한가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은 정 없이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존재다. 고운 정으로 시작해서 관계가 어려워 져도 미운 정이라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다.
많은 사람들은 받는 정을 좋아 하지만 우리 경험으로는 주는 정이 훨씬 재밌고 맛있다. 그런데 공동체의 정은 주고받는 정이 아니라 드는 정이다. 드는 정은 저절로 스며들어 내 몸과 마음에 하나가 되어버린 정이다. 

우리 조상들이 마을 공동체의 정을 상징하는 것이 두 가지 노동 형식을 가졌다.
하나는 남성 논 농사 중심의 두레공동체고 다른 하나는 여성 밭 농사 중심의 품앗이다. 품앗이는 요즘 말로는 '기브앤테이크'와 비슷하다. 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아주 다른데, 왜냐면 품앗이는 일을 할 집에서 일할 사람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먼저 "그 집 콩밭 맬 때 됐데. 언제 할까?" 이렇게 청해야 했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품앗이를 요청하는 사람이 서운해 하는 것이 마을 공동체의 특징이라고 한다. 공동체는 개인의 이해  관계가 우선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에 대한 돌봄이 우선이었다. "먼저 관심을 주고 말해 주지 않으면 그것이 학대"였다. 이런 마을 공동체의 특성은 아이들의 놀이 공동체로부터 만들어 진다.

예를 들면 어려서 차던 제기 차기 놀이 중에 동네제기차기라고 있다. 한 번 두 번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장엄할 정도의 집중과 일체감을 느끼는 놀이다.
그런데 이 놀이 속에 는 묘한 평등(?)이 존재한다. 그것은 잘 차는 사람이 바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잘하고 못함이 있다. 서로 다른 개성과 능력이 울퉁불퉁하지만 자연스레 어우러질 때 공동체라는 말이 의미를 얻는다.
그 중에서 제기 잘 차는 사람이 몸이 엄청 분주하다. 제기를 잘 못차는 사람은 자기 앞에 오는 제기가 책임지지만 몸이 날래고 제기를 잘 차는 사람은 빗나가는 제기, 벗어나는 제기를 다 쫓아가 차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차이가 잘남과 못남, 지배와 피지배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냥 더불어 즐겁고 더 많이 찬 사람은 그것으로 즐겁고 자긍함을 갖는다.
공동체에서는 참여가 관계를 결정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다. 반면에 개인주의사회에서는 관계를 구매한다. 돈과 연줄과 명망으로 위치를 사는 것이다. 마치 강남 학생들이 다른 지역의 학생보다 점수가 높은 것은 시험문제의 답을 돈으로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공동체에서는 지위는 축적되는 무엇이다.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을 견딘 이들이 바로 세월이 주는 지혜를 갖는다. 
이런 공동체적 원리를 도시에서 맛보기는 정말 힘들다. 주어진 공동체에서 천천히 익숙해지는 마을이 없으니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솔직히 원리적으로 보면 도시야 말로 공동체가 더욱 절실하다. 왜냐면 도시야 말로 관계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시골보다 백배는 많지 않은가?
우리 금천이 공동체로 빛나는 고장이 되는데 시민운동의 건승을 빈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상담문의 02-859-0373

찬바람이 골목골목에도 불어오는 날. 시흥3동 답사길을 마저 걷기로 한다. 오늘은 드디어 철재상가쪽 행선지를 정하고 길을 나섰다.
시흥대로를 사이에 두고 시흥유통 상가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들어서는 입구가 한산하다. 계절이 스산하니 거래가 없었던지 상가 벽에 줄지어 화물용 트럭이 주차되어있다.
시흥유통상가도 IMF이후로 “경기가 없다”하지만 이곳 중앙철재상가와는 다르게 드나드는 차량에 사람으로 복잡했었다. 자동차든 사람이든 뜸하니 상가 주인들도 안 보이는 곳이 있다.

 


여기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업장과 사무실을 복층구조로 두고 있다.(어딜 가나 어려운 환경은 새로운 지혜를 낳게 마련!)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를 하고 싶은데 쉽게 말문이 나오지 않는다.
보이는 분들이 그나마 힘겹게 일하시는 연로한 분들이라 작업에 방해가 될까싶어 궁금함도 참아졌다. 간간이 젊은이들도 보이긴 한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로 보인다. 기간산업으로 갈수록, 어려운 작업환경이면서 전문 기술을 요구하는 곳일수록 청년들이 없다는 말을 이곳에서도 실감한다.

건설현장 관련한 일을 하는 옆 지기도 힘든 일을 배우려는 청년이 없어 아쉬워하는 소리를 가끔 한다. 일손이 딸리는데 정작 기술 있는 사람은 없고 청년들은 여전히 실업사태이니 산업 불균형이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젊은이들 생각 없다고 탓할 수 없지’않는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노동환경이 좋다면 왜 마다 하겠는가? 그만한 대우와 대가가 있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갈 청년들이 있을 거다. 

이 부분이 노동정책과 교육문제가 함께 가야 하는 지점이 아니겠는가. 불균형을 깨는 방법은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책은 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으니 같이 머리를 맞대야한다. 사실 내가 철재상가 쪽으로 걷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 주변과 우리들의 현실을 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안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것이 진실이라도. 그렇다면 기다린다고(어떤 문제는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절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바꿔가야 내가, 서로가, 모두가 살 만하지 않겠는가.

그렇담 내가 노동부장관도 해결 못한 일을 해야 된다는 건가. 맙소사! 난 그냥 걷기를 좋아할 뿐이고 걸으면서 세상구경을 하는 것이 쉬는 거, 노는 거인 소시민이다. 어쩌라고. 어려운 질문에 스스로 빠지는가. “누구 나 좀 말려주세요.”

하지만 한 가지 노동부 장관도 못하는 일은 내가 하고 있다. 새벽밥 먹고 산업현장으로 나가는 사람 뒷바라지 하며 이런 불균형도 맞춰보겠다는 마을신문에 마을 답사기를 기고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있네’. 가끔 이쁘기도 하고 밉기도 한 동네 아이들과 씨름하며 마을 답사를 다니고 있다.

 인적 드문 곳에 사람이 지나가니 반대로 상가에 계신 분들이 나를 구경하는 일이 벌어지는 곳. 한켠에 유일하게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오동나무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라는 가사의 그 오동나무 말이다.
그야말로 나무가 살기엔 유해한 환경인데 떡하니 자리를 잡고 햇빛을 받고 있다. 이 녀석은 이파리가 커서 한껏 광합성을 잘하여 쑥쑥 잘 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폐유가 흐르는 곳에서도 한뼘에 흙만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자리 잡고 자란다.

옛 어른들이 연기 나는 굴뚝 뒤에 심어 유해가스를 정화하고자 했을까 싶지만(아마도 잎새가 커서 그늘이 많이 지니 뒷마당에 심었는데 굴뚝에서 나는 가스를 잘 잡아주었던 게지) 이놈은 정말 공해에 강하다.
잘 버텨준 기특한 오동나무를 뒤로 하고 22동까지 있는 상가들을 둘러본다. 워낙 전문적인 부속이나 부품들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곳이라 끝까지 어리둥절하며 걸었다.
250여개의 업체가 있다하니 그 규모도 놀랍다. 골목 끝엔 아직 은행나무 잎이 남아있는 주택과 빌라들이 나란히 있다.
앗 그런데 갑자기 간판에 전화번호가 낯선 031로 시작하는 걸 보니 여기부터 안양시 석수동인가보다. 

 

 산아래 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정치]
▢ 야권 통합 흐름 분주
 내년 총선·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야권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이 시작됐다.
진보야당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5개. 이들은 일단 제1야당 민주당이 주축이 된 '중통합', 군소 진보정당이 주축이 된 '소통합' 두 갈래로 나뉘어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통합'은 민주당과 친노계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20일 통합진보정당 창당 건설을 공식 선언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새진보통합연대 노회찬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경제]
▢ 미(美) 공화당의 '부자 증세' 딴지에 세계주가 폭락
미국 공화당의 부자 증세 반대에 따른 미국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와 유럽 재정위기 악화 우려로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초당적 기구인 `슈퍼위원회'는 합의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슈퍼위원회는 미 정치권이 정부 부채 상한선 증액에 합의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2천억달러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협상을 벌여왔으나, 공화당이 끝까지 부자 증세에 반대하면서 최종 결렬되기에 이르렀다.

▢ 가계부채 900조원 육박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계 빚이 꾸준히 늘어 90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이 892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가계부채 중 각종 가계대출이 약 840조9000억원,카드사와 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이 약 51조5000억원을 차지했다.
주로 금융회사 대출이 늘었는데 이 기간 2조2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보험회사 대출이 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6배나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 증가액의 50%가량이 보험 가입자가 해지 시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보험 약관대출"이라며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의 용도로 돈을 빌린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
▢ 보수학자도 "'내곡동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사유" 주장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가 내곡동 사저 파문과 관련, 김인종 전 대통령실장 경호실장의 증언을 근거로 이명박 대통령이 형사처벌 대상인 동시에 명백한 탄핵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상돈 교수는 "김인종 전 대통령실 경호실장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내곡동 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OK한 뒤 '각하 개인돈'으로 구입했다고 밝혀서 MB가 ‘내곡동 게이트’의 주범임을 암시했다"며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내곡동 땅 명의신탁은 대통령 사적 비리'로 '탄핵사유는 아니고 임기 후 형사소추 대상'이라는 주장 조차 넘어선 것으로 "헌법 제84조는 임기 중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와 외환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 대해선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했을 뿐이지 ‘수사’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정희 의원은 형사고발함에 있어 대통령 임기 만료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이 의원의 즉각 고소와 검찰의 즉각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문화]
▢ 강용석, 아나운서에 뺨 맞고 개그맨에 화풀이 
'성희롱 발언'으로 아나운서들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강용석 의원이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들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씨를 국회의원들에 대한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17일 알려지자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개그맨들이 하는 개그는 정말 바보가 아니라 멍청한 척 연기하는 거죠. 반면 강용석을 비롯한 국해의원들의 개그는 존재론적 개그입니다. 그건 연기가 아니에요. 삶이에요 삶... "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개그맨 박준형은 "먼저 둘이서 여의도에서 웃기는 건 똑같습니다. 저녁에 웃기는 건 개그맨입니다. 대낮에 웃기면 국회의원입니다.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장 다닐 때 사람들이 '악수해주세요', 이러면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시장 다닐 때 자기가 '악수해주세요', 그러면 국회의원입니다. 무 갈고 수박 갈고 호박 갈면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딱 봤을 때 사람들이 이를 갈면 국회의원입니다. 말싸움을 잘하면 개그맨입니다. 그런데 몸싸움을 잘하면 국회의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국제]
▢ 권력욕 드러낸 이집트 군부에  시민분노 폭발
20일(현지시각) 저녁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신속한 민정 이양’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자욱한 최루탄 가스 속에서 정부 쪽 진압군과 대치하고 있다. 19~20일 이틀 동안의 유혈 충돌로 최소 16명이 숨졌으며 부상자는 1000여명에 이른다.
모든 혁명은 ‘반혁명’의 위협에 취약하고 불안하다. 지금 이집트 혁명이 그렇다. 9개월 전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해방) 광장 등 이집트 전역에서 군부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는 수만명의 시민과 시위진압 군경의 유혈충돌이 21일(현지시각)로 사흘째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카이로 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시나이 반도 등 다른 지역까지 반군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오는 28일 민주화로 가는 첫 총선을 앞둔 이집트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또 하나의 주민자치 풀뿌리 자치연구모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금천구에 살면서 당시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던 청년 4명이 매 주 아침마다 모임을 가졌다. ‘지역을 알자’는 것이 이들 모임의 취지였다.
‘민주노동당’ 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이들은 1년 동안 금천구민들의 노동현장을 방문하고,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경기도 부천 토목공무원이었다. 그의 말로 공무원 생활에 ‘젖어들기’ 전에 해고되어 공무원노조에서 일했다. 곡절이 많았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010년으로 넘어갈 즈음, 그는 공무원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났다. 함께 ‘금천구 예산연구모임’을 꾸리기로 하였다. 지방선거 후 금천구에는 민선5기 구청장이 취임했다. 이들은 ‘예산연구모임’을 공식화하고 2010년 10월, 총 4강의 예산학교를 개최한다. 금천 지역의 각 정당 및 관심 있는 지역주민들 20명이 모인 것에서 금천구의 가능성을 보았다.

때맞춰 강구덕 구의원이 10월 6일 주민참여예산에 관한 입법을 예고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입법 예고안은 실질적인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형식적인 주민참여예산제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구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구의회에서 진행하는 두 번의 주민참여예산 토론회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주민참여예산 주민이 20명이었던 원안을 수정해 80명으로 증원하는 첫 열매를 맺었다.

이들의 공감코드는 ‘주민자치’와 ‘금천구’이다.
사전에서는 주민자치(住民自治)를 ‘<정치> 지방 행정을 지방 주민 스스로의 의사와 책임으로 처리하는 일’로 정의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관료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지방자치를 배제하고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상식적이면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관료중심의 정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주민들은 ‘정치’ 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한 단어는 ‘풀뿌리’였다. 위키백과는 ‘풀뿌리 민주주의란 평범한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자발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라고 정의한다. 2011년 초 회원을 모집하며 ‘풀뿌리연구모임’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주민참여원론을 공부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더불어 구정회의록을 보며 감시(모니터링)하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시흥4동 ‘기동대이전과 중학교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알게 되었다.

“시흥동 중학교 유치에 관해 강구덕 구의원이 질의하는데 교육담당관의 답변이 이해되지 않았다. 구청장, 구의회, 주민들 모두 원하는데 왜 안 되는 걸까? 결국 경찰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주민이 나서야 할 문제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풀뿌리연구모임의 활동가 민상호 씨는 말한다.

기동대 이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주민들을 만났다. 기동대 신축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간이 없었다. 급하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대표 5명과 16명의 대책위원들이 함께 움직여 주민 1만3천∼4천 명의 서명을 받아 국정감사를 통해 ‘경찰청을 신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주민자치의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기동대이전 문제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10%는 행정력이 마무리 할 문제다. 지금은 추이를 관망하면서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 고 민씨는 이후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기동대 이전 주민대책위 상임대표를 맡은 김대성 씨는 금천구청 공무원을 정년퇴직한 지역주민이다. 그는 금천구청 명예감사관으로서 주민참여예산학교에 참여하면서 풀뿌리연구모임 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집은 시흥4동 기동대 바로 옆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기동대 이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이다. 지역에 오래 거주하면서 덕망도 쌓았고 그 힘으로 주민 1만 명의 서명을 연결할 수 있었다. 금천구청 등 관(官)과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면서 대책위의 버팀목이 되었다.

“시흥4동에서 오래 살다보니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미리 추진되었어야 할 일이 31년 걸렸다.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으나 결과가 좋으니 우리 동네의 삶의 터전이 개선된 것에 대해 일조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좋다. 구에서도 명예감사관, 주민참여예산 등 주민자치의 시대로 가고 있다. 풀뿌리 모임이 이런 흐름에 발맞춰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성격의 모임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전했다.

기동대 문제가 일단락되자마자 또 다시 바빠졌다. 2012년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민상호 활동가는 업무추진비 등 과다하게 책정되어있는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지역운동 역량이 중앙을 감시하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치구는 감시의 사각지대였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주민참여보다 예산이나 제도의 구정을 감시하는 쪽으로 활동하고 싶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울시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연대해서 할 것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주민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민선5기에 대해서 “금천구청이 자신의 실적만 챙기지 말고 주민단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만남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 당부하는 민씨는 인터뷰가 끝나자 다음 일정을 위해 종종걸음을 쳤다.

현재 풀뿌리연구모임은 초기 멤버인 정당관련자들의 참여가 뜸하고 새로운 지역주민들로 채워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풀뿌리 모임을 통해 금천구 주민의 삶의 질과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사람은 다름 아닌 금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김수진 기자

풀뿌리 자치연구 모임 활동가 민상호 씨.
그는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발판삼아 구정예산과 제도를  감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지은 <오이대왕>, 이 작품으로 작가는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합니다. 게다가 <학교 가기 싫어>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와 같이 우리 도서관에 있는 친숙한 책을 지은 사람입니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 여자인게지요. 개인적으로는 <오이대왕>과 함께 <깡통소년>을 참 좋아합니다.
이 사람의 작품에는 유머가 있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가볍게 웃음으로 버무려 마음마저도 가볍게 만드는 그런 힘이죠. 게다가 내용에는 가벼움 속에 보이는 자신의 확고한 생각들이 나타납니다.

어느 날 볼프강의 집에 나타난 오이대왕은 참 가진 것도 없으면서 이것 저것 권위를 부리면 집안을 평정하려듭니다.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군림해 오던 아버지는 그런 오이대왕에게 복종하게 되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심한 저항감을 느끼게 됩니다... 라고 이 이야기를 요약해 버리면 되게 심각한 이야기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 오이대왕은 거의 물컹한 오이처럼 생겼고 먹는 것은 썩은 감자며 별다른 생각도 없는 멍청한 자칭 대왕인 것입니다.

게다가 자기 발톱에 페티큐어를 칠하라고 명령을 하는데 더 웃긴 것은 그 명령을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이대왕은 가족들이 자기를 싫어하자 가족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전을 핍니다. 엄마의 비싼 옷 영수증, 볼프강의 아버지 싸인 흉내낸 종이.. 이런 것들을 몰래 꺼내오고 눈에 띄라고 아무데나 놓고 좋아합니다.

오이대왕의 출현으로 아버지의 권위적인 행동은 더 강화되었고 가족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크게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이대왕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이 서로 하나가 되면서 서로의 도움 속에 차츰 하나씩 각자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볼프강의 경우는 누나의 도움으로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하슬링거 선생님과도 오해를 풀게 되지요. 가족이 합심하여 오이대왕이 없애려 했던 지하실의 구미-오리들을 구해내기도 하구요. 결국 오이대왕을 믿었던 아버지는 큰 충격에 빠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입니다.

가족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고, 가족의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도 이 이야기는 공감을 얻고 즐거움을 나누어줍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 가족의 '오이대왕' 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은 잘난 것도 없이 권위를 부리려 하고 이간질도 시키지요. 그 놈이 있다면 한 번 소탕 작전을 펼쳐보세요.

시간이 우리와 의논 한 마디 없이 지나간다. 날씨도 우리의 의지대로, 경험대로 읽혀지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던가, 아니던가?

봄날 같은 가을을 즈음해서 기억을 더듬는다.  지구온난화를 뉘집 개이름 처럼 부르는 시대가 아니었을 때도 우리는 시절을 하 수상해하지 않았던가.
사는 게 녹녹치 않았던 대부분에 사람들은 날씨타령은 오유월 개팔자나 하는거라 생각한다. 그래, 그렇더라도 정신이 들고 보니 입동이 가까운 날에 웬 반팔차림의 행렬인가?
간간이 부는 가을바람이 아니라면 숨을 헐떡일만한 날, 늦은 오후 철제상가로 향하는 답사길을 택한다.
궁금함이 앞서나 거대한 철 구조물을 보면 선뜻 길을 지나다닐 수 없다. 그래서 행선지를 살알짝 숨쉬기 좋은 산아래 마을, 시흥3동 골목길,

다세대, 빌라촌이 많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골목마다 한가로운 집들이 넉넉하게 자리 잡아 단연 돋보이는 동네였다. 연립주택과 빌라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살고 싶은 동네다. 호암산과 삼성산 아래로 동네가 산으로 길게 연결되어있다.
이번 여름 큰비로 수해가 나기도 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복구는 잘되었는지’생각하며 이리저리 골목을 둘러본다. 단박에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이다. 늦은 오후라 집으로 가는 학생들도 많고 시장가는 주부들로 가득하다. ‘이 동네엔 유독 사람이 많은 걸까?’생각해봤지만 아파트의 인구밀도만 하겠는가.

아파트로 이사한 후론 동네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한다. 가끔 베란다 너머로 보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동네사람으로 만나기보다 먼발치로 그냥 보는 사이다.
어린이집  앞, 부모님과 아이들이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인가보다. 할머니 한분이 신신당부하는 소리.  “선생님이 때리면 내가 혼내 줄 테니 할머니한테 얘기해야해!” “만약 그랬단 봐라 할머니가 가만 안 둔다!” 나까지 움찔한다. 와우...살벌한 시대여.

사명감에 불타는 그 많은 교사들 자리를 박차고 싶을 게다. 힘들지만 보람으로 버티던 교사들 슬그머니 다른 맘먹고 돌아설까싶다.
“육아는 전쟁”이라고 말했던 후배가 생각난다. 서로를 격려하고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에서 우리는 같은 편임을 잊지 말자. 우리는 잘살고 싶은 것처럼 너나없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거다.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속상하다. 우리는 그런 속상함을 나누는 이웃이다. 할머님의 걱정은 들리는지 어쩐지 아이가 확 골목으로 뛰어간다.

그 골목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걱정 마시라.” 누가 이렇게 말해줬으면 싶은 늦은 오후.
터벅터벅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새뜻한 골목시장으로 들어서니 울긋불긋 여기저기 펼쳐놓은 좌판들이 말을 건다. 내가 봤던 다른 골목시장보다 아기자기 늘어놓은 좌판이 정답다.
시골시장에나 봤던 집에서 만든 묵, 한 그릇에 천원이라는 손글씨는 한껏 멋을 냈으나 그저 소박하다. 오래된 방앗간이 문을 닫고 있는 걸 궁금해 하는데 옆에 분도 “오늘 쉬는 날이래요?”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산아래 문화학교
김유선 대표

+ Recent posts